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TREND FORECAST ①

2023 트렌드 공간 디자인

2023 트렌드 공간 디자인

 

우리가 살고 있는 주거환경부터 팬데믹을 겪으면서 중요해진 인테리어와 F&B, 그리고 이제 막 다시 열린 여행길까지.
올해는 어떤 것이 유행할까?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라이프스타일 전문가 23명에게서 2023 트렌드 예보를 들어보았다.

 

1 소유를 넘어 향유하는 주거 공간

주거의 증가된 수요, 다목적 기능, 예술의 개입으로 현대인은 조금 더 다양한 구성과 여러 목적을 수행하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반영한 공간을 원한다. 더 나아가 반려식물과 반려동물의 개념이 확산되면서 자연과 어우러지고 지속가능한 주거 형태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첫째, 각자의 개성으로 라이프스타일을 완성한다. 미래의 주거 형태는 개인 맞춤, 즉 커스터마이징 설계를 지향하게 될 것으로 본다. 바닥부터 천장, 조명까지 다양한 옵션을 제공해 개인이 설계에 적극 개입하고, 그 안에 내재되어 있는 모든 것이 곧 개인의 생활을 반영하기에 집이 곧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큰 수단으로 작용할 것이다. 둘째, 공간의 설계뿐만 아니라 아트와 가구, 소품에서도 수집의 개념이 생겨나고 있다. 단순히 주방과 거실, 침실 등 용도의 의미에서 벗어나 작가의 오리지널리티를 수집하고 전시하며 남들과 차별화된 취향을 담아 나만의 갤러리로 탄생시킨다. 큰 예로 2022 밀란디자인위크의 닐루파 갤러리 전시에서는 세대와 스타일, 국적을 혼합하거나 3D 프린터와 같은 최첨단 소재와 오랜 역사를 지닌 가구를 함께 조합해 선보인 바 있다. 셋째,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방의 목적에 덧붙여 사무, 운동, 취미, 휴식 등 기능의 분화와 유연한 공간 활용에 관심을 보이며, 개인이 이곳에 부여한 특별한 목적을 강조하고 첨단적이고 전문화된 기능이 내재된 알파 공간을 추구한다. 마지막으로는 지속가능성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와 친환경 소재, 디자인에 대한 관심의 증가는 주거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큰 창과 정원, 홈 가드닝, 동물, 식물과 함께하는 자연친화적인 형태가 많이 나타나고 있으며, 재활용 소재를 이용해 가구 제작을 하는 등 여러 방면으로 지속가능한 디자인의 주거 형태가 보여진다.

조규진 스튜디오트루베 대표

 

더 펜트 하우스

 

브라이튼 한남

 

 

2 재정비에 돌입한 미술계

국내 미술계가 전무후무한 활기를 띠며 역대 최고 규모의 시장을 기록했던 지난해를 보내고 맞이하는 2023년은 업계 전반적으로 한 단계 절제된 분위기를 형성할 것으로 생각한다. 컬렉터들의 작품 구입에 있어 다시 보수적인 경향을 보이는 추세이다 보니, 코로나19 기간에 유입된 다양한 연령층의 컬렉터 관심이 아트 토이, 리미티드 에디션 판화 등 중저가부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가치를 보장하는 고액의 작품에 걸쳐 유지될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하는 시기다. 코로나19의 영향 아래 급속도로 성장한 시장인 만큼, 그 규모를 정착시키려면 갤러리에서도 지속적으로 다양한 작가와 소통하며 양질의 전시를 선보이고 국내외 미술계와의 교류를 더욱 견고히 다져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최근 국제갤러리는 파리에 국제갤러리 지사를 개관했다. 더 많은 국내 작가를 해외에 소개할 수 있는 통로이자 해외 작가들과도 긴밀하게 소통하기 위한 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승민 국제갤러리 홍보담당자

 

국제갤러리 파리 지사 내부 전경

현재 국제갤러리에서 전시중인 태국 작가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의 〈As I lay me down to sleep, I hear you speak to me… See you again in a world where roses bloom. There the angels will always sing and everyday words will sound like a love song.〉 2022.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Thapphawut Parinyapariwat

 

 

