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일상 사이, 파리 5구의 아파트먼트 호텔

여행과 일상 사이, 파리 5구의 아파트먼트 호텔

여행과 일상 사이, 파리 5구의 아파트먼트 호텔

짧은 여행도, 한 달 살기도 가능하다. 파리지앵처럼 살아볼 수
있는 아파트먼트 호텔인 르 자르댕 드 베르가 문을 열었다.

다채로운 드로잉과 식물이 어우러진 리셉션.

맞춤형 가구와 빈티지 샹들리에가 있는 베고니아 스위트.

바스티유 광장에서 판테온, 소르본까지 이어지는 파리의 고전적인 골목. 그 한가운데에 런던의 감성과 파리지앵의 우아함이 만나는 특별한 아파트먼트 호텔이 문을 열었다. ‘르 자르댕 드 베르 바이 록 Le Jardin de Verre by Locke’은 ‘유리 정원’이라는 뜻으로, 이름처럼 빛이 가득 쏟아지는 중정과 푸릇하게 꾸며진 공간, 그리고 도심 속 숨은 정원 같은 평온함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조용한 라세페드 거리에 자리 잡은 이 호텔은, 20세기 공장 건물과 18세기 저택을 고풍스럽게 합친 건축물에 145개의 아파트먼트형 객실을 갖추고 있다. 각 객실은 세련된 현대미와 프랑스 오스만 양식, 그리고 20세기 산업 시설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융합되어 있다. 특히 시그니처 스위트룸 ‘베고니아’와 ‘로즈레’는 복층형 구조에 로맨틱한 컬러 팔레트, 대형 창을 갖춰 파리만의 빛과 정취를 한껏 누릴 수 있다.

두 채의 바로크 양식 저택과 19세기 공장을 연결해 클래식한 호텔 외관.

유리 천장 아래 채광이 좋은 루프톱 바.

따뜻한 옐로 톤과 패브릭 조화가 돋보이는 테라스 스위트룸 객실.

영국에서 시작된 아파트 호텔 브랜드답게 부대시설이 화려하다. 피트니스룸, 요가 스튜디오, 코워킹 스페이스, 커피숍과 넓은 테라스가 있는 칵테일 바, 실내 정원 같은 커뮤니티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특히 중정의 커피숍은 오렌지, 핑크, 레드 등 대담한 컬러감과 자연 소재가 조화를 이루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포토제닉한 분위기를 완성한다. 이는 최근 젊은 파리지앵들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이유다. 모든 스튜디오에는 완비된 주방과 독립된 업무, 거주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서 짧은 여행은 물론 한 달 살기처럼 장기 체류에도 적합하다. 여행을 넘어 파리지앵처럼 살아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보다 더 완벽한 공간은 없을 것이다. 파리 5구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고 있는 ‘르 자르댕 드 베르’에서 일상과 여행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경험을 만나보기를.
ADD 7 Rue Lacepede, 75005 Paris WEB lockeliv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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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병관(파리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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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식물을 품은 천상의 정원

멸종위기 식물을 품은 천상의 정원

멸종위기 식물을 품은 천상의 정원

프랑스 망통 고지대 위 1만5000㎡ 규모의 계단식 부지에 자리한 발 라메 식물원.
수많은 멸종위기 식물을 품은 이곳이 올해로 150주년을 맞았다.

1926년 퍼시 래드클리프 경이 심은 카나리아제도 종려나무 12그루가 늘어선 오솔길. 래드클리프 경은 20세기 초에 이곳을 구입해 ‘발 라메’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 의미는 글자 그대로 ‘고요의 골짜기’.

바다가 보이는 빌라 테라스에는 화려한 ‘극락조화’가 피어 있다. 평균 16℃ 기온, 서리와 영하 기온이 없는 기후 덕분에, 이 정원에서는 대담한 식물 재배가 가능하다.

1970년대에 3m 높이의 메탈 기둥 14개를 세워 만든 정자는 2009년 덩굴식물이 기어오르도록 테라코타로 다시 지어졌다.

우리가 잘 아는 동백꽃 여인에 비해, 독말풀 여인의 이야기는 낯설다. 하지만 섬세하면서도 강한 독성을 지닌 남아메리카산 가지과 식물을 사랑한 한 여인 덕분에 발 라메 정원은 코트다쥐르의 보석 같은 존재가 되었고, 지금은 프랑스 국립자연사박물관의 소유가 되었다. 1966년 이탈리아 국경 가까이 있는 작은 천국 같은 마을에 부동산 개발의 포크레인이 다가오자, 식물학을 전공한 부유한 영국인 미스 캠벨은 자신의 아름다운 작품이 콘크리트 아래 사라질까 두려웠다. 그녀는 과감히 정원을 국가에 기증했고, 국가는 곧 이를 대중에 개방했다. 자연이 만든 원형극장 같은 지형에 바다를 마주하고 자리한 이 ‘주목할 만한 정원’은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산맥이 막아주어 겨울엔 온화하고, 여름엔 습한 미기후를 지닌다. 그 덕분에 이곳은 특별한 식물군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지중해성 식물과 열대, 아열대 식물 1800여 종이 자라며, 그중에는 아라비아 커피나무, 칠레 야자수, 자바 삼나무, 카나리아제도 대추야자, 그리고 야생에서 이미 사라진 ‘천사들의 나팔꽃(독말풀)’도 있다. 발 라메의 식물은 박물관의 종자 목록을 꾸준히 채워 희귀종 보존에 기여하고, 전 세계 여러 기관과 종자를 교환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곳을 진정한 살아 있는 성소로 만드는 것은 다채로운 색과 향기, 그리고 숨 막힐 듯한 풍성함이다.

