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의 서울

루이 비통의 패션아이 서울편

루이 비통의 패션아이 서울편

 

루이 비통에서 <패션 아이> 서울 편을 공개했다. <패션 아이> 컬렉션은 특정 도시나 지역 및 국가를 패션 사진작가의 시선으로 담아내는 여행 사진 컬렉션이다. 서울의 모습을 포착한 작가는 네덜란드 출신의 사라 반 라이 Sarah van Rij. 그는 짙은 그림자와 풍부한 색이 돋보이는 초현실주의적 사진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번 출간을 기념해 7월 2일까지 서울 중구에 자리한 복합문화공간 피크닉에서 무료 사진전을 개최한다. 사진 속 그림자, 숨겨진 얼굴, 비밀스러운 실루엣 등에서 생경한 서울의 모습을 다시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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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호퍼의 그림이다

에드워드 호퍼의 첫 개인전

에드워드 호퍼의 첫 개인전

 

20세기 미국의 삶을 가장 잘 표현했다고 평가받는 에드워드 호퍼가 21세기 한국을 찾았다. 100년의 시공간을 건너온 그의 그림은 어쩐지 오늘날 우리의 모습과도 많이 닮았다.

 

밤의 창문(Night Windows, 1928).

 

무심코 밟은 껌처럼 질겼던 코로나19가 위기 단계를 내려왔다. 멈췄던 걸음을 다시 시작하고 일상은 제자리를 찾았다. 3년 4개월 만이다. 그렇다면 이제 미래는 희망과 사랑으로 넘실거릴까. 지난 4월 에드워드 호퍼 Edward Hopper의 국내 첫 개인전이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열렸다. 2020년 영국 <가디언>지는 ‘오늘날 우리는 모두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다. 그는 코로나바이러스 시대의 예술가인가?’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팬데믹이 남긴 고립과 단절, 소외의 정서가 찌꺼기처럼 남아 오늘을 부유하는 지금, 그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어떤 미래를 그려볼 수 있을까.

에드워드 호퍼는 1882년 뉴욕에서 태어났다. 이후 60여 년에 걸친 시간 동안 복잡한 도시의 전경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도시인의 모습을 그려왔다. 번쩍이는 대도시의 화려함이 아니다. 그 이면에 감춰진 인간 심리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렇다면 그 면면이 아름다울 리 없다. 인적이 없는 도시나 황량한 거리, 홀로 고립된 인간의 모습으로 불편함을 드러내 보였다. 오늘날 우리 주위를 둘러싼 환경도 별반 다르지 않다. 피상적인 장식으로 잘 포장된 도시 속 소외되고 불완전한 도시인들은 여전히 바쁘게 살고 있다. 호퍼가 그린 삭막한 도시 풍경에서 현재 우리가 딛고 있는 일상이 투영되는 이유다.

 

푸른 저녁(Soir Bleu,1914).

 

‘푸른 저녁’은 호퍼가 파리의 어느 카페를 배경으로 그린 그림이다. 그는 파리에 머물렀을 때 파리지앵의 일상을 유심히 관찰하곤 했다. 아침부터 밤까지 생동감 넘치는 파리 풍경은 그에게 흥미로운 소재였다. 그림에 나타나듯 왼쪽의 노동자, 중앙의 광대와 매춘부 그리고 담배 피우는 예술가와 오른쪽의 부르주아 남녀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그러나 이들은 한자리에 있으면서도 서로 눈을 맞추거나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각자 깊은 생각에 잠긴 듯 팔짱을 끼고 허공을 응시할 뿐이다. 이 작품은 호퍼가 파리를 방문하고 뉴욕으로 돌아가 4년 뒤에 완성한 그림이다. 작가가 파리에서 보고 느낀 풍경과 인상을 상상하며 만들었다는 의미다. 인물들의 단절적 관계와 소외와 고독이란 심리를 묘사한 호퍼 회화의 속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그의 시선으로 바라본 파리의 모습과 그곳을 살아가는 인간들, ‘코로나 블루’라 일컬었던 얼마 전 우리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 작가는 밖에서 실내를 들여다보는 시점으로 현대사회의 고독을 표현하곤 했다. ‘밤의 창문’은 세 폭의 창문을 통해 한 여인의 방을 엿보는 듯한 구도의 작품이다. 창틀에 가려진 그녀의 뒷모습을 훔쳐보는 시선에서 에로티시즘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호퍼가 펼쳐놓은 도시인의 삶은 절대적으로 무기력하다. 고독에서 비롯한 무기력한 관음. 그것은 오늘날 각종 SNS 속 또 다른 창문, 사각형 사진에 담긴 타인의 삶을 엿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호퍼의 시선처럼 인간적인 유대를 기대하기 힘든 도시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교류는 방관자적인 관조뿐이다. 세상과 격리된 채 구경꾼이 되어 그저 ‘바라보기’란 소극적인 관계 맺기를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

 

안개 속의 메인(Maine in Fog, 1926~29).

 

오늘날 SNS 속 사람들은 자신의 행복을 자랑하듯 전시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이런 나의 화려한 삶을 봐주길 열망한다. 하지만 보기 좋게 편집된 허영과 허상으로 가득하단 사실은 자신이 가장 잘 안다. 한낮의 행복이 SNS 속 현대인이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라면 ‘밤의 창문’은 모든 게 드러난 현대 도시인의 불편한 실상이다. 소외와 고립, 단절과 고독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호퍼의 작품은 지금 우리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었다. 그래서 낙관적인 미래를 그리는 현대사회에서 지독하게 염세적이었던 그의 태도가 불편했냐고 묻는다면, 또 그렇진 않았다. 오히려 호퍼가 그린 도시의 이면에서 묘한 위로와 안도를 느꼈다. 작품 속 그들과 나는 비슷한 일상을 살고, 그 일상을 살아가는 또 다른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위안이 됐기 때문이다. 삶에 지쳐 세상에 혼자 남은 듯한 기분이 든다면 호퍼의 그림을 보라. 화려한 도시의 뒷모습은 적막과 외로움이 만연하고 그 속에는 우리가 살고 있다. 전시는 8월 2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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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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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의 핏제리아

메종 에디터들의 화덕 피자 맛집 방문기

메종 에디터들의 화덕 피자 맛집 방문기

 

밀라노 출장에서 맛본 피자의 맛이 그리워 한국에서 다시 찾은 두 에디터의 화덕 피자 맛집 방문기.

