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s for Creativ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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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다루는 이들의 사무실에는 그들의 디자인 언어가 자연스레 묻어나기 마련이다. 최근 사옥을 새롭게 이전한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두 곳을 찾았다.

메자닌 구조가 돋보이는 인테그 사무실 모습. 아래 층에는 회의실을 비롯한 공용 공간과 송승원 대표의 사무실이 있고, 위 층에는 직원들의 사무 공간이 자리한다.

 

 

인테그 Intg
송승원, 조윤경 공동대표

인테그는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을 비롯해 타르틴 한남, 브라이튼 N40, 맹그로브 신촌, 파운드리 갤러리, 화이트 큐브 갤러리 등 다양한 상업 공간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오랜 리서치를 통해 도출해낸 내러티브를 기반으로 공간에 새로운 언어와 문법을 불어넣으며, 건축과 인테리어 디자인, 브랜딩을 함께하는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다. WEB intgspace.com

인테그를 이끄는 송승원, 조윤경 공동대표.

기와의 곡선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사옥의 모습. 마치 기왓장을 켜켜이 쌓은 듯한 외벽 디자인이 돋보인다.

지하 1층부터 4층까지 꽤나 큰 규모의 사옥이다. 공간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3층과 4층은 인테그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3층에는 송승원 소장의 개인 사무실과 미팅룸, 주방 등 공용공간이 자리하고, 메자닌 구조로 계단을 올라가면 4층에 직원의 사무 공간과 조윤경 소장의 개인 사무실이 있다. 지하는 현재 자재와 소재들을 보관하고 테스트하는 장소로 사용하는데, 앞으로 라이프스타일과 관련한 전시도 기획하려고 한다.

무 공간이지만 왜인지 집 같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메자닌 구조 때문에 포기하는 공간도 꽤나 많았을 것 같은데. 3층 공용부인 거실과 주방 구조 때문에 그렇게 많이 느낀다. 아무래도 디자인 회사이다 보니 틀에 박힌 느낌보다는 좀 더 창의적인 공간이 되기 바랐다. 하루 중 오랜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는데, 가장 좋은 공간을 직원들에게 내어주는 게 당연하지 않은지. 최대한 사무적인 분위기를 지양하고 싶었다. 3, 4층은 물론 지하층 바닥에도 전부 원목 마루와 온돌을 깐 이유도 그렇다. 직원들도 여러 층을 오가며 자유롭게 작업을 하는 편이다.

외부에서 봤을 때도 건물 형태가 일반적이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다. 일단 이곳의 대지 모양이 굉장히 특이했다. 삼각형에 가까운데, 사거리의 모퉁이에 위치하고 있어 유동인구가 꽤 많은 편이다. 부동산 관점으로 봤을 때는 건물의 향을 사거리 쪽으로 트는 게 맞지만 되려 그 부분을 막고 공공을 위한 조경 공간으로 꾸몄다. 코너 부분의 벽을 곡선으로 만든 것도 자연과 함께 잘 어우러지기 위해 기와에서 따온 디테일 요소다. 머지않은 시일에 큰 나무를 심을 계획이다.

마치 주거 공간에 들어온 것 같은 따뜻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3층 모습. 주방은 불탑 제품을 사용했다.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공사 때 나온 흙을 이용해 서울대 도예과 한정용 교수와 함께 도자기와 편을 제작해 아트워크로 만들었다.

지하에 조성한 메자닌 구조의 전시장. 추후에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다양한 전시를 기획할 것이다.

