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과 집을 겸한 95m²의 한옥
리빙 스타일링 스튜디오 세븐도어즈의 민송이, 민들레 실장이 체부동 생활을 정리하고 성북동으로 터를 옮겼다. 이번에도 역시 한옥이다.

폴딩 도어를 활짝 연 침실. 벽에는 필라스터 책장을 설치해 많은 양의 책을 효율적으로 보관했다. 에일린 그레이의 사이드 테이블과 구비의 조명 등 무채색 위주로 꾸몄다.

한국적인 백자를 여러 개 둔 마당의 한 켠. 아직은 쌀쌀한 초봄이어서 많은 식물을 두지 못했지만 날씨가 따뜻해지면 지인들과 바비큐도 즐길 예정이다. 마당이 ㅁ자 구조로 집 안을 한눈에 둘러볼 수 있다.

반려견 오복이와 함께 거실에 모인 민송이(오른쪽), 민들레 실장. 오복이는 이제 가족이자 세븐도어즈의 일원이 됐다. 빨간색 버블 소파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자매이자 듀오 리빙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는 세븐도어즈 민송이, 민들레 실장이 새로운 한옥으로 거처를 옮겼다. 인테리어로 주목받았던 카페 마마스의 전 지점을 비롯해 브랜드 전시관, 푸드 스타일링, 코스메틱 매장 등 라이프스타일 전방위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작년 5월에 이사했지만 이제서야 정리가 됐다고 말했다. 이 집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전환점이라며 민들레 실장이 입을 열었다. “집은 여의도 근처, 작업실은 서촌 체부동에 있는데다 매일 외근과 미팅이 많다 보니 작업실을 방치하게 되더군요. 짐도 늘어나고, 정리도 안 된 채 말이죠. 장소를 옮겨서 한 번 정리를 해보자던 차에 언니가 결혼을 하게 됐어요.” 함께 살던 자매는 민송이 실장의 결혼을 계기로 전환점을 맞았고 민들레 실장은 성북동 한옥을 작업실 겸 집처럼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번에 구한 20 평대 한옥은 혼자 살기에 꼭 맞춤인 집이다. 직원들이 출근해서 일할 수 있는 작은 거실과 사무 공간, 개인 서재, 주방과 침실이 ᄃ자 구조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한옥의 기본 모습은 그대로 두고, 바닥재, 창호 등 을 현대식으로 레노베이션한 개량 한옥이에요. 성북동은 연고가 있는 동네는 아니지만 일하면서 지나다닐 때마다 느낌이 좋았어요. 중심 도로가 넓어서인지 한적한 편이고, 소음이 크게 없는 조용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죠. 서촌도 원래는 고즈넉한 분위기였는데 점점 번화해졌거 든요. 이전에도 한옥에 있었는데 세븐도어즈가 좋아하는 스타일과 한옥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라며 민들레 실장은 매물로 나온 한옥을 몇 군데 돌아봤지만, 지금 집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 전했다.

음식과 관련된 일을 많이 하는 민들레 실장의 그릇장. 고가구와 그릇 컬렉션이 두루 잘 어우러진다. 커피 머신을 놓을 자리까지 생각해서 짜 맞춘 제작 가구의 위력이 돋보인다.

민들레 실장의 개인 책상 코너. 좋아하는 이미지들을 벽에 붙이고 성물도 두었다. 민송이, 민들레 실장은 모두 독실한 천주교 신자이다.

