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don Craft Week 2025

London Craft Week 2025

London Craft Week 2025

올해로 11회를 맞은 런던 크래프트 위크는 지난 10년간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단단해져서 돌아왔다.
세계 최대 공예 비엔날레 호모 파베르가 메인 스폰서로 참여하며,
규모와 수준이 한 단계 도약한 현장을 직접 다녀왔다.

애쉬 & 플럼 Ash & Plumb이 뉴 크래프트메이커 The New Craftmaker를 위해 독점 제작한 패티네이트 오크 용기. © Ash & Plumb × The New Craftmaker

공예와 디자인, 예술 애호가들을 위한 축제인 런던 크래프트 위크 London Craft Week(이하 LCW)가 지난 5월 12일부터 18일까지 열렸다. 런던 전역에서 400여 개의 전시, 마스터클래스, 시연이 펼쳐졌으며, 세계 각국에서 온 1000여명의 장인과 디자이너가 참가해 런던이 유럽 공예의 중심지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V&A박물관, 대영박물관, 내셔널 갤러리, 웨스트민스터 사원 등 주요 랜드마크는 물론 평소에는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는 퓨터러스 홀, 아이언몽거스 홀 같은 전통 수공예 장인의 길드 공간도 개방됐다. 또한 행사 기간에 맞춰 소실위기에 처한 영국의 전통 기술을 등재한 ‘헤리티지 레드 리스트 Heritage Red List’를 발표하면서, 디자인 축제를 넘어 공예의 가치를 환기시키는 의미 있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두 번째로 개최된 시크릿 세라믹스. 유명 작가와 신진 작가가 익명으로 작품을 출품해 구매 후에만 작가의 이름을 알 수 있다.

Secret Ceramics
유서 깊은 영국 미술 경매 회사 크리스티 Christie’s에서 열린 ‘시크릿 세라믹스’은 유명 및 신진 도예가 100명의 작품을 익명으로 출품해 동일한 가격에 판매하는 흥미로운 기획이다. 세계적인 작가이자 설치미술가인 에드먼드 드 왈 Edmund de Waal, 2024 로에베 재단 공예 프라이즈 파이널리스트 앤 반 후이 Ann Van Hoey,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일본 작가 히토미 호소노 Hitomi Hosono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알아보는 안목만 있다면,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판매 수익금은 어려운 환경에 있는 영국 청소년들이 도자기 공예를 통해 삶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자선단체 파이어드업4 FiredUp4에 기부된다. 또한 평소 접하기 힘든 피카소의 도자기 작품도 LCW 기간에 대중에게 공개되며, 온라인 옥션도 함께 진행된다.

잼에서 도자기 화병 작업을 선보인 이사투 하이드 작가. © Dan Weill Photography

하우에서 공개한 앤티크 가구와 새로운 트림블 프린트.

상쾌한 그린 컬러가 돋보이는 오우커의 마레아 조명.

Pimlico Road
첼시와 빅토리아 사이에 위치한 핌리코 로드는 런던에서 가장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앤티크, 디자인 숍이 모여 있는 거리다. 하이엔드 매장뿐 아니라 영국 수공예 전통과 현대 디자인이 공존하는 ‘Made in Britain’ 정신을 보여주는 곳이다. 영국 빈티지의 상징과 같은 하우 Howe는 LCW 기간에 새로운 ‘트림블 프린트’를 공개했고, 시빌 콜팩스 & 존 파울러 Sibyl Colefax & John Fowler는 고급 원목 마카사르 에보니로 제작하는 ‘Cockpen’ 테이블의 제작 과정을 오픈 스튜디오 형식으로 선보였다. 잼 Jamb은 도예가 이사투 하이드 Isatu Hyde의 18세기 도자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시리즈를, 오우커 Ochre는 무라노 전통 유리공예로 제작한 새로운 조명 컬렉션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까르띠에 등 럭셔리 브랜드들이 보인 슬론 스트리트에도 공예 행사가 펼쳐졌다. © Hufton+Crow

셀레리아 핸드 스티치를 시연한 펜디.

