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퍼니처 작가 김현희는 한국 전통 가구를 해체하고 아크릴과 같은 현대적 소재로 재구성하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새롭게 선보인 연작 ‘애프터 이미지 After Image’. 물성 자체에 집중해 나무의 결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작업실 곳곳에서 볼 수 있었던 ‘화이트 노스탤지어’ 연작.
어느 공간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무엇을 보게 되는가? 거대한 조형물, 아름다운 그림, 혹은 그저 그 자리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가구…. 그러나 가구가 단순히 공간을 채우는 물건이 아니라, 우리 삶을 담아내는 예술로서 존재한다면 어떨까? 김현희는 이러한 질문에 끊임없이 답을 찾아가는 아트 퍼니처 작가다. 한국의 고유한 가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아크릴이라는 비전통적인 소재를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녀는 한국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며, 오래된 가치를 현재 시점에서 다시 쓰고자 한다.

독립예술공간 아트 포 랩에서 선보인 개인전 전경. 보자기를 모티브로 폐비닐을 모아 만든 <보 BO> 2024. © 아트 포 랩 제공, Photo by 구의진
대표작인 ‘규방 시리즈 Q Bang Series’는 전통적인 규방 가구에서 출발했다. 조선 시대 여성들이 머문 안방인 ‘규방’은 그들의 삶을 반영하는 동시에 제한적인 공간으로서 상징성이 짙다. 작가는 이러한 규방 가구를 해체하고, 벽을 허문 프레임만 남겨 현대 여성의 자유로움을 표현했다. “가구의 뼈대, 프레임은 마치 안팎의 경계처럼 느껴졌어요. 우리가 갖고 있던 관념이 만들어낸 벽을 허물고 싶었습니다.” 이어서 선보인 ‘화이트 노스탤지어 White Nostalgia 시리즈’는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한 ‘기억’과 ‘향수’를 작업의 중심으로 삼았다. “제주에서 보낸 유년 시절, 그리고 서울과 해외에서 느낀 이방인의 감각이 이 작업의 시작이었어요.” 이를 위해 과거의 기억을 담은 물건으로서 ‘뒤주’를 떠올렸다. 뒤주는 쌀을 보관하던 가구지만, 한국인에게는 사도 세자의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상징적인 존재다. 복잡한 서사를 간직한 가구를 반투명한 아크릴로 재현하며 기억 속 희미함과 왜곡, 그리고 현대적 재료의 물성을 탐구했다. 최근에는 폐비닐과 발포지를 활용해 지속 가능한 재료를 사용한 보자기 평면 작업에 도전하며, 과거의 공예와 현대의 지속 가능성을 연결하고 있다. “옛날에 보자기는 버려진 옷 조각으로 만들어졌잖아요. 전통 공예의 지속 가능성을 현대적인 방식으로 풀어내고 싶었습니다.” 이러한 작업은 그녀가 고유한 물성과 현대적 재료를 융합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려는 태도를 보여준다.

전통 가구를 현대적 소재로 재해석해 선보이는 김현희 작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 예술을 꿈꾼다. “가구는 가장 사적인 공간에 들어오는 물건이에요. 그래서 제 작업의 철학이 무의식적으로 스며들면 좋겠어요.” 그녀는 과거를 되새기고, 현재를 관찰하며, 미래를 고민하는 작업을 통해 전통과 현대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는 쉼과 깊이를 탐구하며, 새로운 작업으로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그녀의 작업이 궁극적으로 현대 시점에서 어떤 울림을 주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 각자가 발견할 수 있는 이야기는 무엇일지 기대해본다.

지난해 12월, YZHQ 갤러리에서 세르주 무이 Serge Mouille와 함께 선보인 개인전 . © YZHQ 갤러리

김현희 작가의 작업실 전경.
SPECIAL GIFT 김현희 작가에게 증정한 끌레드뽀 보떼의 더 세럼 II은 피부에 고르고 빠르게 흡수되어, 피부 본연의 힘을 일깨워주고 짧은 시간 안에 피부 속부터 빛나는 결빛 광채를 선사한다. 50mL 34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