종로구 재동이라니 디자인 스튜디오의 사옥이 있기에는 다소 의외의 위치다. 이전 사무실은 압구정동에 있었다. 이 건물이 지어진 땅은 조 소장의 아버지가 어릴 적 살던 한옥 집터였다. 두 사람 모두 외국 생활을 오래한 탓에 좀 더 한국적인 동네에서 정체성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 최대한 이곳이 지니고 있던 이야기를 살리고 싶어 한옥 해체 당시 나온 부재를 최대한 많이 보존해 공간 디테일 자재로 사용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디테일이 숨어 있나? 공사할 때 나온 흙을 가지고 서울대 도예과 한정용 교수가 도자 편을 만들었다. 흙의 성질에 따라 텍스처와 색깔이 결정되는데, 이곳은 규소와 철분이 많아 어두운 색감이 나왔다. 처음에는 외장재로 사용하려고 했지만 내구성과 제작 기간에 문제가 있어서 쉽지 않았다. 대신 아트 피스처럼 제작해 보관 중이다. 이 외에도 대들보와 서까래, 기와 등을 곳곳에 녹였다. 3층 회의실 앞 기둥목과 1층 카페의 툇마루도 옛집의 흔적이다.

직접 디자인한 가구로 채워넣은 2층 카페 전경.

프로젝트를 위해 만든 다양한 자재를 보관하고 테스트하는 라이브러리.

직원들의 사무 공간과 조윤경 대표의 사무실이 있는 4층 모습. 창 밖으로 재동과 북한산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사옥 1층의 카페 이오이 EOE 서울도 직접 기획했는데, 카페를 직접 오픈한 이유가 궁금하다. 모든 공간이 그렇지만 상공간은 특히 프로젝트가 끝나는 순간 우리는 완전한 이방인이 된다. 바로 직전까지 밤낮으로 고민하고 매달려온 내 자식 같은 곳이었는데 말이다! 프로젝트가 끝난 이후 공간이 어떻게 진화돼가는지 늘 외부자적 관점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점이 아쉬워 카페를 직접 운영해보면 어떨까 했다. 북촌이라는 지역 특성을 최대한 살려 한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숙성한 보리 우유를 사용한 시그니처 음료부터 청송 사과, 이천 쌀, 신안 소금 등 지역 특산물을 사용한 피낭시에를 선보인다. 모든 가구를 직접 디자인해 넣은 2층 공간도 조만간 오픈할 계획이다.

그동안 진행한 공간 프로젝트를 보면 소재나 컬러감이 굉장히 다채로운 편인데, 주로 어디서 영감을 받는 편인가? 일단 조 소장이 색감과 재료 사용에 실험정신이 무척 강한 편이다. 또 프로젝트마다 공간의 개념을 재료로 풀어내기 때문에 늘 새로운 소재를 만들어낸다. 상상 속에 존재하는 것들을 직접 구현해야 하기에 매번 쉽지 않지만 이 부분만큼은 꼭 고수하는 편이다.

인테그가 가장 잘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다. 디자인적인 취향과 미감을 갖춰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변모할지에 대해 늘 날을 세워 바라본다. 그래서 하나의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 리서치를 굉장히 깊고 오래하는 편이다. 그 과정을 통해 가장 함축적인 내러티브를 세우고 그와 연관된 일관적인 디자인과 언어를 만들어낸다.

 

샐러드보울 스튜디오 Saladbowl Studio
구창민 대표

샐러드보울 스튜디오는 2015년부터 다양한 주거 공간을 비롯해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어린이미술관, 레이어 청담, 디타워 스시 모리, 이윤, ACR 커피 등 다양한 상공간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화려한 장식 등의 시각적 아름다움보다는 촉감과 편안함 등 보이지 않는 감각을 공간에 녹여내는 인테리어 디자인을 추구한다. WEB salad-bowl.co.kr

테이블과 조명을 비롯해 사무실 곳곳 직접 제작한 소품으로 꾸몄다.

샐러드보울 스튜디오를 책임지는 구창민 대표.

