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이 깃든 장인 정신

한국 전통 장인들과 함께해 특별했던 발베니 메이커스 전시

한국 전통 장인들과 함께해 특별했던 발베니 메이커스 전시

 

유독 하늘이 맑고 청명했던 어느 11월, 삼청동에 자리한 휘겸재에서 특별한 전시가 열렸다. 공예 장인과 작가들이 발베니 위스키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발베니 에디션과 작가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는 발베니 메이커스 전시다. 국가무형문화재로 선정된 김동식 선자장, 김춘식 나주반장, 조대용 염장의 작품부터 서신정 채상장, 소병진 소목장, 정해조, 정다혜, 문채훈, 권중모, 김현주, 이상협, 김준수 작가 등 2년 동안 함께한 12명의 공예가의 작품이 고즈넉한 한옥 곳곳에 놓였다. 햇빛을 받아 더욱 아름답게 빛났던 작품들. 전통 소재를 현대적인 기법으로 표현하는 공예 작가들의 열정과 전통의 가치를 다시금 느낄 수 있었던 자리였다. 대를 이어 증류소를 운영하며 오랜 전통의 수제 방식을 고수하는 발베니의 장인 정신도 함께.

 

TEL 02-2152-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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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TREND FORECAST ④

2023 트렌드 소재, 지속가능성

2023 트렌드 소재, 지속가능성

 

우리가 살고 있는 주거환경부터 팬데믹을 겪으면서 중요해진 인테리어와 F&B, 그리고 이제 막 다시 열린 여행길까지.
올해는 어떤 것이 유행할까?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라이프스타일 전문가 23명에게서 2023 트렌드 예보를 들어보았다.

 

하이엔드 주방 가구가 주목받는 이유

 

불탑을 대표하는 b3 시스템

 

모든 트렌드에는 환경 변화가 가장 큰 요소로 작용한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야외 활동이 많았고, 주말에 가족과의 여행이나 외식이 잦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시간 제한과 외부에서의 만남이 어려워지면서 집에서 식사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집으로 지인들을 초대하고, 가족과도 기념일이나 특별한 날을 집에서 보내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동시에 어떤 모임이든 가장 중심이 되는 식사 시간에 대한 고민 또한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되었다. 이러한 고민과 움직임의 변화는 주방 가구 매출 증대뿐 아니라 식기류와 인테리어 소품으로 더 많은 관심을 돌리는 계기가 되었다.

 

두오모앤코 불탑 쇼룸

 

그 집의 인테리어가 사는 이의 취향을 반영하듯 주방은 그 사람이 손님에 대한 대접과 음식에 대한 마음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소라 할 수 있다. 기존 일부 브랜드의 전유물이었던 주방이 자신의 개성과 취향을 담게 되면서 보다 다양한 브랜드를 찾게 되었고, 다양한 럭셔리 주방 가구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국내에 하이엔드 수입 주방 브랜드가 하나둘 늘어나는 것뿐 아니라 2022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도 그러한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디자인은 물론 간소화되면서도 편리한 기능, 새로운 소재와 하드웨어 기술이 접목된 주방이 사람들의 이목을 끈 것. 특히 다양한 디자인과 소재, 브랜드가 품은 가치와 비전까지 전달할 수 있는 것은 불탑처럼 특화된 하이엔드 주방 가구 브랜드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종희 두오모앤코 대표

 

 

ESG 경영은 트렌드다

 

일회용품이 100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이렇게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침투할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가격경쟁력과 편리함일 것이다. 그럼 무엇이 문제일까? 한번 쓰고 버려지는 것은 환경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뒤를 알지 못했다. 이제는 그 뒤를 보고, 불이 난 이후에 그 문제를 끄려는 중이다. 트렌드라는 단어가 적합한가 싶지만, 많은 기업에서 유행처럼 ESG 경영을 앞다퉈 선포하고 있다. Environment, Social, Governance의 앞글자를 따온 ESG는 기업 활동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 투명 경영을 고려해야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다는 기업철학이다. 우리는 일회용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다회용기를 빌려주고 수거해 세척한 뒤 다시 공급하는 일을 한다. 사실 그 전까지는 ESG에 대해 알지 못했다. 물론 기업의 니즈를 파악해 서비스를 론칭한 것은 아니지만 1년 동안 서비스에 관심을 보인 기업의 90% 이상이 ESG팀이었다. 평소 컨택도 쉽지 않은 대기업이 아웃바운드 영업도 안 한 채 이렇게 많은 연락이 온다는 것은 우리의 서비스가 지금의 시대가 바라는 트렌드는 아닌지 생각해본다. 과연 기업의 진심일지, ESG 트렌드로 인해 울며 겨자 먹기로 도입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곽재원 트래쉬버스터즈 대표

