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아다니는 시간 속에서, 대화는 예술이 되고 존재는 형상이 된다.
TTOS 다이얼로그 갤러리는 완성된 작품을 감상하는 곳이 아니다. 이곳에서의 대화는 예술로 전환되고, 관객은 작품의 일부가 된다.

세 개의 스크린에 띄운 사진 작품 <죽은 나무–가장 강력한 생명>은 하얗게 말라 죽은 나무지만 주변의 푸르른 나무와 화려한 꽃보다 더 강한 생명력을 내뿜고 있다. 흐릿한 안개의 형상을 담은 <무념–흐릿하게 잊을 수 없는 길>은 새벽녘 동틀 무렵, 실제 돌무더기 사이 뒤에서 안개가 살짝 흘러 나온 순간을 포착한 작품이다.

지극히 사적인 시리즈의 두 번째 전시 <지극히 사적인–형상>은 해가 지고 늦은 밤 시작되는 전시다. 단 한 명의 관객과 작가가 3시간 동안 자신을 깊이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 TTOS Dialogue Gallery

죽은 나무 사진을 공간 밖으로 확장한 듯, 전시장 내부는 나무 기둥으로 연출했다.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갤러리가 존재한다. 고요한 박물관 같은 전시 공간부터 자유롭게 체험하는 인터렉티브 갤러리, AI 기술이 만든 몰입형 전시까지. 예술은 시대와 함께 진화해왔다. 하지만 여기 그 어느 범주에도 속하지 않는 독특한 공간이 있다. 바로 TTOS(To The Other Side) 다이얼로그 갤러리다. 이곳은 관객이 작가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그 대화 속에서 작품이 형성된다. TTOS의 디렉터 김성렵과 제아는 브랜드와 공간 기획자로 오랜 경험을 쌓아왔다. 각각 현대카드 디자인 랩과 SK텔레콤 브랜드 리뉴얼, 복합문화 공간 운영 등을 거쳐오며, ‘사람’이 중심이 되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그 결론이 바로 TTOS였다. “우리는 기존의 갤러리처럼 단순히 예술을 보여주는 공간이 아니라,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인공이 되는 곳을 만들고 싶었어요.” TTOS가 자리한 공간은 오랜 시간의 흔적을 품고 있다. 원래 한옥이었던 이곳은 한국건축문화대상 신진건축사 부문에서 우수상을 받은 건축물로서, 박공지붕의 실루엣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요소를 더해 재해석되었다. “건축사사무소 LIM과 함께 설계한 이 공간은 과거와 현재가 대화하는 장소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도 그 흔적이 지워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어요.” 건물 재료는 콘크리트, 나무, 벽돌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만 구성되었으며, 지나온 한옥의 기억을 현재 속에 스며들게 했다. 내부의 공간 배치는 관객과 작가가 자연스럽게 마주 앉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빛의 흐름과 함께 여백을 품은 공간으로 완성되었다.

대화가 끝난 뒤 주어지는 자유시간 30분 동안, 작가는 작업 테이블에 가서 관객을 위한 작품을 완성한다.

마주 앉은 두 개의 의자.
TTOS는 ‘지극히 사적인’이라는 전시 시리즈를 통해 각 개인이 내면을 탐구하는 여정을 제안한다. 첫 번째 전시 <지극히 사적인–울림>에서는 로봇 공학을 전공한 정우원 작가가 심장 소리를 기반으로 감정의 흔적을 시각화했다. 그리고 이어 두 번째 전시 <지극히 사적인–형상>에서는 ‘형상’을 주제로,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며 인식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번 전시에서 사진작가 김승렬은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그들의 고유한 빛을 포착한다. 그리고 그 순간, 관객은 작품이 된다. “뮤지션 한 사람에 관객 한 사람이면, 둘 다 주인공이거든요. TTOS의 전시는 바로 관객이 작품의 주인공이 되는 과정입니다.” 사실 인터뷰 내내 이곳 기획자인 김성렵, 제아 디렉터는 본 전시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꼈다. 꼭 ‘직접 경험’해봐야 한다는 그들의 말은 단호했고, 궁금증을 더욱 자극했다. 그리고 인터뷰가 끝난 후 마주한 전시는 그들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이 전시는 하나의 퍼포먼스였다. 본격적인 대화에 앞서 김승렬 작가는 시간과 형상, 그리고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는 자신의 작품을 소개했고, 이번 전시는 하나의 작은 연극 무대처럼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1시간 30분가량 작가와의 깊은 대화가 이어졌다. 기억과 추억, 소중한 것들, 그리고 ‘사적인’이라는 의미를 탐색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그 후 작가와 나는 각자의 시간을 가졌다. 그 시간 동안 작가는 나를 위한 작업을 이어갔고, 그 결과는 전시장 속 하나의 형상으로 남겨졌다. 이 전시는 결국 ‘나’를 돌아다니는 과정이자 자신을 새로운 방식으로 발견하는 여정이었다. 하지만 그 여정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진행되는지는 비밀로 남겨두고 싶다. 에디터가 인터뷰 내내 품은 궁금증처럼, 이 전시를 앞둔 이들에게도 정답을 알려주지 않으려 한다. 이곳에서 무엇을 마주하게 될지는 온전히 당신의 경험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과거 한옥이었던 공간의 연속성을 위해 기와의 끝 곡선을 닮은 계단 디자인.

박공 지붕의 실루엣을 유지한 건물 외관.

물속에 가라앉은 돌 무리를 촬영한 사진 작품. 멀리서 보면 안개가 낀 산맥처럼 보이기도 하고, 흐릿한 형상이 꿈처럼 부유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TTOS 다이얼로그 갤러리의 기획자 김성렵 디렉터.
이런 전시 방식을 고수하기에 TTOS는 철저하게 프라이빗한 형태로 운영된다. 하루 단 한 명에서 많아야 네 명의 관객만이 전시에 참여할 수 있으며, 이는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깊이 있는 경험을 보장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대형 전시 공간에서는 작품이 중심이지만, 우리는 관객이 중심인 전시를 원했습니다. 그들의 경험이 예술이 되는 과정은 TTOS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우리 전시를 통해 ‘나를 돌아다니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이야기해요. 마치 여행처럼요.” TTOS의 전시는 바로 그 여행을 떠나는 과정이다. 그 여정의 끝에서, 우리는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된다. TTOS는 앞으로 ‘지극히 사적인’ 시리즈를 6개까지 확장한 후, 또 다른 형태의 전시를 기획할 예정이다. “이곳에서 갖는 경험은 결국 당신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곧 예술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