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카세의 새로운 해석

오마카세의 새로운 해석

오마카세의 새로운 해석

풍부한 문화적 경험을 지닌 미국인들의 시각으로 완성된 바 밀러. 새로운 미식의 경험과 더불어 국적을 뛰어넘는 매력을 감상할 수 있다.

 

아티스트 홀리 엠 켈리가 그린 벽화가 멋스럽다.

뉴욕의 이스트 빌리지에 자리한 바 밀러 Bar Miller는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과 친환경 식재료를 사용하는 오마카세 레스토랑이다. 맨해튼의 남동쪽에 위치한 로젤라와 자매 레스토랑이기도. 이곳은 진귀한 아보카투스 스톤을 사용한 카운터를 중심으로 단 여덟 개의 좌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공간을 디자인한 스튜디오 폴란스키&프렌즈의 창립자 안나 폴란스키는 “우리는 일본인이 아니라 다양한 국적과 배경을 지닌 팀원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그래서 어느 한 나라에만 국한된 요소는 피하려 했어요”라고 말했다. 가능한 한 기존 오마카세 식당이 갖고 있는 전형적인 모습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예술적 요소를 더하기 위해 힘쓴 것. 바 밀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새 깃털을 형상화한 벽지는 아티스트 홀리 엠 켈리 Hollie M Kelley가 이곳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것으로 바 밀러의 강렬한 첫인상을 책임진다. 또한 로컬 장인들이 만든 세라믹 꽃병, 니카라과의 마데라스 콜렉티브가 제작한 스툴 등이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곳 요리 역시 독특한 메뉴 철학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전통 스시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일본 전통에 얽매여 있지는 않다는 사실. 가능한 한 수입산 재료를 피하고 로컬에서 수급할 수 있는 생선을 비롯해 각종 해산물, 채소, 곡물 등을 사용한다. 무분별하게 남획되는 종은 피해서 지속 가능한 재료 수급을 중요시한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바 밀러는 우리가 알던 오마카세의 모습을 뛰어넘어 지속 가능한 미식의 매력에 빠져들 수 있는 새로운 장소임이 틀림없다. ADD 620-622 E 6th St, New York, NY 10009 WEB www.barmill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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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그림(뉴욕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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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ING BRU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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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사로운 봄 햇살과 함께 즐기기 좋은 브런치 맛집 네 곳.

산미 러버를 위한 데니시 브런치, 애시드하우스

칠리 에그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적당한 양의 산미는 음식 맛을 깔끔하고 고급스럽게 만든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산미를 좋아하는 편이다. 커피는 아프리카 계열의 원두를 고르거나 빵도 사워도우 위주의 하드 계열을 고르는 이유. 강남구 신사동에서 내 취향에 꼭 맞는 브런치 가게를 찾았다. 이름도 애시드 하우스 Acid House다. 낮에는 브런치 위주 메뉴를, 저녁에는 내추럴 와인과 어울리는 메뉴를 선보인다. 따뜻한 감성이 느껴지는 우드 톤의 인테리어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큰 호불호 없이 산미를 대표하는 레몬, 라임, 사워도우, 그릭요거트 등이 조화롭게 녹아 들어 있었다. 1인 1음료 주문해야 하는 터라 샤르도네 품종으로 만든 유기농 포도주스를 선택했다. 각종 티와 커피, 맥주, 와인, 논알코올 음료까지 선택의 폭이 넓었다. 메뉴는 그릭요거트 위에 반숙란과 칠리오일, 구운 케일을 올려 사워도우와 곁들이는 칠리 에그, 레몬 버터와 새우, 바질을 곁들여 먹는 레몬 바질 파스타, 빵 위에 버섯과 치즈를 올려 구운 사워도우 피자를 주문했다. 자칫 느끼할 수 있는 재료임에도 산미 덕분인지 자꾸 손이 갔다. 무엇보다도 큰 기대 없이 선택한 레몬 바질 파스타가 의외의 수확이었다. 약간의 금액을 더하면 기장 화이트 엔초비를 추가할 수 있는데, 통통한 새우와 레몬이 함께 어우러져 감칠맛이 폭발하니 꼭 추가하길. 친절한 응대에 행복해지는 기분은 덤이다.

