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에서 72시간

로스앤젤레스에서 72시간

로스앤젤레스에서 72시간

디자이너 켈리 웨어슬러와 함께한 로스앤젤레스 여행.

외곽 지역을 휩쓴 화재가 지나간 지 6개월. 다운타운은 피해를 면했고, 로스앤젤레스는 다시 특유의 빠른 리듬을 되찾았다.

디자이너이자 건축가, 패셔니스타인 켈리 웨어슬러. 최근 자신의 뉴스레터 Wearstlerworld를 서브스택 플랫폼에 론칭했다.

캘리포니아의 햇살만큼 눈부신 금발, 매일 운동하는 필라테스와 파델 스포츠로 다져진 조각 같은 실루엣, 아침마다 빠지지 않는 트리플 마키아토. 집도 일도 전부 ‘어메이징’하다는 켈리 웨어슬러는 누가 봐도 전형적인 LA 걸이다. 스무 살 무렵, 고향인 사우스캐롤라이나를 떠나 캘리포니아에 정착한 이후로 그녀는 여전히 이 도시의 에너지에 흠뻑 빠져 있다. “어느 동네를 가도 굉장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고 계속해서 새로운 걸 발견하는 기분이 들어요. 가파른 산을 배경으로 해변에 종려나무들이 늘어선 이 도시에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쿨한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창의적인 자극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요.” 매일 반복되는 극심한 교통체증도 그녀에겐 특별한 시간이다. “일종의 명상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어요. 그 시간에는 말 그대로 속도를 늦추며 친한 사람들과 집중해서 대화를 이어갈 수 있어요.” 그가 디자인한 호텔과 아파트, 그리고 스타들의 빌라에는 모두 ‘캘리포니아 미학’이 녹아 있다. “제게 로스앤젤리스는 그저 창의성 넘치는 도시가 아니에요. 수많은 재능이 끊임없이 솟아오르고,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느끼게 해주는 곳이죠.” 그녀가 이 도시에서 가장 좋아하는 점은 ‘다양성’이다. “문화, 사람, 아이디어가 서로 섞이며 만들어내는 이 모자이크 같은 풍경이야말로 LA만의 캐릭터를 만들어줘요. 저는 익숙한 걸 싫어해서 늘 새로운 장소를 탐험하곤 하는데, 이 도시야말로 그런 저에게 완벽한 무대예요.”

ROSE BOWL
STADIUM
미국의 신화적인 경기장 중 한 곳인, 로스앤젤레스 외곽 파사데나에 자리한 이 미식축구 경기장은 역사 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매달 두 번째 일요일에는 아주 놀라운 벼룩시장 ‘로즈 볼 플리마켓 Rose Bowl Flea Market’이 열린다. 2500곳 이상의 벤더가 참여하며, 너무 많은 인파를 피하기 위해 입장료를 받는다. 켈리는 이곳에 와서 아름다운 물건을 사곤 한다.
ADD 1001 Rose Bowl Dr, Pasadena, CA91103 WEB rosebowlstadium.com

JF CHEN
40년 넘게 20세기 가구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숍. 3000㎡ 크기의 숍은 이 분야 애호가라면 무사히 빠져나오지 못하는 천국이다. 모든 예산에 적합한 놀라운 가구와 오브제를 찾을 수 있다. 나오는 길에 보이는 흰색 카나페는 배우 로버트 패티슨이 디자인한 것. “빈티지를 좋아하는 제가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에요.” 켈리가 말했다.
ADD 931 North Highland Avenue WEB jfchen.com

MAXFIELD
패션 마니아인 켈리는 가장 아방가르드한 브랜드를 선보이는 맥스필드에서 주로 옷을 고른다. “오트 쿠튀르와 유니크한 패션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이곳은 상징적인 부티크예요.” 켈리가 말했다.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매장 밖에 무료로 전시된, 오너가 프랑스에서 가져온 장 프루베의 노마드 건축 구조물 감상만으로도 충분히 눈이 호강할 것이다. 이곳에서는 비벌리 힐스의 비밀스러운 파티도 종종 열린다.
ADD 8825 Melrose Avenue WEB maxfield.com