 

청계산 입구라니, 생각보다 굉장히 의외의 장소다. 지난 2월에 이사를 왔다. 이전 사무실은 청담동을 거쳐 양재동에 있었는데, 번잡스러운 도심에 사무실이 있는 게 내심 마음에 걸렸다. 이곳은 아는 지인을 통해 소개를 받았다. 등산로 입구라 주말에는 유동인구가 많은 편이지만 평일에는 굉장히 한적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다. 주변에 맛집도 많다.(웃음)

새 공간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건물 자체 천고가 약 10m에 달할 정도로 굉장히 높은 편이다. 처음 공간을 봤을 때 콘크리트 곡면 구조 같은 부분이 재미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기존에 있던 파티션들을 털어내고 공실로 만든 뒤 공간을 다시 구획했다. 공간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입구가 있는 공간 쪽에는 작가들의 기물과 참고용 서적들을 두었다. 나중에는 이곳에서 전시도 열 계획이다. 안쪽은 실질적인 업무 공간이다. 중간에 벽체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공간 분리가 된다. 1층에는 회의실과 직원들의 사무 공간, 보조 주방, 자재실이 있다. 한 번도 개인 공간을 가져본 적이 없어서 2층을 대표실로 만들었는데, 주로 1층에서 업무를 보고 있어 아직 텅 비어 있다.

기존 사무실에서 사용하던 간이 주방을 그대로 옮겨 왔다. 투명한 유리 창으로 구분된 뒤쪽 공간은 직원들의 사무 공간이다.

입구에서 바라본 사무실 모습. 높은 천고로 시원한 개방감이 느껴진다. 안쪽에 놓인 기물은 우시형 작가 작품.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을 때 큰 탁자 위에 놓인 공예품들이 인상적이었다. 10년 가까이 공간을 다루면서 결국 바닥과 벽, 천장을 제외하고는 남이 만든 가구와 소품으로 채워넣게 된다는 사실에 회의감이 한 번씩 들곤 했다. 그럼 과연 우리는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가? 단순한 시공 업자인 걸까? 자연스럽게 인테리어를 조금 더 수고스럽게 하려는 방향성을 지니게 됐다. 요즘에는 되도록 가구와 조명도 직접 디자인해 제작하려고 하는 편이다. 저 탁자는 작가들과 관계를 맺는 공간으로서 작품뿐 아니라 함께 제작한 목업도 있다. 지난번 프로젝트에서는 윤여동 작가와 함께 킨츠키를 주제로 한 금속 문 손잡이를 제작했다.

회의실과 주방이 굉장히 아늑하다. 천장을 따로 만든 이유가 있나? 기둥에 지붕이 얹힌 단순한 구조지만 개인적으로 공간 속의 공간이 주는 아늑한 분위기를 좋아한다. 일반적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천장은 새하얀데, 그 부분이 늘 못내 아쉬웠다. 요즘에는 바닥보다는 천장에 조금 더 힘을 쏟는 편이다.

공간 속 공간이 주는 아늑함을 선호해 회의실 위에 지붕을 얹었다.

사무실 한쪽에서 프로젝트에 사용할 다양한 자재를 테스트 중이다.

공예 작가들의 작품을 모아놓은 아카이브 공간. 공예가 주는 깊이를 공간에 들이고자 다양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샐러드보울 스튜디오가 추구하는 디자인은 무엇인가? 시간이 갈수록 주거 공간에 대한 생각이 깊어짐을 느낀다. 처음에는 단순히 깔끔하고 미니멀한 공간을 추구했다면, 지금은 집의 본질과 더 오래 살 수 있는 공간에 대해 고민하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따뜻하고 편안한 집의 분위기를 좋아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중심에는 늘 집이라는 공간이 있다. 인테리어를 오래 하면 주거보다는 상업 공간을 선호하게 되는데, 샐러드보울은 끝까지 주거를 절대 놓지 않으려고 한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샐러드보울만의 색깔을 고수해왔다. 많은 분이 샐러드보울 하면 우드 인테리어를 떠올리지 않나? 솔직히 말하면 우드 톤을 일부러 쓴 적이 한 번도 없다. 단지 나무의 질감과 촉감이 좋고, 오래 사용해 찍히고 오염돼도 가장 이질적이지 않은 소재가 나무였을 뿐이다. 또 결을 살리기에 가장 좋은 나무가 오크였을 뿐인 거다. 앞으로는 한국의 나무 소재도 사용해보고 싶은데, 생각보다 자재 수급이 쉽지 않다.

사무실 가장 안쪽에는 자재와 소재들을 모아두는 라이브러리 공간이 자리한다.

