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든버러에 가면 #1

에든버러에 가면 #1

에든버러에 가면 #1

태피스트리를 디자인하는 웬디 모리슨과 함께한 72시간.

웬디 모리슨은 진정한 스코틀랜드인이다. 그는 특유의 액센트로 에든버러에 대해 열정적으로 말한다. 그리고 이 도시가 보통 떠올리는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우리를 설득하기에 이르렀다. “에든버러는 회색이 아니에요. 대비의 도시죠. 분명 하늘이 늘 파랗지 않지만 파란색일 때에는 미치도록 파래요. 녹색은 강렬하고 돌(어디서나 볼 수 있어요)은 많은 영감을 주는 팔레트를 완성시키죠.” 웬디 모리슨은 패션 스타일리스트로 시작해 벽지와 주문제작 태피스트리를 만드는 회사를 론칭했다. 그는 에든버러에서 ‘기차로 20분 거리에’ 떨어져 살기를 선택했다. 하지만 이 도시에 대해 전쟁 중 폭격을 피해 현존하는 아름다운 조지안 양식 건물에 대해 쉬지 않고 말할 만큼 애정한다.

“제가 좋아하는 건 이 도시의 규모예요. 어디든 걸어서 갈 수 있어요. 이곳에서 모든 걸 볼 수 있죠. 문화, 레스토랑, 그리고 아주 친절한 사람들까지요.” 여행객을 비롯한 많은 사람이, 모던 아트와 수백 년 된 역사가 혼재한 도시를 산책하면서 웬디 모리슨이 최고의 열정을 다해 묘사하는 그 에너지를 얻는다.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오랫동안 아주 가난했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공감의 형태를 발전시켰어요.” 이런 이유로, 이런 고유한 분위기로 인해 에든버러는 한번쯤 꼭 머물러야 한다. 때로는 이곳이 회색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스코티시 텍스타일 컬리지에서 학위를 받은 웬디 모리슨은 오랫동안 패션 스타일리스트로 일했다, 요즘은 태피스트리와 벽지 제작 전문가로 일하고 있다.

에든버러는 오래된 성이 가장 유명한 관광지이지만, 이 도시에는 성만큼이나 역사적이면서 보물 같은 장소가 아주 많다.

“걸어서 다닐 수 있는 도시”

 

AQUARIUS VINTAGE

빈티지 숍이 많은 에든버러에서 이곳 컬렉션은 성공적이다. 웬디는 정기적으로 이곳에 와서 촬영에 필요한 가구를 구입하고 유니크한 룩을 완성하기 위해 드레스와 액세서리를 찾아낸다.

ADD Ngong Ping Rd, Lantau

 

THE PALMERSTON

레스토랑이면서 빵집인데, 프랑스에는 없지만 있다면 좋아할 만한 곳이다. 농부 또는 어부, 지역 사육업자가 바로 공급해주는 식재료로 요리하며, 메뉴가 매일 바뀐다. 특히 이곳에서 판매하는 비에누아즈리(비엔나식 빵)는 프랑스 크로아상 부럽지 않게 맛있다.

ADD 1 Palmerston Place
WEB thepalmerstonedinburgh.co.uk

스톡브리지 Stockbridge에 있는 서커스 레인 Circus Lane과 서로 붙어 있는 작은 집들을 놓치지 말 것.

 

ROGUE FLOWERS

웬디가 좋아하는 꽃집인데 역사적인 장소인 윌리엄 스트리트 앞에 새로운 숍을 마련했다. 아주 독창적이고 모던하며 향기로운 구성에서 컬러에 대한 강한 열정을 느낄 수 있다.

ADD 4, 5a William Street
WEB rogueflowers.co.uk

 

SCOTTISH NATIONAL PORTRAIT GALLERY

그 시대의 흔적을 남긴 스코틀랜드 초상화와 사진 컬렉션을 재구성한 박물관. 베네치아의 도지 Doges 궁전을 모델로 한 빅토리안 건축물의 인테리어로 가치가 높다. 두 번째 층의 멋진 벽화도 놓치지 말 것.