 

비건 브런치 바, 핀치브런치바

버섯 오픈 샌드위치

붐비는 가로수길의 메인 거리를 지나 조용한 골목길에 들어서면 소박한 매력의 브런치 레스토랑, 핀치브런치바가 자리한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점심에는 가벼운 계절 과일과 채소로 요리한 브런치 메뉴를, 저녁에는 내추럴 와인과 즐기기 좋은 스몰 플레이트를 판매한다. 방문에 앞서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한 이곳 메뉴의 시그니처는 비트 후무스 샐러드. 비트의 고운 핑크빛으로 물들인 후무스를 커다란 접시에 듬뿍 담은 후 그 위에 레몬 드레싱한 방울토마토와 완두콩을 올렸다. 사진만큼이나 실물도 무척 예뻐 금새 기분이 좋아졌다. 차가운 메뉴인 후무스 샐러드와 함께 따뜻한 요리를 하나 더 주문했다. 노릇하게 구운 사워도우에 샬럿 오일에 콩피한 표고버섯과 새송이버섯을 넣은 버섯 오픈 샌드위치. 신선한 홀스래디시와 두유 사워크림을 올려 마지막 장식을 마무리했다. 음료는 청순한 꽃향에 단맛과 산미의 밸런스가 좋은 엘더플라워 에이드를 주문했다. 메뉴 하나하나 섬세하게 공들인 비주얼만큼이나 맛도 어찌나 훌륭한지. 비린 맛 없이 채소의 달고 담백한 맛을 잘 구현해냈다. 핀치브런치 바는 몸에 좋은 비건 음식뿐 아니라 친환경적 활동도 지향하고 있다. 옥수수전분으로 만든 친환경 빨대를 제공하며 물티슈를 사용하지 않는다. 또 직접 용기를 가져와야만 후무스를 테이크아웃해갈 수 있다. 일회용 용기는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맛과 건강을 동시에 사로잡는 핀치브런치바. 언젠가 저녁 시간대에 방문해 내추럴 와인과 함께 디너 메뉴도 맛보려 한다.

 

올데이 브런치&비스트로, 봉비방

이태원 경리단길 초입에 브런치 카페 ‘봉비방 Bon vivant’이 새로 생겼다. 내추럴 와인바로 유명한 ‘뮤땅 MUTIN’이 최근 오픈한 올데이 브런치 카페(종일 브런치를 제공하는 카페)인데, 주말에 느지막이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인 곳이다. 그린 샐러드부터 홈메이드 브리오슈, 메이플 시럽에 푹 적신 프렌치 토스트까지 프랑스식 브런치 메뉴와 요리의 풍미를 올려줄 시그니처 칵테일, 내추럴 와인 리스트를 다채롭게 보유하고 있다. 우선 식전 입맛을 깨워줄 미모사 칵테일을 주문했다. 오렌지주스와 스파클링 와인이 들어가 싱그러운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는데, 미모사 꽃처럼 노란색이 곱게 섞여 봄 기운이 생동하는
듯하다. 스몰 디시로 나온 프랑스식 대파 요리는 샴페인 비네그레트 소스가 어우러져 상큼한 맛이 돋보일 뿐 아니라 4시간 이상 수비드로 뭉근하게 끓인 대파의 식감이 기분을 즐겁게 만든다. 내추럴 와인과 브런치의 조합은 과연 어떨까. 시원한 허브 향이 매력적인 내추럴 화이트 와인을 곁들여봤다. 내추럴 와인 특유의 풍부한 산미가 익힌 대파의 단맛과 찰떡 궁합이다. 직접 구워 만든 브리오슈는 녹진한 버섯 베샤멜 소스가 가득 스며 있어 첫 입에 사르르 녹는다. 극강의 부드러움은 아침잠이 덜 깬 몽롱한 정신이 반짝할 정도로 짜릿했다. 이곳에서 세이버리 포테이토 츄로스는 꼭 맛봐야 할 메뉴다. 겉은 바삭한데 속은 포슬포슬한 감자의 식감이 무척 이색적인데 짭짤한 간이 반주를 부른다. 안주 메뉴로도 손색없으니 내추럴 와인바에서 시작한 봉비방의 DNA가 드러나는 셈이다. 그래서 이곳은 낯선 내추럴 와인의 신세계로 입문하기에 좋은 공간이다. 엄선한 와인 리스트에서 호기심 가는 것을 하나둘 고르다 보면 내추럴 와인에 푹 빠질 것이다. 반려동물 동반과 단체 방문도 가능하니, 이번 주말에 한번 들러보자.

