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와 황후가 보던 벽화가 눈앞에 펼쳐진다.

Ⓒ국립고궁박물관 홈페이지
국립고궁박물관이 개관 20주년을 맞이해 특별전을 개최한다. <창덕궁의 근사謹寫 한 벽화>전시는 궁궐을 장식한 마지막 궁중회화인 창덕궁의 희정당, 대조전, 경훈각 벽화를 한자리에 모아 소개한다.

창덕궁 내전 전경 Ⓒ국립고궁박물관 홈페이지
희정당, 대조전, 경훈각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창덕궁의 내전은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 부부가 생활하던 공간이다. 1917년 화재로 소실된 후 3년간의 공사를 걸쳐 새롭게 재건되었고, 이때 내부를 장식하는 대규모 벽화가 함께 제작됐다.

김규진, 총석정절경도 叢石亭絶景圖

김규진, 금강산만물초승경도 金剛山萬物肖勝景圖
이번 전시에 공개된 작품 6점은 모두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각각의 높이는 184~260cm, 너비는 526~882cm이다. 여섯 명의 화가가 그린 작품들은 전통적인 궁중 화풍을 따르며, 황실의 위엄과 공간의 품격을 나타낸다. 작가들은 각자의 이름과 함께 ‘삼가 그린다’는 뜻의 ‘근사 謹寫’를 벽화에 남겼다. 황제에 대한 존경이자 작가로서의 자의식이 담긴 상징적인 서명이기도 하다.

오일영, 이용우, 봉황도 鳳凰圖

김은호, 백학도 白鶴圖

노수현 조일선관도 朝日仙觀圖

이상범 삼선관파도 三仙觀波圖
희정당에서는 김규진의 ‘총석정절경도’와 ‘금강산만물초승경도’가 공개된다. 이 벽화들은 희정당 대청의 동쪽과 서쪽 벽을 장식했던 것으로 금강산의 절경과 다채로운 풍경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대조전은 황제 부부의 생활공간이자 각종 궁중 행사가 열린 장소다. 이곳의 동쪽 벽에는 오일영과 이용우가 그린 ‘봉황도’가 서쪽 벽에는 김은호의 ‘백학도’가 그려져있다. 봉황은 왕실의 번영과 자손의 번영을 의미를 지니고, 백학도에 흰 보름달을 배경으로 그려진 16마리의 학은 장수와 국왕 부부의 평안을 기원한다. 경훈각에는 아침 해가 떠오르는 신선의 세계를 묘사해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노수현의 작품 ‘조일선관도’와 이상범의 ‘삼선관파도’ 또한 장수의 상징을 담아내며 공간에 장식되어 있다.

희정당 동쪽에 걸린 모사본 〈총석정절경도叢石亭絶景圖〉
황제와 황후가 창덕궁에서 일상을 보내며 마주했을 정교한 벽화들. 오늘날 관람객들에게 1920년대 궁중 내부의 분위기를 생생히 전한다. 이번 전시는 시간을 건너 당시의 공간과 미감을 떠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WEB gogung.go.kr
<창덕궁의 근사謹寫 한 벽화>
기간 2025. 8. 14. (목) ~ 2025. 10. 12. (일)
장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자로 12 국립고궁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