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 그 이상의 가치

프리츠 한센의 150년 역사

프리츠 한센의 150년 역사

 

공예의 전통과 예술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가구를 좋아한다. 프리츠한센이 문화역서울 284에서 론칭 150주년 기념 <원한 아름다움> 전시를 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고민 없이 달려간 이유다(관람료는 무료. 12월 11일까지).

 

과거와 현대가 공존해 생경한 느낌을 자아낸 전시장 전경.

 

공예의 전통과 예술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가구를 좋아한다. 프리츠한센이 문화역서울 284에서 론칭 150주년 기념 <원한 아름다움> 전시를 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고민 없이 달려간 이유다(관람료는 무료. 12월 11일까지). 한국의 근대와 현대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서울역사 곳곳에 프리츠한센의 150년 전통이 수놓였다. 전시 초입에서는 1872년 덴마크 작은 마을의 캐비닛 메이커였던 프리츠 한센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디자인 가구 브랜드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살펴봤다. 누가 뭐래도 전시장의 백미는 4명의 무형문화재 장인과 함께 선보인 특별한 컬렉션. PK 시리즈를 비롯한 프리츠한센의 아이코닉 제품이 채상장 서신정, 염색장 정관채, 자수장 최정인, 칠장 정수화의 손을 거쳐 ‘영원한 아름다움’으로 아로새겨졌다.

 

SWNA의 이석우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테이블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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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한 공존

금속공예가와 사진가의 미묘한 전시

금속공예가와 사진가의 미묘한 전시

 

개성 강한 두 작품이 미묘한 균형을 이루며 공존한다. 손끝 감각으로 공예의 아름다움을 빚는 강웅기 금속공예가와 아날로그적인 소재에 디지털 방식을 결합한 인터랙션 아트를 선보이는 홍성철 미디어아티스트가 각각의 언어로 풀어낸 2인전을 연다.

 

화이트 큐브라는 균일화된 전시 공간에서 벗어나 색다른 장소에서 서로 다른 장르의 작품이 미묘한 긴장감을 불러온다. 플로우의 첫 번째 기획전 <유연한 공전>은 은 銀을 주재료로 정적인 조형물을 만들어내는 강웅기 금속공예가와 사진을 통해 관람객과 감정을 교류하는 인터랙션 아트를 선보이는 홍성철 작가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특별히 두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한 신작을 준비해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강웅기 금속공예가는 기존의 기물 작업에서 보다 확장된 라이프스타일 오브제를 새롭게 작업했다. 정교한 공예 기술과 섬세한 작가의 손길로 영적인 교감을 전하는 은의 매력에 빠져볼 수 있는 기회다. 반면 ‘줄’이라는 소재를 상징적인 매개체로 활용하여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느끼는 소통과 교류의 어려움,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담아내는 홍성철 작가는 이번에는 줄 대신 금속을 택해 건축적인 모습으로 표현해냈다. 이전과 구현되는 형식은 비슷하지만 금속 유닛을 세포가 증식하듯 연결하여 스스로 구조를 이루고 건축적으로 결합하여 독립적인 형태를 이룬다는 차이점이 있다. 정면에서만 바라보기보다 측면, 위, 아래 등 몸 전체를 움직이며 적극적으로 작품을 체험하고 바라보며 생동감을 느껴보기를 바란다. 상반되는 장르의 예술 작품을 통해 다채로운 감과 즐거움을 전하는 이번 전시는 더북컴퍼니 토브홀에서 12월 1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된다.
ADD 서울시 강남구 봉은사로 226 더북컴퍼니 빌딩 지하2층 토브홀

 

강웅기 금속공예가

 

두드리고 빚은 조형적 사물

작품에서 유물을 발굴한 듯 예스러움이 묻어납니다. 옛것의 형태에 매료된 계기가 있나요?
저는 상당히 과거 지향적인 성격을 지녔습니다. 아버지 고향에는 고조부께서 지으신 150년 된 ‘만산고택’이라는 오래된 한옥이 있습니다. 예컨대 한옥이라는 건축물의 비례와 세부적인 부분을 보면서 흥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옛것에 대한 이러한 관심과 관찰이 제 감각에 스며들어 작품에 표출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은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나무, 흙, 섬유 심지어 합성수지도 종류에 따라 물성이 제각기 다른 것처럼 금속에서도 은이 가지는 고유한 특성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단단함과 부드러움이 동시에 표현되는 재료라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습니다. 은 작품은 손으로 시작해서 손으로 완성합니다. 기계를 많이 이용해서 작업하던 때도 있었는데, 손으로 잘 만든 작업은 사람의 에너지가 응집된 기운 같은 게 느껴지기 때문에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 사람도 그 다름을 느낄 것입니다.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면서도 현대적인 시각을 잃지 않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제 작업이 그러한 균형을 잘 맞추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주변에서 제 작업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보면 현재의 것, 동양과 서양 그 사이 어디쯤에 있다고들 합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불과 40년 만에 상당히 많은 변화와 문화를 단시간에 경험하면서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40~50대 작가들의 내면에는 다양한 경험이 자연스레 버무려져 있는 것 같습니다. 저 또한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나 싶습니다.