 

 

가구에서 느끼는 안식과 희망

 

한샘 유로 503 뉴트럴화이트 침대

 

엔데믹 시대로의 전환에 따른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잠깐, 많은 전문가는 물가 폭등과 자산 시장의 폭락 등 경제 위기를 전망하고 있다. 그 안에서 개인은 멘탈 케어 서비스, 취향 모임 등 자신만의 생존 전략을 가지고 이러한 위기를 해결하고자 한다. 이러한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에 맞춰 2023년 홈 리빙 트렌드는 각박하고 힘든 현실에서도 내가 편히 쉬고 꿈꿀 수 있는 안식처를 만들고 그 안에서 희망과 활력을 찾는 3가지 방법에 대한 이야기다. 첫 번째는 다년간 유행한 미니멀 인테리어에서 한 걸음 나아가 자연, 종교 공간 등에서 영감을 받은 새로운 미니멀 인테리어다. 무몰딩, 무걸레받이, 무문선 등 심플함에 집중했던 기존 양상뿐 아니라 톤다운된 뉴트럴 색조와 유기적인 곡선의 형태, 가공되지 않은 듯한 자연스러운 질감이 더해져 고요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포인트다. 아늑한 간접조명으로 이루어진 침실, 몸이 파묻힐 듯 소프트한 패브릭 소파, 부드러운 곡선의 욕조 등으로 오감 이 모두가 릴랙스할 수 있는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한샘 유로 602 포네 소파

안식처를 만들고자 하는 욕구는 어려운 현실에서 벗어나 신비로우면서도 포근한 인테리어 스타일과도 연관이 있다. 파스텔 톤과 함께 투명한 소재, 안개 낀 듯 매트한 마감이 만드는 신비로운 분위기는 일상에서의 스트레스를 완화시킨다. 글라스 월, 파스텔 톤 가구나 반투명 소재의 소품이 대표적인 예다. 이와 반대로 팬데믹으로 움츠러들었던 감정을 강렬하고 깊은 컬러로 표출하며, 자신의 취향과 개성이 담긴 공간을 적극적으로 만드는 트렌드도 강세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레드, 옐로, 네이비, 브라운 등 비비드한 컬러와 패턴의 가구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가 아닐까.

최지연 한샘 브랜드 크리에이티브 랩 이사

 

 

나를 돌보는 마인드풀 뷰티

 

보이는 아름다움에 집중하기보다는 휴식과 리추얼을 컨셉트로 새로운 일상을 경험케 하는 슬로 뷰티 브랜드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호흡과 명상을 제안하며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리추얼이 결합된 ‘마인드풀 뷰티’가 뷰티 업계의 넥스트 트렌드로 조명되고 있는 것. 마인드풀니스라는 개념은 매 순간 우리를 둘러싼 주변 환경과 몸과 마음, 감정에 집중하여 오롯이 나를 인지하고 바라보는 의식이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은 한번에 여러 가지를 수행하는 멀티태스킹을 실력이라 여기며 숨가쁜 하루를 보내곤 한다. 화려하고 무겁게, 바쁘게 돌아가는 벅찬 시간 속에서 자신을 소중히 어루만지는 단 몇 분의 여유도 갖지 못한 채 말이다. 그런 가운데에서 아름다움을 관리하고 유지하는 욕망 또한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변별력 없이 넘쳐나는 뷰티 제품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오히려 믿고 사용할 수 있는 건강한 제품에 대한 보다 본원적인 니즈는 상대적으로 켜졌다. 아름다움을 돌본다는 것이 단지 피부를 가꾸기 위한 기능적 요소뿐 아니라 긍정적이고 건강한 마음과 편안함이 동반되어야 함을 잘 알기에 몸과 마음을 함께 돌보는 마인드풀 뷰티의 등장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박정애 마예 대표