ADD 1 Queen Street
WEB nationalgalleries.org

 

JEFFREYS INTERIORS

스톡브리지에 자리한 실내 건축 사무소인데 스코틀랜드 전역에 서비스를 제공한다. 쇼룸 겸 숍에서는 이곳에서 셀렉한 가구와 오브제를 판매한다.

ADD 8 North West Circus Place
WEB jeffreys-interiors.co.uk

“전통과 모던함의 결합”

CREDIT

editor

아들린 쉬아르 Adeline Suard

photographer

베네딕트 드뤼몽 Benedicte Drummond

TAGS
Hansik Wave

Hansik Wave

Hansik Wave

이번 겨울 뉴욕과 서울에서 각각 한식을 대표하는 최정상 셰프들이 세계인을 위한 한식 요리책을 잇달아 펴냈다. <미쉐린 가이드>와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100’에서 빠지지 않는 레스토랑 밍글스와 아토믹스의 셰프와 이야기를 나눴다.

<JANG: The Soul of Korean Cooking>
밍글스 강민구 셰프

밍글스에서 선보인 나물 비빔밥.

장에 대한 기본 정보부터 밍글스가 지난 10년간 선보인 메뉴를 캐주얼하게 풀어낸 강민구 셰프의 신간 JANG.

한식을 다룬 책을 내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손님들을 만나지 못하게 되자 인생의 큰 원동력 하나가 사라진 기분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차에 ‘책을 쓰면 밍글스 밖에서도 사람들과 한식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아티장 Artisan 출판사와 4년간 준비했다고 들었다.
아티장 출판사는 레스토랑 ‘노마 Noma’의 헤드셰프 르네 레드제피, ‘프렌치 런드리 French Laundry’의 셰프 토마스 켈러 등의 책을 작업한 미국 출판사다. 두 셰프의 책은 평소 내가 아주 좋아했다. 해외 수많은 독자에게 닿기 위해서는 영문으로 된 세계적 유통망을 가진 출판사여야 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미팅하면서 책을 만들어나갔다. 원활한 번역을 위해 미국에서 다양한 한국 콘텐츠를 만드는 나디아 조와 음식비평가 조슈아도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밍글스에서 선보인 다식 샌드. © Choi Joon Ho

장이라는 넓고도 좁은 주제를 선택한 이유는?
한식 바탕의 요리를 하면서 장이 항상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장을 새롭게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했다. 장에 대해 공부하면 할수록 정확한 명칭이나 분류법 등 한국인에게도 여전히 장에 대한 이해나 정보가 부족한 상황임을 실감했다. 장 중심으로 진행하면 한식의 근본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책에서는 어떤 식으로 장을 해석했는가?
전 세계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장을 쉽게 전달하려 노력했다. 한식은 물론 다양한 서양식 요리에도 장을 활용할 수 있도록 고민했다. 장에 대한 기본 정보부터 명인들의 이야기, 그리고 레시피를 60여 가지 담았다. 호박선, 어만두, 된장 양갈비, 된장 크렘뷔렐레 같은 밍글스의 시그니처를 캐주얼하게 풀어냈다. 닭도리탕, 만두전골, 떡갈비 같은 일상적이지만 멋스러운 한식, 그리고 간장 라구 파스타나 고추장 풀드 포크 샌드위치, 된장 후무스처럼 장을 넣어 새로운 매력을 표출하는 서양식 메뉴도 담았다.

밍글스 강민구 셰프.

이 책은 어떤 이들이 읽으면 좋은가?
이 책은 파인다이닝 밍글스를 소개하는 책이 아닌 대중을 대상으로 한 책이다. 요리를 즐기고 한식에 관심 있는 모든 이에게 추천한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이 건강하고 맛있는 한식의 매력에 빠져들면 좋겠다. 또한 우리 장이 전 세계인에게 더욱 사랑받기 바란다.

한국을 대표하는 셰프로서 해외에서 바라보는 한식에 대한 관심을 체감하는가?
실제 엄청나게 체감한다. 해외 미디어와 푸디들이 행사를 위해 직접 연락을 주기도 하고, 홍콩이나 프랑스에서 팝업도 하는 등 컬래버레이션하러 전 세계를 다니고 있다. 10년 전 밍글스에서 시작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장을 사용한 다양한 레시피를 만날 수 있다.