BAVEL RESTAURANT
다운타운 중심에 자리한 이 레스토랑은 중동 영향을 받은 요리를 선보인다. 이곳을 운영하는 두 셰프 오리 메나시와 주느비에브 제르지는 이스라엘, 모로코, 튀르키에, 이집트 지역에 뿌리를 두고 그들이 어린 시절에 경험한 맛을 나누려고 한다. 오픈 키친과 다듬지 않은 인테리어, 켈리가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다.
ADD 500 Mateo St. WEB baveldtla.com

THE HOLE
캐시 그레이슨은 뉴욕에서 전시 공간 두 곳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뒤, 3년 전 로스앤젤레스에 ‘더 홀 갤러리’를 오픈했다. 현지 아티스트들과 캘리포니아 컬렉터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다. 750㎡ 규모의 공간 전체가 컨템퍼러리 아트에 집중되어 있는 곳으로서 켈리가 추천하는 LA 아트 루트의 필수코스 중 하나다.
ADD 844 N La Brea Avenue WEB thehole.com

베니스 비치 Venice Beach의 신화적인 스케이트파크. 태평양을 따라 산책한 뒤 석양을 감상하는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다.

BODE
쇼윈도 없이 자연사박물관처럼 디스플레이한 이 부티크는 신원을 확인한 후 들어갈 수 있다. 2016년 뉴욕에 설립한 패션 브랜드로 전 세계에서 공수한 앤티크 패브릭으로 제작한 옷을 선보인다. 미국 스타일을 농축한 카우보이 또는 햄튼 분위기를 맛볼 수 있다.
ADD 7007 Melrose Avenue WEB bode.com

GETTY VILLA
1974년 대중에게 오픈한 게티 빌라는 오너의 고전 건축과 예술에 대한 열정을 보여준다. 아트리움, 회랑, 안뜰의 연못 등 이탈리아 나폴리 만에 있는 빌라 데이 파피리 Villa dei Papiri를 전체적으로 재현했다. 이곳에 전시된 석관, 장식 꽃병, 랜즈다운의 헤라클레스 상, 페플로스를 입은 여인 상(모두 오리지널)은 이 멋진 장소를 박물관으로 만들어준다. 할리우드만이 창조할 수 있는 곳이라 할 만하다.
ADD 17985 Pacific Coast Highway, Pacific Palisades WEB getty.edu/visit/villa

SEVENTH HOUSE
1965년 프랭크 게리가 8만 달러 안 되는 돈으로 건축한 이 큐브 하우스는, 30년간 그래픽 디자이너 루이 댄지거의 집으로 사용하다가 갤러리로 바뀌었다. 위층의 침실부터 욕실, 주방, 거실 등 모든 공간에 20세기 디자인 작품이 전시돼 있다. 모든 작품 구입 가능.
ADD 7001 Melrose Avenue WEB seventhhouse.la

LACMA
이곳은 압도적인 미술관이다. 해마다 100만 명 넘는 사람들이 방문하고 20만㎡에 걸쳐 일곱 개 건물이 자리 잡고 있으며, 전 세계 5대륙에서 가져온 13만 점 이상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하루에 다 둘러볼 수 없고, 이틀은 할애해야 한다. 천천히 시간을 갖고 다니다가 시몬리의 이 작품은 잊지 말고 꼭 감상할 것. 감동과 위엄이 동시에 느껴지는 걸작이다.
ADD 5905 Wilshire Boulevard WEB lacma.org

2008년 설치한 이 조명 작품은 로스앤젤레스 주민들에게 사랑받으며 ‘천사의 도시’ 상징 중 하나가 되었다.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LACMA가 좋아요. 늘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되죠.” 켈리가 말했다.

REPUBLIQUE
1928년에 찰리 채플린이 건축한 이 벽돌 건물에는 오랫동안 아이코닉한 라 브레아 베이커리 La Brea Bakery가 있었다. 지금은 빵집과 바, 그리고 레스토랑이 있는 리퍼블리크. 넓고 여유로우면서 아늑하기도 하다. 2023년에 제임스 비어드 파운데이션 어워드 James Beard Foundation Award를 받은 셰프, 마가리타 맨츠키의 요리와 패스추리를 맛보며 쉴 수 있는 곳이다.
ADD 624 South La Brea Avenue WEB republiquela.com

