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것들로 알차게 꾸민 네 가족의 집을 찾았다. 따스한 파스텔 톤 색채만큼이나 집 안 구석구석에 담긴 생활 중심적인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작은 창문 하나 없이 꽉 막힌 벽을 바라보며 설거지를 하거나, 온갖 잡동사니로 가득 찬 창고로 변해가는 다용도실에서 세탁기와 씨름하다 보면 살림하는 시간이 더욱 길어지기 마련이다. 부부 중에도 살림을 주도적으로 하는 이라면 좀 더 쾌적한 공간에서 살림하기를 꿈꿔봤을 터. 그래서 이런 문제점을 해결한 한마디로 ‘살림하기 편한 집’을 키워드로 잡았다. 주방에서 일하는 동안 가족들을 바라보며 소통하고, 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도록 주방 중심의 거실을 설계했다. 그뿐인가, 어린 아이들과 원활한 교류를 하기 위해 안방과 아이방을 가로막는 벽을 허물어서 온 가족의 소통 창을 활짝 열어뒀다. 이 집에는 이경은씨 부부와 일곱 살 된 쌍둥이 아들, 그리고 고양이 밤이가 살고 있다.
집주인이 알려준 주소지에 도착한 곳의 외관은 조금 독특했다. 커다란 대문이 두 개가 있어 입구가 헷갈렸다. 그 이유는 바로 두 가족이 한 집을 반으로 나눠 공유하는 일명 ‘땅콩주택’이기 때문이었다. “남편이 건축가예요. 언젠가 우리 가족만의 집을 지을 것이라는 기대와 로망이 있었죠. 그리고 아이들이 점점 커가며 층간 소음으로 갈등이 심하던 터라 아파트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그러던 중 북쪽 위례에 주택단지가 개발된다는 소식을 듣고 이곳으로 오게 되었어요.” 이경은씨가 말했다.
요즘 젊은 부부들은 단독주택에서의 삶을 꿈꾸는 경우가 많지만 부족한 자금과 집 짓는 과정에서 큰 부담이 따르기에 이들처럼 땅콩주택을 많이 선호한다. 한 택지에 298~330㎡(90~100평) 되는 평수를 두 가족이 1, 2층으로 나누거나, 이경은씨 가족처럼 반으로 나눠 사는 경우도 더러 있다. “옆집에는 건축가인 남편 동료의 가족이 곧 이사올 예정이에요. 두 남편이 땅콩주택에 사는 것을 먼저 제안했는데, 효율적이고 좋아 보여 우리 아내들도 흔쾌히 허락했어요. 단독주택은 관리하기가 힘들어 꺼리는 분들도 많은데, 저는 아직까진 장점만 있는 것 같네요.”
따스한 빛이 스미는 현관을 지나 집 안으로 들어서자 햇빛 온기를 자연스레 머금은 갖가지 파스텔 톤 컬러가 눈에 들어왔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까 화사한 색이 좋아지더라고요. 제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주방에 최대한 화사한 컬러를 넣었어요. 싱크대에 서 있으면 거실과 창 밖 풍경이 한눈에 담겨서 요리할 때 심심하지 않아 좋아요.” 이경은씨가 말했다. 아이방의 책상과 의자, 다락 계단에 쓴 색상은 모두 아이들 의견을 적극 반영해 선택한 것이다. 잠시 둘러보니 세탁기가 밖으로 나와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는 늘 한쪽 구석 자리에 있던 세탁실에 싫증이 난 이경은씨가 과감하게 선택한 결과다.
“확 트인 공간에서 세탁하고 싶었어요. 세탁기 하나를 밖으로 뺐는데 살림 만족도가 아주 높아졌어요. 이왕이면 여유를 갖고 즐기면서 가사일을 하면 좋잖아요.” 이 집에는 아직 손볼 곳이 많이 있다. 지하 공간은 스크린골프장과 아이들을 위한 운동 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다. 바닥 전체에 부드러운 카펫을 깔아 공도 차고 뛰놀 수 있도록 만들 것이다. 또 숨은 공간을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만든 다락방은 미술 스튜디오로 바꾸려 한다.
“요즘에는 아이들도 학원이다 공부다 쫓아다니느라 바쁘게 살잖아요. 하늘 볼 기회가 없어지는 것 같아서 천창을 많이 만들었어요. 비 오는 걸 바라보거나 밤하늘 별을 구경하기 아주 좋죠. 다락이 아늑해서 그런지 책 읽는 시간도 늘었어요.” 부부와 아이 모두가 만족하며 따로, 또 함께 집 안 구석구석을 만끽하며 살아갈 이경은씨 가족의 앞날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