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랙 원목 바닥의 어두움을 완화하기 위해 컬러풀한 아이템을 골랐다. 베이지색 엑스트라 소프트 소파는 리빙디바니. 그린 컬러의 암체어는 까시나의 637 위크레흐트. 블랙에 블루 포인트가 들어간 액자는 아티쵸크에서 구입. 그 자체만으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플로어 스탠드는 세르주무이. 창밖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한강 뷰는 이 집의 백미다.

방건혜 씨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안방의 좌식 공간에 앉아 있다.
블랙 원목을 깔아 시크한 분위기를 강조한 거실에는 생기를 부여하는 컬러풀한 아이템을 선택했으며, 눈길을 옆으로 살짝 돌리니 모던하지만 클래식한 여성스러움이 묻어나는 다이닝 공간이 펼쳐진다. 집안 구석구석 자리한 오래된 고재 작품이 현대적인 가구와 어우러져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낸다. 하나의 스타일로 정의하기에는 예상을 뛰어넘는 즐거움을 안겨주는 이 집은 방건혜 씨와 그녀의 남편 그리고 두 아들이 함께 사는 집이다. “시부모님이 살던 집이에요. 10년은 족히 넘어 상태가 좋은 편은 아니었죠. 체리색 몰딩에 아버님이 수집한 항아리와 오래된 고재들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바닥에 굴러다닐 정도였어요. 리모델링을 통해 한 번쯤 나의 역작을 남겨보고 싶었어요!”라며 방건혜 씨가 웃으며 말했다. 생활 먼지가 그대로 드러난다는 취약한 단점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시크하고 남성적인 무드를 구현하고 싶었던 그녀가 블랙 원목 바닥을 선택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다소 어둡게 배경색을 깔았으니 그 위에는 색감을 부여할 차례였다. 부드러운 베이지색 소파와 연두색 암체어, 파란색 포인트가 들어간 액자를 무심히 벽에 기대어 놓아 어두운 바닥 자재의 차가운 느낌을 완화했다. “제가 모던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줄 알았어요. 시도도 해보지 않고 단정 지었던 것들이 있는데, 다양한 스타일을 섞었을 때 나오는 조화의 아름다움이 있더군요.”

다용도실로 사용했던 곳을 차 한잔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좌식 공간으로 만들었다. 안쪽으로는 수납공간을 만들어 여행 트렁크 등 덩치가 큰 생활용품을 수납할 수 있게 했다. 좌방석은 장응복이 디자인한 것으로 모노컬렉션.

시아버지가 모은 조각품과 항아리가 전시된 코너. 이제서야 제자리를 찾았다.
그런 집주인의 감각을 일깨워준 이는 공간와이의 한수연 실장이었다. 그녀는 이 현장이 개인적으로 애착이 많이 가는 프로젝트였다며 입을 열었다. “세 번째로 진행한 현장이었어요.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도면을 상세하게 그릴 줄 몰라 제 머릿속으로만 그림을 그려가며 진행한 초창기 작업이에요. 그래서 좀 더 제 의견을 강력하게 밀고 나갔던 현장이기도하죠.” 모던함에 약간의 클래식한 여성스러움을 가미하며 예상 밖의 조합을 즐기는 그녀는 차가운 대리석과 메탈, 유리 등 굵직한 소재에 클래식한 형태와 컬러풀한 아이템을 적절히 녹여내 마치 갤러리나 호텔 같은 집을 완성했다. 또 제자리를 찾지 못해 빛을 발하지 못했던 시아버지의 오래된 조각품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그 가치를 살렸다. 보는 눈은 어른이나 아이나 똑같다고 하지 않나. 부부는 물론이고 6학년, 중학교 2학년인 두 아들 역시 새롭게 변화한 집을 한껏 즐기고 있다며 가족 모두 만족감이 크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기존에 사용했던 미니멀한 디자인의 다이닝 테이블 위로 미국에서 직수입한 클래식한 디자인의 펜던트 조명을 달았다.

네모반듯한 모던함이 묻어나는 다이닝 공간. 보통 주방과 거실 사이에 시각적인 분리를 위해 슬라이딩 도어를 달지만 이 집은 시원한 개방감을 느낄 수 있도록 불필요한 요소를 최소화했다

거실에서 바라본 다이닝 공간. 이 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장점은 시원하게 펼쳐지는 한강 뷰다. 식사를 할 때도 창밖으로 펼쳐지는 전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단독 욕조를 두어 호텔의 스위트룸을 연상시키는 욕실. 부부 침실 안쪽에 자리한 프라이빗한 욕실은 통유리로 마감했다.

시원한 개방감이 느껴지는 현관 입구. 대리석 바닥과 메탈 소재의 도어로 다소 무거운 분위기가 느껴지지만, 핑크색 반투명 유리로 포인트를 주어 여성스러움이 한 방울이 가미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