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OF HOME 1 엘쎄드지

STORY OF HOME 1 엘쎄드지

STORY OF HOME 1 엘쎄드지

집을 들여다보면 그 집에 사는 사람의 삶과 취향이 묻어나기 마련이다. 남다른 취향을 지닌 6명의 인테리어 전문가에게 집과 일상에 관한 20가지 질문을 던졌다. 오랜 시간 동안 좋아하는 물건과 저마다의 이야기가 켜켜이 쌓여 완성된 보석 같은 집의 장면들.

천고가 높아 이국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거실 전경. 기둥 앞 천장에 걸린 작품은 이윤정 작가 작품.

프랑스 빈티지 테이블과 지오 폰티의 슈퍼레게라 의자를 배치한 다이닝룸.

엘쎄드지에서 공간 디자인과 디렉팅을 맡고 있는 강정선 대표.

 

취향의 집합체
엘쎄드지 강정선 대표

자기 소개와 하는 일 조금 다른 시선으로 공간을 바라보며 새로운 상상을 부여하는 작업을 하는 엘쎄드지 L’ – C de J의 공간스타일 디렉터. 다양한 브랜드 공간과 주거 공간에 대한 디자인을 하고 있다.

이 집의 첫인상 이곳은 프로젝트 아트디렉터로 먼저 참여한 공간이다. 아크로 갤러리의 디스플레이 디렉팅을 하며 잘 만들어진 레이아웃과 창문 디자인에 높은 점수를 줬다. 실제 집으로 첫 만남을 가진 순간은 ‘아! 밝다’, 그리고 3m가 넘는 높은 천고로 인한 공간감이 마음에 들었다.

언제부터 살고 있는지 3년 정도 되었다.

이 동네와 집을 선택한 이유 기존 아파트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순환 동선이나, 거실 공간을 거치지 않고 외부로 나갈 수 있는 편리한 디자인. 유리 마감을 앞세운 통창 디자인에서 벗어나 오히려 프레임으로 윈도 뷰를 정리 해준 디자인이 좋았다. 또 서울숲이 바로 앞이라 반려견 수리의 삶에 아주 최적화되어 있기도 했다.

인테리어 컨셉트 이클레틱 스타일 Eclectic Style.

핀란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자인 듀오 송 앤 올린 Song&Olin의 작품.

향과 촛대 관련 빈티지 아이템을 좋아해 하나둘씩 모아온 것들.

가죽과 메탈 소재가 어우러진 의자는 80년대 스웨덴 디자인계에서 활동한 마츠 테셀리우스 Mats Theselius의 빈티지 제품.

이 집에서 가장 애정하는 공간 오브제들을 맘껏 늘어놓은 다이닝 공간과 침실. 뷰가 좋은 마스터룸 욕실, 의자가 곳곳에 놓인 거실도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가구 혹은 소품 너무 많아서 말하기 쉽지 않지만 아가페 까사 agape casa의 에로스 Eros 테이블, 마츠 테셀리우스 Mats Theselius의 알루미늄 체어, 지오 폰티의 슈퍼레게라, 다양한 스타일의 촛대.

가장 좋아하는 컬러 다양한 컬러를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공간에 무의식적으로 계속 쓰는 유사한 컬러들이 있다. 벤자민 무어 컬러칩 이름으로 헤븐리 피스 Heavenly Peace. 블루에 약간의 그린과 옐로가 몇 방울 들어간 컬러. 지루하지도 않고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싫증나지 않는다.

애정하는 작가나 디자이너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의자를 멋지게 만드신 지오 폰티와 유머러스하면서도 폼 잡지 않는 디자이너 필립 스탁.

가장 좋아하는 리빙 브랜드 너무 많지만 디자인 클래식이라 칭할 수 있는 다양한 가구를 만날 수 있는 브랜드 까시나, 금속공예가의 면모가 느껴지는 조명은 일상적인 공간에 조형미를 부여하는 세르주무이를 꼽고 싶다.

집이 가장 예뻐 보이는 시간대 아침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시간과 저녁 해질녁, 그리고 해가 막 지나간 야경을 즐기는 시간.

가족과 반려견 수리의 사진을 모아놓은 창가. 벨벳 소재의 소파는 리네로제의 토고 소파.

집에서의 일상, 하루 루틴 아침이 되면 반려견 수리가 산책 나가자고 달려온다. 남편과 수리, 이렇게 될 수 있으면 셋이서 꼭 같이 서울숲을 산책하는 게 하루의 시작이다. 간단하게 카페에서 아침을 먹고 함께 출근한다.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 거실과 침실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 침대 위로 수리가 달려오는 몽롱한 아침 시간.