3 아트피스를 닮은 인테리어 자재

리얼 패브릭을 벽면에 시공하는 월커버링이 출시됨에 따라 벽지와 패브릭의 경계가 허물어졌다. 부드러움과 무게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패브릭 도장 마감은 공간을 보다 편안하고 안락하게 만들어준다. 오래전부터 벽지는 예술로 발돋움해왔다. 아트피스에 가까운 효과를 내는 파노라마 벽지는 단순히 위아래로 반복되는 패턴이 아니라 여백의 미와 대담성을 담은 다양한 크기의 패턴과 텍스처로 벽면 전체를 작품처럼 표현해낸다. 또 실내와 실외의 구분이 사라진 패브릭도 눈여겨 봐야 한다. 대개 거칠고 광택이 있는 아크릴과 폴리 소재의 패브릭이 아웃도어 전용으로 사용되었다면, 요즘은 컬러와 패턴이 더욱 다양해지고 부드러운 촉감이 특징인 자연 소재의 패브릭이 출시되고 있다. 발수와 얼룩 방지 기능을 갖춰 실내 커튼과 가구에도 활용하기 좋다. 특히 2015년경에 매서운 겨울 날씨를 겪은 유럽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부클레 패브릭은 출시 이래 가구 디자이너에게 색다른 영감을 안겼고, 프랑스 기반의 가구 브랜드 피에르 오귀스탱 로즈의 부클레 소파가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부유하는 듯한 비정형적인 형태와 유기적인 라인으로 자하 하디드의 건축과도 닮아 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부클레 소재에 울과 폴리 등을 섞은 저가 패브릭도 출시되어 가장 트렌디한 패브릭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마지막으로 몰딩 또한 가구와 벽의 기능을 넘나들며 공간 활용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벽면 상하에 부착하는 몰딩에 그치지 않고 슬라이딩 도어와 월 패널에 사용될 수 있는 3D 디자인으로 출시되고 있다. 이처럼 경계를 허물고 융합되거나 모호해지는 현상은 리빙 인테리어에서도 예외가 아님을 보여준다.

조은정 다브 이사

 

피에르 프레이의 이브 클랭 컬렉션

 

 

4 다채로운 라이프스타일을 흡수하는 아파트 레이아웃

카페, 홈 가드닝, 홈 스파 등 ‘홈’과 외부 활동을 결합한 신조어가 많이 생겨난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이제 집은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 주거 형태인 아파트는 이처럼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만족시키기 위해 변화하고 있다. 넓은 거실을 위해 베란다를 확장하는 것이 필수 코스처럼 느껴졌다면, 이제는 베란다를 홈 오피스나 홈 가드닝, 홈 피트니스의 공간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또 공간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것도 특징인데, 예를 들면 현관은 단순히 집을 드나드는 장소가 아니다. 새벽 배송과 택배 사용이 증가하면서 박스나 물품을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넓은 전실을 찾는 이들이 늘었고, 현관 옆에 세면대를 두어 위생을 고려한 사례도 적지 않다. 화장실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호텔 욕실처럼 변기와 샤워 공간을 완전히 분리하거나 홈 스파나 명상을 위한 장소를 욕실 가까이에 마련하기도 한다. 홈 파티가 유행하면서 중요성이 커진 주방은 점점 양극화되고 있는 현상을 보여준다. 보조 주방까지 갖춘 넓은 주방과 요리에 흥미가 없는 싱글족이나 신혼부부를 위한 콤팩트한 주방으로 나누어진다. 또 쇼룸처럼 멋진 주방과 다이닝 공간이 새로운 인테리어 주인공으로 등극하고 있다. 인테리어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원목 마루에 흰색, 회색의 무난한 가구가 많았던 과거에 비해 요즘은 개인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강렬한 색감의 가구나 소품을 적극 활용하는 이들이 많다. 공간의 경계는 개인의 필요에 맞게 허물어지고 집이 패션처럼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 되면서 천편일률적이었던 아파트 환경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추세다.

