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의 힘

구리의 매력을 빚는 김윤진 금속공예가

구리의 매력을 빚는 김윤진 금속공예가

사용하기 까다롭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지만 적재적소에 활용하면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장단점이 확실한 구리가 지닌 성질에 매료되어 단점을 넘어서는 아름다움을 빚어내는 김윤진 금속 공예가를 만났다.

 

성북동의 조용한 골목에 위치한 김윤진 공예가의 작업실. 벽면을 가득 메운 선반장에 금속 식기와 촛대, 화병 등이 아트 오브제처럼  전시되어 있다.

 

기계를 사용하거나 직접 손으로 망치질을 해 형태를 만든 다양한 크기의 컵은 유약을 바른 법랑을 올려 매력을 더한다.

같은 음식이라도 담는 그릇에 따라 음식의 맛이 좌우되기도 한다. 맛과 향은 물론이고 온도 유지와 입맛을 돋우는 시각적인 효과까지. 도자와 나무, 유리, 유기 등 그릇의 종류가 다양한데 구리가 지닌 성질과 질감에 매료되어 구리 판재를 사용해 작품을 만드는 김윤진 공예가의 작업실을 찾았다. 금속공예를 전공한 그녀는 학부 시절 금속을 활용한 테이블웨어를 만들어본 것이 발판이 되어 현재까지 금속 작품을 만들고 있다. “기계를 사용할 때도 있고 직접 손으로 망치질을 해서 모양을 내기도 해요. 어느 정도 형태가 갖춰지면 그 위에 안료를 넣은 법랑 유약을 바르고 800°C 이상의 가마에서 소성하죠. 사실 가마 안에서는 제가 통제하기 힘든 부분이 생기기도 해요. 어느 정도는 제가 무시하기도 하고 방향을 전환해 포용하기도 하죠. 마음의 여유가 필요한 양면성을 가진 재료예요.” 김윤진 작가가 설명했다. 우리에게 친숙한 도자 그릇에 비해 구리는 낯선 선택지일 수 있다. 하지만 구리가 지닌 고유의 성질을 잘 활용하기만 하면 그 쓰임과 아름다움은 배가 될 수 있다. 우선 구리 그릇은 쉽게 깨지지 않는다. 색감을 칠한 법랑 부분이 깨질 수는 있지만 완파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 열전도율이 좋아 그릇을 따듯하게 데워 음식의 온도를 유지할 수 있으며 차가운 음료를 담을 때에도 마찬가지의 효과를 볼 수 있다. 형태에 있어서도 뚜렷한 특징을 띤다.

 

각종 도구로 가득한 김윤진 작가의 작업 책상.

 

강하고 거친 재료와 상반되는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김윤진 작가.

얇게 늘어지는 구리의 특성으로 접시의 끝 부분을 샤프하게 마무리할 수 있으며 자연스럽게 구부리면 유려한 곡선을 만들 수 있다는 것. 또한 까다로운 공정을 통해 직접 입에 닿거나 음식을 담아도 인체에 아무런 해가 없다. 하지만 피해갈 수 없는 단점도 뒤따른다. “아무래도 노출 된 금속 부분이 산화되어 색이 변할 수 있어요. 또 유기그릇처럼 항상 닦아주고 물기를 말끔히 제거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죠.” 사실 구리는 원체 비싼재료이거니와 제작 과정에서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므로 값이 꽤 나간다. 이처럼 확실한 장단점을 가져서일까. 그녀의 작품을 구입하는 고객 역시 대부분 다양한 종류의 그릇을 경험해본 이들이라고. “구리 그릇은 매일 사용하는 데일리용이 아니기 때문에 애초부터 특별한 날에 쓰는 용도로 생각하고 만들었어요. 그럼 평소에는 어떻게 쓰이면 좋을까 생각했고, 하나보다는 세트 개념으로 쌓아두어 장식적인 용도로 오브제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도록요.” 그녀의 말처럼 작업실 장식장에 진열된 작품들이 음식을 담는 기능적인 용도를 넘어 공간을 채우는 작품 같은 효과를 낸다. 김윤진 공예가는 식기류를 비롯해 화병과 촛대, 거울, 조명의 갓 등 품목을 늘려가고 있으며 직사광선을 받아도 색이 변하지 않는 법랑과 구리의 장점을 살려 최근에는 소가구와 액자등의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재료가 지닌 한계를 뛰어넘어 그 속에서 가능성과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김윤진 공예가가 앞으로 만들어낼 작업이 기대된다.