집에서 요즘 즐겨 듣는 음악 코델리아의 Little Life, 매튜의 Blossom, 조성진의 Chopin Piano Concert No2 Ballades.

가장 자주 해먹는 요리 요리는 주로 남편이 한다. 연어솥밥, 다양한 파스타, 샤브샤브 등 다양하다. 최근에 새로 들인 아이템 일본 교토에 여행 갔다가 그 지역 작가들의 도자기를 여러 점 구입했다. 또 류연희 작가의 오픈 스튜디오에 갔다가 구입한 촛대도 있다.

갖고 싶은 위시리스트 아프라&토비아 Afra&Tobia의 아프리카 체어 여러 개와 샬롯 페리앙의 Nuage à Plots 책장.

요즘 관심 있게 바라보는 것 작은 공방의 크리스털 제품과 촉감이 좋은 침장 제품. 일상에서 늘 사용하는 곳에 함께할 수 있는 아름다운 것들에 대해 관심이 간다. 오늘 기분에 따라 컵을 골라 물 마시는 그 즐거움 말이다. 그리고 집에 대해, 여행지의 집, 자연 속의 작은 집에 대해 여러모로 공부 중 이다. 수리를 위해 서울이 아닌 대관령에 반려견 동반 카페테리아를 하게 되었는데 레지던스, 롯지, 캐빈 등 반려견과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집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나에게 집이란 취향의 집합체이기도 하지만 느리고 행복하고, 그런 삶이 담긴 존재.

침실로 향하는 문 옆에 놀의 사리넨 테이블과 빈티지 장을 배치했다.

서재 한편에 놓은 무어만 책장.

좋아하는 소품들을 모아놓은 분더캄머.

프랑스 빈티지 서랍장과 책상으로 꾸민 서재. 옆면에 서랍이 있는 독특한 빈티지 책상은 1958년 자크 이티에가 디자인한 것. 테이블 램프는 세르주 무이.

르 코르뷔지에가 실제 집에서 사용했다고 알려진 지오 폰티 디자인의 벽난로 의자.

침실 한편, 동생인 포스트페이퍼 강정원 대표가 만든 책이 쌓여 있다.

복도에서 바라본 거실 전경. 바닥에는 반려견 수리를 위한 러그가 깔려 있다.

아늑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침실. 패브릭은 캐러반 제품.

서울숲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마스터 욕실.

 

CREDIT

포토그래퍼

임태준, 이예린, 이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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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로니아의 원더랜드

위크로니아의 원더랜드

위크로니아의 원더랜드

프랑스 디자인계의 악동 위크로니아 대표, 줄리앙 세반의 세계.

‘혜성처럼 등장한’이란 표현이 어울리는 이들이 있다. 2019년 스튜디오를 시작하고 불과 2~3년 만에 프랑스 인테리어 디자인 시장 내 메이저 위치로 올라온 위크로니아 Uchronia가 그렇다. 원색 컬러들을 자유롭게 적용하는 대담함, 재활용 재료만으로 가구와 소품을 위트 있게 제작하는 방식은 현재 가장 트렌디한 레스토랑과 카페, 리테일 매장들로부터 러브콜을 이끌어내면서 독보적 정체성을 확립시키게 됐다. 이제 겨우 30대 초반인 위크로니아의 대표 줄리앙 세반 Julien Sebban은 기성 세대들이 쌓아놓은 전통적 프랑스 디자인 미학을 따르는 대신 남들이 하지 않는 방법론을 찾아 다름의 매력을 보여주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독특한 미학이 반영된 자신의 집을 아시아 최초로 메종에 공개했다. 파리 18구 위크로니아 사무실 옆에 위치한 컬러의 기운이 넘치는 곳. 줄리앙 세반과 그의 파트너인메종 로이에 Maison Royère의 아티스틱 디렉터 조나단 레이 Jonathan Wray가 함께 생활하는 개구쟁이 악동들의 원더랜드로 들어가보자.

가장 좋아하는 오렌지색 게스트룸에서 포즈를 취한 줄리앙 세반과 조나단 레이. 줄리앙이 앉아 있는 의자는 위크로니아 디자인의 써니 Sunny 체어.

