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요리에 별 관심이 없던 이들도 주방을 서성거리고 싶게 만든 영화 ‘프렌치 수프’.
영화의 여운을 좆아 개성 있는 주방의 면면을 들여다봤다.

전기오븐과 컨벡션 오븐이 나뉘어 있는 클루니 1000에 좌우로 찜기와 철판구이 기능을 추가한 모델. 가정에서보다는 쿠킹클래스나 셰프에게 적합한 모델이다. 상단의 쿡탑은 라디언트나 인덕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오븐의 위력

만다린 색상의 코마틴700은 1개의 쿡탑과 전기, 컨벡션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듀얼 오븐을 갖추고 있는 가장 심플한 라인으로 작은 공간의 주방에 추천할 만하다.
갓 구운 빵이나 파이를 오븐에서 꺼내는 순간은 언제나 기분 좋은 설렘이다. 심지어 근사한 디자인의 오븐이라면 영화의 한 장면을 금세 연출할 수 있다. 프랑스가 ‘살아 있는 유산 기업’으로 선정했을 정도로 2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라껑슈 Lacanche의 오븐은 존재만으로도 주방에 클래식한 감성을 불어넣는다. 한 명의 장인이 하나의 제품을 책임지고 만드는 라껑슈의 전기오븐레인지는 대부분 수작업으로 진행돼 작품과도 같다. 서초동에 위치한 애드 아스트라의 쇼룸에서 만난 라껑슈는 특유의 또렷한 애나멜 색감과 클래식한 디자인의 다이얼을 갖추고 있었다. 특히 블루, 오렌지, 블랙, 버건디 등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색상은 도자기처럼 고온에서 여러 번 구워 라껑슈만의 독특한 컬러 팔레트를 자랑한다. 사용하지 않을 때도 주방의 인상을 확실히 책임질 라껑슈는 요리 못지않게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듯하다.
유럽식 다이닝 공간

파이 틀, 소스 팬, 빈티지 그릇 등으로 장식한 벽과 오래된 목재 가구들이 어우러져 유럽의 어느 따뜻한 레스토랑에 온 것 같은 ‘낙타’의 다이닝 테이블.
푸드 크리에이터 김채정 대표가 서촌에 오픈한 ‘낙타’. 그때마다 프로젝트에 맞게 변화하는 공간이지만 빈티지하고 사랑스러운 무드가 한껏 반영돼 있다. 원래 슈퍼마켓이던 공간을 리모델링했는데, 덮여 있던 천장을 들어내니 멋스러운 목재 구조가 나와서 이를 그대로 살렸다. 국내에서 발견한 유럽풍 빈티지한 디자인의 타일을 벽 중앙에 포인트로 시공하고, 그동안 모아온 빈티지 접시와 소스 팬 등을 액자처럼 걸어서 장식해 프랑스 어느 시골 마을의 포근한 카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카페 한 코너에는 헤이의 인디언 플레이트 랙을 벽에 고정하지 않고 프리스탠딩으로 세워서 그릇과 오브제를 감각적으로 수납했다. “이곳은 가변적인 공간이에요.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어서 곧 또 다른 모습으로 오픈할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빈티지한 요소가 있지만 언제든 다른 컨셉트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죠”라는 김채정 대표의 말처럼 낙타의 다음 얼굴이 궁금해진다.
이유 있는 맥시멀리즘

녹색 타일의 인상이 확실한 박수지 디렉터의 작업실은 빈티지한 맥시멀리즘 그 자체다. 빠르게 생기고 사라지는 요즘 콘텐츠 대신 느리지만 마음의 동요를 일으키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그녀의 바람은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이곳 작업실에서 이뤄진다.

성북동 뷰가 한눈에 시원하게 보이는 주방 창문. 빈티지 그릇장에 좋아하는 그릇들을 수납했다. 펜던트 조명과 그릇들을 보면 녹색을 좋아하는 박수지 대표의 취향을 읽을 수 있다.
푸드 컨텐츠를 만드는 박수지 디렉터의 작업실은 성북동 언덕에 위치한다. 분홍빛 포인트와 녹색 타일의 대비가 강렬한 이 공간은 원래 주인의 잔재다. “공간을 계약하고 나서 보니 제가 좋아하는 녹색 타일이 발라져있었어요. 그대로 두고 타일과 어울리는 핑크색 페인트칠을 했죠. 일반적으로 잘 사용하지 않는 컬러 대비라는 점이 오히려 매력적이었어요. 별다른 공사 없이 살림살이만 들여왔죠. 처음보다 물건이 많아졌지만요. 최근에 본 영화 ‘프렌치 수프’는 저에게 새로운 시각을 선사해줬어요. 대사도 별로 없이 요리를 만드는 모습과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자율감각쾌락반응) 같은 소리를 보고 들으며 좀 더 진정성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단 생각을 했거든요.” F&B 브랜드 컨설팅부터 개인 콘텐츠까지 분주한 그녀의 일상이 이뤄지는 작업실은 성북동 아래가 내려다보이는 시원한 뷰를 자랑한다. 이곳은 좋아하는 식재료부터 그릇, 가전제품까지 직접 먹어보고 사용해보며 자신만의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는 박수지 대표의 또 다른 자화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