왼쪽에 세워둔 촛대는 윤여동 작가와 함께 만든 프로토 타입이다. 오른쪽 의자는 빈티지 제품.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 특히 신경을 쓰는 편인가? 디자인할 때 컬러를 다양하게 쓰거나 가시적으로 화려한 것을 최대한 지양하는 편이다. ‘뭔가 좋은데, 도통 뭐가 좋은지 잘 모르겠다’는 공간을 추구한다. 상공간으로 예를 들면 테이블 위의 조명 위치나 다리의 틀어진 각도 등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잘 모르는 것들. 결국 섬세한 디테일의 승부다. 요즘은 오픈 소스의 시대 아닌가. 누구나 다 따라서 만들 수 있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수고스러움을 일부러 넣으려고 하는 이유다.

이제 곧 10주년을 맞이하는데, 방향성에 대한 고민도 있을 것 같다. 이전에는 막연하게 해외 디자인 스튜디오를 동경하기도 했다. 지금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잘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커졌다. 지금 한옥 두 채를 이노베이션하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데, 기존 한옥이 지니고 있는 한계를 좀 깨고 싶어 클라이언트를 설득하는 중이다. 아마 올 연말쯤에는 준공이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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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임태준, 이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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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Memphis in Valenc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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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Memphis in Valencia

대담한 컬러와 기하학적 형태, 장난기 가득한 패턴이 가득한 디자인 스튜디오 마스케스파시오의 발렌시아 집과 오피스.

늘 새로운 실험과 도전을 서슴지 않는 그들다운 공간이다.

직접 디자인한 마스 크리에이션 컬렉션의 가구로 꾸민 거실 모습. 파스텔 톤의 패브릭 소재의 조화가 유쾌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디자인 스튜디오 마스케스파시오를 함께 운영하는 아나 밀레나 에르난데스 팔라시오스와 크리스토프 페나스.

대리석, 알루미늄, 마이크로 시멘트 등 다양한 소재감이 돋보이는 주방 모습.

제 타일로 꾸민 테라스 모습. 과감한 컬러와 기하학적 디자인이 눈에 띈다.

“3년 전, 우리는 집을 마련하기로 결정했어요. 첫 후보는 발렌시아 도심에 자리한 아파트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시골 마을에서나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발렌시아 주택과 깊은 사랑에 빠졌어요. 오랜 시간 집을 찾아 헤매다 1925년에 지어진 이 집을 극적으로 만났습니다. 격자 무늬 장식을 띤 외관과 나무 대문이 우리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죠.” 스페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마스케스파시오 Masquespacio를 이끄는 아나 밀레나 에르난데스 팔라시오스 Ana Milena Hernández Palacios와 크리스토프 페나스 Christophe Penasse가 한 말이다. 2010년 스튜디오를 오픈한 두 사람은 스페인을 비롯해 독일, 프랑스, 노르웨이, 이탈리아, 덴마크, 미국 등 전 세계 곳곳에서 공간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디자인에 대한 독특하고 창의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접근 방식으로 뉴욕타임스, AD 등을 비롯한 유수의 매체에서 ‘올해의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선정되며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이들이 가장 잘하는 것 중 하나는 3D 기술과 발렌시아 현지 장인들의 핸드메이드 기술을 접목시켜 가구와 소품 컬렉션을 디자인하는 것. 다채로운 색감과 모양, 질감으로 공간에 재미를 더하는데, 새롭게 론칭한 컬렉션 브랜드인 마스 크리에이션 Mas Creations에서 그 재치를 엿볼 수 있다.

스테인리스 주방 수납장에 삼각형 디자인을 더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주방. 아일랜드 앞에 놓인 철제 의자는 마스 크리에이션의 클라우드 Cloud 스툴.

유쾌한 컬러감이 돋보이는 사이드 테이블.

이탈리아 테라코타 장인인 포기 우고 Poggi Ugo의 100주년을 위해 디자인한 마스크 오브제.

마치 옛 왕좌를 떠오르게 하는 마스 크리에이션의 트라이앵글 체어로 다이닝 공간을 꾸몄다.