 

마르게리타 콘 부팔라 프레스카

 

남부 이탈리아의 맛, 살팀보카

맞은편 식당에 쌀국수를 먹으러 갔던 몇 달 전, 이국적인 파사드에 끌려 대체 이곳에선 무얼 파는지 찾아봤던 기억이 난다. 작년에 오픈한 지중해식 오스테리아로 이탈리아 남부식 요리와 화덕 피자를 판다는데, 오너 셰프가 나폴리 피자 장인협회 회원에 한국 지부 부회장이라니! 요즘 핫한 남영동 인스타 맛집(?)이겠거니 가벼운 마음으로 살펴봤다가 이렇게나 본격적인 곳을 발견해 내심 기분이 좋았다. 개인적으로 핏제리아에서 카푸토 Kaputo 사의 밀가루를 사용한다고 하면 신뢰도가 급상승한다. 국산 밀가루에 비해 몇 배나 비싸지만, 나폴리피자협회가 제시하는 기준에 부합할 정도로 높은 품질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이곳도 역시나 카푸토 밀가루를 사용하고 있었다. 지중해식 오스테리아답게 메뉴는 문어와 토마토에 집중한 안티파스토와 파스타, 피자, 살팀보카 Saltimbocca로 구분되어 있었다. 이탈리아어로 ‘입안에 넣으면 깜짝 놀란다’는 의미를 지닌 살팀보카는 이 식당의 이름이자 남부식 파니니를 부르는 이름이기도 하다. 얇은 도우 사이에 치즈와 각종 부재료를 넣어 화덕에 구워낸 살팀보카도 궁금했지만 이날은 피자로 노선을 정했다. 캄파냐산 D.O.P 푸팔라 치즈와 토마토, 시칠리아 소금, 프레시 바질을 올려 피자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마르게리타와 코토 Cotto 햄, 버섯, 올리브 등을 넣은 레지나를 한 판씩 주문했다. 봉싯하게 부풀어 올라 거뭇거뭇 그을린 꽁다리를 보자마자 이곳이 맛집임을 확신했다. 피자는 역시 손으로 먹어야 제맛. 48시간 숙성한 도우라 쫄깃한 식감까지 완벽했다. 토마토소스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캔토마토 대신 생토마토로 직접 만든다는 글귀에서 진심이 전해졌다. 이탈리아산 햄과 치즈, 올리브 등을 무게로 재서 판매하기도 하고 몬테네그로, 리몬첼로, 스프리츠 등 이탈리아를 떠오르게 하는 각종 주류가 겸비돼 있어 가볍게 들러도 좋을 듯. 이탈리아 분위기를 더욱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창문을 활짝 열어 반노천 분위기를 자아내는 바로 지금이 적격이다.

 

 

 

생면 라구 비앙코

INSTAGRAM @saltimbocca_1954

 

나폴리 정통 화덕 피자, 뜨라또리아소띠

 

 

머리에 맞닿을 만큼 매장 중앙에 거대하게 자리한 샹들리에가 인상적인 이 레스토랑은 뜨라또리아소띠다. 서촌 맛집으로 유명한 오스테리아소띠의 세 번째 브랜드로 나폴리 정통 화덕 피자와 생면 파스타를 판매한다. 나폴리피자협회에서 인증 받은 정통 화덕인 스페파노페라라에서 100% 참나무 장작을 사용해 피자를 구워 현지 맛을 그대로 구현해낸다. 또 충남 서산에 있는 소띠의 농장에서 직접 키운 바질과 와일드 루콜라, 허브 등을 사용해 맛과 품질을 모두 만족시킨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이자 레스토랑의 이름이 들어간 꼬또 화덕 피자를 주문했다. 토마토 베이스로 마치 이불을 덮은 듯 올라간 넓적한 프로슈토 꼬또가 특징. 바질의 향긋한 향과 고소한 치즈 맛 그리고 적당히 짭짤한 프로슈토가 조화를 이뤄 정말 매력적이었다. 개인적으로 피자를 먹을 때 도우는 꼭 남기는 편인데, 바삭하면서도 촉촉한 식감으로 남기지 않고 다 먹었을 정도.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계속해서 손이 가는 담백한 맛이 마음에 쏙 들었다. 피자에는 파스타가 국룰인 법. 토마토 베이스인 꼬또 피자의 맛을 한껏 끌어올리기 위해 꾸덕한 크림 베이스의 화이트 라구 파스타를 주문했다. 생각과 달리 우동처럼 두꺼운 면의 파스타가 등장했다. 이탈리아산 밀가루와 지중해산 바다 소금을 사용해 매일 갓 뽑은 생면으로 요리하는 소띠의 자부심이 면에서 느껴졌다. 딱 알맞은 쫄깃한 식감과 트러플 향이 가미되어 맛과 식감의 밸런스가 훌륭했던 기억. 화덕 피자가 다 거기서 거기겠거니 했던 나의 편견을 무참히 깨버린 뜨라또리아소띠. 조만간 또 방문할 계획이다.

 

 

INSTAGRAM @trattoria_sot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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