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남과 숨김 사이

드러남과 숨김 사이

드러남과 숨김 사이

유리로 완성된 가구는 투명 플라스틱 가구에서 느낄 수 없는 아슬함, 두툼한 두께에서 오는 묵직함이라는 상반된 감각을 품고 있다. 주변 환경을 투과시키며 어우러지지만 아찔한 매력으로 존재감을 발하는 유리 소재 가구 이야기.

↑ 네오/크래프트에서 출시한 아이솜은 옆으로 길게 매치하거나 위로 올리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다.

현대 디자인의 시초였던 바우하우스의 철학은 미스 반 데 로에의 명언 “Less is more”를 통해 정점을 찍었다. “간결한 것이 더 아름답다”는 그의 말은 디자이너들에게 꽤 오랫동안 디자인의 십계명으로 받아들여졌고 여전히 유효하다. 그 간결함의 끝은 어디일까? 최신 기술의 집약체인 전자제품, 특히 스마트폰 디자인의 경우 더 이상 뺄 것이 없어 보인다. 여기저기 튀어나왔던 버튼도 아주 최소한만 남겨놓고 액정 안으로 숨겨버렸으니 말이다. 디지털 기기와는 방식이 좀 다르지만 가구들도 모습을 감추고 있다. 나무, 철 등으로 이루던 몸체를 유리로 바꾸면서부터다. 테이블의 상판이나 수납장의 일부만을 이루는 게 아니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유리로 된 가구 말이다. 곧 깨져버릴 것같이 아슬아슬한 매력을 지닌 이 유리 가구를 보면 소재의 투명한 특성에서 오는 긴장감이 느껴진다. 두근거리고 설레게 만드는 무언가 때문에 요즘 디자이너들이 유리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 같다.

1,2 콘스탄틴 그리치치가 디자인한 맨 머신 컬렉션 중 의자와 테이블. 3 콘스탄틴 그리치치가 맨 머신 테이블을 살펴보는 모습.

베를린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은 디자이너 세바스티안 셰러 Sebastian Scherer는 최근 디자인 브랜드 ‘네오/크래프트 Neo/Craft’를 론칭하고 유리 재질의 사이드 테이블 ‘아이솜 Isom’을 출시했다. 아이솜은 육각형의 유리 상판과 하부의 다리 역할을 하는 3개의 유리 판재가 겹쳐지는 구조로, 하나의 상판이 미묘하게 다른 3가지 색상으로 제작된 듯한 착시를 만들어낸다. 또 육각형의 특징인 자유로운 확장성을 지녀 아이솜 유닛들을 활용하면 긴 테이블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능적인 묘미가 있다. 아이솜은 전통적 판재 유리에 CNC 기술을 적용해 제작되며, 가구 제작을 위한 네오/크래프트의 혁신적 노력은 ‘인테리어 이노베이션 어워드 2015 Interior Innovation Award 2015’로 연결되는 기쁨을 가져다주었다.

1 벽에 기대어 사용하는 시머 거울은 아랫면으로 갈 수록 투명하게 제작되었다. 2 빛에 따라 그러데이션 색상이 달라지는 모습이 환상적이다. 3 네오/크래프트에서 출시한 아이솜은 옆으로 길게 매치하거나 위로 올리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다. 4 여성스러운 곡선이 특징인 시머 컬렉션.