발 라메는 자연 서식지에서 희귀종을 적응시키고 보존하는 정원으로서, 좀 더 전통적인 식물에도 자리를 내주고 있다. 다육식물과 양치식물 위로 솟은 100년 된 올리브나무가 보인다.

다양한 종려나무와 한 그루의 멋진 남양삼나무가 오솔길 모퉁이에서 갑자기 나타나 좀 더 특별한 산책을 즐기게 해준다.

파피루스가 자라는 연못에는 한 그루의 사이프러스가 자리한다. 이 나무의 전설에 따르면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 중 하나라고 한다. 6월부터 9월까지 거대한 수련이 꽃을 피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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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노 쉬에 Bruno Su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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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아시아 미술의 힘

변화하는 아시아 미술의 힘

변화하는 아시아 미술의 힘

아시아 미술시장의 판도가 재편되고 있다. 국제 아트페어들이 도시 중심, 자국 중심으로 재구성되며,
서울과 도쿄가 나란히 글로벌 무대의 격전지로 떠오른다.

베이징 당다이 아트 페어는 오는 2026년 5월 21일부터 24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서울에서 곧 키아프, 프리즈 아트 페어가 공동 개최된다. 프리즈 아트 페어의 경우, 지난해 110개 갤러리에 이어 올해는 120개 갤러리가 참여하며 그 수가 늘어났고, 해외 갤러리 참여 비율은 비슷하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주 유럽에 본사를 두고 있는 갤러리들의 참여는 다소 낮아지고, 아시아 갤러리의 비중은 약 48%에서 64%로 높아졌다.

아트 바젤 홍콩에서 ‘MGM 디스커버리즈 아트 프라이즈’의 첫 수장자로 선정된 신민 작가.

한국 갤러리는 지난해 약 10곳이 참여한 데 이어, 올해는 20여 곳으로 대폭 확대되었다. 아시아 갤러리 77개 중 24곳은 일본 갤러리로 서울을 통해 국제화를 꾀하려는 시도가 보인다. 일본 미술시장은 국제적인 국가로 발돋움한 국가의 위상에 비해 보수적이고 내수 중심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현대미술 작가는 많지만, 현대미술보다는 도자기 등의 공예품과 동양화 등 전통 미술이 미술시장에서 여전히 강자로 남아 있어 현대미술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된 한국의 미술시장과는 대조적인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도쿄에도 새로운 현대미술 중심의 글로벌 아트 페어가 시작되었으니 바로 겐다이 아트 페어다. 2024년 약 73개 갤러리가 참여했고, 올해는 3회를 맞아 7월에서 9월로, 서울 아트 위크 바로 다음 주로 날짜를 옮겼다. 사디 콜 같은 갤러리는 지난해 프리즈 서울에 참여하였으나 올해는 서울 대신 겐다이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과 도쿄가 일주일 사이로 국제 아트 페어를 개최하며 경쟁하게 된 셈이다. 마치 일주일 차이로 런던에서는 프리즈, 파리에서는 아트 바젤이 열리는 것처럼 말이다.

프리즈 서울 2025’는 9월 3일부터 6일까지 코엑스에서 개최된다.

아시아 미술시장은 아트 바젤 홍콩이 힘을 잃은 후 계속 여러 도시를 떠돌며 미래의 정착지를 모색하는 중이다. 2019년 시작된 타이페이 당다이 아트 페어는 지난 5월 참여 갤러리가 51개로 지난해보다 35% 감소하며 2026년 한시적 휴회를 예고했다. 2013년 상하이에서 시작한 ART021은 2024년 홍콩에서 처음으로 행사를 개최했지만 올해는 진행하지 않고, 베이징으로 장소를 옮겼다. 베이징 당다이 아트 페어는 2018년부터 개최된 행사로 Art021이 시기를 맞춰 위성 아트 페어로 동시에 개최하며 판을 키우는 것이다. ‘당다이(당대, 현재라는 뜻)’라는 같은 표현을 쓰지만 타이페이의 당다이 아트 페어와는 관련이 없는 다른 기관이다. 이러한 변화의 배후에는 아시아를 세계 2위의 미술시장으로 만든 중국 컬렉터들, 다시 말해 중국 경제의 혼란이 자리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1기 행정부 때 통상적인 미술품 무관세 정책 중 중국에서 수입되는 미술 작품에 관해서만 15%의 관세를 부과했다. 2025년 제2기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국가를 막론하고, 디자인 오브제와 골동품, 목재나 금속 등의 혼합 소재가 사용된 작품 등은 관세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예고했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글로벌 아트 페어에 참여하는 것은 갤러리 입장에서나 작품을 사오려는 컬렉터 입장에서 혼란스럽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최근 아트 마켓의 흐름은 마치 국제 정치 경제가 그러한 것처럼, 자국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각각의 도시에서 그 도시의 갤러리 중심으로 50여 개 갤러리가 참여하는 형태로 바뀌면서 도리어 새로운 아트 페어들이 스타트업처럼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 아트 위크(4월), 도하의 아트 바젤 도하(2026년 2월 최초 개최 예정) 등을 들 수 있다.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경제적 위기가 정리될 때까지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 속에서도 새롭게 잉태되고 있는 예술 창작의 꽃씨는 곧 만발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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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애(이안아트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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