이곳에 입장하면 오렌지, 실버, 노랑, 파랑 등이 동시에 펼쳐진다. 놀랍게 도 흰색 벽은 찾아볼 수 없다.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신발을 벗는 일이다. 웨이브 패턴의 연두색 레진으로 마무리된 바닥이 신발을 신은 채 들어오면 오염도 되겠지만, 본래 이유는 맨발로 걷기 편한 감촉으로 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잔잔한 연두색과 상반되는 쨍한 오렌지색이 공간 전체에 밝은 기운을 발산한다. “집에 사용된 메인 컬러는 오렌지예요. 그리고 프라이빗 공간에는 노란색 천장을, 거실에는 하늘색 천장을 볼 수 있어요. 전부 래커를 칠해 광택 효과와 함께 자연광을 잘 받아들이면서 디스코볼이 연상되는 은색 타일을 깔아 빛이 반사되는 드라마틱함을 살리도록 했어요.” 넒은 거실 한쪽에 마련된 주방에는 알루미늄 소재로 제작된 아일랜드와 커스텀 제작한 레진 도어의 수납 시스템이 전부다. 마치 마법사의 요리가 만들어질 것 같은 상상이 들기도 하는데, 냉장고를 포함한 모든 주방 기기를 보라색 수납장 안으로 숨기면서 전형적인 주방의 이미지를 탈피했고, 원하는 디자인으로 타일을 따로 제작해 장식장을 마련했다.

1950년대 이탈리아 조명과 위크로니아 해초 Seaweed 램프를 매치한 주방.

“네덜란드 업체인 스튜디오 지디비 Studio GdB에서 제작한 타일이에요. 원하는 디자인을 제공하면 약 2주 후에 결과물이 나와요. 시중에 나와 있는 타일이 아닌 나만의 디자인을 원한다면 이곳을 추천해요. 보라색 수납장은 이케아 가구로 내부 틀을 완성한 후 위크로니아의 레진 테이블을 제작하는 공방에 의뢰해 문만 따로 제작한 거예요. 여기 앞에 놓인 웨이브 모양의 식탁과 동일한 재료이다 보니 통일감이 느껴지지 않나요?” 레진과 오닉스로 제작된 식탁은 컬러 레이어 효과와 재질도 특별하지만 구불구불한 형태가 재미있다. 디자인과 제작에만 6개월이 걸렸다는 이 모델은 물결 모양 덕에 15명이 동시에 다양한 각도로 앉아서 식사가 가능하다. 친구들을 자주 초대해 파티를 여는 이들에게 딱 어울리는 다이닝 테이블이다. 일 년간의 리노베이션을 통해 가벽을 모두 부수고 공용부를 넓게 사용하는 이 집의 특징 중 하나는 넓은 벽에 그림을 걸지 않았다는 점이다. 게스트룸인 오렌지색 방의 선반에 작은 액자 두 점이 놓인 것이 전부다. 다양한 색과 소품이 산재할 경우 눈높이에 위치한 공간은 깨끗이 유지하는 것이 밸런스를 맞추는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에서는 앉아 있을 때와 서 있을 때의 공간이 주는 느낌이 달라요. 앉아서는 모든 오브제에 시각적, 물리적 접근이 쉽죠. 하지만 서 있을 때는 조명을 제외하고는 오브제로 인한 시각적 노이즈를 최소화하려고 했어요. 실제로 우리 둘 다 그림을 꽤 갖고 있지만 이런 이유로 집이 아닌 사무실에 보관하고 있죠.”

레진과 오닉스를 사용해 커스텀 제작한 다이닝 테이블과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의자를 매치했다.

거실 한쪽에 마련된 오렌지색을 전부 사용한 작은 사무실 겸 게스트 룸, 조금 차분한 그린과 핑크가 조합된 침실, 핑크색 콘크리트가 지배하는 욕실 등 공간마다 새로움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창조물을 위해 다양한 공방, 그리고 예술가들과 협업한 이야기를 듣는 것도 이 집을 방문하면 얻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일 것이다. 1901년 시작된 파리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핸드메이드 태슬 공방인 파스멘트리 베리에 Passementerie Verrier와 협업한 사이트 테이블, 200년 전통의 프랑스 고급 패브릭 제작 회사 프렐 Prelle에서 제작한 쿠션과 커스텀 패브릭의 커튼 등 프랑스의 오랜 장인정신과 젊은 디자이너 줄리앙의 비전 결합을 발견하면서, 동료 디자이너 라마르셰-오비제 Lamarche-Ovize에게 의뢰해 만든 타일과 소품, 경매를 통해 구입한 영국 디자이너 찰스 젱크스 Charles Jencks의 희귀한 디자인 데이베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다이닝 의자부터 프랑스 지방의 빈티지 시장을 돌며 수집한 오브제까지 수많은 시대와 스타일이 위크로니아의 무드 속에 난무하고 있다.