카푸신 백 제작 과정을 선보인 루이 비통.

Sloane Street
럭셔리 브랜드가 모인 슬론 스트리트에서는 루이 비통, 구찌, 펜디, 보테가 베네타, 페라가모 등 전통과 장인정신을 중요시하는 브랜드들이 각자의 특별한 공예 기술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 구찌는 1950년대부터 이어온 ‘풀라르’를 중심으로 실크 공예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토크를 열었고, 펜디는 이탈리아 장인이 ‘셀레리아’ 핸드스티치를 직접 시연했다. 루이 비통은 방돔 아틀리에의 장인이 참여해 250단계에 달하는 ‘카푸신’ 백의 제작 과정을 현장에서 선보였다. 브랜드 철학과 공예의 가치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데이비드 호란의 작품을 선보인 베통 브루트.

세바스찬 콕스 스튜디오와 낫 막스가 협업한 타이드 컬렉션.

카탈리나 스윈번의 전시를 선보인 몰테니앤씨. 종이를 매체로 역사적 문화와 상징적 텍스트를 조형적으로 풀어냈다.

에브 & 플로가 선보인 카티 테이블.

우드 베니어 조각을 활용한 브로디 네일의 우드스트로크 컬렉션.

No.9 Cork Street
프리즈 런던의 상설 갤러리이자 전 세계 갤러리들의 전시 플랫폼인 No.9 코르크 스트리트도 올해 처음으로 LCW에 참여했다. 호주 출신 디자이너 브로디 네일 Brodie Neill은 산업 폐기물 베니어 조각을 활용한 ‘우드스트로크 Woodstroke’ 컬렉션을 선보였으며, 추상표현주의에서 영감을 받아 목재를 회화적이고 유기적인 형태로 풀어냈다. 디자인 갤러리 베통 브루트 Béton Brut는 <Forge to Fold: Hands at Work from Iron to Paper> 전시에서 데이비드 호란 David Horan의 종이 가구 컬렉션을 소개했다. 프랑스의 데쿠파주 기법과 일본 민예운동에서 영감을 받은 그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세키슈 와시 등 일본 전통 종이를 활용해 ‘비건 벨럼’ 시리즈와 ‘드래곤 스킨’ 시리즈를 제작했다. 유리와 금속의 이질적 조합을 통해 자연의 흐름을 표현한 ‘에브 & 플로 Ebb & Flow’는 무라노의 얄리 글라스 Yali Glass와 일본 키타웍스 Kitaworks가 협업한 ‘카티 Kati’ 테이블을 선보였다. 스위스 엥가딘의 빙하와 베네치아 석호에서 영감받은 유기적 디자인이 특징이다. 영국 디자인계의 권위 있는 칭호인 RDI에 선정된 세바스찬 콕스 Sebastian Cox 스튜디오는 마블링 아티스트 낫막스 Nat Maks와 함께 ‘TIDE’ 컬렉션을 선보였다. 영국산 단풍나무 테이블에 일몰과 바다에서 영감을 받은 색조의 마블링이 더해졌다.

이천 도자기 명장 한도현의 청자.

편예린 작가의 ‘Poem for Ephemeral Moments’.

 

유리와 옻칠의 조화가 독창적인 이규홍 작가. © Charles Burnand Gallery

V&A 뮤지엄에서 말총 엮기 기술을 시연한 정다혜 작가.

김대성 장인이 만든 합죽선. © Korea Heritage Agency

찰스 버나드 갤러리에서 선보인 김희찬의 작품.

