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적 상상력의 공간에서 울려 퍼지는 다층적 합창.
조립으로 완성된 음향 건축물 ‘UTOOTO’

@yurisuzukilondon
관람객이 주체가 되어 완성한 ‘모듈형 소리 세계’가 열렸습니다.
소리를 매개로 공간과 사람을 연결하는 사운드 아티스트 ‘유리 스즈키 (Yuri Suzuki)’가 8월 8일부터 10월 5일까지 런던 ‘캠든 아트 프로젝트 (Camden Arts Projects)’ 에서 설치 작품 <UTOOTO>를 선보입니다.
<UTOOTO>는 관람객이 직접 도구를 활용해 파이프와 뿔같이 생긴 구조물을 조립하고, 소리로 소통하는 관객 참여형 작품인데요. 다양한 방향으로 연결된 파이프와 뿔을 통해 소리가 이동하며, 관객은 뿔에 대고 말하거나 다른 뿔에서 들리는 소리를 들으며 비언어적 소통을 경험하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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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말이 아닌 소리일까요? 유리 스즈키는 언어의 경계를 넘어서는 소통 방식을 제안합니다.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사람들의 모음과 자음을 조합해 ‘말’이라는 체계적인 언어 대신 ‘소리’ 자체로 공유된 감각과 미묘한 유사성을 표현합니다. 국적도, 언어도, 문화도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낸 음소들이 쌓여 하나의 유기적인 음향 건축물, 즉 공동의 유토피아 도시를 완성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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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작품의 개념은 월트 디즈니의 ‘EPCOT(Experimental Prototype Community of Tomorrow)’에서 영향을 받았는데요. 월트 디즈니가 처음 상상했던 ‘EPCOT’는 테마파크가 아닌 기술과 협력으로 더 나은 미래를 실현하는 실제적이고 기능하는 도시였죠. <UTOOTO>는 그 연장선에서 누구나 자신의 유토피아를 구축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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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명 ‘UTOOTO’에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깜빡깜빡 조는 모양을 표현한 일본어 ‘우토토 (うとうと)’에서 영감을 받아 몽환적이고 흐릿한 상태인 ‘졸음’을 떠올리게 하면서, 동시에 오키나와에서 기도할 때 쓰는 신성한 말 ‘utouto’를 연상시킵니다. 유리 스즈키는 경건함과 놀이 사이를 오가며 관람객이 자연스럽게 참여하고 즐기면서도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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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처럼 참여하고, 들으며 연결되고, 조립하며 사유하는 과정. 완성되지 않은 구조 속에서 계속 진화하는 ‘소리 유토피아’는 오늘날 심화되는 사회적 분열 속에서 공유된 감각과 상호 연결을 통한 새로운 도시의 가능성을 제시하려는 작가의 시도입니다.
WEB yurisuzu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