핑크색 벽 앞에는 오렌지색의 캔디 케인 Candy Cane 램프, 천장에는 파란색의 빈티지 샹들리에를 걸었다.

이 모든 것을 최대한 조화롭게 보이기 위해 기존 나무 기둥을 은색 알루미늄으로 덮은 수고까지 발휘했다. “우리는 작업할 때 함께 일하는 장인들부터 클라이언트까지 모두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프렐이나 파스멘트리 베리에의 장인들과는 이제 친구 같은 사이라고 할 수 있어요. 클라이언트도 마찬가지예요. 카페 뉘앙스 Café Nuances의 경우 당시 23세 젊은 오너들이 나를 찾아와 가이드라인 없이 내가 원하는 대로 실내 디자인을 해달라고 부탁했고, 현재 네 번째 매장을 준비할 정도로 파리에서 가장 트렌디한 사람들이 모이는 카페가 됐어요. 포레스트 Forest 레스토랑은 파리시에서 운영하는 현대 미술관 내부에 위치한 식당이기 때문에 그에 어울리는 톤과 무드가 적용됐고, 2020년 오픈할 때부터 현재까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어요. 위크로니아의 스타일을 지키되 공간을 사용하는 실제 주인의 퍼스털리티를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는 방침이 다양한 프로젝트를 단기간 내에 진행할 수 있었어요.”

핑크색 콘크리트의 욕실에 어울리는 구름 모양의 핑크색 대리석 세면대와 거울을 제작했다.

4월에는 밀라노에서 씨씨 타피스 CC Tapis와 함께 뜨개질 기법이 적용된 새로운 카펫이 공개되고, 파리에서는 첫 번째 호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남프랑스에서는 나이트클럽 실내 디자인도 진행하고 있다니 우리는 위크로니아의 발랄함을 더 자주 즐길 일만 남았다. ‘위크로니아의 디자인이 사랑받는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줄리앙은 이렇게 대답한다. “우리 목표는 단순히 아름다운 공간이나 비싸 보이는 디자인을 하는 게 아니에요. 공간을 즐겁게 창조하는 것 Make Space Fun, 이것이 사람들이 정말로 원하는 바 아닐까요.”

둘이 함께 수집한 디자인소품들.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임정현

Writer

양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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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깃든 집

예술이 깃든 집

예술이 깃든 집

집을 커다란 캔버스 삼아 직접 만든 가구와 예술 작품으로 차곡차곡 채웠다. 이정배, 이진주 작가 부부는 집이라는 무대에서 한없이 자유로운 예술혼을 펼치며 살아간다.

갤러리나 쇼룸을 떠올리게 하는 3층은 부부의 놀이터나 다름없다. 박공지붕을 선택해 넓은 개방감이 느껴지며 가구들을 벽에 붙이지 않고 자유로이 배치한 점이 재미있다.

입체적으로 동양화를 구현해내는 이정배 작가와 화가이자 홍익대 동양화과 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이진주 작가는 부부이자 예술적 동지다.

직접 수집한 돌과 나무를 조합해 만든 조명. 망에 담긴 돌이 스탠드 조명의 추 역할을 한다.

나무 조각으로 인천의 해안선을 표현한 작품.

“시각적으로 예민한 예술가들에겐 전형적인 아파트 구조가 어쩌면 고통 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공간이든 물건이든 더없이 편안함과 안락함을 주어야 하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동양화를 전공한 이정배, 이진주 작가 부부의 집은 매일같이 살결에 닿고 매만지는 것들을 직접 만든 합동 작품 같았다. “언젠가 집을 지어야겠다고 늘 꿈꿔왔어요. 6년 전, 파주에 421㎡의 목조 주택을 지었어요. 우리는 둘 다 지독하게 그림을 그리는 미술가거든요. 작업실에 머무는 시간이 굉장히 길기 때문에 집 안에 작업실이 따로 있어야 했어요. 일과 생활, 혹은 노동과 여가의 구분이 뒤섞여 있는 우리의 생활 특성을 무시할 수 없었어요. 우리에겐 작업 또한 놀이이기에 작업실 딸린 집을 만들기로 했어요.” 부부는 일심동체로 세운 규칙들이 있었다. 커다란 작품을 옮겨야 하기 때문에 1층은 무조건 작업실이어야 할 것. 그리고 2층은 가족과 함께 향유할 수 있는 넓은 거실이 딸린 생활 공간으로 만들 것. 마지막으로 3층은 오롯이 부부만을 위한 놀이터로 계획했다. “각 층마다 개성이 있었으면 했어요. 주인이 모두 다른 아파트처럼 각 층을 오갈 때 다른 집에 온 것 같은 재미를 줬음 했어요. 어쩔 수 없이 일과 삶이 얽혀 있지만 그 안에서 공간 구분을 확실하게 해줘야 좀 더 효율적이고 분명해질 것 같다고 판단했어요.” 이정배 작가가 말했다.