이희진 쏘노리 대표

 

차를 마실 수 있는 좌식 공간을 만든 창가

 

호텔같은 욕실 인테리어

 

 

5 사무 공간에 남은 코로나19의 자취

코로나19를 일상에서 떠나보낼 날이 머지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끝나도 그 흔적은 여전히 남는다. 대표적인 예가 재택으로 인해 익숙해진 화상회의다. 협업과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그치지 않고, 우리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게 된 것이다. 매일 실제로 타인을 대면하거나 가상의 상호작용을 번갈아 하면서 두 세계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요즈음 오피스 공간을 설계할 때 꼭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아이템이 있으니, 바로 폰 부스와 미팅 부스다. 중요한 컨퍼런스 콜을 할 때, 집중이 필요한 업무를 할 때, 팀 구성원이 잠깐 미팅을 할 때 굳이 회의실을 예약해서 이동하지 않아도 이용이 가능하며 때로는 휴게 공간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여러모로 쓸모가 많다. 해워스에서도 1인용, 2인용, 4인용 등 다양한 크기와 다재다능한 기능을 갖춘 화상회의용 부스 Booth를 선보이고 있다. 공기순환, 조명, 소음차단, USB 차지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에 상당히 고가지만 어느덧 사무실의 필수품으로 인식되고 있는 추세다.

헤닝 피게 해워스 글로벌 리더&프레지던트

 

©Haworth by 제인인터내셔날

 

 

6 우뚝 솟은 타일 마루

최근 바닥재는 강마루, 원목 마루 같은 나무 표면의 마루보다 타일, 대리석 같은 모던한 소재와 컬러의 바닥재를 찾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아파트멘터리에서 오픈한 자재 브랜드 파츠에서도 타일 마루 제품이 가장 인기 있다. 아파트멘터리의 주 고객은 30~40대 젊은 층인데, 많은 고객이 바닥재로 포슬린 타일을 선호하지만 시공 가격이 부담스럽거나 특유의 차가운 느낌 때문에 그 대안으로 타일 마루를 선택하는 추세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디자인적인 만족감이 높은 타일 마루는 표면에 대리석과 타일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담은 우드 베이스다. 타일 마루는 찍힘과 손상에 강한 고강도 내수 코어재를 사용해 내구성이 좋고, 일반 마루에 비해 4배 넓은 폭으로 모던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포슬린 타일은 접시처럼 깨지기 쉬운 제품을 떨어뜨렸을 때 바로 파손되고, 여름철에는 발바닥이 바닥에 끈적하게 붙는 감촉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파츠의 타일 마루는 표면의 엠보싱 처리로 발바닥이 닿았을 때 쾌적한 느낌이다.

양란 아파트멘터리 자재 브랜드 파츠 담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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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낭만을 싣고

예술 수집으로 채우는 삶의 의미

예술 수집으로 채우는 삶의 의미

 

파리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는 샹탈 크루젤의 집을 방문했다. 지난 42년간 그녀가 갤러리스트로서 선보인 전시 그리고 마음을 나누었던 작가들과의 추억이 곳곳에 담겨 있다.

 

파리지엔느의 감성을 담은 샹탈 크루젤 대표의 아파트 거실 전경. 왼쪽 천장에 걸린 대형 작품은 미술가 가이튼/워커 Guyton/Walkerr의 ‘코코넛 샹들리에’.

 

아트바젤 파리 플러스의 성공으로 인해 파리가 더욱 뜨거워졌다. 뉴욕과 런던, 바젤과 홍콩에 밀려 잠시 잊혀졌던 파리가 원래 의 위치를 다시 찾은 것. 아트바젤 파리 플러스 아트 페어 자체는 크지 않았지만, 파리 고유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매력은 증폭되었다. 그 중심에는 샹탈 크루젤 Chantal Crousel 갤러리와 같은 흥미로운 명소가 있다. 샹탈 크루젤 갤러리는 아트 페어와 전시로 우리나라 미술 애호가에게 알려졌으며, 지난 가을 프리즈 Frieze 서울에 참여하며 한국에 첫 인사를 했다. 이번 아트바젤 파리 플러스 기간에는 양혜규 작가의 개인전을 열어 파리를 찾은 세계 미술 애호가를 매혹시켰다. “한국은 전통문화, 활기찬 현대미술,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 미술관이 매력적입니다. 2009년 제53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에서 양혜규 작품이 눈에 띈 것도 아마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을 겁니다. 2012년 멕시코 미술가 아브라함 크루스빌레가스 Abraham Cruzvillegas와 처음 한국을 방문했고, 아브라함은 그해 광주 비엔날레에 참여했어요. 같은 해 나는 카셀 도큐멘타 전시에 양혜규를 초대했고, 이것이 그녀와의 첫 협업이었어요. 그리고 2013년 우리 갤러리에서 양혜규의 첫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최근 그녀가 가장 공들이고 있는 퀴리연구소의 비영리 프로젝트에도 양혜규와 손을 잡아 <매혹적인 연 – 버터플라이 배트 그립의 곡예사 Mesmerizing Kite – Acrobat in Butterfly-Bat Grip>를 선보였다.

