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질감, 그리고 예술의 대화가 교차하는 집.
디자이너 켈리 웨어슬러는
아트 컬렉터 부부와 함께 로스앤젤레스의
1940년대 주택을 새롭게 재구성했다.

맞춤형 디자인 오브제와 동시대 미술 작품, 그리고 빈티지 가구가 어우러진 거실.

레이날도 산귀노의 사이드 테이블, 브렌트 와든의 추상화가 짙은 오크 바닥과 균형을 이루는 예술적인 거실.

기다란 카우치 형태의 소파와 대형 원형 테이블을 창가에 배치한 점이 돋보인다.

패턴이 강조된 맞춤 소파와 금속 장식의 사이드 테이블이 조형적 리듬을 만든다.

대담한 소재 선택과 예술적 레이어링을 즐기는 디자이너 켈리 웨어슬러.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켈리 웨어슬러 Kelly Wearstler는 모던 글래머와 웨스트 코스트 감성을 결합한 스타일로 잘 알려진 인테리어 디자이너다. 1995년 자신의 스튜디오를 설립한 이후 호텔, 주거, 상업, 리테일 프로젝트뿐 아니라 가구, 조명, 소품 컬렉션까지 영역을 넓혀왔다. 그녀의 작업은 소재와 색, 형태를 탐구하고, 현대와 빈티지, 건축적과 유기적 요소를 조화롭게 배치해 다층적인 감각 경험을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역사, 장소, 건축의 맥락을 존중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지 않는 접근이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출발점은 클라이언트의 방대한 컬렉션이었다. 동시대 미술과 디자인 오브제를 폭넓게 수집해온 부부는 작품이 단순한 장식이 아닌 집의 일부로 살아 숨 쉬길 원했다. “처음부터 예술을 모든 디자인 결정과 함께 고려했어요. 색채 팔레트, 조명, 공간의 흐름까지 작품과 맞물려야 했죠.” 켈리가 회상하며 말했다.

스튜디오 트룰리 트룰리의 세더 우드 레진 캐비닛과 조형적인 식물, 그리고 예술 작품이 조화를 이룬다.

노출 원석 위에 얹은 핑크빛 유리 화병과 자연석이 콘솔을 장식한다.

로트간첸의 핸드메이드 디스코볼 조각 이 미니멀한 복도에 유머러스한 긴장감을 더한다.

조형적 가구와 독특한 형태의 오브제를 배치해 갤러리를 방불케 하는 현관.

밝은 채광이 스민 주방. 대형 아일랜드가 중심을 이루며 패밀리 룸으로 이어지는 열린 구조가 특징이다.
메인 홀은 거실과 생활 공간을 연결하는 갤러리형 현관으로 설계되었으며, 중립적인 배경 위에 놓인 행크 윌리스 Hank Willis의 조각과 네덜란드 작가 로트간젠 Rotganzen의 디스코볼 오브제가 중심을 잡는다. 맞춤 금속 프레임을 입힌 강철 현관문과 체포 안티코 석재 포털, 재구성된 계단은 빛을 풍부하게 들이며 강렬한 첫인상을 남긴다. 거실은 흑단 마감 오크 플로어와 호박빛 실크 카펫을 베이스로, 브렌트 와든 Brent Wadden의 추상 회화와 스튜디오 트룰리 트룰리 Studio Truly Truly의 삼나무 캐비닛이 나란히 배치됐다. “예술이 주인공이 되도록 하되, 가구와 조명이 방해하지 않고 대화를 나누게 하는 것이 중요했어요.” 켈리는 자신만의 디자인 원칙을 강조했다. 다이닝 룸에는 벨기에에서 제작한 바르딜리오 누볼라토 Bardiglio Nuvolato 대리석 테이블이 놓였고, 모서리를 거칠게 마감해 캐주얼함을 더했다. 황동 디테일의 빈티지 체어, 브라이언 소린 Brian Thoreen의 고무 사이드보드, 강철과 황동으로 만든 촛대가 함께 놓여 소재의 밀도를 한층 높였다. 주방은 두 가지 석재를 조리대와 창틀에 사용해 입체감을 주었고, 많은 동선이 오가는 만큼 바닥은 높은 내구성을 자랑하는 소재로 마감했다. 욕실은 체포 베이지 석재를 통째로 깎아 만든 욕조와 동일 소재 벽으로 마감해 통일성을 줬다. “체포 석재는 잘못 다루면 용납이 안 되는 만큼, 블록 선택과 무늬의 조화를 치밀하게 검토해야 했죠. 하지만 그만큼 보람이 컸어요.”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그 덕분에 견고함과 고급스러움을 동시에 만족시킨 욕실이 탄생했다.

안락함과 럭셔리함이 공존하는 마스터 침실과 드레스룸. 화장대에 걸린 거울은 이탈리아 디자이너 F. 테일러 콜란토니오의 작품.

박공지붕을 살려 천장을 1m 더 높이고 장밋빛 컬러로 마감한 서재. 로스 핸슨의 레진 마감한 책상이 중심을 멋스럽게 잡는다.

당구대가 자리한 이곳은 부부의 취미방. B&B 이탈리아의 르 밤볼레 소파와 마르츠 디자인의 각진 브래킷 조명, 마이클 아나스타시아데스의 펜턴트 조명이 조화를 이룬다.
이 집에서 단연 반전 미를 자랑하는 핑크빛 서재는 테라코타 레진 베이스의 책상 색감을 벽으로 확장시켜 공간을 통일했고, 메인 침실은 표백된 월넛 패널과 사비아 스톤으로 마감해 창밖의 녹음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평화로운 오아시스 같은 공간이기를 바랐고, 자연광과 다양한 질감이 일상으로 스며들도록 했습니다.” 이 집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건 켈리 특유의 균형 감각이었다. 정제됨과 거침, 빈티지와 현대, 부드러운 뉴트럴 팔레트와 예기치 않은 컬러 포인트 말이다. 인디고 톤의 게임룸, 장밋빛 서재, 군더더기 없는 야외 라운지까지 이어지는 흐름은 전시장 같은 분위기 속에서도 가족의 일상을 따스하게 품는다. “전부 허물고 새로 지은 게 아니에요. 문제없이 잘 작동하는 부분은 살리고, 나머지는 완전히 새롭게 재해석한 거죠.” 과거를 존중하면서도 수십 년이 지나도 유효한 공간을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그녀의 디자인 철학이다. 예술과 생활이 공존하는 이 집은, 디자인이 어떻게 삶을 향상시키는지에 대한 명료한 해답을 보여준다.

바닥, 벽, 천장, 세면대까지 동일한 체포 스톤으로 마감해 하나의 조각적 공간처럼 느껴지는 욕실.

선베드와 파라솔이 놓인 정원 앞 테라스. 여느 휴양지 부럽지 않은 야외 휴식 공간이다.

체포 안티코로 조각된 욕조가 대칭을 이루는 창가 중앙에 자리한다. 은은한 자연광이 들어오며 고요한 웰니스 공간을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