디터 람스 이후 가장 주목받고 있는 세계적 명성의 독일 디자이너 콘스탄틴 그리치치 Konstantin Grcic도 유리 가구를 선보였다. 프랑크푸르트의 전통 유리 기술자와 협업해 선보인 ‘맨 머신 Man machine’ 컬렉션은 파리의 ‘갤러리 크레오 Galerie kreo’를 위해 8개만 제작된 한정판이다. 맨 머신은 건축과 인테리어에서 주로 사용되는 유압 피스톤 방식의 구조를 적용해 유리가 기능적 가구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람의 근육 움직임과 유사함을 가진 무빙 구조는 판재 유리를 접이식 테이블, 등받이 조절 의자, 여닫이 수납장 등 기능적인 가구로 재탄생시켰고 그리치치는 독일의 냉철하고 혁신적인 디자인 정체성을 이 작품에 그대로 반영했다.
스페인 태생으로 밀라노에 거점을 두고 활동하는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 Patricia Urquiola는 이탈리아 유리 브랜드 글라스 이탈리아 Glas Italia와 함께 2015년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서 ‘시머 Shimmer’ 컬렉션의 신제품을 공개했다. 합판 유리 소재로 테이블, 콘솔, 선반을 만들었는데 보는 각도에 따라 유리 표면에 미묘하게 생기는 컬러 그러데이션이 아주 환상적이다. 빛과 각도에 따라 변화하는 색상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들인다. 뿐만 아니라 가까이에서 보면 살며시 드러나는 미세한 도트 패턴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낸다. 최소한의 곡면만이 지면과 벽에 맞닿게 디자인했으며 단순한 곡면의 형태가 가볍고 투명한 유리의 재질로 완성되며 당장이라도 공중으로 떠오를 듯한 감정을 이끌어낸다. 유리 소재의 아름다움과 기능적 측면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모두 만족시킨 디자인 작업을 선보인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에게 유리 소재에 대한 가능성을 물었다.

INTERVIEW
글라스 이탈리아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유리의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유리 재질의 투명함을 강조할 수 있는 제품을 떠올렸다. 최종적으로 유리 표면의 빛반사와 굴절을 통해 감각적인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려고 했다. 시머의 표면이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면서 그러데이션과 패턴이 달라지고 일상적인 공간을 감각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해준다.

최근 바카라, 카르텔, 글라스 이탈리아 등 투명한 재료를 사용하는 많은 브랜드와 협업했는데 각 브랜드는 어떤 차이가 있었나? 프랑스의 크리스털 브랜드 바카라는 250년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현재까지 이뤄온 고무적인 결과물과 오랜 역사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와 동시에 현재 그들의 기술과 고객들에 대해서도 많이 연구해야 한다. 반면 새롭게 시장에 도전하는 브랜드는 그들만의 새로운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이런 브랜드와 일할 때는 자유롭게 디자인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기술의 발달로 강화유리를 개발할 수 있게 되었다 하더라도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해 특별한 기술이 필요할 거 같다. 당신이 가진 아이디어를 얼마나 구현할 수 있었는가? 우리는 테크놀로지가 어디에서 시작되었으며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현실적인 어려움은 이러한 예상과 달리 작고 사소한 문제에서 시작된다. 나는 늘 중요하게 여기고 지키려 하는 것이 ‘엄격함’이다. 우리는 언제나 디자인을 위한 작은 과정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반면 손쉬운 방법이나 지름길을 통한 프로세스는 지양한다. 이번에도 쉽지 않았지만 잘 해결되었고 결과물도 아주 만족스럽다.

이번 신제품 ‘시머 shimmer’의 테이블, 선반을 사각형이 아닌 타원형으로 디자인한 이유가 있나? 유리 재질을 가구 디자인에 적용시키려고 할 때 가장 첫 번째 난관이 강도라고 생각한다. 곡선 형태는 분명 기술적 어려움을 동반하지만 이전에 직선 형태의 유리 가구가 주는 공격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여성스럽고 아주 부드러운 이미지를 전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무, 패브릭, 금속, 세라믹 등 다양한 소재들 가운데 유리만의 매력을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유리는 매우 다루기 어려운 소재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또 하나의 문장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다양한 감각의 뒤섞임을 전해주는 재질이다. 이렇게 감각이 복합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깨지기 쉬운 유리의 특성과 이와 반대되는 강성, 반사, 투명함이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가구로서 유리의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유리공예는 오랜 전통을 지녔다. 그만큼 다양한 기법이 있는데 아직까지 그 기술이 가구에 모두 적용되지는 못한 것 같다. 유리 가공 기법을 계속적으로 발전시킨다면 기존의 제작 한계가 극복될 것이고 그에 따라 디자인 결과물도 더욱 세련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진식(가구디자이너) | 에디터 최고은

CREDIT
54th SALONE DEL MOBILE(1)

54th SALONE DEL MOBILE(1)

54th SALONE DEL MOBILE(1)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는 가구를 중심으로 한 세계 최대 규모의 디자인 축제다. 5박6일간 축제의 일원이 되어 앞으로 우리의 삶과 연동될 라이프스타일 동향을 내다보고 흥겨웠던 축제의 현장을 밀착 취재했다.

