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nal Tou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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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베로니크 코트렐은 방들이 연속하는 이 우아한 듀플렉스를 고치기 위해 벽을 철거하고 시크한 호두나무 박스를 설치해 공간에 리듬감을 주었다. 마법 같은 리노베이션이 성공했다.

나선형 스틸 계단이 층을 연결해주고 컨템퍼러리한 분위기를 더해준다. 암체어는 카시나, 조명 ‘브룸베리 Brumbury’는 구치니 Guzzini. 태피스트리는 마라케시의 수피안 자리브. 계단은 에스칼리에 데코 Escaliers Decors

 

거실과 다이닝 룸은 책장으로 구분해 연결시켰고, 그 옆의 벽난로 배관은 호두나무로 감쌌다. 암체어와 카나페 ‘센구 Sengu’는 카시나 Cassina. 낮은 테이블 ‘올로 Olo’는 모그 Mogg. 트레이는 H & M 홈 H& M Home. 독서등 ‘아룸 플로어 램프 Arum Floor Lamp’는 펌 리빙 Ferm Living. 태피스트리는 마라케시 Marrakech의 수피안 자리브 Soufiane Zarib. 책장 안에 있는 조명 ‘미니피피스트렐로 Minipipistrello’는 마티넬리 루체 Martinelli Luce. 일본 인형과 부처 머리는 벼룩시장에서 구입. 모빌 ‘이스탄불 골드 Istanbul Gold’는 볼타 Volta.

재치 있는 박스! 한 박스에는 드레싱 룸과 화장실이 있고, 또 다른 박스에는 세탁실과 기계 시스템 장치가 있다. 이 호두나무 박스는 벽을 세우지 않고 공간을 나눈다. 의자 ‘플래트너 Platner’는 놀 Knoll. 꽃병은 AMPM. 벽등은 켈리 웨어슬러 Kelly Wearstler. 바닥재는 오트르망 레 솔 Autrement Les Sols.

이 듀플렉스는 정말 섹시하지 않았어요. 재미없는 방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죠.”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 커플인 줄리앙 과 장 크리스토프는 가능성을 바로 알아봤다. “이 집은 파리 3구의 특별하고 멋진 호텔에 있거든요. 지붕 아래에 엉거주춤하게 자리한 이 아파트를 고급스럽게 만들어야 했어요. 주변의 훌륭한 환경과 연결을 지으려면 말이죠.” 실내 건축가 베로니크 코트렐이 말한다. 모든 걸 다시 디자인해야 했다. 첫 번째 단계는 145㎡인 이 아파트의 공간감을 재구성하기 위해 벽을 허무는 것이었다. 여러 개의 작은 천창에서 들어오는 빛의 조각을 잃지 않으면서 공간을 새로 만들기 위한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줄리앙과 장 크리스토프는 베로니크가 제안한 초안부터 마음에 들었다. 베로니크는 시크한 호두나무 각재로 만든 두 개의 박스를 설치해 벽을 세우지않고 1층을세공간으로나누었다. “빛을지키기위해창과창사이에 박스를 설치했어요.” 두 개의 나선형 스틸 계단은 침실과 욕실로 연결해주고 컨템퍼러리한 분위기를 더해준다. 베로니크는 좋은 재료만 선택했다. 박스의 호두나무가 맞춤 제작한 오래된 떡갈나무 마루(베르사유의 타일을 연상시킨다)와 어우러진다. 화이트 색조로 칠한 벽과 가구는 나무를 돋보이게 만든다. 지붕 아래의 듀플렉스는 이제 고급스러운 다른 층에 비해 전혀 부러울 것이 없다.

다이닝 룸은 전망이 좋고 빛이 잘 든다. 테이블 ‘플레임 Flame’은 보날도 Bonaldo. 볼과 접시는 프라고나르 Fragonard. 의자 ‘플래트너’는 놀. 패브릭을 입힌 벤치는 브루더 Bruder. 쿠션은 엘리티스 Elitis. 벽등은 네모 라이팅 Nemo Lighting.

