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새를 따라 비행을 시작한 지 11년. 김선우 작가는 여전히, 날지 못하는 존재의 가능성을 그린다.

복층 구조의 작업실. 1, 2층을 오가며 다양하게 작업하고 있다.

도도새를 중심으로 자유에 대한 여정을 그려나가는 김선우 작가.
불가리와 스타벅스, 최근에는 롯데 가나초콜릿의 50주년을 기념하는 컬래버레이션까지. 한 번쯤 마주쳤을 법한 사랑스러운 새 캐릭터, 도도새는 김선우 작가의 세계관을 대표한다. 도도새를 중심으로 작업한 지 어느덧 11년. 평창동에 자리 잡았던 오래된 작업실을 떠나 최근 혜화동으로 공간을 옮기며 또 다른 자유의 챕터를 열었다. 원래 건축사무소였던 공간은 처음 본 순간부터 그에게 확신을 주었다. 높아진 층고, 달라진 풍경은 자연스레 새로운 작업으로 이어졌다. “도도새를 처음 그리기 전에도 새를 자주 그렸어요. 새는 자유의 상징이잖아요. 인간도 자유 의지를 가진 존재인데, 왜 늘 세상의 기준에 따라 살아야 할까? 그런 질문에서 작업이 시작됐던 것 같아요.” 작가의 대표 캐릭터인 도도새는 모리셔스 섬에서 시작되었다. 일현미술관의 트래블 그랜트 공모를 통해 한 달간 머문 그곳에서, 날지 못하는 새 도도에 대한 리서치를 진행했다. 지금은 멸종되어 없지만 박물관을 돌아다니고, 현지인에게 “도도새를 본 적 있나요?” 하고 묻는 과정 자체가 그에게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없는 존재를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답을 찾는 게 아닌 질문을 반복하는 과정’ 자체가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고, 이후 작업 방식에도 큰 변화가 찾아왔다.
그의 도도새는 날지 못하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비행을 시도한다. 풍선을 타고 하늘을 날고, 물속을 유영하거나 낯선 숲과 사막을 헤매며, 무한한 가능성을 향해 나아간다. 작가의 말처럼 “도도는 바보라는 뜻이지만, 제 작업에서 도도새는 다른 가능성의 은유예요. 실패하거나 부족한 존재가 아니라 아직 날개를 찾지 못한 알 같은 존재죠.” 이러한 도도새의 여정은 최근 롯데와 협업한 가나초콜릿 50주년 프로젝트에서도 이어졌다. ‘카카오를 찾아 떠나는 도도새’라는 주제로 작업한 이번 프로젝트는 유년의 추억이 담긴 초콜릿과 자신의 작업이 결합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깊었다. 현재 구하우스에서 연 전시를 포함해 국내외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그는, 올해 하반기에도 쉴 틈이 없다. 광주시립미술관의 4인전, 대만 소카 갤러리와 일본 도쿄 츠타야 갤러리, 그리고 내년 싱가포르 탕 컨템포러리 아트에서 여는 개인전까지 일정이 촘촘하게 이어진다. “해외 전시는 저를 처음 만나는 관객들에게 ‘김선우’를 소개하는 자리인 만큼, 그동안 해온 이야기들을 진심을 담아 보여주려 해요. 처음이라서 더 가볍게 갈 수 있는 것 같기도 해요.” 김선우 작가에게 최근 가장 큰 영감은 ‘공간’이다. 새로운 작업실, 그리고 전시를 위해 방문하게 된 도시들의 갤러리와 장소. 물리적인 변화는 작품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작업실 층고가 높아지면서 저도 모르게 그림의 스케일이나 밀도가 달라졌어요. 또 일본이나 대만 전시 공간을 미리 보러 다니면서 ‘이 공간엔 어떤 작품이 어울릴까’ 계속 상상하게 돼요. 공간이 제 작업의 방향을 만들어주기도 하죠.”

오는 7월,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선보일 신작이 2층에 걸려 있다.

일본에서 선보이는 개인전 작업이 한창이던 작업실 전경.

창가에 드로잉 작업과 식물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다양한 스케치 작업이 붙어 있는 작업실 벽면.
김선우 작가의 작업은 명확한 해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질문을 던지고, 각자가 자신만의 해석을 만들어가는 시간을 권유한다. 그래서 그의 도도새는 단순히 날지 못하는 새가 아니다. 누구나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가능성의 상징이며, 다시 날아오를 수 있다는 은유다.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각자의 감정이나 상황에 따라 도도새에 자신을 이입하기 바라지요. 하나의 정답보다, 다양한 상상이 가능하기를, 오래 보아도 지루하지 않은 가능성의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