Korean Craft in LCW
이번 LCW에서는 한국의 활약이 돋보였다. 처음 참가한 국가유산청(국가유산진흥원)은 ‘Object of Beautification: 한국의 장신구’를 주제로, 국가무형문화재 전승자와 현대 디자이너가 협업한 공예품을 K.Craft라는 브랜드로 선보였다. 조각장, 입사장, 금박장, 누비장 등 전통 기술과 실용적 디자인이 만나는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 전승 공예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 컬렉션 Han Collection에서는 이천시가 선정한 6개 공방의 작품 15점이 전시되었다. 뉴욕 MOMA 최초의 한국 작가 김대성, 2024 대한민국분청공모전 은상 수상자 나용환, 도자기 명장 한도현, 도자와 회화를 결합한 김현종, 백자로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이우진, 분청사기의 정수를 보여주는 김상기 등이 참여했다. 찰스 버나드 갤러리 Charles Burnand Gallery에서는 목재로 유기적 조형을 만드는 김희찬, 금속 세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김계옥의 작품이 소개됐다. 두 작가 모두 로에베 재단 공예 프라이즈 파이널리스트 출신이다. 가장 주목받은 전시는 더 레이버리 The Lavery에서 열린 솔루나 파인 크래프트의 <Landscape of Materials: 재료의 풍경>. 인터내셔널 파빌리온 중 한국관으로 참여해 현대 공예의 조형성과 재료 탐구를 깊이 있게 보여주며, LCW 관계자와 많은 관람객의 호평을 받았다. 사라져가는 말총 공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정다혜, 금속 위에 옻칠을 입힌 천우선, 자연석 질감을 도자로 표현한 편예린, 빛을 끌어들이는 유리 공예의 이규홍, 개인의 서사를 담은 최기용까지 총 5명의 작가가 각기 다른 재료와 감각으로 한국 공예의 현재를 보여주었다.

CREDIT

에디터

WRITER

장수연

TAGS
전통의 오늘

전통의 오늘

전통의 오늘

오래된 재료와 기법을 현대 감각으로 풀어낸 공간, ‘하우스 오브 신세계 헤리티지’는
전통을 일상의 언어로 재해석해 지금 이 순간의 한국을 보여준다.

편백나무로 만든 임정주 작가의 ‘솔리드 Solid’ 벤치와 암체어. 가구 위 화문석은 국가무형유산 완초장 이수자 허성자 작가. 대나무 스툴은 한창균 작가.

쌀포대, 비닐 등으로 예술 작업을 선보이는 김태연 작가의 밥멍덕.

국가무형유산 염장 보유자 조대용 장인의 발을 건 입구.

오늘날, 전통은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되어야 할까? 고이 간직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누군가의 일상에 닿고, 시대의 언어로 다시 쓰일 수 있어야 한다. 방식은 달라도 그 과정에 필요한 것은 같다. 재료에 대한 감각, 삶에 대한 통찰. 요즘의 전통은 박물관보다 집과 식탁 등 손끝 가까이에 있다.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문을 연 ‘하우스 오브 신세계 헤리티지’는 그 움직임을 감각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백화점 한가운데 자리 잡은 이 작은 전통의 집은, 오래된 것을 단순히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누빔, 모시, 유기 등은 전통 공예 재료를 오늘의 언어로 풀고, 관람자의 삶 속으로 자연스럽게 옮긴다. 그 출발점은 보자기다. 개관전 <담아 이르다>는 우리 일생에서 ‘감싸고, 덮고, 싸서 전하는’ 행위에 담긴 의미를 다시 읽어냈다. 전통 공예의 재료와 기술, 그 안에 담긴 정신을 지금의 감각으로 풀어낸 전시다. 모시, 누빔, 완초 등 손으로 다듬어야 완성되는 재료들이 새로운 시선 아래 펼쳐진다. 쌀자루 포대와 비닐봉지를 직물처럼 활용한 김태연, 모시를 염색해 현대적 색감을 입힌 김나연 등 총 8팀(11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들은 보자기를 단순히 직물이 아닌 ‘담아내는 행위’로 확장하며, 기억과 마음을 담은 다양한 오브제를 완성했다. 전시는 감상에 그치지 않는다. 재료의 감각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워크숍이 마련돼 있다. 작가들과 함께 누비고 엮으며, 손끝으로 전통의 시간을 따라가본다. 공예의 호흡, 기술, 시간성을 몸으로 이해하는 일이다.
지하 1층에 마련된 기프트 숍은 전시의 연장선이다. 일부 작품을 생활용품으로 구현한 제품들과 함께, 하우스 오브 신세계가 자체 기획한 오리지널 제품도 선보인다. 굽 접시, 유기 합, 차 도구처럼 손님을 대접하는 데 쓰이는 물건이 주류를 이루는 것도 인상적이다. 선물은 여전히 누군가를 향한 마음을 담는 수단이며, 브랜드는 이 ‘마음을 전하는 방식’에 주목했다. 5층에 위치한 ‘디저트 살롱’ 역시 같은 맥락 위에 있다. 차와 다과는 가장 섬세한 환대의 언어다. 신세계 한식연구소 셰프들, 전통 떡과 한과의 명인 서명환 선생이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한국 차 전문가 로해 서울의 김동현 디렉터는 한국 고유의 차를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냈다. 신세계의 동백꽃에서 모티프를 얻은 붉은 홍화차, 18세기 조선 이운해의 ‘부풍향차보’에 기초해 개발된 블렌드 티 4종이 대표적이다. 차와 페어링된 다과는 매달 계절에 따라 달라지며, 이 조합은 오직 하우스 오브 신세계에서만 만날 수 있다.