 

하산 칸 Hassan Khan의 작품이 돋보이는 풍경. 장 프루베의 ‘램프 스윙 JIB’ 조명과 스테파니 무살렘 Stéphanie Moussallem의 낮은 테이블 ‘크랙-N°1’이 매력적이다. Hassan Khan, 2013 I, 2019, Argentic paper mounted on dibond, cell phone digital images, digitally composited image computer generated 3D digital renders, vector illustrations, 128×90cm.

 

퀴리연구소는 노벨상 .2회 수상자이기도 한 마리 퀴리의 업적을 기려 설립한 암 연구센터이자 병원이다. 2023년 봄, 파리에서 서쪽으로 9.6km 정도 떨어진 생클루에 새로운 센터의 개관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곳에 양혜규 작가의 거대한 월페이퍼 작품을 설치하는 것. 프로덕션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양 작가가 한지로 한국의 전통 연 에디션 작품을 제작했다. “이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상호작용적이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해 양혜규 작가의 작품을 추천했습니다. 그 작업을 위해 나는 그녀에게 50개의 연 에디션 제작을 의뢰했습니다. 퀴리연구소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이 연은 빛과 자유를 향한 열망의 상징을 담고 있어요.” 샹탈 크루젤 갤러리는 1980년 파리에 문을 열었는데, 그녀가 국경을 넘나드는 것을 좋아했다는 것에서 갤러리 정체성이 시작되었다. 그녀는 다른 문화, 다른 사회와 관련된 미술가를 만나고, 현대인이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본 질적 질문을 해석하는 작가와의 교류에 관심이 깊다. 그녀 역시 벨기에 출신이며, 그녀의 갤러리는 토니 크랙, 브루스 매클린, 길버트&조지, 제니 홀저, 바바라 크루거, 리처드 프린스, 신디 셔먼과 같은 거장의 작품을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1990년대에도 가브리엘 오로즈코 Gabriel Orozco, 모나 하툼 Mona Hatoum, 압살론 Absalon, 리크리트 티라바니자 Rirkrit Tiravanija 등 주요 미술가의 프랑스 첫 전시를 열어 파리를 새로운 세계에 풍덩 빠지게 했다.

 

벨기에 출신의 샹탈 크루젤 대표는 1980년 파리에 자신의 이름을 딴 갤러리를 열었다.

 

벨기에 출신의 젊은 여성 갤러리스트로 파리에서 힘든 일은 없었을까. “내가 여성 갤러리스트라는 상황에 중점을 두지 않았습니다. 내 과제는 알려지지 않은 해외 작가를 프랑스에 소개하고, 프랑스 미술 애호가와 비평가들이 그들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나의 이국적 억양이 이러한 단계를 복잡하게 만들 때도 있었지만, 그것을 시간이 필요한 정상적 과정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녀의 집은 파리지엔느의 감성이 가득한 아파트이다. 집 안에 가득한 미술 작품은 그녀의 삶의 모든 만남을 증언한다. 디자인 가구 역시 마찬가지다. 예술 작품과 사랑에 빠지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가구와 소품은 그녀와 함께 거주하고 있다. “몇몇 미술가나 작품에 특권을 부여하기는 어렵습니다. 모든 작품과 대화를 나누고 있고, 나에게 똑같이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어요. 가구와 소품은 여행에서 발견한 것들이 많은데, 그것 역시 내 삶의 일부입니다. 아름답게 만들어진 물건을 만나면 사용하거나 시각적 즐거움을 위해서 집으로 가지고 옵니다. 그것은 언어에 새로운 단어를 추가하는 것과 같은 활력을 주지요. 1991년 이 집에 처음 이사 왔을 때는 필요한 가구를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였습니다.”