 

테이블 웨어 뿐아니라 열에 강한 구리의 특성을 살린 조명갓.

 

 

각종 도구로 가득한 김윤진 작가의 작업 책상.

 

 

SPECIAL GIFT

김윤진 작가에게 증정한 끌레드뽀 보떼의 더 세럼은 피부 본연의 힘을 일깨워 생기 있고 매끄러운 피부를 완성시킨다. 피부에 고르게 퍼지고 빠르게 흡수되어 24시간 보습 효과를 유지하고 피부의 길을 열어 다음 단계 제품의 흡수를 높여준다. 50ml, 30만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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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이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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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한 여름나기 4

화창한 여름날의 아웃도어 가구 4

화창한 여름날의 아웃도어 가구 4

화창한 여름날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아웃도어 가구를 소개한다.

Wit & Unique

밋밋한 디자인이 고민이라면 위트 있는 아웃도어 가구로 색다른 변화를 주는 것은 어떨까.

인체의 아름다움을 모티프로 디자인한 드리아데의 니모 암체어는 섬세하고 부드러운 이목구비가 재미를 더한다. 한국가구에서 판매. 2백20만원.

 

로코코 시대의 디자인을 유니크하게 해석한 팻보이의 샹들리에는 클래식하면서도 캐주얼한 분위기를 띈다. 세그먼트에서 판매. 1백58만원.

우 퀴부의 블랙펄 컬러 래빗 체어는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색다른 인상을 제공하며 오브제로도 활용할 수 있다. 에이치픽스에서 판매. 1백15만원.

 

 

팻보이의 어텍클 벤치는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닥스훈트 풍선 모양이 순식간에 위트 있게 만든다. 세그먼트에서 판매. 1백35만원.

BD바르셀로나에 의해 보다 관능적이고 감각적인 모습으로 재탄생한 살바도르 달리의 달리립스 소파는 웰즈에서 판매. 가격 문의.

좌 귀엽고 디테일한 디자인으로 재미와 활기를 주는 필립 스탁이 디자인한 나폴레옹 스툴은 실용성이 뛰어나다. 한국가구에서 판매. 61만3천원.

우 무대 위 배우의 레이스 드레스를 빛으로 담아 조명 그 이상의 예술작품같은 카르텔의 가부키 램프는 감각적인 패턴으로 감성을 자극한다. 한국가구에서 판매. 2백5만1천원.

 

좌 BD 러브 시리즈는 방수가 가능한 폴리에틸렌 소재로 만들어 외관이 깔끔하며 강한 내구성으로 편리하다. 웰즈에서 판매. 가격 문의.

우 캄파나 형제가 디자인한 코랄로 Corallo는 수작업으로 진행됐으며, 산호초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선의 미학을 즐길 수 있다. 웰즈에서 판매. 가격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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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시스턴트 에디터

이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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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의 즐거움

SoA가 디자인한 리만머핀 갤러리

SoA가 디자인한 리만머핀 갤러리

리만 머핀 갤러리의 재개관을 축하하기 위해 미국에서 미술가 래리 피트먼, 라쉘 리만 대표, 데이비드 머핀 대표가 방한했다. 건축사 사무소 SoA가 디자인한 공간에서 현대미술의 새로운 흐름을 읽을 수 있어 반갑다.

 

왼쪽부터 라쉘 리만 공동대표, 미술가 래리 피트먼, 데이비드 머핀 공동대표.

 

한남동에 새로운 물결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 갤러리가 중심을 이루는 삼청동에 이어, 한남동에 외국계 갤러리가 모여들고 있는 것. 한남동에 자리잡은 페이스, 타데우스 로팍, VSF에 이어 리만머핀 갤러리가 확장 이전했다. 라쉘 리만 공동대표는 갤러리의 정신을 확립하는 데 있어 예술과 건축의 결합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리만머핀 서울은 서울에서 활동하는 건축가와 손잡고, 한남동이라는 역동적 장소에 어울리는 공간 디자인을 선보였어요. 원래 스타벅스였던 곳을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는 전시장으로 리노베이션했습니다.” SoA는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젊은 건축가 상’을 수상한 탁월한 건축 디자인뿐 아니라 미술 전시에도 직접 참여하는 작가로서의 예술적 감성으로 공간 디자인을 완성했다. 특히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미니멀한 나무 계단과 2층 프라이빗 뷰잉룸의 낭만적인 야외 테라스는 관람객이 좋아하는 포토 스폿이다. 외관의 화려한 디자인은 한남동의 활기를 보여주지만, 갤러리 내부에 들어서면 전시로의 고요한 몰입이 가능하다. 리만 머핀 갤러리는 뉴욕을 거점으로 하고 있지만, 지역 미술 시장의 다각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데이비드 머핀 공동대표는 갤러리의 목표는 세계 현대미술의 부흥에 있다고 말한다.

