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찾아 떠나는 여정은 비단 예술가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필요한 일이다. 도시를 벗어나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해나간 이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보자.
Paradise C-5, 116.8×91, Mixed Media.
파리 모더니즘 건축을 이끈 르 코르뷔지에는 세련된 펜트하우스를 떠나 지중해가 보이는 작은 오두막에서 노년을 보냈다. 허름해 보이는 13.22㎡ 오두막이지만 그는 ‘나의 궁전’이라 부르며 따뜻한 햇살과 시원한 바닷바람을 즐기곤 했다. 그런가 하면 낭만파 교향곡의 거장, 구스타브 말러는 여름이면 오스트리아 빈의 바쁜 일상을 뒤로한 채 외딴 시골 오두막에서 곡을 써 내려갔다. 거대한 악단을 이끄는 지휘자의 부담감에서 해방된 채 자유롭게 써 내려간 노래가 바로 영화 <헤어질 결심>에 등장한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 Adagietto’다.
위대한 예술가들은 복잡한 도시를 훌쩍 떠나 자신만의 오두막에서 은둔하곤 했다.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작가 리정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오두막집에 주목했다. 유년 시절부터 드넓은 수평선이 펼쳐진 바닷가에서 자란 작가는 오랜 시간 숲과 강변, 호숫가 주위의 집에서 살아왔다. 예술적 영감을 준 자연의 가치를 누구보다 존중하고 이해하는 그는 환경의 소중함을 꾸준히 언급해온 바 있다. 책 <예술가의 오두막집>은 자연에서 오롯이 자신만의 시간을 확보하여 예술 세계를 구축해나간 예술가의 삶을 살펴본다. 작가가 그동안 살아온 자연 속 집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예술가들의 창작 오두막, 그들의 예술 활동에 영향을 미친 산실을 ‘오두막집’으로 상징화하며 폭넓게 다룬다. 도시를 벗어나 자연 속에서 사유하며 자신의 예술적 삶을 충만하게 한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Paradise A-17,162×130.3, Mixed Media.
예술 에세이와 함께 파라다이스 연작도 선보인다. 평화로운 대자연의 풍경을 통해 환경파괴의 심각성을 역설적으로 고발하는 리정 작가의 작품 시리즈다. 지난해 대작 위주의 대규모 개인전과 함께 더리우 갤러리 주관으로 런던 사치갤러리의 전시에 참여한 바 있다. 작품 속에는 멀리 보이는 평원과 뭉게구름, 새하얀 설산 등 사계절을 배경으로 다양한 야생동물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사는 대륙도 환경도 다르지만 작가의 그림 속에서는 평화로이 어우러진다. 또한 생동감 넘치는 맹수들은 공격적이고 위험한 존재가 아닌, 평화와 균형을 위한 수호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각각의 다른 습성을 지닌 동물들은 서로 배려하고 협력하면서 평화롭게 자연환경을 공유하고 유지하는 존재다. 이들과 함께 살아가야 할 인간은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여인으로 표현했다. 평화로운 대자연 속에서 영원한 시간을 살고자 하는 작가의 간절한 열망에서 비롯됐다. 열망의 주체로 등장하는 여인의 모습은 한층 더 당당한 모습으로 우뚝 서 작가의 내면적 열망을 더욱 구체화한다. 동시에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능동적이고 강력한 환경윤리적 행동의 필요성에 대해 전하고자 한다.
리정 작가의 파라다이스는 그만의 ‘오두막집’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자연으로 훌쩍 떠나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그 소중함을 마음속 깊이 이해할 것이다. 왠지 모를 긴장감이 느껴지는 일상과 달리 자연과 어우러지는 소박함은 우리에게 편안함을 선사한다. 예술가들에게 작은 오두막이 영감을 주는 안식처인 것처럼 말이다. 그들의 철학을 담은 오두막집을 함께 따라가며 다시금 자연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본다.
문의 도서출판 파라다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