 

햇살이 들어오는 거실에는 도미니크 매튜 Dominique Mathieu의 작은 테이블 3개가 화룡점정이다.

 

이 집의 첫 번째 거실 테이블은 탁구대였다. 친구들과 저녁을 먹은 후 식탁보를 치우고 탁구를 쳤다고 한다. 현재의 식탁은 그녀가 디자인한 브라질 화산석 소재다. 따뜻하면서도 화려한 형상이다. 샹탈 대표가 집에서 특히 마음에 드는 부분은 눈부신 햇살이다. 창밖으로 들어 오는 빛은 하루가 다르게 매일 변하고, 그녀는 거실에서 부엌으로 그리고 작업실로 이동하는 것을 좋아한다. 모든 작품이 중요하다는 그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 집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작품이 한 점 있기는 하다. 그녀는 갤러리스트가 되기 전 벨기에에서 중장비 자동차 회사의 비서로 일했다. 현대미술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는데, 1972년 우연히 브뤼셀의 루이스 애비뉴에 있는 어떤 갤러리에 들어가게 됐다. 미국 미술가 만 레이의 작품에 매료된 그녀에게 그 갤러리스트는 상세한 설명을 해주었고, 작품을 소장하게 되었다. 이 특별한 경험을 계기로 그녀는 예술그룹 코브라 CoBrA와 미술가 크리스찬 도트레몽 Christian Dotremont에 대한 박사 학위 논문을 집필한 후 갤러리스트의 길을 걷게 되었다.

 

도널드 저드의 빨간색 캐비닛과 마르셀 뒤샹의 작품이 멋지다. 조명은 세르주 무이가 1955년에 제작한 것이며, 의자는 디자이너 릭 오웬스 Rick Owens의 ‘트리던트’. Donald Judd, Shelf N° 14(red), 1984/Marcel Duchamp, Piston de Courant d’Air, 1964, Print on celluloid.

 

안리 살라 Anri Sala와 헤이모 조베르니그 Heimo Zobernig의 작품이 지미 더럼 Jimmie Durham의 텔레비전 작품 위에 걸려 있다. 소나무로 만든 의자는 디자이너 리나 보 바르디 Lina Bo Bardi의 ‘포메이아 벤치 Pompeia Bench’. Anri Sala, Nous ne sommes rien soyons tout, 2021, Lambda print/Jimmie Durham, Resurrection, 1995, Television, stone (mixed media)/Heimo Zobernig, Untitled, 2017, Acrylic on canvas.

 

왼쪽 아래 놓인 얀보의 알루미늄 소재 작품이 추억을 담은 그녀의 공간을 더욱 빛나게 한다. 샬롯 페리앙의 사이드보드 위에는 태국 미술가 리크리트 티라바니자의 작품이 걸려 있다. Danh Vo, We The People(test version in aluminium), 2011/Rirkrit Tiravanija, Once Upon a time, 2021, Tapestry(Aubusson), 168×120cm.

 

책장 위 왼쪽부터 얀보의 작품. 클라스 올든버그&코샤 밴브룽겐의 조각. 샹탈 크루젤 대표의 할아버지 아돌프 크루젤의 드로잉. 토마스 허쉬혼 Thomas Hirschhorn의 작품. Danh Vo, 2.2.1861/Claes Oldenburg&Coosje van Bruggen, Profiterole, 1990.