Viva Milano!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지난 4월 17일부터21일까지 열린 ‘2015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 Salone del Mobile’. 세계 유명 가구 브랜드의 행보와 푸오리 살로네에서 만난 전시 공간을 통해 새로운 인테리어의 흐름을 짚어본다.

1 로 피에라에서 열린 살로네 델 모빌레 전시장. 2 미켈레 데 루키의 설치 전시 <더 워크>부스. 3 아르떼미데의 쇼윈도를 장식한 카를로 라티의 프리 픽셀 조명.

Review
에디터 신진수가 본 살로네 델 모빌레
매년 4월에 열리는 밀라노 디자인 위크는 살로네 델 모빌레 기간을 전후해서 열리는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건축가, 기자 그리고 디자인에 관심 있는 모두에게 열려 있는 축제의 장이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 동안 로 피에라역에 위치한 전시관에서 열리는 살로네 델 모빌레는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브랜드의 신제품을 발표하는 자리이자 각국에서 몰려든 바이어와 일반 관람객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다는 비유를 실감케 한다. 살로네 델 모빌레는 언제부턴가 바이어와 업체를 위한 상업적인 전시에 충실해 디자인에 대한 순수한 접근의 의미는 다소 퇴색했지만 여전히 세계적인 국제가구박람회다운 위용을 갖추고 있다. 올해는 2년에 한 번 열리는 조명 전시인 에우로 루체 Euro Luce관이 가장 신선했다. 스타 디자이너로 자리를 굳힌 마이클 아나스타시아데스를 비롯해 굵직한 조명 브랜드가 전시장을 밝게 비췄고 가구 디자인보다는 의미를 확장해 조명 디자인의 장점을 살린 각 브랜드의 제품을 둘러보는 재미가 있었다.
가구 전시관은 브랜드마다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전시 인테리어에 힘쓴 모습이 역력했다. 카시나와 카펠리니는 늘 그래왔듯 클래식한 전시 부스를 꾸몄고 비트라는 창고를 개방한 듯한 넓은 면적의 부스를 자랑했다. 거대한 원숭이 램프로 발걸음을 멈추게 한 BD바르셀로나, 바닥재로 큰 오브제를 만든 볼론, 겨울 왕국 못지않은 투명한 아름다움을 선사한 글라스 이탈리아 등 자신의 제품을 한껏 돋보이게 만든 부스 인테리어가 볼 만했다. 또 여전히 작년에 이어 식물이 인테리어의 요소로 자리 잡았는데 컨셉트의 격전장 같은 전시장에 녹색 식물이 데커레이션 요소로 곁들여져 편안한 축제 분위기를 돋우었다. 에우로 루체와 마찬가지로 2년에 한 번꼴로 열리는 오피스 가구 전시관인 워크 플레이스 3.0에서는 단연 미켈레 데 루키의 설치 전시 가 주목할 만했다. 설치된 길을 따라 걸으면서 볼 수 있도록 사무 공간과 작업 공간을 꾸민 거장 미켈레 데 루치의 저력이 느껴지는 전시였다. 24개의 관을 가득 채운 디자인을 눈과 가슴에 담느라 피곤하고 발바닥이 뻐근했지만 디자인 축제의 일원이라는 자각은 피곤함을 지우기에 충분했다.

1 파올라 나보네가 디자인한 판다가 서 있는 카펠리니 부스. 2 아웃도어 가구 브랜드 파올라 렌티의 야외 전시장. 3 색색의 pvc를 엮어 만든 마르니의 팔로케마오 시리즈. 4 구프람의 오브제 ‘메타카투스’. 5 디젤홈의 ‘코스믹 디너 문’ 접시. 6 카펠리니의 행잉 ‘스크린’ 시스템.