THE HUNTINGTON
‘중국’, ‘일본’, ‘아로마’, ‘아열대’, ‘호주’, ‘사막’, ‘종려나무’, ‘카멜리아’…. 캘리포니아의 명소 헌팅턴 가든은 하루에 다 돌아보기 힘든 곳이다. 식물원뿐 아니라 미술관과 놀라운 도서관도 있다. 도심의 무더위에서 벗어나 푸르른 자연 속으로 떠나는 힐링 공간이다.
ADD 1151 Oxford Road, San Marion WEB huntington.org

OK THE STORE
선물을 구입하기에 좋은 이 작은 숍에서는 캘리포니아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주얼리, 화병, 책, 미니어처 도자기, 가죽 제품 등 모든 취향과 가격대를 아우른다.
ADD 8303 West Third Street WEB okthestore.com

RESTAURANT
LA DOLCE VITA
영화 속에 있는 것 같다. 그럴 만한 것이 1966년 오픈한 이곳은 대스타들이 즐겨 찾던 곳. 프랭크 시나트라, 도널드 레이건, 그레고리 펙, 커크 더글라스는 목요일의 ‘오소 부코 Osso Buco(송아지 정강이 요리)’를 절대 놓치지 않았다. 이탈리아 메뉴, 칵테일, 분위기와 인테리어 등 여기 할리우드 명소를 예약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ADD 9785 S. Santa Monica Boulevard WEB ladolcevitabeverlyhills.com

TABLEART
거대한 디자인몰인 퍼시픽 디자인 센터 Pacific Design Center 한가운데에 몇 달 전 자리 잡은 인테리어 데코 브랜드. 일반인은 물론 건축가들도 꼭 들러야 할 곳이다. “그들은 테이블웨어가 아름다우면서 실용적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고 있어요.”
ADD Pacific Design Center, 8687 Melrose Avenue WEB tableartonline.com

THE LAST BOOKSTORE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큰 독립 서점. 2000㎡가 넘는 미로 같은 공간에 수천 권의 신작과 중고서적, 음반, 만화책을 구비하고 있다. 셀카를 찍어 기념하기 좋은 책 터널과 털실 가게가 있고, 곳곳에 전략적으로 배치한 카나페에서는 조용히 책을 들춰보거나 짧은 낮잠을 몰래 잘 수 있다.
ADD 453 South Spring Street, Ground Floor WEB lastbookstorela.com

THE BOARD
다운타운 중심지에 딜러 스코피디오+렌프로 Diller Scofidio + Renfro 스튜디오가 지은 컨템퍼러리 아트 뮤지엄. 엘리와 에디트 브로드의 2000점이 넘는 컬렉션을 소장한 이곳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프랭크 게리의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과 아라타 이소자키의 MOCA
옆에 자리해서 이 동네의 매력을 한층 높인다.
ADD 221 S. Grand Avenue WEB thebroad.org

산타 모니카 피어 Santa Monica Pier 바로 앞에 있는 이 벽화는 오베이 자이언트의 작품으로 태평양과 유명한 머슬 비치를 따라 산책할 때 아주 멀리서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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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술라뤼 Guillaume Soular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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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유산, 수경재와 아라리 이야기

살아있는 유산, 수경재와 아라리 이야기

살아있는 유산, 수경재와 아라리 이야기

광주요 그룹이 북촌에 지은 수경재. 이곳은 성복화 부회장의 미감과 철학, 그리고 리브랜딩을 통해
다시 정의된 광주요의 정신이 담긴 공간이다.

창문를 열면 한눈에 펼쳐지는 북촌의 풍경. 그 앞에 놓인 고요한 도자기들이 과거와 현재를 나란히 담아낸다.

한옥 지붕 너머로 남산타워가 펼쳐진다. 전통과 현대가 맞닿는 수경재의 마당 풍경.

1963년, 조선 왕실의 도자기 장인정신을 잇겠다는 뜻으로 시작된 광주요. 흙과불, 빛의전통을생활로옮겨온이들의여정은 60년넘게 이어졌다. 스테인리스 식기가 당연시되던 시절, 생활 도자기로 한국 식탁의 미감을 바꿔낸 2대 조태권 회장의 행보는 광주요를 한국 식문화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이번 북촌 수경재 오픈과 아라리 론칭은 브랜드가 다시 처음을 바라보며 시작점의 정신을 현재의 언어로 재해석하는 과정이었다.