이번 전시를 위한 신작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신작은 ‘눈’에서 시작했습니다. 눈을 통해 머리나 마음으로 들어온 기억은 우리의 마음에 미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때가 많습니다. 청각, 후각, 촉각, 미각 등도 이러한 작용의 통로가 되죠. 이번 전시는 시각에서 시작해보고자 합니다. 평소에는 쓰지 않는 재료인 스테인리스 스틸, 종이 그리고 전기 작업 등을 시도해보았습니다.

앞으로의 작업 방향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새로운 작업이나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이번 전시를 제안받았습니다. 기능적인 제한에서 조금 벗어나 당분간은 형태에 관한 실험을 해보고 싶습니다. 실험의 목적은 조형에 관한 탐구도 있지만, 공예 작업의 자양분이 되게 하는 이유에서도 있습니다. 은기 작업 역시 계속해 나갈 것이고, 가구나 조명 작업도 발전시켜 나갈 예정입니다.

 

 

 

 

홍성철 미디어아티스트

 

공중에 매달린 울림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했는데, 사진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작업 초기에는 신문지를 쌓아 덩어리를 만든 후 정육점에 걸려 있는 고깃덩이처럼 깎아내는 오브제 작업이나 영상, 사진, 센서, 컴퓨터 프로그래밍 등 멀티미디어와 공간, 관객과의 인터랙션을 다루는 설치작품 등 다양한 매체와 방법을 사용한 실험적인 작업을 했습니다. 이후 비디오를 이용한 작업을 연구하면서 영상의 가장 기초 단위인 사진에 관심이 생겼고, 나아가 사진의 원리와 본질 같은 부분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고무줄이라는 소재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1998년 뉴욕 디아 아트센터에서 보았던 미국의 미니멀리스트 프레드 샌드백 Fred Sandback의 공간에 수직으로 그은 선 같은 가느다란 실 작품을 보고 깊은 인상과 영감을 받았고, 이후 2002년 개인전에서 전시장의 천장과 바닥에 수천 개의 줄을 수직으로 연결해 정육면체를 만들고 한쪽 벽면에는 소리에 반응하는 비디오 설치작업을 빔프로젝트로 영사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 전시를 철수하던 중 우연히 설치된 줄들 위에 상을 쏴보면서 줄들 하나하나에 맺힌 색과 형태 그리고 그것들이 공간에 침투하면서 생기는 현상을 경험했고, 맺혀진 이미지를 고착시키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로 출발했습니다.

 

 

줄 위에 프린트를 입히는 과정을 설명해주세요.
되도록 같은 길이로 줄을 잘라 마치 천을 짜는 직조기에 건 줄처럼 촘촘하고 팽팽하게 당겨서 판 위에 종이나 천처럼 만든 다음 높이가 조절되는 프린터로 전사하는 방식입니다.

인간의 신체가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데, 특별히 신체를 포착해내는 이유가 있나요?
신체의 살아 움직이는 것에 흥미를 느꼈어요. 신체가 아주 작은 세포로 시작해서 현재 피부의 부드러운 표면까지 만들어진 과정이나 개개인의 살아온 역사 같은 것이 드러난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픽셀로 나뉜 구성으로 높이와 각도, 빛, 그림자 등에 의해 작품이 다르게 보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관람객과 작품의 상호작용은 작업의 개념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물리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조금 더 관객이 적극적으로 교감할 수 있도록 의도했습니다. 몸을 움직이면서 보려고 할수록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작가 노트에 의하면 ‘실체를 분명하게 파악하지 못하게 방해하며 궁극적으로는 작가의 실존적 고백이다’라고 설명되어 있어요. 일상에서 고민하는 지점을 담아낸 것인가요?
실체 혹은 실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항상 던져왔습니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진실이 아닐 수 있고, 만져진다고 실제가 될 수 없다는 생각도 자주 합니다. 이러한 감정과 고민을 불완전한 형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이번 전시에서 색다른 형태를 시도했다고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줄 대신 가느다란 금속 유닛을 연결하여 공간에 설치했습니다. 기존 작업이 사각 틀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한계가 있어 조각을 전공한 작가 입장에서 가끔 답답함을 느꼈고, 평소 공중에 매다는 작업을 언젠가는 시도해보고 싶었습니다.

신체 외에도 다른 사물을 포착해볼 계획이 있나요?
최근에는 옷이나 천의 주름 등에 관심이 있고 이를 추상적으로 발전시켜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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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원(홍성철 작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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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월드컵 그리고 아트

문화예술 강국의 신호탄, 카타르 월드컵

문화예술 강국의 신호탄, 카타르 월드컵

 

2022 월드컵을 개최하는 카타르는 오일리치의 광에 안주하지 않고 문화예술 강국으로 거듭날 준비를 마쳤다.

 

슈아 알리, Shua’a Ali(b. 1974, Qatar) Tawazun, 2022, Granite, Sandstone, Limestones, Pebbles; 1.2×1.2×3.5m, Msheireb, Downtown Doha on Sikkat Al Wadi, Photo Copyright Iwan Baan. Courtesy of Qatar Museums.

