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출판인 프랑코 마리아 리치의 다소 엉뚱한 도박으로 만들어진 이 매력적인 식물 미로는 30만 그루의
대나무로 이뤄져 있다. 미로 한가운데에는 피라미드와 그의 아트 컬렉션이 자리한다.

유기적 건축물의 식물 조각은 칸야 비바 Canya Viva가 제작했다. 예술가와 건축가들의 집단인 칸야 비바는 사탕수수와 대나무를 가공하고 이 생태 자원으로 지속적이거나 해체 가능한 정자를 제작한다.

건축가 다비데 두토가 디자인한 별 모양의 식물 미로가 10주년을 맞았다. 사각형 두 개를 포개어놓은 형태의 미로는 르네상스 시대의 정원과 크레타 섬의 미로, 로마의 모자이크에서 영감을 얻었다.

건축가 피에르 카를로 본템피가 디자인한 피라미드와 예배당의 고요함 속, 대리석 바닥의 미로 모티프가 노트르담 드 샤르트르 Notre-Dame de Chartres 같은 중세 교회를 연상시킨다. 17세기의 나무 재단 옆에는 안토니오 스키아시 Antonio Schiassi의 테라코타 조각 두 점, <애 (Lamentation)>와 <베로니카(Veronica)>가 있다.

리치가 피라미드 안에 설치한 예배당은 나아갈 길에 대한 알레고리로, 미로가 실수와 함정이 흩뿌려진 인문주의적, 정신적 여정을 상징한다는 사실을 방문객들에게 일깨운다.
8만㎡에 펼쳐진 실제 크기의 탈출 게임마저 가능한, 구체화된 유토피 아이자 내적 오디세이아. 파르메 Parme 근처의 시골 동네 폰타넬라토 Fontanellato에 자리한 라비린토 델라 마조네 Labirinto Della Masone. 2015년부터 대중에게 오픈된 이곳은 하나의 약속을 실천하고 있다. 1977년, 저명한 예술 잡지 <FMR>의 편집자이자 컬렉터인 프랑코 마리 아 리치가 자신처럼 미로의 신성하고 세속적인 차원에 매료된 작가 친구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Jorge Luis Borges에게 미로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다. “결국 책의 페이지를 구성하는 일과 미로를 심는 일은 거의 비슷해요. 공간에 여러 가지 요소를 배치하는 것이니까요.” 이와 같이 평가한 프랑코 마리아 리치는 타이포그라피에 열정을 지닌 박학다식한 전문가였는데, 2020년 세상을 떠났다. 그의 아이디어는 1990년대에 건축가 다비데 두토 Davide Dutto와 함께 조금씩 구체화되었고, 15세기 말에 수도사 프란체스코 콜로나Francesco Colonna가 지은 몽환적인 소설 ≪폴리 필리아의 꿈≫에 묘사된 사랑의 섬 ‘키테라 Cythera’에서 영감을 얻었다. 일곱 갈래로 이뤄진 크레타 섬의 미로와 로마의 기하학을 재해석한 별 모양의 현대적인 미로 ‘라비린토 Labirinto’는 필라레테 Filarete의 건축 개론서에 묘사된 르네상스의 이상적 도시 ‘우르비스 Urbis’를 구현하고 있다. 프랑스 건축가 불레 Boullee, 르두 Ledoux, 그리고 이탈리아 건축가 안톨리니 Antolini 등의 프랑스혁명 후 생긴 네오클래식 사조에서 영향을 받은 건축가 피에르 카를로 본템피 Pier Carlo Bontempi는 미로 안에 가묘 형태의 피라미드와 예배당을 지었다. 피라미드와 예배당은 미로의 중심에 있다. 르네상스 정원에서 미로가 믿음에 대한 구불구불한 길과 인간 조건에 대한 은유를 상징하는 것처럼, 이러한 규칙을 따른 것이다. 이곳 식물 미로에서 헤매다가 길을 잃었다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비로소 자신의 길을 찾아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높이가 3~5m에 달하는 여러 종류의 대나무를 심어 둥근 천장을 이루었다. 프랑코 마리아 리치는 대나무를 ‘강인하고 까다롭지 않으며 빨리 자라고 잎이 오래가는’ 식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프랑스 앙뒤즈 Anduze의 대나무 정원 ‘라 방부즈래 La Bambouseraie’에서 영감을 얻었다.

신비로운 녹색 길. 마치 식물로 이뤄진 성벽 같은 미로의 우아한 굴곡이 폰타넬라토 시골에 거대한 수풀처럼 숨어 있다.

애서가이자 컬렉터인 편집자의 은밀한 삶. 미로 정원 밖에는 포 Po 평원의 전형적인 네오클래식 양식의 벽돌 건물이 있다. 건물 안에는 프랑코 마리아 리치의 18~19세기 작품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