입구에 놓인 청자와 장식 오브제들. 두 번째 칸에 있는 청자는 손주들의 띠에 맞게 특별 제작한 것이다.

벽면을 가득 채운 찻잔과 다기들. 성복화 부회장이 오랜 시간 수집해온 것이다.

창립자 조소수 선생의 ‘백자 진사 포도문 호’에서 영감을 받은 이번 리브랜딩은, 익숙한 형태를 깨고 자유롭게 흐르는 넝쿨과 포도송이를 담아냈다. 광주요의 첫째 딸이자 F&B 사업을 이끌고 있는 조윤경대표는 “광주요는 단순히 그릇을 만드는 브랜드가 아니라, 한국의 식문화와 미의식을 함께 이야기하는 브랜드예요. 수경재는 그 철학의 집약체이자 시작점이라 할 수 있죠.”라고 말했다. 현재 그녀는 수경재 1층에 자리한 디저트 카페 아라리를 총괄하고 있다. 성복화 부회장은 조태권 회장의 아내이자, 광주요 그룹의 뿌리를 지켜온 인물이다. 그녀는 수십년간 모아온 가구와 도자기, 기물들을 중심으로 지난 시간의 결을 공간으로 풀어냈다.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언젠가 내가 떠나도, 이 공간이 남아 누군가에게 광주요의 철학을 전해준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수경재는 ‘수화경행’에서 이름을 따왔다. ‘모여 조화롭게 한다’는 수화, ‘밝고 큰 길을 오가는 사람과 문물’을 뜻하는 경행, 그리고 ‘머무름’을 의미하는 재. 북촌의 높은 언덕 위에 사랑채, 대청, 안채, 누마루로 이어지는 전통 한옥 구조를 복원해 배치했다. 코로나19 시기에도 공사를 멈추지 않고 완성한 이곳은 단순한 한옥이 아닌, 성복화 부회장의 컬렉션과 철학이 녹아든 복합 문화 공간이다. 대문을 동쪽으로 옮겨 풍수적으로 가풍이 빠져 나가지 않도록 하고, 계단을 측면에 배치해 출입 동선의 불편도 해결했다. 기존 한옥의 목재를 해체한 후 위치와 결구 방식을 모두 기록해 다시 조립했다. 기와는 다시 얹고, 마당과 외벽에는 기존 석재를 재가공해 사용했다. 보와 기둥은 광주요 이천 가마 앞에서 그녀의 어머니가 기르던 80년된 밤나무로 제작했다. “부모님이 남긴 나무를 잘라 쓰는 게 죄송스러웠지만, 이렇게라도 해서 함께 있는 집을 만들고 싶었어요.” 성복화 부회장은 생활과 실용성을 중요시 했기에 문화재급 전문가보다는 한옥 전문 건설사 참우리와 젊은 장인들에게 의뢰를 맡겼다. “문화재를 복원하려는 것은 아니잖아요. 사람들이 편하게 머무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마루와 주방에는 빈티지 우드를 사용해 옹이의 문양과 목결이 공간에 깊이를 더하고, 모기장은 일반 삼베 대신 좀 더 촘촘한 추포를 사용해 실용성과 미감을 동시에 잡았다. 광주요에서 나온 도자기는 화장실 세면대 타일, 외벽 장식, 토판, 청기와 등으로 활용돼 광주요의 뿌리와 본질이 공간 곳곳에 스며든 점도 재미있다. 누마루에 오르면 북촌 한옥마을과 남산타워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며, 대청의 천장에는 부회장이 직접 쓴 상량문이 수경재의 철학을 응축한다. 사랑채에는 성복화 부회장이 수십 년간 수집해온 다완과 찻잔, 소반, 고가구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도자기만 있으면 식상하니까 대나무나 유리, 원목 같은 걸 함께 두면 공간이 더 살아나요.” 안채 주방에는 오래된 청자와 대나무, 유리 오브제가 어우러져 부드러운 깊이를 더하고, 마당과 누마루에는 계절마다 그녀가 농원에서 직접 고른 꽃들이 공간의 결을 완성한다. “공간이 원하는 꽃이 있어요. 플로리스트가 꽂은 꽃도 예쁘긴 한데, 이 집에는 그게 아니었어요.” 솜씨가 워낙 뛰어나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있는지 묻자, “어렸을 때 신부수업할 때 배운 게 다예요”라며 무심한듯 웃어넘겼다.

