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시간을 조각하는 예술가 안소니 맥콜이 서울에 왔다. 퍼포먼스와 영화 간의 경계를 허문 그의 작품은 ‘보는 것’을 넘어
‘몸으로 느끼는 것’이다. 50여 년간 이어온 작업 세계를 푸투라 서울에서 만나본다.

관객과의 상호작용과 사회적 관계에 관한 탐구를 담은 <당신과 나 사이> 2006과 맥콜의 솔리드 라이트 시리즈의 최신작 중 하나인 <스카이 라이트> 2020. © Futura Seoul

단순히 준비 과정을 넘어 창작의 핵심이 되는 드로잉 작업. © Futura Seoul

1972년 런던에서 처음 선보인 작품을 재현한 <서큘레이션 피겨스> 1972/2011. 거대한 거울 한 쌍과 찢어진 신문지로 구성된 퍼포먼스 기반의 설치작업이다.

자신의 청년 시절 모습 앞에 선 미디어 아트의 전설 안소니 맥콜.
예술가로서의 시작점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1972년, 젊은 예술가였던 저는 퍼포먼스라는 매체에 매료되었습니다. 그 때는 자연에서 작은 불꽃들을 점화해 구성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불’ 시리즈를 제작했습니다. 본질적으로 일회성이 강한 퍼포먼스를 기록에 남기기 위해 촬영하기로 결정했고, 그렇게 탄생한 작업이 <불의 풍경, 1972>입니다. 만족스러운 결과였지만, 이 작업은 ‘퍼포먼스의 기록’일 뿐 ‘퍼포먼스 그 자체’는 아니었죠. 그 때부터 저는 ‘영화 자체가 하나의 퍼포먼스가 될 수 있을까?’라는 가능성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습니다.
미디어아트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작업으로 평가받는 <원뿔을 그리는 선 1973>은 어떤 전환점이 되었나요? 투사된 빛 자체를 재료로 삼는 방향을 고민했습니다. 처음에는 어두운 방에 들어오는 햇빛 한 줄기를 관찰하며 실험했고, 이것이 곧 빛으로만 만든 첫 번째 영화로 이어졌죠. 스크린에서는 단순한 2D 선이 원을 그리며 완성되지만, 어두운 공간에 떠도는 먼지나 담배 연기의 도움을 받으면 점차 입체적인 빛의 형태, 조각 같은 원뿔이 나타납니다. 이 30분짜리 필름이 지금의 솔리드 라이트 Solid Light 작업의 시초입니다.
빛과 시간, 그리고 관객의 신체가 핵심 요소로 다뤄집니다. 제 작업은 모두 3차원적이기 때문에, 관람객은 작품을 보기 위해 자신의 몸을 움직이며 형태를 파악해야 합니다. 게다가 제 작품은 아주 느리긴 하지만 움직입니다. 결국 조각, 영화, 솔리드 라이트 작업 모두 시간 속에서 펼쳐지는 예술이라는 점에서 닮아 있습니다.
1970년대 후반부터 20여 년간 긴 공백기를 보내셨습니다. 복귀 시점에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크게 다가왔을 것 같은데요. 미술학교에서 타이포그래피, 사진, 그래픽 디자인을 배우며 미술 출판물 편집과 디자인으로 생계를 이어갔습니다. 그 덕분에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상태로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제게 가장 결정적인 기술은 헤이즈 머신의 개발이었습니다. 헤이즈 머신은 얇은 바다 안개 같은 분위기를 큰 전시 공간에 퍼뜨릴 수 있어서 빛의 원뿔과 날카로운 궤적이 더 뚜렷하게 보이게 했고, 작품 스케일도 훨씬 키울 수 있게 해줬습니다. 각 작품은 맞춤형 애니메이션 애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직선, 원, 파형이라는 단순한 요소만으로도 높은 복잡성을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요? 전시 구성은 푸투라 서울이라는 공간의 건축적 볼륨에 맞춰 구상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약 11m 천장고를 가진 ‘100개의 시’ 공간은 제가 수직 구조의 솔리드 라이트 작품 두 점을 설치할 수 있는 드문 기회를 제공했죠. 그중 하나인 <스카이라이트, 2020>는 최근 작품 중 하나입니다. 서울의 많은 관람객이 제 작업을 처음 접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 1972년 초기작들도 전시에 함께 구성했습니다.
한국의 관람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관람객들이 작품을 탐험하면서 남기는 인상, 감각, 해석, 그리고 나아가 ‘내가 본 것’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말들까지, 모든 반응은 저에게 매우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관람객 각자의 고유한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약 2주간 서울에 머무는 동안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나요? 거리의 등불과 멀리 보이는 산. 이 두 가지가 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일곱 개의 풋프린트 드로잉으로 구성된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