“100년 전 지어진 이 집이 지닌 아름다움을 존중하면서도 역사적 성격과 본질을 되도록 유지하고 싶었어요. 발렌시아 지역에서 만들어진 기존 유압 타일 바닥과 더불어 천장, 벽돌담을 그대로 유지한 이유죠. 1층은 사무실 공간으로, 2층은 우리가 거주하는 주거 공간으로 꾸몄어요.” 사무실 공간에는 파사드와 비슷한 격자 무늬를 살린 탁자를 만들어 배치했다. 방마다 각기 다른 색감의 대비를 더해 활기를 더한 뒤 벽에는 여러 층의 주름 커튼을 달아 따뜻함을 불어넣었다.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면 내부 마당이 자리하는데, 이곳은 다채로운 관엽 식물을 키우는 정원이자 가벼운 운동을 하거나 점심을 먹기도 하는 다목적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계단을 통해 한 층 위로 올라가면 주방과 거실이 나타난다.

마치 구름 위의 모습을 떠오르게 하는 몽환적 디자인의 클라우드 체어와 풋레스트.

1층 사무 공간과 2층 거주 공간 사이에 자리한 내부 마당. 이곳에서 다양한 관엽 식물을 키운다.

3D 프린터로 만든 돔 디자인 침대. 외부와 차단되는 안락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간단한 티 타임을 즐길 수 있도록 침대 옆에 마련한 공간.

노란색 수제 타일로 꾸민 전통 지중해식 욕실 모습.

이 집의 하이라이트는 이제 시작이다. 정사각형, 삼각형, 원, 반원 등 기하학 형태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 연한 하늘색 주방에는 큰 삼각형 모양이 돋보이는 알루미늄 찬장과 대리석 소재 상판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마치 피라미드를 떠올리게 하는 짙은 녹색의 다이닝 체어는 보석처럼 빛나는 유리 테이블과 함께 놓였다. “이런 형태는 예전에 우리가 그래픽 디자인 하던 때를 떠오르게 하지요. 기하학적 형태에 대리석과 알루미늄, 마이크로 시멘트, 수제 타일 등 정교한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역할을 하도록 만들었어요. 이곳에 놓인 가구들은 우리 스튜디오에서 직접 디자인한 마스 크리에이션 컬렉션의 일부예요. 매 순간 특별한 질감과 형태, 재료, 색상을 강조하기 위해 노력했죠. 강렬한 색감은 공간에 신선한 활기를 불어넣어요.” 주방, 거실을 지나 테라스와 연결된 복도를 거치면 노란색의 수제 타일로 꾸민 전통 지중해식 욕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거친 시멘트로 벽을 마감해 다소 상업적인 1층의 모습과도 자연스럽게 연결감을 더했다. 가구 컬렉션을 배치한 복도 끝에는 침실이 자리한다. 연두색 돔 형태의 침대는 순식간에 모든 시선을 사로잡는다. 직접 디자인해 3D 프린터로 제작한 것. 하루를 마무리하고 이곳에 누웠을 때 세상과 완전한 단절감을 느끼기 바랐다는 두 사람의 설명이 더해졌다.

부부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라운지 공간. 커튼 안쪽으로는 명상할 수 있는 명상실이 자리한다.

내부 마당에서 바라본 침실 모습. 전통적이면서도 모던한 독특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침대 오른편에는 반원 형태의 핑크색 벽을 세우고 직접 디자인한 테이블과 의자를 배치해 간단한 티 타임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커튼이 드리워진 반대쪽 벽면은 명상을 하는 방으로 꾸몄다.“우리는 10여 년간 뉴멤피스부터 아르데코, 미래주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영향을 받았어요. 이 집은 그 모든 것과 기존 전통이 혼합 되고 집약되어 있는 공간이죠. 앞으로도 새로운 실험과 도전을 모색하려고 해요. 늘 새로운 경험과 규칙에 의문을 제기하는 프로젝트들을 시도하려고 합니다.”