 

만 레이의 작품은 여전히 그녀의 집에 걸려 있어 영감이자 동기가 되어주고 있다. 만 레이의 작품은 그녀의 삶을 도전으로 이끌었고 답을 가져왔으며, 훨씬 더 많은 질문도 가져다 주었다. 만약 그때 그녀가 만 레이의 작품을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그 갤러리스트가 친절하게 설명 해주지 않았더라면 현재는 어떻게 달라졌을지 상상하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 그녀가 메가 갤러리들과의 경쟁에서 피에르 위그 Pierre Huyghe, 얀 보 Danh Vo, 볼프강 틸만스 Wolfgang Tillmans와 같은 위대한 예술가와 수십 년간 우정을 유지하며 어떤 마음가짐으로 갤러리를 이끌어 왔는지 궁금해진다. 이는 아마도 갤러리의 슬로건이자 40주년 기념 책의 제목인 ‘놀이에 동참할 것을 맹세하시오 Jure-moi de Jouer’와 관련이 있을 것 같다. “모든 협업은 작가 그리고 고객과의 상호 신뢰와 성실한 관계를 기 반으로 합니다. ‘놀이에 동참할 것을 맹세하시오’라는 표현은 내가 공부하던 시절 멘토였던 벨기에 미술가 크리스찬 도트레몽이 눈 위에 썼던 문장입니다. 그 문장은 두 가지 모순된 개념의 조합이며, 유희와 서약을 의미합니다. 돌이켜보니, 이 개념이 인생 전반에 걸쳐 이어온 운명의 ‘빨간 실’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프랑스에서 첫선을 보였고 그녀와 오랜 인연을 이어온 가브리엘 오로즈코의 작품. Gabriel Orozco, Black Kites Print, 1997.

 

퀴리연구소의 비영리 프로젝트를 위해 양혜규와 손잡고 에디션 작품을 선보였다. Haegue Yang, Mesmerizing Kite – Acrobat in Butterfly-Bat Grip, 2022, Hanji, graph paper on traditional, Korean kite, pine reel, kite string, maple components, 25 5/8×13 3/8×9inches.

 

벽을 아름답게 장식한 글자는 얀보의 흑연 작품. 그 위에 걸린 두 점의 작은 드로잉은(왼쪽부터) 장-뤽 물렌 Jean-Luc Moulène과 로라 라미엘 Laura Lamiel의 작품. Danh Vo, Untitled(Phenix), 2015(wall drawing 330cm), graphite/Jean-Luc Moulène, Drawing for «Usure», 2010, Pencil on paper/Laura Lamiel, Territoires intimes, 2020, Ink, pen, graphite on paper.

 

로베르토 쿠오기 Roberto Cuoghi의 조각작품 옆으로 프란시스코 고야의 에칭 작품 8점이 걸려 있다. Roberto Cuoghi, Imitatio Christi, 2017-2019, Mixed media/Francisco de Goya, 8 Etchings of the series Los Caprichos , 1877.

 

샹탈 크루젤 대표의 욕실에도 미술가 얀보의 설치작품이 있다. Danh Vo, Bathroom belonging to Chantal Crousel, on Avenue de la République, Paris, owned by the artist as of its creation, 2011. Apartment owner or their representative must consult with artist in relation to future owner changes of the property as a whole, 2011, Marble(Calcatta oro), stucco, mirror, rose tinted glass, variable dimensions.

 

미술가 모나 하툼의 사랑스러운 작품. Mona Hatoum, T42, 1999, Gold trimmed fine stonewear in two parts.

 

샹탈 대표는 이제 창립자로서 갤러리 외부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으며, 2020년부터 아들 니클라스 스베넝 Niklas Svennung이 갤러리를 이끌고 있다. 그녀는 새롭게 미술 컬렉션에 관심을 가진 젊은 세대를 위한 조언도 전해왔다. 미술품 수집을 해야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우리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라는 것. 미술 작품은 우리가 분명한 의식을 가지고 살도록 도와줄 수 있다. 물론 어떤 이들은 지식이나 감정 없이 투자와 사회적 지위를 위해 예술 작품을 수집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이러한 컬렉션은 어느 순간 무너질 것이며, 그녀와 같은 행복을 느끼기는 어렵다. “예술 작품은 우리의 눈, 마음, 감성을 열어줍니다. 겸손, 열린 마음 대립을 받아들이는 여유도 선사합니다.” 샹탈 대표는 미술 작품은 소중한 인연, 새로운 친구와의 만남으로도 이어진다고 예찬했다. 샹탈 대표는 우리도 그녀와 같은 즐거움을 경험해보기를 기대하고 있다.

