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아버지가 머물던 사무실을 고치며 발견한 오래된 건물의 기억. 수십 년의 세월이 쌓인 거친 벽돌 천장 아래 현대적인 예술 작품을 채워 감각적인 살롱을 완성한 건축가 마르코의 나폴리 아파트.


“건물이 스스로 무언가를 말해주는 순간이 있습니다.” 파드 아키텍츠 FADD Architects의 대표이자 건축가인 마르코 아크리가 나폴리 집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며 한 말이다. 리노베이션 공사가 한창이던 어느 날, 가천장을 철거하자 수십 년 동안 감춰져 있던 거친 벽돌 볼트 천장이 거짓말처럼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다. 이 집의 이야기는 무언가를 새로 더하는 과정이 아니라, 이렇듯 오랫동안 숨겨져 있던 건물의 속살을 ‘발견’하는 순간에서 시작됐다. 원래 계획은 장식 천장을 깨끗하게 복원하거나 완전히 새롭게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유산 앞에서 부부의 계획은 잠시 멈출 수밖에 없었다. 복원할 것인지, 다시 덮을 것인지, 아니면 발견한 그대로 남겨둘 것인지. 두 달 가까운 고민 끝에 마르코는 건물이 들려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쪽을 선택했다. 이 극적인 반전을 품고 완성된 카사 셀레스테 Casa Celeste는 나폴리 역사 지구에 자리한 80㎡ 규모의 아파트다. 이곳은 원래 마르코의 아버지가 사용하던 사무실이었다. 은퇴 후 잠시 거주 공간으로 활용해왔지만, 나폴리와 아내 안나는 어느 순간 나폴리 안에 자신들만의 중심점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나폴리와 밀라노, 코모를 오가는 바쁜 이동의 리듬에서 벗어나 잠시 속도를 늦추고,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떠올릴 수 있는 공간 말이다.




부부는 이 의미 있는 공간을 자신들의 안식처이자 작업 공간, 그리고 컬렉터와 친구들이 드나드는 작은 살롱으로 고쳐 쓰기로 했다. 리노베이션은 공간에 쌓인 역사를 이어가는 작업이었다. 우선 벽으로 분리되어 있던 주방과 거실은 하나의 열린 공간으로 연결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부부가 가장 오랜 시간 공들여 완성한 거대한 라이브러리를 배치했다. 약 4.5m 높이의 천장 가까이 이어지는 선반에는 어떠한 수직 지지대도 드러나지 않는다. 벽체에 직접 고정한 캔틸레버 구조를 통해, 마치 책장이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시각적 효과를 준 것이다. 책과 오브제, 예술 작품이 채워질수록 이 구조물은 가구를 넘어 집의 고유한 풍경이 된다. 하지만 이 집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빼앗는 주인공은 역시 천장이다. 주방과 거실 위를 가로지르는 거친 벽돌 볼트 천장은 공간 전체에 예상치 못한 깊이감을 만든다. 오래된 흔적을 감추기보다 드러내는 선택은 조명 계획에도 영향을 미쳤다. 매입 조명을 숨길 수 없게 되자 기존 철제 빔을 따라 가느다란 전기 레일을 설치했다. 작은 조명들은 천장을 비추면서도 스스로는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다. 공간의 주인공은 언제나 건물이 품고 있던 원래의 구조이기 때문이다. 침실로 들어서면 커다란 아치를 그리는 천장에 마르코가 직접 제작한 별자리 작품 <27081981>이 있다. 집의 이름인 ‘카사 셀레스테’ 역시 이 공간에서 비롯됐다. 특정 날짜와 시간, 그리고 이 장소에서 보이는 별자리 배열을 손으로 구현했는데, 마르코는 이를 두고 “이 장소에만 존재하는 하나의 하늘”이라고 말했다.




공간을 채우는 것은 건축만이 아니다. 거실 한쪽에 놓인 옐로 레더 소재의 폴트로나 프라우 암체어 두 점은 마르코의 부모님이 약 45년 전 구입한 가구다. 어린 시절부터 늘 곁에 있던 의자를 이 집으로 옮겨온 이유에 대해 그는 질감과 냄새, 그리고 그 의자에 머무는 빛을 이야기했다. 새로운 공간 안에서도 계속 이어지고 싶은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카사 셀레스테는 새로운 집을 짓는 이야기라기보다 흩어져 있던 시간을 지금의 삶으로 다시 연결하는 작업이다. 건물의 오래된 흔적과 부모님의 가구, 어린 시절의 기억은 이곳에서 비로소 현재의 일상과 조우한다. 서로 다른 시간이 한 공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포개지는 것이다. 마르코는 이 과정을 ‘거주 가능한 기억’이라고 표현한다. 매일 아침 안나와 함께 나눈 식사, 아틀리에로 작품을 보러 찾아온 컬렉터들,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친구들과의 대화까지. 결국 집을 집답게 만드는 것은 그 안에 쌓이는 시간들이다. 두 사람의 삶은 여전히 이동 중이다. 앞으로 어디에 머물게 될지 알 수 없지만, 나폴리는 언제나 그들의 출발점이자 귀환의 장소로 남아 있을 것이다. 카사 셀레스테 역시 그들을 기다리는 등대처럼, 사랑하는 사람들과 기억을 품은 채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