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성 셰프가 뉴욕에서 선보이는 첫 파인다이닝, 오야뜨.

우리 뇌는 문턱 하나를 지나는 짧은 순간에도 공간의 변화를 감지하고 그에 맞춰 주의를 전환한다고 한다. 한 끼의 흐름을 세심하게 설계하는 파인다이닝이라면 이런 공간의 변화 역시 경험의 중요한 요소일 터. 최근 뉴욕 머레이 힐의 고즈넉한 타운하우스에 문을 연 오야뜨 Oyatte는 아래층에서 첫 코스를 맛본 뒤 위층으로 이어지는 동선으로 문턱이 주는 이 심리적 반전을 다이닝 경험에 근사하게 녹여낸다.

오야뜨는 지난해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시즌 2에 ‘요리괴물’로 출연해 준우승을 차지한 이하성 셰프가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레스토랑이다. 코펜하겐의 제라늄 Geranium, 뉴욕의 아토믹스 Atomix, 캘리포니아의 더 프렌치 런드리 The French Laundry 등 세계적인 레스토랑에서 10여 년간 쌓아온 경험을 이곳에서 아낌없이 펼쳐 보인다. 언뜻 낯선 프랑스어처럼 들리는 오야뜨라는 이름은 사실 셰프의 성씨인 ‘오얏 리(李)’와 그 뜻인 오얏꽃에서 따왔다. 음식 역시 한 가지 국적이나 장르로 쉽게 묶이지 않는다. 프렌치 조리법과 북유럽식의 절제된 감각으로 한국적 재료를 다루되, 그 중심에는 항상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농장의 식재료가 있다. 이하성 셰프는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브렛 엘리스 Brett Ellis가 이끄는 뉴욕 근교의 크라운 데이지 팜 Crown Daisy Farm에서 대부분의 채소와 허브를 공급받는다. 농장과의 이 특별한 유대는 1층 공간에서부터 엿볼 수 있다. 크라운 데이지 팜의 오래된 헛간에서 가져온 목재로 벽과 계단 난간을 마감하고, 짙은 색감과 미드센추리 모던 가구를 더해 업스테이트 뉴욕의 작은 별장 같은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곳에서는 채소를 중심으로 한 가벼운 요리들이 먼저 이어진다. 구운 뿌리채소로 깊은 맛을 낸 맑은 콩소메를 테이블에서 직접 부어내고, 발효한 당근 타르타르와 사프란 건포도를 채운 쫀득한 도넛 등을 차례로 선보인다. 식사 중반쯤 손님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계단을 오른다. 아래층이 농가의 거실처럼 편안했다면, 2층은 밝은 색감과 헤링본 바닥으로 한층 차분하고 정돈된 분위기이다. 두 층 사이에는 박선기 작가의 수정 설치 작품이 길게 드리워져 서로 다른 분위기의 공간을 자연스럽게 이어준다. 2층에서는 해산물과 육류 중심의 메뉴로 무게감이 한층 깊어진다. 미림에 재운 가리비와 넙치, 양고기와 훈연 메추라기로 풍미를 묵직하게 채운 뒤, 참외에 들장미 젤리와 술지게미 크림소스를 곁들인 디저트와 작은 한입 과자들로 가볍게 마무리된다. 공간 이동에 따라 미각의 층위 역시 차곡차곡 쌓아올린, 오야뜨만의 세심한 한 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