 

스테파니 무살렘의 파란 테이블 옆에는 1935년에 만든 디자이너 헤리트 리트펠트 Gerrit Rietveld의 화이트 컬러 테이블이 있다.

 

그녀를 갤러리스트의 길로 인도한 만 레이의 작품. 왼쪽에는 알바 알토의 캐비닛과 파올로 베니니의 램프가 놓여 있다. Man Ray, illustration for Le Jugement Dernier by Gui Rosey, 1969, Etc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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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

photographer

Aurélien Mo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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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파 세대를 주목하라

MZ와 Z Alpha 세대로 보는 트렌드

MZ와 Z Alpha 세대로 보는 트렌드

 

MZ, 잘파 세대가 어필하는 사회문화 트렌드.

 

리소페Lisophe에서는 필자가 자체 개발한 독자적인 미래예측 방법론을 통해 산업 전반에 걸쳐 소비사회의 주요 가치 변화를 분석하고 있다. 특히 사회, 문화, 경제, 기술, 인구 통계, 자원 등에 영향을 받은 가치 변화를 분석한다. 이번에는 특별히 인구통계학상의 연령별 세대 분석에 집중하여 앞으로 5~6년 동안 소비사회를 주도하는 MZ세대와 함께 2023년부터 MZ세대를 빠르게 뒤따르는 잘파 Z·Alpha 세대를 주목해보자.

 

(위) 재팬디 가구 스타일 , (아래) 운동과 업무를 공유하는 워크레저 패션 스타일

 

자기 결정 사회

‘자기 결정 사회 Self-Determination Society’는 타인이나 상대방의 권유나 영향력에서 벗어나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를 실행하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보는 소비사회의 특징으로 나타난다. 최근 미국을 흔들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의 ‘대퇴사’는 오히려 변화된 사회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밀레니얼 세대의 선택과 집중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출근 도장을 찍고 회사에 가고 싶은 세대가 있다. 바로 Z세대다. 집은 좁고 나가서 배우지도 못하는 이들 Z세대는 재택근무를 회의적으로 본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구통계학적으로 융합적인 소비 중위 연령에 속하는 MZ 세대은 Z세대와는 서로 다른 입장을 고수한다. 이는 ‘자기 결정의 자유’를 중시하는 공통된 사회적 가치 때문이다. 즉 이들의 공통점은 ‘Less is More. But of Higher Quality and on Demand’이다. 보기 좋고 보편적인 재팬디 Japandi 가구 스타일과 공유 차, 운동과 업무를 공유하는 워크레저 패션 스타일, 땀 흘리지 않는 운동을 위한 애슬레저 뷰티 그리고 이에 맞는 맛있는 저탄고지 식단을 선호한다.

 

 

헬스 스타일

‘헬스 스타일’은 단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라이프스타일 이상의 가치를 내포한다. 바로 웰빙 그 자체가 삶이 된다. 사람들은 건강하지 못해서 건강에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삶 자체를 건강한 스타일로 만들고자 노력하기 때문에 건강에 신경 쓴다.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자신의 몸과 정신건강에 많은 관심이 있다. 이는 ‘건강’에 대한 이해가 변화되고 있는 소비사회를 의미한다. 마음챙김과 매 순간의 의식적인 자각, 만족감의 경험은 일상에 좋은 에너지와 활력을 주는 핵심 동력이며, 건강에 대한 근본적인 욕구라고 해석하는 것이 바로 헬스 스타일이다. 균형 잡힌 애슬래틱 보디와 멘탈 피트니스로 수련된 정신은 자기 최적화로 정의된다. 특히 기존의 SNS 플랫폼 형태를 거부하는 Z세대와 알파세대는 헬스 스타일을 바탕으로 이제 소셜 미디어에서 자신의 관점과 목소리를 내게 되었다. 또한 자신의 경험을 커뮤니티에서 공유하며 개개인의 개성과 차별성보다는 다수의 공통적인 경험을 만들어나가는 삶을 추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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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영(Lisophe 기업미래예측 전문가, 프랑스 혁신 소재 라이브러리 materiO 서울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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