 

호두나무로 맞춤 제작한 주방 가구가 인테리어와 잘 어우러진다. 수전은 네브 Neve. 개수대 근처에 있는 볼은 빈티지, 도마와 트레이는 자라 홈 Zara Home, 작은 잔은 H & M 홈. 건축물 판화는 샌더 파텔스키 Sander Patelski. 높은 테이블은 맞춤 제작. 주철 차주전자와 찻잔은 기 드그린 Guy Degrenne. 타부레 ‘바 스툴 Bar Stool’은 노만 셔너 Norman Cherner 디자인, 셔너 체어 Cherner Chair. 책장 안에 있는 나무 새는 비트라 Vitra.

 

호두나무 박스와 책장이 이 집의 논리에 따라 삶의 공간을 경계 짓는다. 암체어 ‘갈리온 Galion’은 스타이너 Steiner, 생투앙 Saint-Ouen 벼룩시장에서 구입. 쿠션은 에르메스 Hermes.

 

3D 프린트한 벽지(엘리티스)로 부조 효과를 주었다. 노란색과 흰색 쿠션, 양모 담요는 에르메스. 침대 옆 테이블은 자고 Zago. 벽등 ‘엔나 Enna’는 아스트로 Astro. 펜던트 조명 ‘스페클 펜던트 Speckle Pendant’는 펌 리빙. 태피스트리는 마라케시의 무스타파 블라위 Mustapha Blaoui.

 

수납장은 스칸디나비아 빈티지. 조각 같은 꽃병은 무토 Muuto. 암체어는 NV 갤러리 NV Gallery. 태피스트리는 마라케시의 무스타파 블라위.

 

스위트룸 분위기의 부부 침실은 미닫이 문으로 욕실과 나뉜다. 세면대는 맞춤 제작. 수전은 네브. 태피스트리는 이케아 Ikea. 욕조 ‘발로르 Valor’는 리호 Riho. 촛대와 꽃병은 마라케시의 수피안 자리브. 욕실 타월은 봉스와 Bonsoirs. 벽등 ‘베르사이유 Versailles’는 아스트로.

나무 프레임에 복슬복슬한 패브릭을 입힌 암체어 ‘셔네이 Shenay’는 웨스트윙 Westwing. 65 × 82 × 82cm, 699유로.돌로 만든 낮은 테이블 ‘올로 Olo’는 안토니오 파코 Antonio Facco 디자인이며, 모그 제품. 메이드 인 디자인 Made in Design에서 판매. 70 × 33cm, 996유로.

워시드 리넨과 면으로 된 쿠션 ‘페이라도’는 알리네아. 30 × 50cm, 22유로.

양모, 면, 폴리에스터로 짠 태피스트리 ‘잔트라 Zantra’는 케이브 홈 Kave Home. 200 × 300cm, 439유로.  

떡갈나무와 아카주 나무로 된 장식장 ‘올리비에 Olivier’는 아트모스페라 Atmosphera. 160 × 44.5 × 70cm, 399유로.  

면과 실크로 된 담요 ‘노레아 Norea’는 카라반 Caravane. 130 × 170cm, 175유로.  복슬복슬한 패브릭 카나페 ‘자보트 Jabote’는 AMPM. 다리는 너도밤나무. 201 × 101 × 78cm, 3029유로.

세라믹 꽃병 ‘패러독스 Paradox’는 조나단 애들러 Jonathan Adler 디자인이며, 메이드 인 디자인에서 판매. 30 × 10 × 25cm, 270유로.

CREDIT

에디터

발레리 샤리에 Valerie Charier

스타일리스트

비르지니 뤼시-뒤보스크 Virginie Lucy-Duboscq

포토그래퍼

디디에 델마 Didier Del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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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Canvas for Living

A Canvas for Liv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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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크리나 아르기레스쿠 로가드에게 집은 삶과 예술이 만나는 장소다. 그녀의 브루클린 타운하우스는 개인적인 열정과 창의성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으로 완성되었다.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쓴 다이닝 룸. 벽면 가득한 선반에는 크리나가 여행 중에 모은 오브제와 테이블웨어를 올려두었다.