에디터 박명주가 본 푸오리 살로네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 기간에 개최되는 장외 전시 푸오리 살로네는 밀라노 시내에 포진되어 있는 다양한 숍과 전시장, 박물관에서 일제히 열린다. 정형화되지 않은 자유로운 전시 형태 그리고 내실 있는 전시는 엄청난 흡입력으로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올해는 밀라노 엑스포가 2주 뒤에 열릴 예정이라 작년보다 대규모 전시가 많이 열렸다.
프랑스, 일본, 브라질, 호주, 독일 등 국가를 대표하는 디자인과 산업 전반에 걸친 디자인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장도 눈길을 끌었다. 푸오리 살로네에서 가장 먼저 발걸음을 옮길 만큼 중요한 곳은 스파지오 로산나 오를란디. 올해 로산나의 앞마당에는 구프람의 팝 디자인 전시를 중심으로 셀레티와 선 브렐라의 유쾌한 디자인들이 첨가돼 유머 감각을 더한 디자인에 대한 유행을 예감할 수 있었다. 수많은 갤러리 가운데 닐루파 Nilufar 갤러리 전시는 엄지손가락을 들어줄 정도로 단연 압도적이었다. 20세기 디자인의 마스터 피스와 현대 작가와 디자이너들의 새로운 가구가 함께 전시된 이 공간에서는 럭셔리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읽을 수 있었다. 이외에도 이케아 컨템포러리 팝업 스토어에서는 디자이너와 브랜드의 이상적인 컬래버레이션이 단연 돋보였고, 생활의 중심이 되고 있는 주방 트렌드를 극명하게 드러낸 전시였다. 작년부터 불어온 식물 데커레이션의 바람은 올해 그 방점을 찍었다. 방문하는 숍마다 약속이라도 한 듯 화분으로 공간을 단장했으며 키친 가든을 둔 공간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식물을 성장시키는 LED 조명과 가든 용품들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할 분야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로 피에라를 벗어나 푸오리 살로네로 향하는 발걸음은 언제나 가볍게 들떠 있었다. 가구과 인테리어 용품에 집중하여 분석하는 전시장과 달리 한층 폭넓은 시각으로 라이프스타일 전반의 흐름을 살필 수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 판도를 뒤흔드는 파격적인 혁명은 없었지만 내년을 기대하기에 충분했던 것만으로도 말이다.

1 기하학을 입은 나니 마르키나
스페인의 대표적인 카펫 브랜드 나니 마르키나는 기하학적인 패턴의 멜란지 Melange 컬렉션을 선보였다. 디자이너 시비라는 여러 가지 패턴과 색을 섞어 만든 20여 가지의 리듬감 넘치는 그래픽 요소를 고안했다. 파키스탄 장인들이 섬세한 전통 기술로 짠 카펫은 러그 이상의 예술품 같았다.

2 대리석 꽃병, 치코
이탈리아의 대리석 회사인 치코는 자하 하디드와 함께 대리석 소재의 테이블과 꽃병을 선보였다. 자하 하디드는 반쯤 벌어진 꽃송이 모양의 꽃병 ‘타우’를 여러 가지 크기와 색깔로 선보였다. 소재는 대리석이지만 종이나 패브릭처럼 섬세하게 주름 잡힌 모양을 표현하기 위해 정교한 기계 작업이 필요했다고. 또 다리가 액체가 흐르는 듯 유연하게 내려오는 ‘쿼드’ 시리즈를 선보여 자하 하디드의 디자인 특성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3 모듈에 빠진 까사마니아
까사마니아는 식물과 두 가지 신제품을 디스플레이해 푸르고 싱그러운 전시 풍경을 연출했다. 이번 신제품인 소파 ‘서밋’과 커피 테이블 ‘릴리’는 모듈 형식을 채용한 제품으로 까사마니아는 이번 시즌 작은 집, 꼭 필요한 것만 갖춘 집을 위해 편안하면서도 실용적인 컬렉션을 완성했다. 줄리오 라케티가 디자인한 소파 ‘서밋’은 원하는 형태로 조합할 수 있는 소파 뒤에 가죽 끈이 달려 있어서 이동이 편리하다. 커피 테이블 ‘릴리’는 사이드 테이블로 트레이 등을 올려 활용하거나 발받침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공간 효율성이 높다.