 

 

경제적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슬로 리빙

 

영국의 트렌드 정보회사 스타일러스는 2023년이 ‘탈소비’의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탈소비라고 해서 소비주의의 종말이나 반소비주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하게 살기 위해 천천히 소비한다’는 뜻이다. 그동안 야생동물의 바이러스로 인해 깨끗한 환경과 안전한 먹거리, 동물권 등 건강한 지구 환경을 염려하며 부상했던 지속가능성에 대한 가치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로 인한 고강도 긴축의 시대로 접어들며 절약과 경제성을 더욱 중시하게 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가운데 기업과 소비자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고 어떻게 기업을 지속가능하게 경영할 수 있을지, 또 어떻게 생활을 지속가능하게 꾸려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 때문에 소비자는 그동안 열었던 지갑을 닫고 소비를 줄이며 필수품 중심의 ‘슬로 리빙’을 추구하게 된다. 팬데믹으로 인해 벌어졌던 부의 격차는 최근 들어 더욱 벌어지고 있으며, 세대나 소득에 따라 경기를 체감하는 정도에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즉 보유 자산이 있고 과거 고금리 시대를 경험한 세대보다 보유 자산이 적고 평생 인플레이션을 경험해보지 못한 영세대가 더 큰 어려움을 느끼고 소비를 줄이게 된다. 따라서 스타일러스가 최근 발표한 매크로 트렌드인 ‘New Ways of Living’ 리포트는 단조로운 집콕 생활과 집 꾸미기 열풍으로 부상했던 화려한 맥시멀리즘의 유쾌한 무드는 지속되지만, 실용성과 본질에 초점을 둔 ‘경제적으로 친환경적인 디자인’에 주목한다. 꼭 필요한 것만 구입하면서도 개성을 표현하고 싶은 영세대를 위해 쉽게 커스텀 가능한 제품으로 일상에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것 그리고 과도한 디지털로 인한 피로감을 완화시키는 아날로그의 매력이 소비자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본다.

안원경 스타일러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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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TREND FORECAST ③

2023 트렌드 문화

2023 트렌드 문화

 

우리가 살고 있는 주거환경부터 팬데믹을 겪으면서 중요해진 인테리어와 F&B, 그리고 이제 막 다시 열린 여행길까지.
올해는 어떤 것이 유행할까?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라이프스타일 전문가 23명에게서 2023 트렌드 예보를 들어보았다.

 

빛을 휴대하는 세상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빠르게 변화하는 이 세상의 특징을 하나 꼽는다면, 바로 이동성일 것이다. 즉 우리가 살고 일하고 노는 방식은 휴대성과 유연성에 의해 좌우되곤 한다.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고정된 책상이나 전원 콘센트에 묶여 있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필요한 빛 또한 우리와 함께 움직이길 원한다. 나는 이를 디자인 시장의 추세로 보고 있다. 감사하게도 마법 같은 기술력 덕분에 강력한 배터리와 낮은 에너지 광원을 결합한 포터블 조명은 우리가 선택한 곳이라면 어디에서도 완벽하게 그 역할을 수행해낸다. 이러한 이유로 실내 또는 실외, 선반, 책상, 벤치 또는 원하는 장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충전식 포터블 조명을 더욱 좋아하게 됐다. 마치 작은 동반자처럼 이제는 빛을 가지고 다니는 일이 점점 더 흔해질 것이다.