지하 1층에 위치한 하우스 오브 신세계 헤리티지 기프트 숍에서는 한국 공예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재질’이었어요. 짚풀, 옻칠, 누비, 유기 등 점점 사라져가는 한국의 재료들을 다시 들여다보고, 이를 이어가는 장인들의 손길을 오늘의 라이프스타일에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브랜드 론칭을 총괄한 김경은 디렉터의 말처럼, 하우스 오브 신세계 헤리티지는 장인과 손님을 잇고, 전통과 현재를 연결하는 공간이다. “전통은 지금도 쓸 수 있어야 의미가 있어요. 옛 방식을 그대로 쓰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가까운 형태로 풀어내는 거죠. 익숙지 않은 재료를 다시 친숙하게 만드는 것, 그 연결을 만드는 작업이 의미 있었어요.” 신세계는 오랫동안 외국의 아름다움을 누구보다 빠르게 소개해온 브랜드였다. 하지만 지금은 ‘가장 좋은 한국’을 이야기한다. 낯선 재료를 익숙하게 풀어내고, 잊힌 기술을 오늘의 삶에 연결하며, 전통은 다시 살아난다. 하우스 오브 신세계 헤리티지는 그 변화의 출발점이다.
ADD 서울시 중구 남대문로 42

최희주 작가의 코사지 조각보.

보자기를 탄생과 성장, 결혼 등 일생의 주기에 맞춰 다양하게 재해석한 <담아 이르다> 전시 전경.

기프트 숍에서 만날 수 있는 이인진 작가의 컬렉션.

하우스 오브 신세계 헤리티지 브랜드 론칭과 공간 설계를 총괄한 김경은 디렉터.

김나연 작가의 모시 밥멍덕.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이예린

TAGS
점점 커져가는 이슬람의 문화와 예술

점점 커져가는 이슬람의 문화와 예술

점점 커져가는 이슬람의 문화와 예술

이슬람 문화와 예술이 세계 미술계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 Diriyah Biennale Foundation, Marco Cappelletti,

지난 1월,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이슬람 아트 비엔날레.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이슬람 아트 뮤지엄.