 

건강한 호주식 브런치, 윰드

듁스커피, 골든피스, 온6.5 등 트렌디한 F&B 문화를 이끌고 있는 이들이 모여 브런치 카페를 오픈했다는 소식에 발 빠르게 다녀왔다. 페블컴퍼니의 이기훈 대표, 디자인 스튜디오 리브미 컴퍼니의 최용수 디렉터와 함께 2023 멜버른 베스트 레스토랑으로 선정된 ALT 파스타 바의 스타 셰프 한민호가 의기투합해 오픈한 윰드 Ummd. ‘You made my day’의 이니셜을 딴 윰드는 하루를 완성시켜준 고마운 이들에게 전하는 인삿말이다. 매장에 들어서니 테이블 아래 서랍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핸드폰은 잠시 내려놓고, 마주본 이와 대화를 유도하는 다정한 배려가 느껴졌다. 이들이 지향하는 ‘건강한 아침 문화‘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하루를 시작하는 즐거운 한 끼다. 메뉴는 신선한 식재료를 사용한 호주식 브런치와 음료로 가득하다. 이른 아침에 부지런히 움직이는 이들을 위한 얼리버드 메뉴가 돋보였다. 오전 8시부터 11시까지 판매하며, 요거트와 무슬리, 아사히 볼 등 아침에 가볍게 즐기기 좋은 메뉴로 구성되어 있다. 계절 과일을 가득 올린 그릭요거트인 헝 요거트는 바닐라와 메이플 시럽을 더해 부드럽게 하루를 시작하기 좋았다. 동결 건조 과일을 올려 쫄깃한 식감을 더한 점이 독특했다. 함께 주문한 윰드 브렉퍼스트는 오픈 오믈렛과 베이컨, 소시지가 담긴 클래식한 메뉴다. 시판용 토마토케첩 대신 직접 만든 새콤한 토마토 소스가 나온다. 그린 채소를 좀 더 즐기고 싶다면 구운 채소를 올린 오픈 토스트 웜 그린을 추천한다. 사워도우 위에 전남 해남의 곱슬 케일과 브로콜리를 올렸다. 함께 곁들인 달콤한 땅콩호박 퓨레와 산뜻한 취나물 페스토가 입맛을 돋운다. 올리브유에 살짝 볶은 샐러드가 느끼할 수 있는데 닭 안심 구이의 매콤함이 밸런스를 맞춰준다. 구운 채소 아래의 사워도우는 미리 커팅되어 있어 먹기에도 좋았다. 음료 메뉴도 다채로웠다. 아침마다 그린 채소와 과일을 갈아 내오는 생과일 주스와 프로틴 스무디는 물론 찻잎과 함께 우려낸 블랜드 필터 커피 아아 Ah-ah, 생강 당근 셀러리를 농축해 즐기는 진저 샷 등 이색적이면서 건강한 음료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펫 프렌들리 매장이니 반려동물과 함께 가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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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아에서 72시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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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좋기로 소문난 김아린 대표가 떠난 신비로운 사우디아라비아 여행.