성복화 부회장이 직접 쓴 상량문.

핀율의 목재 테이블과 이배의 회화 작품이 어우러진 다이닝 공간.

오색실로 엮어낸 노리개 세 점과 한쪽에 놓인 조명이 공간에 섬세함을 더한다.

성복화 부회장과 광주요의 F&B 사업을 맡고 있는 조윤경 대표.

현재 수경재는 VIP와 그룹 행사를 중심으로 운영되며 광주요, 화요, 비채나, 아라리등 그룹의 철학과 역사를 하나로경험 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앞으로는 한식 체험, 쿠킹 클래스 같은 걸 통해 더 많은 분들이 한국의 식문화를 경험할 수 있게 하고 싶어요.” 조윤경 대표가 말했다. 이 흐름은 수경재 1층의 한식 디저트 브랜드 아라리로도 이어진다. 가온과 비채나로 다져온 한식의 고급화를 이제 디저트로 확장하는 시도였다. 문을 연 지 1개월도 안 되었지만, 가파른 언덕 끝에 자리한 덕분에 북촌을 찾은 이들이 전통 디저트를 맛보며 경치를 즐기기 더없이 좋은 명소가 되었다. 결국 수경재는 리브랜딩으로 다시 정의된 광주요의 정신, 그리고 그릇과 음식, 술로 이어온 그룹의 철학과 앞으로 이어질 미래를 비추는 또 하나의 집이다.

다양한 형태와 꽃 문양이 새겨진 분청 그릇들이 그릇장과 서랍 안에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다.

천연석 세면대와 나무 창틀, 격자무늬 창이 어우러진 욕실. 자연의 빛과 바람이 고요히 스민다.

거울, 벽 수납 등 카페 곳곳에 놓인 금속 오브제는 윤여동 작가의 작품.

지하 1층은 광주요 쇼룸, 1층은 한식 디저트 아라리, 그리고 그 위에 수경재가 자리한다.

한옥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내는 미니멀한 바가 인상적이다.

톡 하고 터지는 맛이 매력적인 아라리의 시그니처 음료와 모나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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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벗어나 웰니스가 있는 여름으로!

일상을 벗어나 웰니스가 있는 여름으로!

일상을 벗어나 웰니스가 있는 여름으로!

도심과 단절된 오아시스, 나만의 시간에 몰입할 수 있는 웰니스 리조트 네 곳.

땅의 에너지를 품은 안식처
만다파 리츠칼튼 리저브
발리 우붓 중심에서 차로 15분 남짓 울창한 숲길과 좁은 골목을 지나 들어가면, 계단식 논과 아융 강이 한눈에 펼쳐진다. 아융 강변과 계단식 논 사이에 자리한 만다파 Mandapa는 리츠칼튼 리저브 시리즈 중 세 번째 리조트로, 발리의 전통과 자연을 온전히 품은 공간이다. 이름부터 ‘사원을 향한 문’을 뜻하는 만다파는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오롯이 나와 마주하는 감각의 여정을 시작하게 한다. 총 60개의 스위트와 풀빌라는 모두 강 또는 논을 향해 배치되어 있으며, 리조트 중심부에는 실제로 쌀이 재배되는 전통 라이스 테라스가 조성돼 있다. 이 논은단지 풍경이 아닌, 투숙객이 직접 걷고 체험할 수 있는 일상의 일부로 설계되었다. 쌀농사 체험, 강변 요가, 정글 명상 등 발리 고유의 농경 문화를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이 일상처럼 펼쳐진다. ‘만다파 스파’에선 디톡스, 뉴트리션, 대체 요법, 보디 테라피 등 5가지 핵심 카테고리를 통합한 맞춤 웰니스 루틴이 운영된다. 자연을 바라보는 리조트가 아니라, 자연과 함께 살아보는 리조트. 이곳에서의 쉼은 살아보는 감각으로 이어진다.