사진제공: 아토믹스, 밍글스

 

<The Korean Cookbook>
아토믹스 박정현, 샘표 최정윤 셰프

도토리 묵밥.

아토믹스의 책을 내자는 제의를 받았지만 되려 한식 책을 역제안했다고 들었다.
박정현 출판사 파이돈 Phaidon은 주로 세계 유명 레스토랑이나 한 나라를 대표하는 요리책을 낸다. 아토믹스는 아직 어리고 계속 변화하고 발전해야 하는 레스토랑이라서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반면 한식 이야기는 오랫동안 논의되어온 아토믹스의 뿌리이기도 하고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이 가장 좋은 타이밍이라 보았다.

샘표 우리맛연구 최정윤 세프.

아토믹스 박정현 셰프.

두 사람이 함께 책을 쓰게 된 이유가 있는가?
박정현 한국인의 먹는 이야기를 담아야 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오래 연구하고 고민해온 최정윤 셰프가 적합한 파트너라고 생각했다. 그는 샘표 우리맛연구 중심에서 식재료, 요리법, 문화 등 한식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체계화하는 작업을 10년 넘게 해왔다.

물리적인 거리가 있었을 텐데, 집필 과정은 어땠는가?
최정윤 제안받은 시점부터 출판까지 약 3년 반이 걸렸다. 책을 쓰는 2년 동안 매주 월요일 미팅을 했다. 책 쓸 때 가장 고민한 것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누가 읽을 것인지, 두 번째는 한식이란 무엇인지였다.

개성주악 같은 디저트부터 배추김치 등 반찬까지 한식과 한국인의 이야기를 총망라했다.

개성주악 같은 디저트부터 배추김치 등 반찬까지 한식과 한국인의 이야기를 총망라했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어떤 한식을 다루는가?
최정윤 레시피북이 아닌 지극히 일상적인 한식과 한국인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한국 사람들이 현재 매일 먹는 음식과 그것을 즐기는 방법, 그리고 그에 담긴 역사가 담겨 있다. 한국 음식에 관심 있는 글로벌 독자가 주 타깃이다. 한국 음식을 집에서 직접 해보기 위해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입문서 같은 책이다. 쉬우면서도 가장 보편적인 레시피를 담으려 했다. 재료도 해외에서 구할 수 있는 것으로 사용했다.

전반적인 한식 소개를 시작으로 발효, 밥, 반찬, 후식 등으로 이어지는 흐름인데, 마지막에 명인 파트가 따로 있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다.
최정윤 명인들이 평생을 걸고 대를 이어서 한식에 헌신한 덕분에 오늘날의 한식이 만들어졌다. 그들의 요리를 통해 한식의 깊이와 가치를 보여주고 싶었다. 한식 요소에서 가장 중요한 장부터 김치, 갈비, 후식과 개성음식, 제주음식, 반가요리, 사찰요리, 그릇까지 모두 다뤘다. 명인들을 인터뷰하고 촬영하는 데만 1년이 넘는 시간을 보냈다.

박정현, 최정윤 셰프의 신간 The Korean Cookbook.

해외에서 최근 한식에 대한 인기를 더욱 실감할 것 같다.
박정현 전 세계 파인다이닝 업계에서 젊은 한국 셰프들의 국내외 활약으로 한식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한 나라의 문화가 전달되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가 필요하다. 오랜 시간 여러 분야를 통해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높아진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한류 영화나 드라마를 접한 후 한식에 관심을 갖기도 하고, 한류 음악을 좋아해 한국 아티스트가 먹는 음식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서로 좋은 영향을 미치면서 발전하고 있다.

CREDIT

에디터

TAGS
내면의 풍경

내면의 풍경

내면의 풍경

캔버스 표면을 문지르고 물감을 흡수시키는 과정을 반복하며 묵은 감정을 해소한다. 최윤희 작가의 캔버스는 매일의 시간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오는 6월에 있을 전시 준비 중인 최윤희 작가의 작업실.

