과감하게 거실을 없애고 주방이 중심이 된 네 식구의 집. 이들 가족은 식탁으로 하나, 둘 모인다.
어린 자녀의 교육과 가족 간의 소통을 위해 TV 없는 삶을 택한 경우는 더러 있지만 집 안의 중심이 되는 거실을 완전히 배제한 집은 처음이다. 방문하기에 앞서 거실 사진이 없었던 터라 어딘가에 있겠거니 짐작했던 나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를 풍기는 128㎡의 이 집은 김혜령 씨 부부와 6살, 7살 연년생 아들 그리고 반려견 볼트와 너트의 보금자리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아이들을 위한 건강한 먹거리를 주제로 라이브 방송과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업로드해요. 화학조미료를 지양하는 전국의 업체를 발굴해 상품화하고 판매하며 그 재료를 가지고 쉽고 간편하게 요리하는 방법을 알려 드려요”라며 그녀가 운영하는 채널을 소개했다.
거실에 자리하는 다이닝 공간. 이곳에서 김혜령 씨는 콘텐츠 영상 제작과 라이브 방송 등 팔로어와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다.
집이 곧 일터인 그녀에게는 이사를 앞두고 삶에 꼭 맞는 인테리어를 완성해줄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평소 친분을 쌓은 공간와이의 한수연 실장이 바로 그 꿈을 이뤄줄 완벽한 파트너였다. “리모델링한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이전에 살던 집이 165㎡였는데 그보다 작은 128㎡로 평수를 줄이는 것이 가능할까? 짐을 줄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많았는데, 불필요한 공간을 과감히 덜어내고, 재구성한 한수연 실장님의 실력으로 조금의 불편함도 느끼지 못하는것 같아요.”
이 집의 꽃이자 중심인 주방과 다이닝 공간은 김혜령 씨가 방송할 때의 동선과 영상미를 고려해 완성되었다. 마치 스튜디오처럼 바닥과 주방 수납장의 벽면을 원목으로 통일해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마감했으며, 아일랜드 식탁은 김혜령 씨의 큰 키에 맞춰 높게 제작했다. 거실을 대신하는 다이닝 공간은 식탁 뒤로 보이는 벽이 깔끔하길 원했기에 수납장을 벽처럼 숨기고 색상과 패턴을 맞췄다. 안방으로 들어가는 문 역시 벽면과 하나의 연장선으로 보일 수 있도록 신경 썼다. 화이트&우드 톤으로 자칫 심심해 보일 수 있는 부분은 한국화 감성의 이영지 작가의 그림을 걸어 따스함을 부여했다.
필요한 가구로 구성된 단출한 아이 방. 이영지 작가의 그림이 더해져 포근하다.
원목으로 마감한 부부 침실과 주방. 필요한 것을 모두 수납장에 보관해 깔끔한 상태를 유지한다.
“제 영상을 보는 분들은 어딘가 거실이 따로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요. 대체 이 집은 몇 평일까 궁금해하는 분도 있어요(웃음).” 벽처럼 숨어 있는 수납장을 열어보니 다양한 그릇이 빼곡했다. 신혼 초부터 하나하나 사 모은 그릇이 벽면을 가득 채울 만큼 쌓여 있고, 최근에는 화려한 디자인보다는 동양적이거나 작가의 손길이 느껴지는 도자 그릇을 모으는 취미가 생겼다. 김혜령 씨는 뭐든 가득 채우고 사는 것이 싫다고 강조했다. 냉장고 역시 비우면서 행복감을 느끼고 밑반찬도 욕심 내지 않고 매일 한번 먹을 수 있는 양만 요리한다. 네 가족이 단란하게 살고 있는 이 집은 비움의 미학을 여실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