 

래리 피트먼의 한국 최초 개인전은 가까운 미래의 즐거움을 긍정적으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우리는 새로운 작가를 소개하고 미술 시장을 보다 풍부하게 하는 것을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울에서 아직 알려지지 않은 미술가 중심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래리 피트먼, 톰 프리드먼, 캐서린 오피, 하이디 뷔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이지만 서울에서는 특별한 전시가 없었지요.” 두 명의 공동대표는 20년 전부터 이불, 서도호, 서세옥 작가의 작품을 세계에 홍보하면서 한국과 깊은 인연을 가지고 있다. 이번 재개관전을 위한 함께 내한한 래리 피트먼은 리만머핀 갤러리에서의 세 번째 전시를 갖는 것이며, 한국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래리 피트먼은 회화에 대한 실험적 접근 방식으로 현대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다. 특히 콜롬비안-아메리칸으로서의 정체성, 퀴어, 칼아츠에서 개념미술을 배운 로스앤젤레스 작가라는 세 가지 특징은 뉴욕 작가 중심으로 알려진 미국 미술을 다시 살펴볼 수 있는 신선함을 불러일으킨다. 우리나라에서는 1993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휘트니비엔날레 서울전> 이후 제대로 조명된 적이 없었기에 갤러리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작가로 이번 재개관전의 주인공으로 선정되었다.

 

건축사 사무소 SoA가 리노베이션한 모던한 갤러리는 앞으로의 전시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리만머핀 갤러리는 1996년 라쉘 리만과 데이비드 머핀에 의해 뉴욕에서 설립되었는데, 라쉘 리만 대표가 이미 1992년 래리 피트먼의 ‘Untitled #1(A Decorated Chronology of Insistence and Resignation)’을 소장하고 있었을 만큼 작가와의 인연이 깊다. 특히 이 작품은 1993년 <휘트니비엔날레 서울전>에 포함되어 있었다고 하니, 엄청난 우연이 아닐 수 없다. 래리 피트 먼은 전시장에서 한국 관람객과 직접 만남을 갖기도 했다. 거장 존 발데사리 의 제자이자 인기 작가 엘리엇 헌들리의 스승으로 오랫동안 UCLA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그는 처음 찾은 서울에서 만난 젊은 관람객과의 대화를 대단히 즐거워했다.

 

래리 피트먼의 한국 최초 개인전은 가까운 미래의 즐거움을 긍정적으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내 그림에는 항상 알이 나오는데요, 하나의 젠더에서 다른 젠더로의 관점 변화와 알을 통한 풍경의 여성화를 의미합니다. 모든 사람은 알에서 비롯되었지만, 남성은 알을 생산할 수 없어요. 하지만 알을 꼭 상징적으로 봐달라는 것은 아닙니다. 이분법에서 벗어나 관람객 각자가 알을 은유적으로 감상하길 기대합니다.” 그는 팬데믹 시대의 작가들이 스스로를 도구화시키는 접근에 불만을 표현하기도 했다. 인류학자도 아직 팬데믹의 영향을 확정할 수 없는데, 미술가로서 세계를 직시한다는 것은 착각이라는 것. “문화사회학적으로 코로나19의 트라우마를 착취하는 팬데믹 아트가 불편합니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이번전시를 통해 가까운 미래의 즐거움을 긍정적으로 표현했어요.” 래리 피트먼의 재기발랄한 <불투명한, 반투명한, 빛나는> 전시는 한남동에서 5월 7일까지만날 수 있다. 서울을 찾은 세 사람은 앞으로의 일정도 분주하다. 래리 피트먼은 멕시코 후멕스 미술관과 노르웨이 키스테포스 미술관에서 회고전이 예정되어 있기에, 미술 애호가라면 이번 전시를 더욱 주목해야 할 것. 뉴욕, 홍콩,런던, 베이징에도 거점을 두고 있는 리만머핀 갤러리는 메타버스가 지닌 가능성도 활용하려고 한다. 증강현실(AR)에서 NFT를 소개하는 ‘CollectAR’ 플랫폼을 개발했는데, 기술 발전이 몰입 가능한 새로운 작품 감상법을 제안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확장 이전한 리만머핀 서울은 리움미술관 인근 한남동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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