 

월드컵 경기로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는 카타르는 사우디아라비아 반도의 여러 국가에 비하면 매우 작은 국토 면적을 지니고 있지만, 석유와 천연가스 등 풍부한 자원으로 가장 부유한 국가로 손꼽힌다. 그러나 친환경 에너지와 디지털 인터넷 등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산업의 흐름이 바뀌어가고 있는 시대, 중동은 여전히 오일리치의 영광을 이어갈 수 있을까? 카타르의 2022년 월드컵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축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2030년 아시안 게임까지 이어지는 문화 국가로의 변모를 시작하고 홍보하는 세계적으로 중요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2019년에는 장 누벨이 설계하고, 장 미셸 오토니엘의 작품이 입구를 장식한 카타르 국립박물관을 개관했고, 친환경 에너지로 작동되어 낮에도 인공조명이 필요하지 않은 패션 및 디자인 종사자의 센터 M7도 개관했다. 이자 젠켄의 거대한 꽃 조각이 장식되어 있는 M7에서는 카타르 월드컵을 맞아 발렌티노의 전시와 패션쇼를 개최했는데, 카타르 왕족(카타르 홀딩)이 2012년 발렌티노를 인수하여 사실상의 소유주이기 때문이다.

 

카타리나 프리츠, Katharina Fritsch(b. 1956, Germany) Hahn, 2013, Glass-fibre Reinforced Polyester Resin Fixed on a Stainless-steel Supporting Structure; 440×440×150cm, Sheraton Hotel, Katara Hospitality, Photo Copyright Iwan Baan. Courtesy of Qatar Museums.

 

카타르는 2011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축구클럽으로 손꼽히는 파리 생제르맹 (PSG)를 인수하였을 뿐 아니라, 같은 해 영국의 유서 깊은 백화점 헤롯을 인수하는 등 국제적인 행보를 펼치며 문화와 예술에 투자하고 있고, 2022년에는 헤롯 호텔 체인 계획도 발표한 바 있다. 스포츠 분야에 카타르 국왕이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 미술과 럭셔리 산업 분야를 주도하는 이는 국왕의 여동생이자 카타르 박물관국을 맡고 있는 알 마야사 공주다. 10여 년 전부터 세잔의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을 약 250만 달러(약 3천3백억원), ‘언제 결혼할래?’를 3백만 달러(약 4천억원) 등에 구입한 슈퍼 컬렉터로 그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이슬람 미술관을 비롯한 수많은 미술관 및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하마드 국제공항의 우르스 피셔의 거대한 램프 베어, 컨벤션 센터의 루이스 부르주아의 높이 9m에 달하는 거대한 거미 조각, 올림픽 뮤지엄의 다니엘 아샴의 거대한 행잉 조각, 쉐라톤 홀 벽을 장식한 마틴 크리드의 ‘모든 게 다 잘될 거야’라는 문자 조각 등이 모두 카타르의 공공미술 프로젝트다. 월드컵을 맞이해 올라퍼 엘리아슨, 제프 쿤스, 카타리나 프리치 등 세계적인 명성의 예술가를 초청해 공공미술 프로젝트 40여 개를 추가함으로써 이제 카타르 도하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도시 미술관으로 변모하여, 비단 월드컵이 아니라도 파리나 로마에 가듯 한번은 반드시 방문해야 할 예술의 성지로 등극했다.

 

리차드 세라, Richard Serra(b. 1938, United States) 7, 2011, Steel, 24.6 Metres, MIA Park, Photo Copyright Iwan Baan. Courtesy of Qatar Museums.

 

오일머니를 문화에 투자해서 21세기에도 지속되는 문화 강대국으로 변모하려는 시도는 카타르뿐 아니라 중동의 다른 국가에서도 활발하게 일어나는 추세다. 아랍에미레이트에서는 2020년 두바이 엑스포를 선점하며 기회를 노렸으나 팬데믹으로 인해 아쉬운 상황을 맞이했지만, 수도 아부다비에서 2017년 루브르 미술관 분점을 개관한 데 이어 2025년 개관을 목표로 구겐하임 미술관 건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방한하여 화제를 모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가 준비하고 있는 네옴 시티도 친환경 에너지로 작동되는 슈퍼 스마트 시티다. 한때 문화와 예술은 가난한 예술가의 구제와 복지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윤리와 의무 혹은 부자들의 플렉스 정도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었지만, 실은 21세기의 사람들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중요한 성장의 동력이라는 것을 가장 부유한 국가의 행보에서 찾아볼 수 있는 셈이다.

 

Subodh Gupta(b. 1964, India) Gandhi’s Three Monkeys, 2012, Bronze and Steel; Balaclava Head 200×131×155cm; Gas Mask Head: 184×140×256cm; 수보드 굽타, Helmet Head: 175×125×150cm Katara Cultural Village, Photo Copyright Iwan Baan. Courtesy of Qatar Museu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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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김영애(롯데백화점 아트콘텐츠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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