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인 생산지로 유명한 키안티는 화려한 자연 풍경을 자랑한다. 오래된 카스텔로 저택이 호텔로 새롭게 변신했다.
이탈리아의 대표적 와인이자 손꼽히는 와인 생산지인 키안티 Chianti는 피렌체 도심에서 차로 30분 가량 이동해야 도착할 수 있을 만큼 물리적으로는 꽤나 떨어져 있지만, 아름답다는 말이 자연스레 나오는 자연 풍경을 자랑한다. 그리고 최근, 이곳에 또 다른 아름다움을 더할 공간이 탄생했다. 740에이커 정도의 큰 부지를 자랑하는 호텔 코모 카스텔로 델 네로, 투스카니 COMO Castello del Nero, Tuscany가 그 주인공이다. 코모 호텔은 약 14개국에 호텔 체인이 있을 만큼 규모 있는 호텔 그룹이지만, 유럽에서는 유독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런 그들이 이탈리아에 매료된 데에는 코모 호텔의 설립자 크리스티나 옹 Christina Ong의 영향이 지대했다. 아르마니, 프라다, 불가리 등 이탈리아의 디자인, 패션 하우스를 아시아에 소개하며 이탈리아의 패션 파워를 전파하는가 하면, 이탈리아 건축과 인테리어, 디자인, 심지어 요리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만큼 이탈리아가 지닌 지역적, 국가적 미학에 조예가 깊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탈리아에도 무수히 많은 지역이 있지만 구태여 이곳을 유럽 코모 호텔의 거점으로 삼은 데에도 일화가 있다.

호텔 로비. 리셉션으로 활용되는 카운터는 프레스코 벽화에서 영감을 받은 문양을 새기고 진회색의 세레나 스톤 상판으로 완성했는데, 호텔을 방문했을 때의 첫인상을 보다 강렬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다.

와인 생산지로 유명한 키안티는 화려한 자연 풍경을 자랑한다. 오래된 카스텔로 저택이 호텔로 새롭게 변신했다.
지금의 카스텔로 델 네로의 전신인 카스텔로 저택은 12세기경에 지어진 후 수백 년 동안 사유지였지만 2006년 호텔로 개조되어 대중에게 공개되었는데, 당시 크리스티나 옹이 이곳으로 가족 휴가를 오면서 카스텔로 저택과 해당 지역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됐다. 고택에서 호텔로 한 차례 기능을 달리한 바 있었지만 12세기에 지어진 역사적인 면모는 유지하되, 디자인적으로 완벽한 호텔이 되기를 바랐던 코모 측은 이탈리아 디자인의 거장 파올라 나보네에게 호텔의 리노베이션을 의뢰했다. 마찬가지로 카스텔로 저택의 매력에 공감한 그는 50개의 객실과 실내와 외부의 공용 공간을 하나둘 바꿔 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카스텔로 저택이 지금껏 지녀왔던 건축, 인테리어적인 특징을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그 결과 석회빛이 일부 감도는 내벽과 곳곳에 프레스코 기법으로 완성된 벽화, 투스카니 테라코타로 된 바닥, 아치형 천장과 함께 오랜시간을 함께 한 가구나 소품 등의 요소는 최대한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하되, 부분적인 보수만 거치게 됐다. 테라코타 바닥은 왁스로 표면을 다시 처리해 기존의 색상이 더 밝게 톤을 유지하도록 했으며, 마찬가지로 고택에 한층 더 밝은 기운을 불어넣기 위해 벽면의 일부를 라임 밀크 컬러로 페인팅해 기존과 조화를 이루면서 임팩트는 더했다.