톰 딕슨 영국 디자이너

 

 

과거에서 온 아이디어

 

 

스위스에서 100년 이상 된 나무로 의자를 만들어온 지로플렉스와 일본의 유명한 나무 가구 브랜드 가리모쿠가 함께 사무용 의자인 지로플렉스 150을 만들었다. 디자인과 소재에 대한 아이디어는 브랜드가 지닌 유산에 있었다. 요즘 출시되는 사무용 의자는 대부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는데 우리는 지로플렉스가 예전에 해왔던 나무로 의자를 만드는 방식을 채택했다. 대신 현대적인 기술을 적용해 편리함은 더했고, 가리모쿠와의 협업으로 나무를 더욱 능숙하게 다룰 수 있었다. 이렇게 과거 아카이브에서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해 현대적인 감성과 기술을 더하는 제품 디자인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빅게임 스위스 디자인 스튜디오

 

 

라이프스타일 호텔의 세분화

 

 

대한민국의 호텔 시장이 점차 변화하고 있다. 양극화되어 있던 국내 호텔 업계에서 중간 등급을 겨냥하는 라인의 호텔 브랜드 진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호텔의 등급을 분류할 때에는 럭셔리, 어퍼업스케일, 업스케일, 어퍼 미드스케일, 미드스케일, 이코노미 순으로 분류하는데, 중간 등급이라고 하면 어퍼업 스케일과 업스케일급 호텔이 여기에 해당된다. 2021년에 오픈한 힐튼의 힐튼 가든인서울 강남을 필두로, 올해 상반기에는 메리어트의 AC호텔 서울 강남, IHG의 보코 서울 강남이 오픈했으며, 2022년 11월에는 메리어트의 르메르디앙 명동과 목시 서울 명동이 같은 건물에서 동시에 문을 열었다. 이처럼 인터내셔널 호텔 체인의 국내 포트폴리오가 다양화되면서 국내외 숙박객의 선택권도 넓어졌다. K-컬처가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지금 팬데믹 시대가 끝나가면서 외국 관광객의 방문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들이 선호하는 여행 방식과 목적에 부합할 수 있게 세부적으로 변화해가는 셈이다. 라이프스타일 호텔은 국내 관광객에게도 식음 공간을 통해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되고 있다. 딱딱하고 격식을 차려야 하는 호텔 이미지가 아닌 일상에서 가까이 녹아 있는 라이프스타일 호텔의 앞으로의 모습을 기대해보자.

김석훈 한양대학교 실내건축디자인학과 교수

 

 

지금 우리 한옥은

 

국제갤러리 한옥

 

한옥은 지금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2022년 1월에 실시한 국가한옥센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옥에 대한 호감도가 86.4%에 이르고 한옥에 살고 싶다는 거주 의향도 68%나 되었다. 요즘 사람들의 SNS나 매체에 등장하는 한옥은 그 범위가 전통 한옥부터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현대적인 한옥까지 디자인이 매우 다채롭다. 무엇보다 용도도 다양해졌다. 거주용에서 벗어나 카페, 게스트하우스, 호텔, 사무실, 갤러리, 상점 등으로 쓰이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 이는 경제 발전에 따른 사회문화적 욕구가 다양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변하는 양상이다.

 

체부동 스테이 다반사

 

그 흐름은 민간 영역뿐 아니라 국가나 지방 정부 등 공공 영역까지 아우른다. 매년 국내 곳곳에서 열리는 한옥 관련 전시에서는 현대 생활에 맞는 한옥이 어떤 것인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제시하고, 함께 토론해 나간다. 이런 분위기에서 한옥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도 한층 적극적이다. 한옥을 경험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짓고 살고자 하는 욕구가 늘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한옥이 담고 있는 시간의 깊이, 축적된 삶의 모습은 쉽게 사고팔 수 없는 고유한 것이기에 이토록 열광하는 것이 아닐까? 아마도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발전해 생활이 바뀌어도 한옥이 지닌 고유성은 우리 문화의 일부로 그 의미를 지속할 것이다. 새로운 세대의 생활을 반영한 한옥을 짓고, 한옥 인테리어를 반영한 건물이 늘어나면 도시의 다양성이 높아지고 자연스레 사람들의 생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 결과 우리 사회는 더욱 건강해질 것이다. 문화는 우리가 이뤄낸 성취를 지속적으로 확산하고 축적하며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한옥의 고유성을 인정하면서 현대화를 이뤄내 문화의 다양성이 확장되기를 기대한다.

