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삭막하게만 보이는 뉴욕 트리베카의 한 오래된 빌딩에 감각적인 펜트하우스가 들어섰다. 영국의 가구 디자이너 리 브룸이 꾸민 이곳은 마치 쇼룸에 온 듯 직접 제작한 가구와 조명, 사랑해마지 않는 아트 소장품이 시선을 압도한다. 앞으로 그가 공개할 새로운 가구 컬렉션 또한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높은 천장에 매달린 황동 프레임의 행잉 후프 체어와 마에스트로 체어, 눈을 돌리면 시야에 가득 들어오는 드렁큰 사이드 테이블과 오로라 샹들리에까지, 마치 쇼룸에 들어선 듯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아이코닉한 가구를 발견할 수 있는 이곳은 영국 기반의 디자이너 리 브룸 Lee Broom의 펜트하우스다. 뉴욕 트리베카 지역에서 종종 발견할 수 있는 오래된 연식의 건물 중 하나인 화이트 스트리트 빌딩 5층과 6층을 모두 구입한 그는 2개 층을 개조해 전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등 3000m2 규모의 공간을 구축했다. “업무상 뉴욕을 오가는 일이 잦은 편인데, 그때마다 제가 머무를 집이에요. 연극적인 성격이 강한 팝업 전시 등을 통해 제가 디자인한 가구를 선보이곤 했는데, 이렇게 주거 공간에 놓고 보니 새삼 신기하게 느껴지네요.” 300년이 넘은 철제 건물에 마련한 이곳은 그가 직접 리노베이션 을 진행하며 자신만의 펜트하우스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건물의 채광이 좋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던 그에게 햇살이 가장 화사하게 들어오는 거실은 최적의 공간이다. 빛이 많이 들어온다는 장점을 살리기 위해 차분하고 옅은 톤의 컬러로 벽을 마감해 포근한 인상을준다. 황동이나 광택이 돌지 않는 메탈 오브제와 가구 그리고 맞춤 제작한 벽난로가 포인트처럼 느껴져 거실에 위트를 더 한다. 특히 거실에서는 출시를 앞둔 리 브룸의 펜트하우스 컬렉션 가구를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신체 라인을 따라 자연스러운 곡선형의 등받이가 있는 모듈러 제품인 화이트 스트리트 소파와 둥근 2개의 상판을 계단처럼 층이 생기도록 제작한 트리베카 테이블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 제품은 현재 시중에서는 만나볼 수 없고 이곳에서만 볼 수 있다는 점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거실이 차분한 톤으로 휴식처 같은 느낌이라면, 딥 블루 컬러의 모아레 무늬 벽과 화려한 오로라 샹들리에가 있는 다이닝 룸은 한층 역동적인 인상을 자아낸다. “다이닝룸은 테라스와 연결돼요. 날이 좋을 때면 테라스에 앉아 경치를 감상하는데, 짙푸른 하늘의 색을 집 안에도 들이고 싶었어요.” 테라스와 다이닝룸에는 벽의 색과 비슷한 패브릭 컬러를 지닌 뮤직오 체어를 두어 색을 통해 테라스와 다이닝룸을 연결시키고자 했던 리 브룸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다이닝 룸에서 발견할 수 있는 또 다른 재미는 바로 커스텀 바. 1980년대 바를 모티프로 제작된 이곳으로 인해 더욱 활동적인 분위기가 감도는 다이닝 룸이 완성됐다.
그가 제작한 가구를 이 두 공간에서 두루 감상할 수 있었다면, 서재는 리 브룸의 예술적 취향을 엿볼 수 있다. “좋은 예술 작품이 없다면 진정한 집이 아닌 것 같아요. 그만큼 좋은 집을 만들기 위해서는 예술 작품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봐요. 저는 추상미술과 초상화를 좋아하는 편이라 이 장르의 작품을 집 안 곳곳에 비치했어요.” 패션 스타일리스트이자 화가인 셜리 아마티 Shirley Amartey의 작품을 비롯해 조형 오브제나 다양한 작품이 서재의 벽 한면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림이 걸린 벽을 바라보는 위치에는 키스 해링이 입었던 레더 재킷을 걸어두었어요. 등에 키스 해링의 시그니처 아트워크가 그려져 있어 더욱 특별하죠.” 예술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이 한껏 느껴졌다.
리 브룸은 뉴욕에 마련한 펜트하우스가 자신한테만 열려 있는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제가 이곳에 있을 때는 제가 머무는 공간이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전시장으로 활용하고 싶어요. 제 가구를 좋아하는 분들이 이곳을 방문하면 쇼룸으로 기능할 수도 있고요. 어쩌면 제가 새롭게 선보이는 제품을 소개하는 특별한 장소가 될 수도 있겠네요.” 리 브룸만의 독창적인 창작 세계로 구현한 이곳에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오가는 상상이 잠시 스쳐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