프레스코 벽화가 가장 잘 보존된 스위트룸. 피렌체 곳곳의 풍경을 소재로 한 작품이 한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

호텔의 리노베이션과 인테리어를 담당한 파올라 나보네는 가장 먼저 저택이 지닌 특징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예스럽고 멋진 요소는 살리면서 자신의 디자인 정체성을 부여했는데, 호텔 곳곳에 놓인 제르바소니의 제품도 그중 하나다.
이와 같은 면모는 프레스코 벽화가 가장 잘 보존된 스위트룸에서 보다 두드러지게 발견할 수 있다. 피렌체 곳곳의 풍경을 소재로한 프레스코 벽면이 공간을 가득 메운데다 기존 벽면의 색과 포인트 컬러가 조화롭게 융화된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각각의 객실 또한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상황은 흡사했다. 대개의 방에 놓인 책상과 수납장은 모두 이제껏 카스텔로 저택에서 사용했던 것으로 클래식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와 조화를 이루기 위해 침대, 야간 테이블, 벤치 및 러그 등은 파올라 나보네가 직접 디자인한 제르바소니의 제품을 두었다. 또한 추가적인 테이블과 콘솔은 란도 Lando에서 맞춤 제작한 것으로 역시나 카스텔로 저택의 무드에 맞게끔 구성되었다. 일례로, 리셉션으로 활용되는 하얀 나무 카운터는 프레스코 벽화에서 영감을 받은 문양을 새긴 후 진회색 세레나 스톤 상판으로 완성했는데, 기존 가구들과의 위화감은 줄이되, 입구에서 시선을 끄는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다.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지닌 진회색 벽면은 그대로 살리되 뉴트럴한 톤을 포인트로 준 욕실. 가구를 배치한 점이 멋스럽다.

호텔의 리노베이션과 인테리어를 담당한 파올라 나보네는 가장 먼저 저택이 지닌 특징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예스럽고 멋진 요소는 살리면서 자신의 디자인 정체성을 부여했는데, 호텔 곳곳에 놓인 제르바소니의 제품도 그중 하나다.
건축과 파올라 나보네의 디자인을 감상하는 심미적인 경험 말고도 이곳이 자랑하는 또 다른 요소는 레스토랑과 여러 부대 시설을 통한 다방면의 문화적 경험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넓은 부지를 적극 활용해 테니스 코트나 야외 수영장, 스파 등의 힐링 액티비티가 가능할뿐 아니라 일명 미쉐린 셰프로 명성이 자자한 지오반니 루카 디 피로가 헤드 셰프로 있는 라 토레를 비롯해 라 테브르나, 파빌리온 두 곳의 레스토랑 또한 방문객들을 만족시킨다. 라 토레의 경우 겨울에는 마구간과 와인 저장고를 개조한 곳에서 운영되나, 여름에는 정원에 마련된 테라스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어 잘 꾸며진 정원의 조경을 보면서 양질의 음식을 즐길 수 있다. 파빌리온에서는 지중해에서 영감을 받은 요리와 코모 호텔에서 자체 개발한 시그니처 요리를, 그리고 라 테브르나에서는 토스카나에서 유래한 전통 이탈리아 요리를 즐길 수 있다. 특히 라 토레에 마련된 와인 저장고는 레스토랑의 백미와 같은 구역이다.

파올라나 보네의 키 컬러라고 할 수있는 푸른색 벨벳체어가 돋보이는 라토레. 마구간과 와인 저장고를 개조한 곳이다.

낮은 채도의 청록색과 흰색의 제르바소니 가구와 빈티지한 고가구 그리고 저택의 클래식한 구조와 진회색 벽면이 방문하고 싶은 욕구를 높인다.
건물이 지어질 당시의 용도를 그대로 수행하는 곳인지라 그때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지만, 리셉션 구역처럼 길이가 긴 바 테이블 겸 카운터를 설치해 현대적인 감각이 일부 녹아있다. 또한 아연으로 마감한 상판을 사용해 돌 소재의 상판을 이용한 리셉션과는 명확한 차이를 줘 파올라 나보네의 디테일한 센스를 다시금 실감할 수 있다. 와인 산지에 위치한 만큼 지역 특산 와인과 함께 한다면 두 배로 이 공간을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도심과 떨어져 들판과 호수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풍경 속에 자리해 편리하고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설 그리고 오랜 시간을 함축한듯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지만 현대적인 감각 마저 느낄 수 있는 카스텔로 델 네로. 서로 상충되는 매력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이곳은 지역을 대표할 새로운 랜드 마크로의 자격을 더할 나위 없이 발휘하고 있다.

낮은 채도의 청록색과 흰색의 제르바소니 가구와 빈티지한 고가구 그리고 저택의 클래식한 구조와 진회색 벽면이 방문하고 싶은 욕구를 높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