“집은 단순한 거주지가 아니라, 우리의 정체성과 열정, 그리고 삶의 이야기가 머무는 공간입니다.” 크리나 아르기레스쿠 로가드는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이렇게 말한다. 뉴욕과 파리에서 활동하는 건축가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크리나는 밀라노에서 공부한 후, 프랑스 파리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후 창의적인 에너지와 역동적인 예술 씬에 매료되어 뉴욕으로 이주해, 2013년 자신의 건축 스튜디오를 시작해 현재까지 이끌고 있다. 그녀의 타운하우스는 이러한 철학이 반영된 공간으로서 주거 공간 이상의 아름다움과 기능성을 실현한 곳이다. 처음 이 집을 마주했을 때, 크리나는 운명 같은 끌림을 느꼈다. 기존 브루클린 하이츠 아파트의 리노베이션 계획으로 새로 집을 찾게 되었고, 우연히 마음에 드는 타운하우스를 발견했다. “함께 일하는 동료가 이 타운하우스를 찾아주어 제가 방문했을 때, 첫눈에 반했어요. 집주인이 10년 전 우리 부부의 결혼식을 담당한 웨딩플래너라는 점도 운명처럼 느껴졌습니다.” 예기치 않은 우연으로 집주인과 연결된 인연까지 더해지며, 이곳은 그녀의 가족에게 특별한 시작점이 되었다. 타운하우스는 나무가 늘어선 거리 위에 자리 잡은 클래식한 브라운 스톤 건물로, 높은 천장과 넓은 창문, 나무 마루 바닥, 기존 문과 장식 등 매력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었다. 내부 공간은 전통적인 뉴욕 타운하우스의 평면 구조였다. 정문에 입구와 거실이 있고, 뒤쪽에는 주방과 다이닝 공간이 위치하며, 2층에는 가족실과 여러 개의 침실이 배치되어 있다. 임대주택이라 구조적인 변경이 어려웠지만 그녀는 집의 역사적인 특징과 밝고 넓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며, 가구와 예술 작품, 생활 용품으로 집을 꾸몄다. 제한된 조건이 오히려 집 공간을 기능적이면서도 미적으로 흥미롭게 만들기 위해 혁신적으로 생각하도록 자극을 주었고, 그 결과 더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었다. 과거 프로젝트에서 사용했던 요소도 자연스럽게 집 안에 녹아들었다. 그녀는 “이전에 진행한 프로젝트와 다시 협업하는 기분이었다”고 말한다. 침실에 있는 가에타노 페세 Gaetano Pesce 디자인의 플로어 램프는 뉴욕 북부 프로젝트에서 샹들리에 팔 디자인을 위한 프로토 타입으로 사용된 작품이다. 스튜디오 드리프트 Studio Drift의 테이블 램프 역시 이전 프로젝트에서 재활용되어 새로운 생명과 목적을 얻었다. 그녀의 작업에서 자주 협업하는 아티스트 리즈 홉킨스 Liz Hopkins와 디자인한 식탁, 커피 테이블, 입구의 스콘스 등 여러 가구와 조명도 그녀의 손길이 담긴 작품이다. 또한 그녀는 전 세계에서 온 다양한 가구와 오브제로 집을 채우고자 했다. 특히 이탈리아 디자인에 대한 열정을 바탕으로 지오 폰티 GioPonti, 카를로 몰리노 Carlo Mollino, 안드레아 브란치 Andrea Branzi같은 디자이너들의 작업에서 영감을 받았다. 거실에 놓인 토템 조각상은 가족의 오래된 보관 상자를 활용해 직접 만든 작품으로, 이탈리아 멤피스 디자인 운동의 일원이던 에토레 소트사스 Ettore Sottsass의 작업을 떠올리게 한다. 그녀는 “가구를 구상하면서 방이 단조롭지 않고 생동감이 넘치도록 대담한 디자인을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기능성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집이 되었다”고 말한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크리나 아르기레스쿠 로가드가 멤피스 스타일로 제작한 토템 오브제 옆에 서 있다.

빈티지 이탈리아 펜던트 조명과 짙은 그린 패브릭으로 꾸민 패밀리 룸. 다각형의 커피 테이블은 크리나가 디자인하고 파비엔 르호스티스 Fabienne L’Hostis가 제작했다. 벽면의 레진 아트워크는 리즈 홉킨스.

알렉산드리아 타버 Alexandria Tarver의 꽃 그림이 주방에 톡톡 튀는 색감을 더한다.

크리나가 모은 애장품과 아트북을 놓은 거실 전경. 이곳에서 창의적인 미팅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리즈 홉킨스가 제작한 벽등을 걸어둔 현관. 계단 난간 기둥은 나탈리 산 레그노 Nathalie Sann Regnault가 직조한 끈으로 감쌌다.

리즈 홉킨스의 레진 테이블과 레이니 홈 Raini Home의 다이닝 체어를 놓은 거실.

