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트루베의 조규진 대표가 새 집을 공개했다. 공간 디자인 25년 경력의 그녀이지만
가족을 위한 설계라 더욱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스튜디오 트루베 조규진 대표의 거실. 조각 작품과도 같이 근사한 조명은 세르주 무이의 제품.

조규진 대표가 이사 오자마자 <메종> 독자를 위해 새 집을 공개했다.
새 집을 구경하는 일은 언제나 흥미롭다. 더군다나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잘 알려진 스튜디오 트루베 조규진 대표의 집이라니, 촬영 전부터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조 대표가 <메종> 잡지 독자를 위해 이사하자마자 삼성동 스위트 홈을 공개했다. “그동안 클라이언트를 위한 집과 공간은 많이 디자인해왔지만 오랜만에 나와 가족을 위한 설계라 설레였습니다. 새 아파트가 완공되자마자 한 달간 공사를 거쳐 입주했는데, 25년 경력의 노하우를 적용해 가족의 취향을 단시간에 녹여넣기 위해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완공된 아파트가 예상과는 약간 달랐기 때문에, 리노베이션하는 데 걸린 한 달이란 시간이 결코 길지 않았지만 최선을 다했어요. 주방 일부만 빼고 모두 새롭게 디자인했어요.” 조 대표의 디자인 감각과 예술적 취향이 듬뿍 반영된 집을 찬찬히 살펴보자. 현관에 들어서면 이탈리아 디자이너 드라가 앤 아우렐 Draga and Aurel의 유리조명이 우리를 반긴다. 이 작품은 일몰과 일출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그날 기분과 햇살에 따라 온오프가 가능하다. 조 대표는 색을 아름답게 구현하는 드라가 앤 아우렐의 작품에 반해 그동안 여러 프로젝트에서 이를 활용해왔다. 이 조명을 중심으로 오른편은 아들과 남편의 공간, 왼편은 다이닝룸과 침실이 이어지는 것. 그녀의 든든한 지원군인 남편의 서재는 네이비 컬러가 메인 색조다. 그는 재택 근무도 종종 하기에 책상과 함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데이 베드와 테이블을 설치했다. 블랙 데스크는 공간 크기에 맞추어 제작했으며, 이탤리언 빈티지 송치 의자와 데이 베드는 기존 컬렉션이다. 바닥은 블랙이지만 패브릭이 블루라서 기분까지 시원해지는 공간이다. 이불 작가의 강렬한 작품이 벽에 걸려 있는데, 그녀의 아트 컬렉션 중에서 남편이 자신의 방을 위해 직접 선택한 작품이라고 한다. 차가운 금속성의 작품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의 작품답게 공간의 무게를 진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집 안 곳곳 시선을 사로잡는 미술 작품은 공간을 더욱 빛나게 하는 중심점이자, 그녀의 독창적 예술 취향을 입증하는 악센트이다. “미술 작품 컬렉션은 15년 전 독립해서 회사를 차리면서부터 시작했어요. 당시 미니멀한 건축 디자인이 유행이었는데, 디자이너로서 아트 디렉팅도 하게 되면서 예술 작품이 공간의 일부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요. 하이엔드 모델 하우스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고객과 많은 소통을 했는데, 그들이 갖고 있는 소장품이 제대로 설치되기 바라는 마음에서 현대미술도 공부했습니다.”

다이닝 룸의 와인 색은 중앙에 걸린 리너스 반 데 벨데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선택한 것.

욕실과 화장대의 와인 색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하트 모양의 사랑스러운 조명은 잉고 마우러의 것.

블랙 앤 화이트 색조의 거실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키키 스미스의 대형 작품이 왼편에 걸려 있다. 선반 중앙의 작은 도자기 인형은 아들이 유치원 때 만든 작품.

부부 침실은 화사한 노란색이 포인트다. 박서보의 그림과 더불어 그의 작품에서 영감은 받은 세르주 무이의 조명이 걸려 있다.

침대 반대편의 노란 색 조명은 포르투갈에 가족 여행을 갔다가 빈티지 숍에서 구입했다.
고객과 교류하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는데 이 또한 인생의 행운이었기에, 작은 작품이라도 소장해보라는 클라이언트의 조언을 듣고 아트 컬렉션을 하게 된 것. 엄청난 재미를 알게 된 그녀는 그때부터 틈나는 대로 전시를 보러 다녔으며, 여전히 미술관과 갤러리의 교육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바로 옆 아들 방은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민트 컬러로 구성했다. 무용을 전공하는 아들의 방은 작은 아트 소품을 배치해 경쾌한 분위기를 풍긴다. 장 프루베의 비트라 데이 베드를 침대로 삼았으며, 민트색 극장 의자가 화룡정점이다. 아들의 발레 공연을 극장 의자에 앉아서 자주 보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담았다. 하지만 현실은 하나뿐인 아들에게 마음의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공연장에 잘 가지 않는다는 마음 약한 워킹맘이다. 거실에는 조 대표가 그동안 하나하나 모은 컬렉션의 정수가 총집합되어 있다. 블랙 앤 화이트 색조를 중심으로 테라스의 초록 식물이 드러나 우아하면서도 활력이 넘친다. 과감하게 사방으로 뻗어 있는 조명은 세르주 무이의 작품이다. 그녀는 조명도 조각 작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일반 가정에서 선택하기 어려운 디자인의 조명을 설치했는데, 결과는 대만족이다. 편안하게 누울 수 있는 의자는 브라질 디자이너 오스카 니마이어의 작품이며, 간결한 의자는 피에르 잔느레의 것. 이 모든 것을 아우르며 무엇보다 거실의 구심점이 되어주는 것은 독일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미술가 키키 스미스의 작품이다. 대표적인여성주의 미술가로 알려진 그녀의 섬세한 작품은 순식간에 블랙 앤 화이트 공간을 따뜻하게 품어준다. 거실 오른편의 작은 의자는 장 프루베의 빈티지이며, 테이블은 그녀가 바닥재 샘플로 직접 만든 것. 그 옆의 선반에는 작은 도자기 작품이 있는데, 사실 이것이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작품이다. 아들이 유치원 때 만든 도자기 조각인데, 그 어떤 유명한 작가의 작품보다 소중한 작품이기에 혹시라도 망가질까 봐 항상 애지중지해왔다. 아들에 대한 엄마의 마음을 집 안 여기저기서 느낄 수 있어 마음이 따뜻해진다.