입구에서 바라본 사무 공간 모습. 1925년에 지어진 집의 기존 바닥 타일과 프레임을 최대한 살렸다.

발렌시아 전통 가옥의 모습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벽돌 벽을 그대로 고수했다.

다채로운 색감 대비를 통해 공간에 따뜻함을 불어넣은 사무실 모습. 테이블은 직접 디자인한 것.

계단 아래 공간을 활용한 서재 모습. 의자는 마스 크리에이션의 U체어.

부부가 첫눈에 반한 전형적 발렌시아풍 주택 파사드 모습. 격자 무늬 장식과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대문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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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RY IN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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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트라이베카의 역사적 건축물을 단 6주 만에 리노베이션했다. 과거의 흔적과 현대적 미학이 어우러진 아티스틱한 펜트하우스다.

르네상스 리바이벌 시대의 고전미가 남아 있는 거실과 다이닝룸. 두 공간을 나누는 소파는 제작한 것. 커피 테이블은 리즈 홉킨스, 바닥에 놓인 오른쪽 작품은 로이 옥슬레이드, 다이닝룸 벽면의 작품은 로즈 와일리의 <닷&디테일 Dot&Detail>.

멕시코에서 태어나 뉴욕에 살고 있는 아티스트 클라우디아 도링 바에즈 Claudia Doring Baez는 프리즈 뉴욕 참여를 축하하기 위해 파티를 열기 로 했다. 그리고 행사 오픈하기 6주 전, 남편 알렉스와 함께 사는 집을 새롭게 바꾸기로 결심했다. 2001년 이사해 20년 넘게 살고 있는 그녀의 집은 1890년 지어진 뉴욕의 대표적인 역사적 건축물 ‘아메리카 스레드 빌딩 America Thread Building’의 펜트하우스다. 당시 뉴욕은 영국 신사 클럽에서 영감을 받은 우아한 업타운 사교 클럽을 한창 짓던 시기다. 클라우디아 집 역시 빌딩의 클럽 룸으로 지어서 과거의 웅장한 느낌을 간직하고 있었다. 역사적인 공간을 보존하면서도 새로운 현대적 미학을 불어넣어줄 디자이너가 필요했다. 더욱이 이 프로젝트를 완료하기까지 단 6주 만이 남아 있었다. 도전적인 과제에 부응해준 이는 그녀의 친구이자 건축가 크리나 아기레스쿠 로가드 Crina Arghirescu Rogard다. 크리나는 루마니아에서 태어나 이탈리아 밀라노 폴리테크니코 Politecnico di Milano 건축학부에서 공부한 후, 파리에서 일하다가 뉴욕에 정착했다. 국제적인 배경을 공유하는 두 사람은 앤티크 마켓과 디자인 페어를 함께 다니며 예술적 다양성에 대한 열정을 나누는 사이다. 짧은 시간에 클라우디아의 의도와 취향을 이해해 인테리어에 적용해줄 완벽한 파트너다.

아티스틱한 작가들의 커스텀 가구와 조명이 가득한 거실. 노란색 커피 테이블은 리즈 홉킨스. 둥근 좌석이 유머러스한 암체어는 타라스 젤티셰브 Taras Zheltyshev의 ‘림포 Lympho’. 플로어 조명 ‘아프로디테 Aphrodite’는 패트릭 나가 Patrick E. Naggar가 디자인했다.

거실과 다이닝룸으로 이어지는 복도에도 소장한 작품들을 걸었다.

화려한 패턴의 대리석과 스테인리스 스틸 조화가 멋스러운 주방. 벽면에는 클라우디아가 그린 말 그림을 걸었다.

