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우건축의 30년 노하우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자재 라이브러리가 오픈했다. 서랍 속 마감재를 꺼내볼 때마다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건축 프로젝트의 마감재를 한곳에 모아놓은 삼우건축의 자재 라이브러리.
자재를 만져보고, 모아보고, 경험해보는 과정은 공간을 만들어가는 첫 번째 시작이다. 공간의 감도를 결정하는 마감재야말로 디테일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 하지만 쏟아지는 신소재의 향연에 어디서부터 봐야 할지 모르겠다면 주목하자. 30여 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의 자재 라이브러리 ‘더 머티리얼 포 스페이스’가 오픈했다.

레어로우의 철제 가구를 커스터마이징해 정리한 서고. 자재별 특징과 사이즈, 보여주는 방식에 따라 선반을 달리 구성했다.
본래 회사에서 직원들이 업무적으로 사용하던 자재 서고였지만, 기존에 위치했던 로비를 재정비하면서 서고도 보다 콤팩트하게 정리하는 기회를 가졌다. 30년 노하우를 담은 특별한 장소를 업무 공간으로만 사용하다 보니 잘 알려지지 않아 아쉬움이 많았던 터. 서고를 운영하는 삼우건축 실내설계팀의 이윤·김지선 소장은 줄어든 규모만큼 좋은 콘텐츠로 채우고, 이를 일반인에게 오픈해 외부와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정비했다.

레어로우의 철제 가구를 커스터마이징해 정리한 서고. 자재별 특징과 사이즈, 보여주는 방식에 따라 선반을 달리 구성했다.
“단순히 자재를 모아놓은 장소를 넘어 현장에서 실제 사용했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었어요. 찾아주시는 많은 분이 자재가 건축에서 어떻게 변형되고 사용될 수 있는지를 가장 흥미로워하세요. 자연스레 삼우의 지난 프로젝트를 되돌아보고, 아카이빙할 수 있는 데이터가 되더라고요.”

레어로우의 철제 가구를 커스터마이징해 정리한 서고. 자재별 특징과 사이즈, 보여주는 방식에 따라 선반을 달리 구성했다.
국내 건축설계회사에서는 최초로 실내설계팀을 만들며 전문 시스템화한 삼우건축. 색채와 마감재, F.F&E(Furniture, Fixtures&Equipment) 등 건축의 디테일을 책임지는 전문가들이다. 프로젝트 초기부터 건축 부서와 함께 컨셉트를 잡고, 마감재 컨설팅 업무를 통해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이들이 오랫동안 데이터를 쌓아온 자재 서고는 그들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라이브러리에는 삼우건축의 과거 프로젝트에서 사용했던 자재도 보관 중이다. 덕분에 실제 공간에 적용된 시공 사례와 비교하며 마감재를 살펴볼 수 있다. 올해 레드닷, iF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한 ‘네이버 1784’ 사옥의 마감재 역시 서랍에서 직접 꺼내볼 수 있다. 설계: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사진: 디자인 예감
“건축 회사이지만 마감재와 함께 공간을 채우는 가구와 하드웨어, 부속 등 디테일적인 부분도 고민하는 삼우의 정체성을 담았어요. 그래서 이름 역시 ‘자재 Material’에서 더 나아가 ‘공간 For Space’에 대한 고민을 담았죠.” 최근에는 자재 업체와 함께 세미나를 진행하거나 제품을 한곳에 모아볼 수 있는 전시도 진행하고 있다. 관성적인 자재 사용에서 벗어나 프로젝트마다 새로운 자재를 사용하고자 도전하고 꾸준히 탐구하는 여정이다. 인하우스 디자이너를 위한 세미나로 시작해 이제는 건축주와 자재 업체, 열정 넘치는 학생들까지 함께 들으며, 자연스레 다양한 사람이 모이는 플랫폼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라이브러리에는 삼우건축의 과거 프로젝트에서 사용했던 자재도 보관 중이다. 덕분에 실제 공간에 적용된 시공 사례와 비교하며 마감재를 살펴볼 수 있다. 올해 레드닷, iF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한 ‘네이버 1784’ 사옥의 마감재 역시 서랍에서 직접 꺼내볼 수 있다. 설계: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사진: 디자인 예감
“작은 디자인 스튜디오나 아틀리에보다 좋은 자재를 많이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더 많아요. 해외 건축가와의 협업으로 그들이 자체적으로 생산한 마감재나 해외 자재를 먼저 사용해볼 수 있는 프로젝트도 많죠. 이런 자료를 여러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어요.” 최근 공유 마감재실이 활성화되는 분위기도 반갑다. 지난 5월 오픈한 윤현상재의 머티리얼 라이브러리가 큰 화제를 모았으며, 마감재 업체와 디자인 스튜디오도 자체 라이브러리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와닿는 물성을 그래픽으로만 보는 한계를 넘어 직접 만져보고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 한편 방대한 데이터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디지털 자료로 정리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내 손 안의 마감재실’을 준비 중이에요. 이 공간을 디지털로 미러링해 핸드폰으로 서고를 둘러보고, 자재를 꺼내볼 수 있도록요. 지금은 자재에 QR코드를 부착해 업체명과 자재 정보를 디테일하게 공개하고 있어요.” 쉽고 편하게 자료를 꺼내볼 수 있는 방법이야말로 꾸준히 찾는 공간임을 알기 때문. “국립도서관이라는 비유를 많이 해주세요(웃음). 독립 서점과 디자인 서점보다는 재미없을 수 있지만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매력이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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