AlUla Old Town

12세기에 지어졌다는 올드 타운.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줄지어 늘어선 진흙 벽돌로 지은 900채 넘는 집과 유서 깊은 골목의 미로인데, 이곳은 알울라의 옛 시가지다. 지금은 마을이 아니라 복원해 구불구불한 길과 식당, 카페, 상점 등이 채워져 있다. 천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올드 타운을 걸으면 골목 전체에 감도는 아랍 향과 연기로 인해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 그곳에 도착한 듯하다.

 

Design Space AlUla

© Gio Foma

알룰라 올드 타운의 초입, 알자디다 거리에 위치한 디자인 스페이스다. 이탈리아 조 포르마 스투디오 Giò Forma Studio가 디자인한 코르텐 강철 더블스킨의 건축물로 지난 2월 새롭게 문을 열었다. 마라야를 설계한 스튜디오로, 알룰라 고유 문양을 사용한 컷 아웃 패턴이 안뜰로 섬세하고 극적인 그림자를 드리운다. 이 지역에 새 건물을 건축하려면 자연경관과 문화유산을 파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능하기에 올드 타운과 더욱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WEB www.experiencealula.com

 

Hegra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헤그라는 고대 나바테아인의 문명 중심지로 그들의 비현실적인 건축물을 직접 만지고 걷고 느낄 수 있는 곳이다. 2000년 전, 정면이 조각으로 장식되어 있는 기념비적인 무덤 111개, 모래산의 한 면을 깎아 그들의 염원을 담은 무덤 건축물은 나바테아인의 건축 수준과 오아시스 생태계, 알룰라를 만든 그들의 놀라운 기술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헤그라 투어는 빈티지 오프로드 지프나 마차를 이용한다. 두 마리의 아라비아 홀스가 끄는 마차를 타고 모래를 날리며, 떨어지는 해를 향해 고대 문명 사이를 달리는 투어다.

 

Louvre Abu Dhabi

아부다비 사디야트 Saadiyat 섬에 위치한 루브르 이름을 사용하는 박물관으로, 8000㎡ 갤러리를 갖춘 아라비아 반도에서 가장 큰 미술관이다. 동양과 서양, 그리고 아랍 미술을 고대부터 시대순으로
병렬 전시해 세계 문화의 흐름을 느낄 수 있게 한 큐레이션이 감동적이다. 현재 아랍 전체에서 가장 많은 방문객 수를 자랑하는 박물관이다. 바로 옆에는 구겐하임과 거대한 규모의 팀랩이 한창 건축 중인데, 사디야트 아일랜드의 미래가 기대된다. 태양광 활용의 달인답게 건축가 장 누벨은 루브르 아부다비의 지붕에 행성만 한 다운 셰이드를 씌웠다. 내부에선 아랍 하늘의 작열하는 태양 광선이 비처럼 쏟아진다. 거대 돔과 상반되는 온전히 하얀 매스들이 섬처럼 떠다니며 군도를 이루는 형상이다.

WEB www.louvreabudhabi.ae

 

The Empty Quarter

아부다비 공항에서 차로 2시간 30분쯤 떨어진 ‘더 엠프티 콰터 the Empty Quarter’ 한가운데 지어진 진정한 신기루, 카스르 알 살랍 Qasr al Sarab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사막 한가운데 세워진 140개 방, 53개 풀빌라로 이루어진 곳인데 리조트라기보다는 ‘킹덤’이다. 끝없는 사막을 2시간 넘게 달려 드디어 호텔 사인을 통과했는데, 그로부터 다시 끝도 없는 듄을 마주한다. ‘정말 이 길이 맞을까’ 싶은 의심으로 두려울 때쯤 마침내 저 멀리 성 입구가 드러난다. 창밖으로 보이는 건 듄, 듄 넘어 듄, 모래바람, 황량함으로 가득 차 있다. ‘아라비아의 로렌스’와 마주한 광활한 대지에서 사나운 바람과 뜨거운 태양이 내 눈앞에 있다. 숨막히게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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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린(비마이게스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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