4 론 아라드의 힘, 모로소
모로소의 디자이너 군단이 만든 가구들은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가 설계한 나무 막대로 만든 숲 속에서 마치 휴식이라도 취하듯 군데군데 놓여 있었다. 모로소의 부스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디자인은 론 아라드의 글라이더 소파였다. 등받이와 시트 팔걸이가 하나로 이어진 불륨감 넘치는 이 소파는 앉았을 때 흔들의자처럼 앞뒤로 움직이는 반전의 재미가 있다. 보라색에서 붉은색으로 물든 원단은 독일의 텍스타일 회사 페브릭 Febrik의 제품으로 밝은 회색에서 짙은 회색으로 물드는 원단을 입은 소파도 선보였다. 또 한 가지 주목받았던 디자인은 길거리에 버려진 구겨진 매트리스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매트리지아’ 소파로, 상식을 깨는 디자인으로 많은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5 벌써 가을, 마리메꼬
핀란드를 대표하는 브랜드 마리메꼬는 올해도 로산나 오를란디를 자신들의 컬렉션 발표 공간으로 선택했다. 단독주택처럼 예쁜 창문과 식물이 가득한 오를란디의 공간에서 마리메꼬는 2015년 F/W 컬렉션을 선보였다. 화려한 디스플레이는 없었지만 마리메꼬의 그래픽적인 패턴을 입은 식기류와 쿠션 등을 작지만 알차게 소개했다. 밝고 화려한 원색이 주를 이룬 S/S 시즌에 비해 톤 다운된 붉은 계열의 색깔을 주로 사용한 고급스러운 느낌의 마인드 스케이프 F/W 컬렉션으로 바쁜 현대인들이 휴식과 에너지를 집 안에 들일 수 있도록 제안했다.

6 젊어진 CH88, 칼 한센&선스
물소의 뿔을 닮은 곡선이 살아 있는 등받이가 멋진 디자이너 한스 베그너의 CH88 의자가 다채로운 색감의 옷을 입고 등장했다. 원목과 스틸의 조화로움에 겹쳐서 보관할 수 있는 편리함까지 갖췄다.

7 가든을 위한 제안, 세라룽가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아웃도어 브랜드인 세라룽가에서도 풍성한 신제품을 발표했다. 정원이나 테라스를 구성할 가구와 오브제, 조명이 주를 이뤘는데 세라룽가의 대표주자이기도 한 조명군에서 특히 시선을 사로잡는 아이템이 많았다. 꿀단지 같은 모양의 조명 ‘허니’, 3개의 다리로 안정적인 디자인의 조명 ‘바바’의 새로운 버전, 콘크리트 베이스로 다시 선보인 조명 ‘플로렛’ 등이 대표적이었고 실내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벤치인 플레이 우드와 오브제 겸 조명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병아리 모양의 조명 ‘펄치노’와 강아지 모양의 스툴 겸 오브제인 ‘도기’ 그리고 테이블과 라운지 체어 등이 조금씩 달라진 버전으로 출시됐다. 윗부분은 조명으로 활용 가능하고 철제 구조물을 따라 식물을 자연스럽게 연출할 수 있는 수직 정원 형태의 ‘네트라이트’도 신선한 디자인의 아웃도어 가구였다.

8 귀여운 동물 왕국, 보사
보사는 고전적인 도자 기술을 바탕으로 위트 있는 세라믹 오브제를 선보이는 브랜드다. 올해 신제품의 주제는 동물 모습을 재해석한 애니멀리타 ANIMAlitá로 디자이너 샘 바론, 하이메 아욘, 세바스찬 헤커. 니카 주판크 등의 디자이너가 해석한 재미있고 컬러풀한 세라믹 오브제를 선보였다.

에디터 박명주 · 신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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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난 아름다움

다시 태어난 아름다움

다시 태어난 아름다움

무심코 버려지는 공병을 아름답고 유용한 생활 소품으로 부활시킨 <메종>의 업사이클링 전시, <공병의 재탄생>전이 지난 4월 30일부터 5월 17일까지 삼청동 제일모직 하티스트 하우스에서 열렸다. 업사이클링의 의미를 공유하고 되새겨볼 수 있었던 2주간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본다.