아들 방은 조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민트 컬러로 구성했다. 극장 의자는 좌석을 올려 놓을 수 있어서 공간을 넓게 활용할 수 있다.

완쪽은 현관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드라가 앤 아우렐의 조명 작품.
“여러 분야의 미술 작품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 얼마 전부터 여성 작가들의 작업에 매료되어 있어요. 물론 남성 작가들의 작품도 있지만, 키키 스미스, 루이스 네벨슨 같은 여성 작가의 작품을 특히 편애합니다. 더불어 추상 작품과 조각과 같은 입체 작품에도 매혹되어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아파트에 사는 미술 애호가로서 그림과 같은 평면이 아닌 조각을 소장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에요. 하지만 얼마 전부터 올라퍼 엘리아슨이나 필립 파레노의 입체 작품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조 대표는 자신과 같은 공간 디자이너만이 멋진 인테리어를 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강조했다. 모든 사람의 취향은 소중하기에,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안다면 누구나 특별한 공간을 구성할 수 있다. 우선 한 가지 색깔을 공간에 반영하는 방법을 권했다. “좋아하는 색을 포인트로 삼아 작은 변화를 주면 어떨까요? 누구라도 당장 인테리어 공사를 하기는 어려우니까요. 취향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것이 나를 사랑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차근차근 취향을 만들어나가는 것이지요. 만약 핑크색을 좋아한다면 커튼과 블라인드, 쿠션과 꽃병을 핑크색으로 골라보세요. 핑크색도 코럴 핑크, 바비 핑크, 페일 핑크 등 여러 종류가 있으니 조화를 만드는 재미가 있습니다.” 무난한 색을 선택하는 것이 편하겠지만, 좋아하는 색을 선택한다면 만족도가 높을 것. 나를 위한 색을 반영하기 위해 공들이는 것만큼 소중한 시간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거실 바로 옆에 숨어 있는 와인색의 다이닝룸은 이 집의 하이라이트다. 그녀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자, 가족,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는 곳이기에 애정을 가득 담았다. 이곳은 원래 벽으로 둘러싸인 방이었는데, 거실과 통할 수 있도록 개조해서 다이닝룸으로 만들었다. 중앙에는 벨기에 미술가 리너스 반 데 벨데의 그림을 걸고, 왼편에는 일본 작가 겐지로 오카자키의 작은 그림이 걸려 있다. 리너스의 그림 속 붉은 노을에 반해서 다이닝룸을 와인색으로 물들인 것. 그녀는 와인색을 선택하는 데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의도적으로 톤 다운한 와인색을 골라서 커튼과 블라인드까지 같은 계열로 택했다. “내가 민트와 블루 그린 색을 좋아하기 때문에, 친구들은 우리 집 다이닝 룸에 그런 색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했답니다. 하지만 당시 본능적으로 와인색이 끌렸고, 와인을 마실 수 있는 멋진 공간이 완성되어 즐겁습니다.” 침실과 연결한 화장대와 욕실도 와인색으로 마감해 낭만적이다. 타일 대신 멜라톤을 이용했는데, 파리에서 구입한 잉고 마우러의 빈티지 조명이 화사한 기운을 돋는다. 와인색이 생각보다 적용하기 어렵지 않지만 망설이고 있는 인테리어 초보자에게 그녀가 추천하고 싶은 색은 그린이다. 대부분 식물을 좋아하고, 우선 작은 화분으로 공간 구성을 시작할 수 있으니 접근이 쉽다. 그린을 시작으로 해 프로방스의 꽃을 연상시키는 보라색, 완전히 대비되는 오렌지색 등 여러 가지 색의 소품을 사용할 수 있다. 5월에는 우리도 거실에 컬러로 악센트를 주면 어떨까? 귀여운 강아지 루카도 새 집을 좋아한다. 아침마다 아파트 옆 해맞이공원에서 산책하고, 주방 안쪽에는 강아지 전용 욕실이 있다. 거실 한쪽에는 루카의 스타일리시한 옷장이 숨겨져 있다. 이렇듯 가족 모두의 취향을 반영한 조 대표의 집을 보니, 영감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이불 작품이 걸려 있는 남편의 서재.

강아지 루카를 목욕시킬 수 있는 작은 욕실이 사랑스럽다.

아침마다 향기로운 커피를 내려주는 남편의 커피 테이블.

침대보, 벽, 커튼까지 같은 톤의 민트색으로 조화를 아들 방.

거실에서 바라본 현관과 남편의 서재. 오른쪽에 걸린 블랙 작품은 지금 페이스갤러리에서 전시 중인 루이스 네벨슨의 입체 작품. 조 대표는 여성 작가의 작품에 특히 관심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