의자를 제외하곤 모두 이정배 작가가 직접 만든 것이다. 특히 기다란 나무 막대기를 꽂아 만든 책꽂이의 형태가 매우 조형적이다.

부부의 집은 일반적인 집의 모습보다는 갤러리나 작가의 쇼룸 같은 느낌이 강하다. 곳곳에 범상치 않은 가구와 작품들이 놓여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문턱이나 몰딩 등 시각적으로 거슬리는 요소가 하나 없는 화이트 큐브 갤러리 같다. 마치 새하얀 캔버스에 그림을 그려넣듯 가구와 소품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갤러리에 익숙한 우리 부부에게 하얀 벽은 아주 일상적인 것이었어요. 벽은 온통 하얗게 칠하고 직접 만든 가구들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밝은 나무 바닥을 깔았어요. 덕분에 구조와 조형적인 것들이 더 잘 보이죠.” 이 집을 가득 채우고 있는 가구들은 모두 동양화를 전공한 이정배 작가가 독학해 직접 만든 것이다. 이진주 작가가 첫아이(지금은 중학생이 되었다)를 임신했을 때, 배가 불러 의자에 앉아 책 읽기가 어려워지자 남편 이정배 작가에게 낮은 테이블과 의자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집 근처 목공소에서 가구 만들기를 배우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천부적인 재능이 있을지 몰랐어요. 현대미술을 작업하다 보면 몸에 좋지 않은 물성을 많이 다루게 되잖아요. 가구 공방에선 자연적인 나무의 물성을 만지고 다루어내는 게 좋았나 봐요. 아주 즐거워하더군요. 나무를 만지며 얻는 정서적 안정감 혹은 향이 이정배 작가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이진주 작가는 그때 느낀 설렘을 되새기며 말했다.

섬세한 묘사가 인상적인 이진주 작가의 작품.

인견을 씌운 조명은 달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이정배 작가는 가구를 하나의 조각이라 여기며 작업한다. 조형적 아름다움에 한국적 요소를 가미한 예술가적 방식으로 접근한다. 예를 들어 탁자 다리를 동그랗게 마감해 버선을 신긴다든지, 용마루의 양 끝 장식인 치미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고 대들보, 한복 저고리, 팔각 등 동양적인 곡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또 삼베, 인견, 한지 같은 소재를 즐겨 쓰며 나무와 돌의 궁합도 즐긴다. “동시대 미감으로 옛것을 끌어낸다는 것이 굉장히 힘들어요. 그런 부분을 연구하는 것이 예술인의 숙명이기도 하고요.” 이정배 작가가 만든 가구에서 탁자의 아래나 뒤 부분, 끝선 등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세심히 신경 쓴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자신의 뻔하지 않은 미감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드러날 수 있도록 노력한 것. “북유럽풍하면 가구나 분위기가 단번에 읽히잖아요. 그런데 과연 외국인이 한국의 집을 방문했을 때 ‘한국적이다’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지 생각해봤어요. 한국 전통의 것들을 계속해서 적용하고 발견하고 싶어요. 기성 제품도 좋지만 우리 생활에 맞춰 공간을 만들어나가면서 우리 부부가 생각하는 성격과 방향을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는 거예요.” 아직 부부 침실의 침대와 화장대도, 3층에 달 조명도 만들지 못했다. 이 집에 산 지 벌써 6년이 지났지만 군데군데 손봐야 할 곳이 남아 있다. 부부는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집이라는 무대 안에서 정성을 다해 진정으로 삶에 필요한 것들을 채워가고 있다.

기하학적인 형태가 돋보이는 이정배 작가의 작품.

아내를 위해 직접 만든 테이블. 이진주 작가는 이 자리에 앉아 책 읽는 시간을 즐긴다.

한지를 덧댄 문과 나무 손잡이 모두 이정배 작가가 직접 만든 것.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이예린(로우그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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