↑ 박진일 작가가 리엔케이 셀 투 셀 에센스 공병으로 만든 샹들리에의 모습.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하며 삼청동 제일모직 하티스트 하우스에서 열린 <메종>의 업사이클링 프로젝트 <공병의 재탄생>전이 2주간의 전시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지난 3년간 업사이클링 작품을 통해 작가와 브랜드 그리고 독자에게 일상적인 디자인의 개념을 환기시키면서 환경을 생각하는 인테리어&리빙 전문지로서의 소임을 다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온 <공병의 재탄생>전. 올해 역시 10개의 브랜드와 10명의 작가들이 업사이클링의 의미를 확대, 재생산하기 위해 동참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Nfc를 도입한 전시 기획이었다. Nfc는 한마디로 오프라인의 경험을 온라인을 통해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 작품 옆에 개별적으로 설치된 리더기에 전시장에서 받은 카드를 태그하면 작품의 정보와 이미지를 담은 포스팅이 저절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생성되는 ‘리얼 라이크’ 프로그램을 적용시켰다. 이로써 보다 많은 사람이 단 한 번의 태그를 통해 전시를 함께 즐기고 자신의 의견을 드러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 하티스트 하우스에 마련된 전시장의 모습.

1 관람객들은 did 기계를 통해 게임도 즐겼다. 2 nfc의 카드 태그로 페이스북에 남은 작품 정보와 이미지.

1 <공병의 재탄생>전의 포스터를 부착한 전시장 입구. 2 엽서로 제작한 <공병의 재탄생> 포스터.

↑ 박보미 작가가 아베다의 공병으로 만든 식물이 담긴 조명.

1 ‘좋아요’가 가장 많이 태그되었던 팩트 논 팩트의 작품. 2 nfc 리더기에 카드를 찍는 모습. 3 did 기계를 전시장 입구에 마련해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었다.

전시는 삼청동에 위치한 제일모직 하티스트 하우스에서 열렸다. 하티스트는 판매 수익금 전액을 사회에 기부하는 사회공헌 매장으로 지속 가능한 소비를 고민하는 <메종>의 업사이클링 프로젝트와 상통하는 부분이 많았다. 붉은색 벽돌로 지어진 5층 규모의 하티스트 하우스는 1940년대 창고로 사용됐던 건물 본래의 모습을 최대한 살려 재건축했다. 자연스러우면서도 거친 매력을 가진 공간은 인테리어 소품으로 거듭난 작품들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시원한 바람과 햇살이 속살거리며 봄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았던 4월 30일, 이미 <메종>의 지면과 마이크로사이트를 통해 예고되었던 작품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어하는 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작품은 설명이 적힌 보드와 함께 전시돼 관람객들은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각각의 작품이 갖고 있는 탄생 스토리를 알 수 있었고 마음에 드는 작품에는 Nfc 카드를 태그하며 작품을 공유했다. 전시회를 찾은 이들은 단순히 전시를 보는 것 외에도 다양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그중 첫 번째는 독자와 디자이너들이 직접 소통할 수 있었던 ‘디자이너 토크’. 참석자들은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과 에피소드를 디자이너의 육성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학구적인 열기가 가득했던 디자이너 토크 시간은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마무리되었다. 이외에도 ‘어쨌든 니 얼굴’이라는 재미있는 부제가 따라다니는 ‘병맛 초상화’ 이벤트는 길고 긴 대기줄을 만들며 행인들의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완성된 의외의 초상화를 보고 박장대소를 터뜨리는 모습과 이를 지켜보는 이들까지 모두가 함박웃음을 짓곤 했다.
또한 Nfc 이벤트에 참여한 이들에게는 업사이클링 전시에 참여한 10개의 브랜드에서 준비한 1500개 선물 세트가 증정됐다. 또한 닥터브로너스, 달팡, 올빚, 연두, 리엔케이에서 준비한 샘플링 부스에서도 푸짐한 선물을 준비해 관람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업사이클링이라는 주제를 즐거운 축제로 만든 <공병의 재탄생>전은 <메종>을 통해 보다 많은 이들이 환경보호에 즐거이 동참하고 그 의미를 되새겨보는 아름다운 전시로 기록될 것이다.

1 전시장을 찾은 김동해, 서정화, 김재경, 박보미, 박진일 작가의 모습. 2 하티스트 하우스의 야외 마당에서는 ‘병맛 초상화’ 이벤트가 열렸다. 3 디자인 토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2015 메종 업사이클링 프로젝트 마이크로사이트
www.maisonkorea.com/UCP/2015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안종환, 이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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