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놓칠 수 없는 세 개의 전시. 감각적인 공간과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어우러진 전시들을 한 번에 만나볼 기회다.
국립신미술관 <리빙 모더니티 : 주택 실험 1920s-1970s>


1920년대부터 70년대까지, 르 코르뷔지에와 미스 반 데어 로에 같은 건축가들은 기술의 발전을 바탕으로 기능적이고 편안한 생활 공간을 고민해왔다. 국립신미술관에서 열린 이번 전시는 근대 건축가들이 설계한 주택들을 통해 라이프스타일의 기본부터 다시 돌아본다. 이 시대의 주택들은 특정한 지역성과 기후, 사회적 맥락 속에서 새로운 건축을 실험하며, 거주자의 삶과 이상적인 주거 환경 사이의 균형을 추구했다. 집안일을 줄여주는 주방, 개인 위생을 고려한 욕실, 넓은 창과 인체공학적 가구 등은 모두 20세기 주거 공간을 구성한 핵심 요소들이다.


전시는 위생, 물질성, 창문, 주방, 가구, 미디어, 조경 등 현대 주택을 정의하는 7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프랭크 게리, 루이스 칸, 알바 알토 등 건축가들의 역사적인 주택 14곳이 소개되며, 특히 미스 반 데어 로에의 ‘로우 하우스 Row House’를 실물 크기로 재현한 공간은 압권이다. 전시는 6월 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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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_21 디자인 사이트 <라멘 돈부리 전 The Art of the Ramen Bowl>


일본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라멘, 이번에는 ‘맛집 투어’ 대신 전시 감상은 어떨까. 감각적인 디자인 전시들을 선보여 온 21_21 디자인 사이트가 이번엔 ‘라멘 그릇’에 집중했다. 디자이너 사토 타쿠와 아트&사이언스 프로듀서 하시모토 마리가 감독한 이번 전시는, 2012년부터 두 사람이 함께해온 미노야키 프로젝트의 연장선에서 출발했다.


‘미노야키’는 일본 라멘 그릇의 약 90%를 차지하는 기후현 도노 지역의 전통 도자기로, 1,3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전시는 이 미노야키의 맥락 속에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라멘 그릇을 새롭게 조망한다. 디자이너, 아티스트, 건축가들이 참여한 40점의 오리지널 라멘 그릇 외에도 세 명의 건축가가 디자인한 ‘라멘 포장마차’까지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6월 15일까지.
INSTAGRAM @2121designsight
도쿄국립근대미술관 <힐마 아프 클린트 전>


칸딘스키와 몬드리안보다 앞서 추상을 탐구한 힐마 아프 클린트 Hilma af Klint. 그녀의 아시아 최초 대규모 회고전이 도쿄국립근대미술관에서 열린다. 1862년 스웨덴에서 태어나 왕립미술아카데미를 우등으로 졸업한 그는 전통 회화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추상적 세계를 구축했다. 신비주의와 심령주의에 영향을 받은 그녀의 작업은 생전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으나, 사후 70년이 지나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2018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회고전에서는 60만 명 이상의 관객이 몰리며 미술관 역사상 최다 관객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높이 3m가 넘는 ‘10대 사물(1907)’ 시리즈를 포함해 약 140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에너제틱한 형태와 따스한 색감이 어우러진 그녀의 작품을 아시아에서 처음 만날 기회이니 놓치지 말자.
INSTAGRAM @momat_museum @hilmaafklint_tok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