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꿈은 보통 새집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한 클라이언트는 60년 된 구옥에서 자신의 드림하우스를 그리기 시작했다. 보문동 골목 가장 오래된 주택이 디자인모노스튜디오를 만나 전통의 아름다움과 현대적 감각이 공존하는 공간 ‘민우재’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간살 디자인의 스기목 대문부터 시스루 창까지 현대적인 감성과 동양미가 어우러진다. 마당에는 대나무 조경을 배치해 자연스럽게 시선을 차단하며 프라이버시 효과를 더했다. │디자인스튜디오 모노 ©박세은
Q. ‘민우재’는 무엇을 의미하나요?
‘민우재 旻優齋’는 가을하늘 민(旻), 넉넉할 우(優), 집 재(齋)라는 한자를 사용해 ‘넉넉하고 후한 가을 하늘을 품은 집’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세월의 흔적이 담긴 60년 구옥의 모습 │디자인스튜디오 모노 사진 제공
Q. 처음 현장을 봤을 때 어떤 점에 주목하셨나요?
처음 마주한 집은 바닥과 외벽의 단차, 비정형적인 구조, 노후한 설비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요소들이 새로운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했습니다. 저희는 낡은 외관 속 구조적 제약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거주자분의 라이프스타일 속에서 공간의 콘셉트와 구조를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에 집중했습니다. 효율적인 공간 배치와 동선, 그리고 균형 잡힌 휴식을 담아내기 위해 설계를 세심하게 다듬어 나갔습니다.

창가에 걸터앉아 사색을 즐기거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윈도우 시트는, 공간에 입체적인 포인트를 더해주는 가구가 되어준다. │디자인스튜디오 모노 ©박세은
Q. 외관 설계와 실내 인테리어는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외관은 동양적 절제미와 현대적 간결함이 균형을 이루도록 ‘면과 선’의 정리에 가장 중점을 두었습니다. 불필요한 굴뚝을 철거하고 지붕과 외관 라인을 단정하게 다듬어 낡은 구옥의 이미지를 벗어나 모던하면서도 세련된 외관을 완성했습니다.

카키색 외벽과 고동색 담장이 어우러져, 단정하면서도 따뜻한 인상을 준다.│디자인스튜디오 모노 ©박세은
실내는 한 층당 20평 내외의 규모를 네 가족이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레이아웃을 정리했습니다. 또한 내추럴한 감성을 살린 우드 천장과 메지 디테일로 완성도를 높였으며, 현관에서부터 이어지는 스톤 질감의 바닥 타일로 공간 전반에 일관성과 연속성을 부여했습니다. 은은한 자연광이 머무는 티룸과 지하에 마련한 넓은 드레스룸은 단순한 주거 기능을 넘어, 구성원 각자의 취향과 리듬을 존중한 맞춤형 공간입니다.

자연광이 머무는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큰 통창에 패브릭 커튼을 설치한 2층 공간. │디자인스튜디오 모노 ©박세은

거울을 활용해 시선을 확장시키고, 공간에 깊이를 더한 넓은 드레스룸.│디자인스튜디오 모노 ©박세은
Q. 단독주택 특유의 공간적 특성을 어떻게 풀어내셨나요?
아파트와 달리 단독주택은 외부의 대문에서 마당, 외관의 분위기를 내부 공간까지 일관되게 풀어낼 수 있기 때문에 내외부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경험을 설계했습니다. 공간과 분위기가 유기적으로 흐르도록 연결하는 디자인을 곳곳에 반영한 것이죠. 예를 들어 외부 대문에 사용한 간살 디자인을 1층의 티룸, 그리고 2층 침실의 격자 무늬 도어로 변주를 주어 동양적인 흐름을 부여했고, 우드 소재를 전체적으로 적용해 고요한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들임의 기준
“전통적인 미감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실용성을 주는 가구를 고르고, 공간에 따뜻함을 더할 수 있는 오브제를 선택했습니다. 보기에도 좋고 실제 생활하기에도 편리함을 느낄 수 있는 균형을 목표로 했습니다”

따뜻한 주방 분위기. 화이트로 맞춘 팬트리장과 가구로 깔끔한 느낌을 살렸다. │디자인스튜디오 모노 ©박세은
Q. 생활 방식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공간이 어딘지 궁금해요. 그 중에서도 ‘이 공간만 보면 집주인의 라이프스타일이 보인다’ 싶은 곳이 있을까요?
라이프스타일이 잘 드러나는 공간은 단연 주방입니다. 집 주인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기도 하고, 요리를 즐기는 분이셔서 다양한 식기류와 조리도구가 많았어요. 부엌장과 수납공간을 넉넉하게 설계해 충분한 공간을 확보했습니다. 또한 취미인 찻잔 수집을 위한 전용 우드 미드웨이장도 따로 구성했죠. 차분한 격자무늬 디자인으로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살렸고, 주방 세척 공간에는 석재 질감의 블랙 컬러를 적용해 우드와의 조화를 이루며 세련된 분위기를 완성했습니다.

넉넉한 수납 공간과 동양적인 미감을 담아낸 우드장. │디자인스튜디오 모노 ©박세은
Q. 동양적인 미감과 현대적인 감각이 조화를 이루는 인테리어가 인상적입니다. 두 요소를 균형 있게 풀어내기 위해 어떤 부분에 집중하셨나요?
여백이 주는 여유, 재질과 색감이 주는 동양적 분위기를 살리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벽, 마감재, 가구에는 원목과 자연 소재를 사용했고, 조명을 통해 민우재만의 분위기를 공간 속에 스며들게 했습니다. 한지, 원목, 대나무 살 구조 등 동양적 소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민우재만의 고유한 개성과 정체성을 강조했습니다.

전통의 결이 느껴지는 조명이 공간의 중심을 잡아준다.│디자인스튜디오 모노 ©박세은

소소한 이야기 꽃을 피우는 가족들의 사랑방 티룸.│디자인스튜디오 모노 ©박세은
Q. 이 집은 클라이언트께 어떤 의미로 다가가고 있을까요? 일상의 흐름 속에서 드림하우스를 완성해 가는 특별한 순간, 혹은 가장 아끼시는 공간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가족과 반려견, 그리고 친구들까지 모두가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안식처 같은 공간이예요. 지인들을 집에 초대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일상이 즐거움이 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가족만의 공간이 아니라 소중한 사람들이 모여 따뜻한 기억을 쌓아가는 집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특히 가족들이 ‘사랑방’이라고 부르는 티룸은 집 주인이 가장 애정하는 공간인데요. 저녁에 가족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식사를 함께 하면서 보내는 소소한 순간들이 쌓여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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