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도자의 맥을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김호정 작가. ‘살롱 설화수’ 클래스에서 그 미감의 언어를 들어보았다.

동양적 미감과 다채로운 컬러가 돋보이는 김호정 작가의 작품.

설화수 기프트를 위해 작업한 컵이 겹겹이 쌓여 있다.

흙과 안료 조합을 통해 다양한 컬러를 시도하고 있는 김호정 작가. 설화수와의 협업에서는 브랜드 시그니처 컬러인 얼시 앰버 컬러를 완성했다.

작업 도구들.
SPECIAL GIFT
김호정 작가에게 증정한 설화수의 진설크림 리치는 진설 리버스 에이징 기술을 통해 얼굴에 바르는 순간 피부 깊숙이 작용해 외부 자극으로 쌓인 피부 노폐물을 관리하고 노화로 인해 무너진 피부 각도를 바르게 세워준다. 60mL 52만원.

김호정 작가.

다양한 형태의 작품과 스케치를 볼 수 있는 작업실 전경.
도자는 오랜 시간과 손끝의 감각이 켜켜이 쌓여 완성되는 예술이다. 물성을 다루는 일에서 출발하지만, 그 안에는 시대의 문화와 미감, 작가의 시선이 함께 녹아든다. 김호정 작가는 흙이라는 재료를 통해 전통의 흐름을 현재의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그의 작업은 조형을 넘어 고대 유물과 한국적 미감을 연결하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시간의 결을 시각화한다. 복원이 아닌 흙이 품고 있는 시간성을 자신만의 색으로, 패턴으로 새롭게 번역해내는 것이다. 2016년 런던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 Victoria and Albert Museum에서 접한 영국
왕립예술학교 학생들의 과제전은 그의 작업 세계를 전환시키는 계기가 됐다. 고대 유물을 각자 자신만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전시를 보며 ‘도자를 계속해야 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그는 그 안에서 작업의 이유와 방향성을 다시 찾았다. 그때부터 ‘흙’이라는 재료에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 달라졌다. 초기에는 도자기의 구조적 물성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도자기가 인간의 삶에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문명이 도자기를 통해 어떻게 진화해왔는지에 관심 갖게 되었다. 그의 대표작 중 ‘플로우 Flow’ 시리즈는 BC 2500년경 사이프러스의 고대 저그에서 시작되었다. 적갈색 테라코타 표면에 새겨진 기하학적 무늬는 한국의 빗살무늬 토기와 닮아 있었고, 이 ‘닮음’은 작가로 하여금 정체성의 근원을 되짚게 했다. 이후 달항아리 작업으로 확장된 시리즈는 흙의 성질과 인간의 삶, 그 사이를 흐르는 시간을 시각적으로 담아냈다. “하늘의 움직임이나 바다의 흐름 같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자연의 힘과 도자 작업 안에서 일어나는 우연한 패턴이 닮아 있다고 느꼈어요.” 작가는 물레 위에서 생성되는 예측할 수 없는 흐름을 기록하듯, 평면 드로잉 작업도 병행해왔다. 초기에는 도자 작업의 기록을 위한 드로잉이었지만, 이제는 그 자체도 하나의 작업 언어가 되었다. 물성을 회화적으로 풀어낸 이 작업은 독일과 프랑스 등 해외에서 먼저 주목을 받았고, 첫 개인전 역시 평면 드로잉 작업이었다. 김호정 작가의 작업은 늘 확장 중이다. 다양한 흙을 섞어 땅의 색을 구현한 ‘얼시 Earthy’ 시리즈, 우주를 담은 ‘블랙 Black’ 시리즈 등은 특정 지역과 개념을 담아낸 결과물이다. 이처럼 그의 작업에는 늘 ‘어디에서 왔는가’에 대한 질문과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한 상상이 공존한다. 최근 설화수와 협업을 통해 선보인 ‘얼시 앰버 Earthy Amber’ 컬러 역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색으로 풀어내며 그 경계를 더욱 확장하고 있다.

북촌 설화수의 집에서 진행된 ‘살롱 설화수’ 클래스 전경. 아티스트와의 대담을 통해 작가의 작업 세계를 들을 수 있었다.

이번 협업을 위해 선보인 ‘플로우 앰버 Flow Amber’ 와 ‘앰버 문 Amber Moon’ 시리즈. 작업 노트와 작가가 실제로 사용하는 작업 도구도 함께 볼 수 있었다.

연리문 기법을 활용한 그릇을 만들어보는 클래스가 진행되었다. 김호정 작가의 시연 후 참여자들은 직접 흙과 색을 조합해 자신만의 그릇을 만들었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함께 만날 수 있는 북촌 설화수의 집.

아티스트와 대담하며 즐긴 정갈한 다과. 이번 협업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앰버 컬러와 도트 패턴이 돋보였다.
클래스를 통해 확장되는 미감의 언어
지난 4월 북촌 설화수의 집에서 김호정 작가의 도자 클래스가 열렸다. 김 작가와 설화수의 인연은 브랜드의 ‘설화수 기프트’ 협업을 통해 비롯되었다. 흙의 물성과 조형성을 중심에 두고 작업해온 작가의 시선은 ‘시간이 축적된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설화수의 철학과 자연스럽게 맞닿았다. 이후 그는 브랜드의 시그니처 컬러인 얼시 앰버에 영감을 받아 도자 오브제를 제작했고, 이 협업은 브랜드가 운영하는 문화 플랫폼 ‘살롱 설화수’로 확장되었다. 설화수가 운영하는 살롱 설화수는 전통을 현대적으로 풀어내고자 하는 작가들의 감각을 통해 브랜드의 미학을 공유하는 공간이다. 전통 도자의 맥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면서 조형성과 실용성을 아우르는 작업 세계관을 가진 김호정 작가가 살롱 설화수의 세 번째 협업 아티스트로 선정되었다. 이번 클래스는 도자 만들기 체험을 넘어, 도자의 역사와 물성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나누는 자리였다. 클래스는 ‘연리문’ 기법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서로 다른 색의 흙을 섞어 자연스러운 패턴을 만들어내는 방식인데, 작가는 이를 통해 색과 문양이 이야기를 전달함을 보여주었다. 유물 속 기하학적 문양이 담고 있는 고대의 상징처럼, 그는 색의 배합을 통해 자신만의 현대적 해석을 끌어냈다. 김 작가는 도자 작업이 시각적 완성에 그치지 않기 바란다. 오브제의 촉감, 흙의 무게감, 작업 과정에서 퍼지는 흙내음처럼 오감을 자극하는 요소가 작품의 일부가 되기 기대한다. 클래스 역시 단순 체험이 아닌 흙을 만지는 감각, 색을 섞는 감정, 문양을 새기는 집중의 시간이 어우러지는 공감각적 경험으로 기획됐다. 그가 이번 클래스에 참여한 이유는 협업이나 브랜드 홍보와는 거리가 있다. ‘작가로서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은 학생 시절부터 이어져왔다. 복지관에서 장애인 대상 도자 수업을 진행하고, 현재 학교에서 강의를 이어가는 것 모두 그 연장선이다. 이번 살롱 설화수 클래스 역시 도자를 좀 더 대중적으로 알리고, 흙을 매개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하나의 장으로 여겼다. “내가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여러 사람과 나누고 싶었어요. 나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커뮤니티 안에서 작업이 어떻게 작동할 수 있을지 더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