짙은 파란색 주방 가구와 앞에 놓인 하늘색 앤트 체어의 조화가 산뜻하다. 천장에 그대로 드러난 서까래와 모던한 디자인의 가구가 의외로 이질감 없이 어우러진다.
지붕을 받치고 있는 갈빗대 형태의 서까래와 비가 내리면 빗물이 떨어지는 모습, 겨울에는 고드름이 매달려 있는 풍경을 볼 수 있는 기와지붕의 처마만으로도 운치 있는 집. 민송이, 민들레 실장은 실내 구조에 맞게 집 안을 멋스럽게 매만졌다. 이전에 살던 사람이 기본 공사를 해서 바닥이나 창호는 그대로 두었다. 아직 초봄이라 쌀쌀한 날씨였는데 난방을 하지 않아도 해가 잘 들어서인지 단단하게 설치한 창호 덕분에 전혀 춥지 않았다. 직원들의 책상이나 주방의 그릇장 등은 공간에 꼭 맞도록 맞춤 가구로 제작했다. 르꼬르동 블루 본교 출신인 민들레 실장은 요리와 푸드 스타일링에 관련된 일도 많이 해서 그릇이나 주방 용품이 많은 편이다. 살림살이를 염두에 둔 제작 가구는 작은 집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올록 볼록한 모양이 재미있는 붉은색 로쉐 보 보아의 버블 소파와 PK 체어, 장 프루베의 의자와 테이블 등 디자인 가구로 멋스러운 포인트를 주었고, 거실과 마주 보는 침실에는 제작한 침대와 벽 고정식 책장인 필라스터를 두어 작은 공간을 알차게 활용했다. 창고에 모셔 두었던 구비의 큼직한 펜던트 조명 ‘터보’도 테이블 위에 달았다. 유명한 디자인 가구도 있지만 제작한 가구와 자매가 모은 빈티지 소품, 동양적인 자개장과 한국 고가구 등이 한데 어우러진 모습을 보면 리빙 스타일리스트의 남다른 안목과 센스를 느낄 수 있다.

현장 업무가 많아서 큰 책상 대신 직원들을 위한 간이 책상 형태의 가구를 제작했다. 평소에는 장식장처럼 활용할 수 있다. 설치 미술가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의 작품 ‘완벽한 연인들’에서 감동을 받아서 두 개의 시계를 둔 디테일도 재미있다.

해가 잘 드는 침실 창가의 자리는 늘 오복이 차지다.
“한옥이라고 해서 한국적이거나 동양적인 것으로만 채우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버블 소파도 강한 색깔로 선 택했고요, 조명이나 가구도 모던한 디자인이에요. 특히 버블 소파는 앉았을때 생각보다 편하기도 하고, 얼마 전 가족이 된 반려견 오복이가 제일 좋아하는 의자이기도 해요(웃음).” 여전히 외근이 많지만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고 한가할 때면 이곳은 온전히 민들레 실장의 집이기도 하다. 온기가 있는 생명은 다 의지가 되는 법이라고 했던가. 그녀는 유기견이 낳은 새끼 중 한 마리인 오복이를 입양한 후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며 서서히 적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직 천방지축으로 집 안을 뛰어다니기는 하지만 작은 마당도 있고, 작업실과 합쳐지면서 집을 비우는 일이 많지 않아 오복이가 살기에는 최적의 환경이다. 같이 사용하는 작업실이긴 하지만 언니에 비해 이곳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은 민들레 실장은 독립을 준비하면서 새로운 환경과 삶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한옥을 구하고 정리를 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촬영 초반이 집을 여러 가지 의미에서 전환점이라고 소개한 것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그녀에겐 홀로 서기를 시작한 터전이자, 세븐도어즈에게는 새로운 공간에서의 출발일 것이다. 그렇게 같이, 또 따로 하는 삶은 자매에게 꼭 필요한 양분이 될 것이다.

높은 천고 덕분에 크기가 큰 조명을 달아도 전혀 위화감이 없다. 빈티지 테이블에는 좋아하는 디자인 체어를 옹기종기 모아두었다. 방석을 올린 의자는 원래 사이드 테이블인데, 키가 작은 사람들이 앉기엔 안성맞춤이라고.

주방에서 바라 본 개인 서재. 뒤에 놓인 헤이의 수납장은 이사를 하면서 공간에 맞게일부를 잘라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