높은 창 너머로 브루클린 스트리트를 내려다볼 수 있는 침실. 침대 앞에는 디자이너이자 엔지니어인 케이 르로이 러글스 Kay LeRoy Ruggles의 선반을 두었다.

크리나에게 집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제게 집은 건축이 개인적인 표현과 만나는 성소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서 당신과 함께 진화하고, 당신의 열정과 정체성을 반영하는 공간이죠.” 그녀는 이 집을 설계하며 자신의 예술, 디자인, 색상, 빛에 대한 사랑을 편안함과 창의성을 자극하는 요소로 결합시켰다.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집을 디자인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가장 큰 도전은 언제 끝을 맺어야 할지 아는 것이었어요. 저는 집을 완성된 상태로 보기보다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변화하는 작업으로 봅니다.” 그녀의 집은 현재도 진화 중이며, 앞으로도 친구와 가족이 함께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갈 공간으로 남기 바란다고 덧붙인다. 따뜻함과 기능성,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루며 일상 속 삶의 질을 높이는 살아 있는 캔버스 같은 집. 이곳에서 그녀의 창의성과 열정은 계속해서 빛을 발하고 있다.

가에타노 페세의 발 조각품과 루이지 반디니 부티 Luigi Bandini Buti가 디자인한 카르텔 Kartell의 플로어 램프를 두어 유머러스한 공간을 연출했다.

거실 창문 앞에 놓아둔 테이블 조명은 비코 마지스트레티 Vico Magistretti가 디자인한 빈티지 제품 텔레고노 Telegono.

클래식한 브라운 스톤 건물의 특징이 잘 보이는 계단.

거실 코너에 자리한 조 콜롬보 Joe Colombo의 조각 의자.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크리스 모탈리니 Chris Mottal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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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의 소우주

건축가의 소우주

건축가의 소우주

공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건축가 마승범과 공간 디자이너인 아내의 철학과 감각이 녹아든 집. 재료와 구조, 가구 하나까지도 설계자의 깊은 고민과 애정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

마승범 건축가의 디자인 철학이 담긴 OP 시리즈 가구. 거대한 건축 서적을 보관하기 위해 시작된 책장 디자인이 OP 시리즈로 발전했다. 모듈형 구조로 여러 개를 쌓거나 나란히 배치해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따스한 햇살이 스미는 거실. OP 시리즈 가구를 중심으로 단순한 형태의 기성 가구들과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장 푸르베 다이닝 체어와 함께 배치된 다이닝 테이블 역시 제작한 것.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마승범 건축가. 사이드 테이블 위의 작품은 민준홍 작가의 작품으로 공간에 예술적 깊이를 더한다.

서울 이태원의 한 조용한 골목길. 스튜디오 SMA의 대표이자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건축학부 교수로 활동 중인 마승범 건축가는 건축과 디자인의 경계를 허물며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하고 있는 창작자다. 공간 인테리어는 물론 가구와 오브제 디자인까지 아우르며, 그의 작업은 기능과 미학의 조화를 통해 독창적인 건축적 해석을 선보이고 있다. 그런 그와 그의 아내는 이곳에서 새로운 삶의 장을 열었다. “집은 나를 편안하게 하고, 다시 에너지를 재충전하며, 사소한 걱정을 내려놓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해요. 그리고 그런 공간은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고, 진정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공간과 형태를 통해 삶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탁월한 감각을 지닌 마승범 건축가의 철학은 그의 작업에서, 그의 삶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결혼 후, 부부가 처음 머물렀던 집은 서울 이화여대 근처의 작고 아늑한 아파트였다. 이후에 좀 더 넓고 편리한 환경을 찾아 한남동으로 옮겼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자신들만의 색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공간에 대한 갈망을 품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이태원의 오래된 아파트를 발견했다. 50년의 세월을 머금은 이 건물은 그들에게 주거 공간 이상의 가능성을 품고 있었고, 부부의 삶의 새로운 시작을 여는 장소로 더 없이 완벽했다. “우리의 삶을 담아낼 수 있는 곳이어야 했어요. 단순히 사는 곳이 아니라, 우리가 그리는 이상을 구현할 수 있는 캔버스 같은 집을 원했어요. 똑같은 아파트 레이아웃에서 살아가는 대신, 이곳에서 우리만의 색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이태원 집은 부부의 결혼 생활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건축가와 공간 디자이너라는 전문가 커플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집을 새롭게 디자인했다. 오래된 건물의 구조적 특성과 현대적 감각을 조화시키며, 그들의 삶의 철학을 집 안 곳곳에 담아냈다.

