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4>에서 다시금 2개의 별을 거머쥔 레스토랑 알렌의 서현민 셰프를 만났다.
2018년 국내 파인다이닝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서현민 셰프다. 17년 가까이 미국 최고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 경력을 쌓고,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이자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 1위에 오른 ‘일레븐 매디슨 파크’의 수셰프를 거쳐 서울 신사동의 ‘임프레션’ 오픈에 합류한 것. 무엇보다 1년 만에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0>에서 2스타를 받았는데,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일이라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사실 2스타는 제 평생 꿈이었어요. 그때가 30대 중반이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빨리 그 꿈을 이뤄버린 거예요. 거기서 독립한다고 했을 때주변에서 다들 ‘또라이’라고 했어요.(웃음) 별 받고 딱 한 달 지나니까 마음 한편이 공허했거든요. 프렌치를 해왔지만 한국 사람이니 한식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 강박감에서 벗어나니까 되려 나만의 색깔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2021년 역삼동에 자신의 이름을 건 레스토랑 알렌 Allen의 문을 열었다.
레스토랑 알렌은 코스마다 이 땅에서 자란 제철 식재료를 맛과 향으로 표현하고 극대화해 한국의 아름다운 사계절을 요리로 승화시킨다. 무엇보다 식재료 수급에 온 정성을 기울이는 이유다. 메뉴 뒷면에 그려진 국내 지도에서 식재료들이 어디서 생산됐는지 찾아볼 수 있을뿐더러, 본격적인 코스 시작에 앞서 오늘 메뉴에 사용할 제철 식재료를 한데 모아 손님에게 보여주는 것이 하나의 퍼포먼스다. 봄에서 초여름 사이인 지금은 강원 춘천의 땅두릅, 경기 양평의 아스파라거스, 돌나물, 은달래, 충남 홍성의 냉이, 지리산 하동의 산취, 원추리, 전남 무안의 세발나물, 울릉도의 명이, 경남 통영의 풋마늘, 전남 여수의 소라 등 전국 각지에서 나고 자란 식재료들이 테이블 위에 오른다. 소위 ‘식전 빵’으로 취급 받는 빵도 차원이 다르다. 술지게미를 발효시켜 만든 천연발효종에 파주 백향미를 비롯한 국내산 통밀을 섞어 매일 아침 구워낸다. 프렌치 테크닉을 베이스로 하되 발효와 숙성 터치가 가미된 서현민만의 컨템퍼러리 메뉴인 것. “한국은 특히 해산물이 좋은 나라예요. 봄에는 나물 종류를, 가을과 겨울에는 뿌리 채소를 다양하게 사용하는 편이에요. 무엇보다 디테일이 중요해요. 보여지는 디테일 말고 맛의 디테일, 진정성 있는 맛이요.” 레스토랑 알렌이 많은 이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맛뿐만이 아니다. 인테리어(에리어플러스)와 식기 등 레스토랑 전반에 흐르는 공예적인 요소가 제철 음식과 어우러져 완벽한 하모니를 이룬다. 오픈 당시 모수 안성재 셰프 소개로 알게 된 ‘정소영의 식기장’ 정소영 대표와 알렌에서 사용할 식기들을 세팅하는 데에만 5개월이 걸렸다. 대다수 작가들의 작품, 새롭고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두 사람의 협업은 현재에도 진행 중이다.
오픈 후 첫 평가인 <미쉐린 가이드 2023>에서 1스타를 받은 레스토랑 알렌은 1년 만에 2스타 레스토랑으로 올라섰다. 명예 회복이라는 주변 셰프들의 응원뿐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해 쉽지 않았던 운영 상황에 한 줄기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우리 레스토랑이 100여 평인데, 홀과 주방 사이즈가 똑같아요. 늘 같은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정 비용이 만만치 않거든요. 살아 남은 게 감사하다고 했어요. 이런 내막을 아는 지인들에게는 요즘 제가 부활의 아이콘이에요.(웃음)” 차근차근 늘 다음 스텝을 밟아나가는 서현민 셰프는 다가올 6월 파리에서 야닉 알레노, 모수 안성재 셰프와 함께하는 자선행사 기획에 한창이다. 또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나갈그의 행보를 진심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