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윌리엄 모리스의 53세 초상 사진. photo Frederick Hollyer. © Wikimedia
최근 불고 있는 뜨거운 리빙 열풍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인물 중 한 명이 윌리엄 모리스 William Morris(1834~1896)다. 그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을 졸업한 엘리트 문인이자, 사회 운동가으며, ‘아트 앤 크래프트 운동 Art and Craft Movement’의 창시자로 잘 알려져 있다. 산업혁명이 일어나 기계화가 도입되자 기계로 만든 조악한 제품이 아름다운 수공예 작품을 대체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다시 중세 시대의 수공예 길드 시대로 돌아가 생활과 예술이 결합되는 아름다운 삶을 꿈꾼 이상주의적 운동이다. 그는 일명 레트 하우스를 직접 지었고, 예술가 친구들은 가구 및 천장에 벽화를 그려주었다. 이 집을 출발로 1861년 모리스는 에드워드 번 존스,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 피터 폴 마샬 등 동료 예술가나 아내와 함께 모리스앤코 Morris&Co. 회사를 설립해 장식 미술을 예술의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다양한 제품을 만들었다.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아름다운 도안을 바탕으로 태피스트리와 벽지를 만들었고, 성당의 스테인드라스 장식을 맡았다. 디자인과 생산이 분리되어서는 안 되고 디자이너가 장인으로서 제작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직접 제작에도 참여했고 염색, 자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과거의 제작 방식을 복원하여 적용하고자 했다.

‘블랙손’ 1892년, 존 헨리 데일 디자인, 모리스앤코 런던 제작, 제프리앤코 런던 인쇄. Gift of Crab Tree Farm Foundation. ©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 The Day Dream, 1880. © Google Art Project
그러나 시대는 달라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악했던 기계 제품은 점차 뛰어난 품질을 갖추게 되었고, 가격도 저렴해진 반면 수공예 제품은 제작 시간도 오래 걸리고 오랜 배움과 숙련의 과정을 견뎌내야 하는 장인들이 사라지면서 소수의 부유층만을 위한 장르로 남게 되었다. 회사가 성장할수록 노동자 계급에 대한 연민을 갖고 있던 사회주의 성향의 모리스에게 자본주의 경제의 구조는 마음에 맞지 않는 불편한 것이 되었다. 모리스의 마음을 달랠 수 있는 것은 모리스 컴퍼니를 유지하면서 병행한 다양한 고전 신화의 번역과 시작 그리고 사회주의 활동이었다. 게다가 그의 친구이자 동료던 로제티가 사별한 후 자연스럽게 그의 레드 하우스에 눌러앉고 주변에서 함께 일하면서 모리스의 아내 제인과 바람을 피우는 것을 알면서도 묵인해야 했다. 그녀는 가난한 하층민 집안의 딸로, 연극 무대에서 선 그녀의 미모에 반한 윌리엄 모리스의 구애로 부부의 연을 맺게 되었다. 당시 연극을 함께 본 동료 예술가들도 그녀를 모델이자 뮤즈로 수많은 그림을 그렸는데, 이들 ‘라파엘 전파’의 작품은 오늘날 유수의 미술관에 남아 있어 그녀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다. 똑똑했던 제인은 금세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를 배웠고, 피아노와 세련된 매너 등 각종 교양을 갖춰 사교계의 여왕이 될 만큼 신분상승을 이뤘다. 그녀의 흥미로운 삶은 훗날 오드리 헵번이 주연을 맡은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의 모델이 되기도 한다.

‘포모나’ 1882년, 에드워드 번 존스 및 존 헨리 데일의 도안을 바탕으로 멀톤 수도원 타피스트리에서 발터 테일러 및 존 키스가 직조. ©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아트 앤 크래프트 운동은 모리스의 사망과 함께 현실에서는 부잣집 도련님의 이상주의적 운동으로 끝났지만, 이후 바우하우스와 수많은 디자인 운동에 영향을 미쳤다. 모리스앤코 컴퍼니도 1940년 문을 닫았지만 이들의 저작권을 물려받은 사업체는 지속적으로 라이선스 사업을 하고 있어 오늘날에도 모리스앤코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1955년 윌리엄 모리스 소사이어티가 재탄생하면서 이들의 정신을 널리 알리는 데 애쓰고 있는데, 주요 원작 40여 점을 모은 전시회가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오는 6월까지 열릴 예정이다. 직접 가보지는 못해도 공예와 예술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인 현상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