WEB ritzcarlton.com

정글과 바다가 만나는 곳
마로마 벨몬드 호텔 리비에라 마야
마야 유적을 따라 펼쳐진 정글 끝, 멕시코 카리브해 백사장이 시작되는 지점. 마로마 벨몬드 호텔 Maroma Belmond Hotel은 그 자연의 접점에 놓인 리트릿 공간이다. 1970년대 한 건축가의 개인 주택이었던 곳으로, 2023년 타라 버너드 & 파트너스의 리노베이션을 거쳐 벨몬드 특유의 장인정신과 고대 문명의 정취를 고스란히 담아낸 리조트로 재탄생했다. 객실 72개는 모두 저층 구조로 열대 자연 속에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있으며, 모든 공간엔 장인이 제작한 70만 장의 수제 타일이 사용되었다. 주변의 풍부한 자연과 마야 문명의 치유 의식에서 영감을 받은 웰니스 프로그램은 이곳을 단순한 휴양지 이상으로 만든다. 라틴아메리카 최초의 ‘마로마 스파 바이 겔랑’은 멜리포나 벌꿀을 활용한 테라피 등 멕시코 전통 치유 방법을 바탕으로 설계되었으며, 약제 워크숍에선 구리 증류기로 나만의 오일이나 밤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 정글 속을 함께 걷는 가이드 산책, 바다 위에서 진행되는 수중 명상, 해안가에 누워 별을 바라보며 받는 핫 셸 마사지까지 마로마는 일상을 비워내고 자연과 교감하는 리듬을 회복하는 법을 알려준다.

WEB belmond.com/hotels

강 위의 비밀 정원
나미아 리버 리트릿
베트남 호이안 투본강 위에 떠 있는 작은 섬 하나. 나미아 리버 리트릿 Namia River Retreat은 5만㎡ 규모의 섬 전체를 단 하나의 리조트로 사용하는 프라이빗 공간이다. 2024년 말 새롭게 문을 연 이 리조트는 대나무 건축 전문 스튜디오 T3 아키텍츠와 카노페아 건축 스튜디오가 공동 설계했다. 모든 건축물은 강둑을 따라 스틸트 구조(말뚝 기초)로 세워졌으며, 토종 야자수 숲에서 영감을 받은 곡선형 지붕과 개방형 설계가 특징이다. 재료도 대나무와 맹그로브 목재를 주로 사용해, 강의 흐름과 지형을 보존하며 자연과 공존하는 건축을 구현했다. 풀빌라 60채에는 선큰 욕조와 전용 풀이 마련되어 있으며, 숙박과 함께 매일 제공되는 90분 웰니스 트리트먼트도 즐길 수 있다. 베트남 전통 의학 ‘투억남’을 기반으로 약초사가 매일 신선하게 조제하는 보디 랩과 부항 요법, 비시 샤워 등으로 구성된다. 요가, 태극권, 명상 역시 무료로 제공되며, 강을 바라보는 데크에서는 아무 말 없이 앉아 있기만 해도 진정한 리트릿이 무엇인지 실감하게 된다. 활기찬 호이안 중심가에서 자전거로 금방 도착할 수 있는 거리지만, 이곳에서는 시간도, 공간도 전혀 다른 밀도로 흐른다.

WEB namiariverretrea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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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서 얻는 웰빙
아만네무
온천은 일본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지만, 이곳의 물은 그 의미부터 다르다. 혼슈 남동부, 이세시마 국립공원의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바다와 숲 사이에 아만네무 Amanemu가 자리한다. 일본 전통 온천 문화의 정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아만네무는 아만 최초의 온천 리조트이자 일본 자연 속 웰니스 리트릿의 정점에 있다. 총 24개의 스위트와 4개의 빌라는 모두 널찍한 테라스와 노천탕을 갖추고 있으며, 객실마다 천연 온천수가 공급되는 프라이빗 욕실이 마련되어 있다. 2000㎡ 규모의 스파는 온천을 중심에 두되, 명상과 자연 산책, 트리트먼트와 사우나 등 다양한 회복의 루틴을 품고 있다. 일본 고유의 치유 방식과 아만의 자연주의 테라피가 어우러진 프로그램은, 단순한 온천 체험을 넘어서 물이라는 매개를 통해 감각을 비워내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리조트를 둘러싼 자연 역시 이곳의 중요한 일부다. 이세 신궁을 향한 순례길 트레킹, 전통 해녀 문화를 들여다보는 체험, 고요한 아고만 위를 걷는 산책 등 문화와 전통, 자연을 잇는 다채로운 활동은 여행 이상의 깊이를 전해준다.

WEB aman.com/resorts/amane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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