“아메리카 스레드 빌딩에 들어가는 것은 마치 역사를 거니는 것과 같습니다. 제가 애정하는, 그래서 꼭 보존하고자 한 디테일이 많아요. 특히 입구 홀에 있는 기존의 모자이크 바닥과 아파트에 빛을 선사하는 스테인드글라스 천장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흔적들입니다.” 이 집에 대한 첫인상을 묻자 크리나가 말했다. 그녀는 집의 역사적인 요소들을 배경으로 현대적 조각을 도입하며 대비와 긴장감을 불어넣고자 했다. 구조적인 리노베이션은 진행하지 않았다. 다만, 아파트 내 기능적인 동선을 재구성하고, 가족 모임과 부부가 즐기는 파티를 위해 중요한 공간인 거실에 집중했다. 르네상스 리바이벌 시대의 기둥과 몰딩, 짙은 호두나무 패널과 벽난로 등 과거의 요소만으로도 즐거운 곳이다. 이것들이 돋보일 수 있도록 소파, 커피 테이블, 안락의자 등 모든 가구를 맞춤형 디자인으로 교체했다. 거실 중앙에 위치한 좁은 기둥에는 미스터 리즈 홉킨스 Mr. Liz Hopkins의 바게트 조명을 걸었다.

동생 아돌포 도링의 사진들을 벽면 가득 걸어놓은 복도를 지나면 무성한 식물과 아트워크가 가득한 욕실에 도착한다.

르네상스 리바이벌 시대의 스테인드글라스와 고전적 디테일이 살아 있는 아메리카 스레드 빌딩. 창 아래에는 어머니 루세로 곤잘레스의 그림을 걸었다.

클라우디아가 자신의 어머니를 그린 작품 <어머니 My Mother>.

집 안 곳곳에 전시된 방대한 예술품과 오브제 컬렉션도 중요했다. 로즈 와일리 Rose Wylie, 로이 옥슬레이드 Roy Oxlade, 파블로 피카소 Pablo Picasso, 로버트 마더웰 Robert Motherwell 등의 작품이 일상 오브제와 어우러져 있다. 또한 클라우디아의 작품과 함께 화가인 어머니 루세로 곤잘레스 Lucero Gonzales, 영화감독인 남동생 아돌포 도링 Adolfo Doring, 딸 알렉산드라 젤만 Alexandra Zelman의 그림, 사진, 조각품이 가득했다. “아파트의 모든 요소는 저마다 특별한 이야기를 숨기고 있지만, 저는 언제나 복도 문 뒤에서 힐끔 쳐다보는 초상화에 끌렸습니다.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한참 시간이 지나서야 그림의 제목을 알게 되었어요. 자신과 마찬가지로 화가인 어머니를 그린 클라우디아의 작품이었죠. 이처럼 집은 풍부한 예술적 유산을 담고 있습니다.” 크리나는 이러한 예술적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을 구상해나갔다. 거실에 걸어둔 로즈 와일리의 대형 딥디크(두 패널로 구성된 작품)가 핵심이다. 자유롭고 대담한 형태와 색상 팔레트를 바탕으로 현대적인 아티스트들과 오직 이 집을 위한 작품을 구성했다. 작품 앞에 놓인 테이블은 리즈 홉킨스가 맞춤 제작한 테이블로 작품과 어우러지도록 청회색을 사용했고, 함께 놓인 의자는 아티스트 리즈 콜린스 Liz Collins가 제작했다. 역시나 푸른 빛의 패브릭을 사용했는데, 두 개의 의자를 솔처럼 묶은 것이 특징이다. 로즈 와일리의 작품과 예술적 대화를 통해 완성된 작품의 의미를 담아 ‘대화 Conversation’라는 이름을 붙였다. 6주라는 짧은 기간에 진행된 리노베이션은 대화의 장을 만드는 작업이었다. 다양한 시기의 작품이 한데 모여 서로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이처럼 시적이고 신선한 대화가 만들어낸 장면들이야말로 진정한 역사적인 멋 아닐까.

클라우디아와 그녀의 어머니 작품으로 가득한 침실. 작품이 돋보이도록 침대는 짙은 녹색 벨벳으로 맞춤 제작했다.

침실 문 뒤에 마련한 작은 데스크. 헬레네 드 세인트 라거 Helene de Saint Lager가 디자인한 ‘맨해튼 Manhattan’. 벽면에는 로이 옥슬레이드의 그림을 걸었다.

CREDIT

에디터

Photographer

크리스 모탈리니 Chris Mottal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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