1960년대 이후 현대미술 작품 가격이 급상승했지만, 이보다 더 가파르게 성장한 분야가 있다. 바로 이슬람 문화다. 2008년 카타르 도하에 최초의 이슬람 미술관이 설립되었고, 그 뒤를 이어 2011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이슬람관 리뉴얼 오픈, 2012년 루브르 뮤지엄의 이슬람관이 개관되었다. 2017년 아부다비 루브르 미술관 분관이 건립되며 가톨릭 문화의 예술품과 이슬람 문화재가 함께 전시 중이고, 2019년 카타르 도하에는 장 누벨 설계의 국립박물관을 개관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기간 중에는 회화 중심 미술관으로 준비 중인 헤르조그 드 뫼롱의 루사일 미술관이 사전 홍보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이와 같은 글로벌 뮤지엄의 변화 속에서 빠른 시간 내 소장품을 갖추어야 했던 수요는 이슬람 문화재의 가격을 끌어올렸다. 이슬람 문화를 아시아 문화로부터 분리하고, 또 별도의 전시 공간을 만든다는 것은 그만큼 이슬람 국가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과 미국에 이어 아시아까지, 전 세계가 불경기로 허덕이고 있는 시기에도 여전히 경제적 희망이 있다고 여겨지는 곳은 바로 이슬람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비전 2030정책을 발표하며 신도시 ‘네옴시티’를 발표하자, 전 세계 비즈니스맨들이 사업권을 따내려고 한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물론, 이슬람 국가 내부에서도 문화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석유 자본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가장 럭셔리한 호텔을 짓고, 세계 최고의 대학과 회사를 유치했지만, 출장 오는 사람은 있어도 그곳에 사는 가족은 적은 이유가 바로 문화적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석유의존형 부유국에서 문화와 예술이 있는 선진국으로의 도약만이 현재의 부를 영속화시키는 방편이 될 것이다. 또한 테러국인데다 여성을 억압한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이슬람 문화에 대한 세계인의 공감과 이해는 필수 선결 요소다.

이슬람 경전 쿠란, 매트로폴리탄 미술관 컬렉션.

이와 같은 대내외적 필요성에 의해 이슬람 문화를 주목하는 흐름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아랍에미레이트와 카타르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도 2023년 제다에서 이슬람 예술 비엔날레를, 디리야에서 현대미술 비엔날레를 개최했다. 알울라에는 베이루트 출신 여성 건축가 리나 고트메의 설계로 퐁피두 미술관 분관이 건립될 예정이다. 2030년 리야드 만국박람회를 유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올해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이슬람 문화를 주목하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런던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에서는 <위대한 무굴: 예술, 건축, 풍요로움>(2024년 11월 9일 ~ 2025년 5월 5일) 전시를 통해 인도 무굴제국의 전성기던 1560 ~1660년 예술품을 소개했다. 인도의 유명 관광지 타지마할은 바로 이 시기에 이루어진 건축으로서 당대 이슬람 문화는 건축, 조경, 가드닝, 보석, 세밀화에 이르기까지 화려하게 번성했으며, 서구 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국 보스톤대학의 맥멀렌 미술관에서는 <창조의 경이: 이슬람 세계의 예술, 과학, 그리고 혁신> (2025년 2월 9일 ~ 6월 1일)이라는 전시회를 통해 이슬람의 천문학, 지리학, 의학, 건축이 예술과 교차하는 지점을 소개하고 있다. 이슬람은 기도와 라마단 등의 종교 행사에서 정확한 시간과 달력이 필요했기에 천문학이 매우 발달하고 더불어 수학 체계도 앞서 나갔는데, 이러한 지식이 유럽에 전달되어 근대 과학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서구 중심으로 역사와 문화를 배워온 우리에게 이슬람 문화는 낯선 존재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오랫동안 배제되어온 이슬람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문화적 다양성을 충족시켜줄 뿐 아니라, 새로운 창조성을 여는 열쇠가 될 것이다. 또한 자신의 문화를 사랑하고 적극적으로 미래에 도약하려는 태도는, 중국과 일본 문화 사이에 끼어 오랫동안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다, 이제서 K컬처로 도약하고 있는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줄 것이다.

CREDIT

에디터

WRITER

김영애(이안아트컨설팅 대표)

TA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