김원천 참우리건축사무소 소장

 

 

씁쓸한 오마카세 열풍

 

 

코로나19 이후 식음료 업계는 지난 3년간 참아왔던 모임과 미식에 대한 욕구가 터져나갈 듯 보였다. 겉으로는 잃었던 고객을 되찾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또 다른 문제를 안게 되었다. 팬데믹 사태에 가장 타격이 심했던 식음 업장이 인원 감축으로 그 암울한 시기를 버텨오면서 많은 인력이 이직한 것이다. 숙련된 인력이 아닌 신입 직원조차 구하기 힘들어 일할 사람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어렵고 시급한 숙제가 되어버린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과 더불어 집콕 생활을 통해 요리 실력이 일취월장한 푸디 Foodie의 입맛 기준, 적은 인원으로 가성비와 가심비를 모두 인정받아야 하는 시장 환경은 새로운 열풍을 몰고 왔다. 바로 오마카세다. 오마카세는 ‘맡긴다’를 의미하는 일본어로 손님이 요리사에게 메뉴 선택을 온전히 맡기고 요리사는 가장 신선한 식재료로 제철 요리를 만들어내는 것을 뜻한다. 이는 셰프와 소통하며, 나만을 위한 창의적인 메뉴를 맛볼 수 있는 요즈음의 포미 For Me에게 가장 적합한 외식 형태다. 운영적인 측면에서도 오너 셰프와 도제 시스템에 의한 소수정예의 인원 관리로 현재 일어나는 모든 상황에 대한 대응으로 딱 맞아떨어진다. 스시야(초밥집)와 가이세키에서 시작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한우, 한돈, 스시를 비롯해 심지어 파스타, 노마드, 비건 등 트렌디한 음식의 카테고리에서 오마카세 형식을 도입하고 있다. 이런 트렌드에 힘입어 2023년은 푸드는 물론 커피, 바, 디저트 등의 영역에서도 오마카세 천국이 될 듯하다.

노희영 식음연구소 대표

 

 

전 세계가 주목한 한국의 스페셜티 커피

 

구테로이테 오마카세 메뉴

 

2022년 베스트오브파나마 옥션에서 과루모 농장의 블랙재규어 리미티드 랏 게이샤 커피가 파운드당 2천 달러에 낙찰되었다. 통관 비용과 관부가세를 포함하면 1kg에 6백만원을 호가하는 세계 최고 가격이다. 이외에도 일부 프라이빗 옥션에서 1천만원이 넘는 커피가 출현했다는 소문까지 커피 업계는 초고가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관심으로 뜨겁다. 해외의 스페셜티 커피 회사에서 한국 커피 산업에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북유럽의 대표 챔피언 에이프릴커피와 프랑스 스페셜티 커피를 상징하는 떼르드카페, 독일의 스페셜티 커피의 양대 산맥인 보난자와 더반커피, 뉴욕 커핑 챔피언이 운영하는 토츠커피뉴욕까지 최근 하나둘 국내에 진출한 것. 이외에도 2022년 한국 바리스타 챔피언의 신창호 바리스타의 디폴트 밸류, 성수동의 기미사, 구테로이테와 같은 스페셜티 커피 매장에서 오마카세 스페셜티 코스를 선보이며 새로운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또한 강릉커피축제, 대구커피축제 같은 지역 커피 축제도 꾸준히 발전하며 K-스페셜티 커피 열풍이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국내 바리스타의 큰 활약도 뒷받침했다. 2019년 월드바리스타 챔피언 전주연 바리스타에 이어 2020년 한국 국적(당시 호주 국가대표) 추경하 컵테이스터 챔피언, 2022년 문헌관 컵테이스터 챔피언까지. 모모스커피의 전주연 바리스타는 파트타임으로 입사해 10년 만에 세계 챔피언에 올랐다는 후문. 스페셜티 커피 산업은 품질, 추적가능성, 윤리적 완결성을 지향한다. 격무와 스트레스에 노출된 현대인에게 스페셜티 커피의 감동이 올해도 지속되길 희망한다.

심재범 커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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