오래된 기억이 불현듯 떠오를 때가 있다. 차마 말하지 못한 문장, 잠시 잊고 있던 묵은 감정이 우리 몸 어딘가에 존재하다 갑작스레 존재감을 드러낸다. 최윤희 작가는 이러한 내면의 감정에 귀를 기울인다. 우리 안에 있지만 표현하지 않은 것, 혹은 표출되지 못한 감정이 어떤 형태로 남아있을지 궁금했다.

지갤러리에서 황수연 작가와 함께 선보인 2인전 <두꺼운 피부> 전경.

“나를 이루는 다양한 존재, 특히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관심이 갔어요. 다양한 감정, 소리, 호흡이 오가는 순간도 보이지는 않지만 저의 내면에 어떤 형태로 남아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 흔적을 추적해가는 여정을 표현한 거죠.” 지난겨울, 지갤러리에서 선보인 2인전 <두꺼운 피부>에서 그는 내면의 풍경을 수많은 레이어와 깊은 입체감으로 표현했다. 비정형적으로 흐르는 반투명한 얼룩과 엉킨 실타래 같은 가느다란 선은 이리저리 뒤섞이며 압축된 시간을 담은 신체의 풍경이 된다.

최윤희 작가는 캔버스 위에 다양한 색의 물감을 덧발라 얇은 레이어를 만들며 작업한다.

최윤희 작가는 캔버스 위에 다양한 색의 물감을 덧발라 얇은 레이어를 만들며 작업한다.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표현하는 방식도 바뀌었다. 단순히 물감을 발라 질감을 살리기보다는 캔버스에 온전히 스며드는 것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마치 감정을 소화시키는 과정과 닮았다. “물감이 잘 흡수될 수 있도록 캔버스부터 가공해요. 얇게 바르다 보니 천이 가지고 있는 성질이 두드러지더라고요. 그 위로 표면이 매끄러워질 때까지 물감을 문지르며 채워나가요.”

이 과정에서 물감은 본래 색을 드러내기보다 캔버스에 얇게 스며들며 변한다. 물감이 마르면 그 위로 또 다른 물감을 올린다. 색이 섞이면서 또 다른 풍경이 만들어지기를 기다린다. 오랜 시간이 지나 물감의 자국만 남은 듯한 형상을 비춘다. 때로는 문장이나 단어를 그림의 어딘가에 메모한다. 물감으로 덮여 관객에게 전달되지는 않지만 작업 과정에서 떠오르는 감정을 자연스레 해소하는 방법이다. 오래된 감정 위로 또 다른 기억이 채워지듯 켜켜이 쌓인 물감은 깊은 내면을 바라보게끔 한다.

스케치를 벽면에 붙여놓은 작업실.

“스케줄이 일정하지 않은 직업이다 보니 나 자신의 루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매일 아침 작업실로 출근해 작업을 하죠. 오래 붙잡고 있기보다 짧더라도 매일 꾸준히 작업하기로 결심했어요.” 최윤희 작가의 일상은 그의 작품과 닮아 있었다. 한 겹씩 문지르는 과정을 반복해 하나의 풍경을 완성하듯, 매일 똑같은 하루를 지구력 있게 꾸준히 채워나간다. 그리고 새롭게 발견되는 의외의 순간을 기다린다.

내면의 감정을 그려내는 최윤희 작가.

요즘은 오는 6월에 있을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는데, 길이 6m의 대형 캔버스에 작업을 한다. 기존 작업한 것 중 가장 큰 규모인데, 가능한 한 내면 감정을 가장 크게 펼쳐내려 한 듯하다. “매일의 시간을 그리는 데에 중점을 뒀어요. 감정이든 작업이든 물고 늘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그 과정 자체가 자연스레 녹아 있는 작품을 그려나가고 싶어요.”

SPECIAL GIFT

최윤희 작가에게 증정한 끌레드뽀 보떼의 더 세럼은 피부 본연의 힘을 일깨워 생기 있고 매끄러운 피부를 완성시켜 준다. 또한 피부에 고르게 퍼지고 빠르게 흡수되어 24시간 보습 효과를 유지시킨 후 피부 길을 열어 다음 단계 제품의 흡수를 높여준다. 50mL, 30만원.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이예린

TA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