시각적 불필요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납 디자인에 세심하게 신경 쓴 주방.그 덕분에 간결한 선과 면이 더욱 돋보인다.

수납장은 천장 끝까지 올리지 않고 상단은 글라스로 마감해 답답함을 덜고 시각적 개방감을 더했다.

집의 중심에는 마승범 건축가가 직접 디자인한 OP 시리즈 가구가 있다. OP는 ‘Opus’의 약자로, 음악에서 작품 번호를 의미한다. “OP 시리즈는 단순히 기능적인 가구가 아닙니다. 음악에서 비례와 리듬이 조화를 이루듯, 건축에서는 구조와 형태를 통해 공간에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오브제예요. 기둥, 보, 바닥판 같은 기본적인 건축 요소를 응용해 형태를 만들어냈고, 사용자가 그 형태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기능도 달라지죠. 단순히 책장을 넘어, 작은 건축물 같은 존재감을 가진 가구로 디자인하고 싶었어요.” 그의 말처럼 OP 시리즈의 책장은 단순한 수납 가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자작나무 합판에 도장된 표면은 견고함과 따뜻함을 동시에 전달하며, 기성 가구와 함께 배치해 집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묶어내는 역할을 했다. 이 집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다양한 소재의 조화로 다층적인 매력을 자아낸다는 것이다. 마승범 건축가와 그의 아내는 바닥에 따뜻한 원목 마루를 깔아 기본 톤을 만들고, 단순한 흰색 벽면을 통해 전체적으로 통일감을 주었다. 여기에 금속, 유리, 나무 소재를 활용한 디테일을 더하며 각각의 재료가 가진 특성을 조화롭게 결합했다. “재료 자체의 본질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했어요. 단순히 재료를 채워 넣기보다, 불필요한 요소를 줄이고 재료 본연의 느낌으로 공간을 완성하고 싶었어요. 그래야 공간이 주는 경험이 더 깊어지고,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다가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집의 첫인상이라 할 수 있는 현관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스테인리스 소재로 천장을 마감해 겨울 호수의 얼음처럼 은은하게 반사되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스테인리스는 그 자체로 공간의 깊이를 확장시키는 매력이 있어요. 천장이 빛을 은은하게 반사하면서, 현관에서부터 집 안으로 이어지는 특별한 감각을 만들고 싶었어요.” 주방 역시 부부가 애정을 담아 설계한 공간이다. 기본적인 레이아웃을 직접 구상한 뒤, 주방 가구 브랜드 보비아 Vobia와 협업하여 디테일을 완성했다. 대리석 대신 유지 관리가 용이한 스테인리스 아일랜드는 특히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스테인리스의 반사되는 빛은 공간에 깊이감을 더해줄 뿐 아니라, 현관과 마찬가지로 겨울철 호수에 낀 얼음을 떠올리게 하는 감각적인 요소까지 더했기 때문이다. 이태원 집은 단순히 부부의 취향을 반영한 공간을 넘어, 그들의 삶과 철학 그리고 이야기가 담긴 장소다. 불필요한 것은 덜어내고 진정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한 마승범 건축가 부부.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을 애정과 철학이 담긴 안락한 보금자리는 두 사람의 삶을 온전히 담아낸 작은 우주 같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화사한 주황빛 그림은 채지민 작가의 작품으로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이태원의 풍경이 한눈에 펼쳐지는 테라스.

거실장 한쪽을 채우는 아내의 취미인 어린이 동화책 수집품. 다양한 동화책이 공간에 따뜻함을 더한다.

천장 끝 상단을 글라스로 마감해 구조적 단조로움을 해소하며 디테일에 재미를 더했다.

마승범 건축가의 홈 오피스. 실용성을 고려해 디자인한 OP 시리즈 가구가 공간을 채운다. 벽면에는 현관과 같은 채지민 작가의 작품이 걸려 있다.

공간 디자이너인 아내의 서재. 잉고 마우러의 조명을 포인트로 활용해 세련된 감각을 더했다.

아늑하면서도 절제된 부부 침실. 침대 프레임 역시 맞춤 제작으로 공간에 조화를 이뤘다.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임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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