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풍미에 농축된 한입. 정성이 담긴 시간으로
완성된 샤퀴테리 맛집.

보끼 2인 플레터

어니언 수프

훈제 연어
성수동에서 만나는 유럽의 식탁, 세스크 멘슬
햄이나 소시지처럼 짠맛 강한 육가공 식품은 평소 즐기지 않는 편이었다. 하지만 성수동의 정통 유럽식 샤퀴테리 전문점인 세스크 멘슬은 그 편견을 뒤집었다. 이곳은 김정현 셰프가 유럽에서 10년간 스페인, 이탈리아, 오스트리아를 돌며 배운 육가공 기술로 직접 만드는 샤퀴테리 전문점이다. 2019년 오픈 이후 성수동의 유럽식 노포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도 흥미롭지만, 이 집의 진짜 매력은 맛과 분위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데 있다. 체크 테이블보가 깔린 실외 테이블에 앉아 와인을 칠링하고 콜드컷 플레터를 펼치니 이곳이 서울인지 유럽 골목인지 헷갈릴 정도다. 복잡한 메인 거리에서 살짝 떨어진 조용한 골목에 위치한다는 점도 무척 좋았다. 무엇보다 콜키지 프리라는 점은 대환영이다. 메인으로 주문한 ‘보끼 2인 플레터’는 샤퀴테리에 대한 인식을 단번에 바꿨다. 프로슈토, 살치촌, 부라타 치즈, 버터, 바게트, 올리브와 토마토 샐러드까지 깔끔한 구성에 햄마다 풍미가 다채롭고, 무엇보다 짜지 않아 좋았다. 이를 한 조각씩 빵에 올리고, 그 위에 치즈를 얹어 먹으면 완벽하게 페어링된다. 고기 위주 구성 사이에 감칠맛을 환기시켜주기 위해 함께 주문한 훈제연어는 은은한 향이 살아 있어 좋고, 오이 샐러드는 입안을 깔끔하게 씻어줘 전체 조합에 힘을 보탰다. 치즈 듬뿍 얹힌 어니언 수프는 따뜻하고 묵직하게 받쳐주는 역할을 하니 꼭 주문해보길. 본격적인 여름이 오기 전, 야외 테라스에 앉아 와인 한 병과 함께 유럽의 맛을 음미해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성수 골목에서 만나는 가장 근사한 어니언 수프 훈제 연어 미식 여행이 될지도 모른다. INSTAGRAM @xescmenzl

메종조 샤퀴테리 플레이트
짭짤한 한입, 메종조
샤퀴테리를 진지하게 즐기는 이들이라면 지나칠 수 없는 이름, 메종조. 프랑스 정통 샤퀴테리 문화를 한국에 제대로 뿌리내리게 한 이곳은, 일반 델리숍 그 이상이다. 조우람 샤퀴티에는 프랑스 국가 공인 샤퀴티에 자격증을 취득한 최초의 한국인. ‘루이 오스피탈’과 ‘메종 베호’에서 기술을 익힌 그는, 프랑스의 육가공 전통을 한국에서 실현해내고 있다. 여기에 파리의 유명 베이커리 ‘데 가토 에 뒤팽’ 출신 이은희 파티시에가 만든 바게트와 깜빠뉴, 구움과자들이 힘을 보탠다. 2018년부터 서초에서 오랜 시간 운영한 메종조는 지난해 말 청담동에 두 번째 공간을 열었다. 샌드위치와 비스트로 메뉴를 강화해, 좀 더 일상적인 식사 공간으로 확장된 느낌이다.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는 브런치 타임. 샌드위치와 수프, 프렌치 오믈렛 등을 맛볼 수 있다. 낮 12시부터는 비스트로 메뉴가 등장해 본격적인 식사가 가능하다. 테이블엔 메종조 특유의 위트 있는 일러스트 플레이트가 놓이고, 계절에 따라 바뀌는 작은 스타터들이 먼저 나온다. 닭 간무스에 무화과를 얹은 핑거푸드와 참외꼬지가 나온 날, 대표 메뉴인 메종조 샤퀴테리 플레이트를 주문했다. 닭고기 테린, 모르타델라, 초리조, 소시송 등 다양한 샤퀴테리를 한 접시에서 만날 수 있다. 샤퀴테리는 짜다는 편견을 깨는 맛이다. 고소하고 담백하며, 특히 필레 드 뽀는 적당히 염지된 돼지 등심의 결이 살아 있고, 로모 쎅은 투명한 단면과 쫄깃한 식감이 인상 깊었다. 등심을 건조 숙성시켜 기름기는 줄이고 풍미는 살린 맛이다. 함께 곁들인 토마토 소시지 라구 뇨끼는 꽤 진한 육향에 꽁떼 치즈가 더해져 호불호가 갈릴 듯. 뇨끼는 쫀득한 느낌보다는 크리미한 텍스처에 가깝다. 식사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샤퀴테리와 샐러드, 구움과자, 베이커리를 판매하고 있어 테이크아웃하기 위해 들러도 좋은 곳이다. 다음엔 잠봉블랑 샌드위치와 수프를 곁들인 아침 식사를 즐기러 다시 한번 들를 예정. INSTAGRAM @maison_jo_

샤퀴테리 플래터와 어니언 수프
정직하게 숙성된 풍미, 랑빠스 81
연남동 뒷골목에 위치한 랑빠스 81은 프렌치 비스트로 스타일을 표방하는 캐주얼한 식당이다. 크지 않은 규모지만 셰프의 손길을 가까이 느낄 수 있어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으로서, 국내 미쉐린 가이드에 가장 먼저 등재된 샤퀴테리 전문점이기도 하다. 이날 주문한 메뉴는 어니언 수프, 샤퀴테리 플래터와 삼겹살 요리. 전채로 나온 어니언 수프는 깊게 캐러멜라이즈된 양파향이 진하게 퍼지며, 풍미와 온기를 동시에 안겨줬다. 메인 격으로 등장한 샤퀴테리 플래터는 정성스레 숙성시킨 햄, 초리조, 잠봉 드 파리, 소시송, 살라미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매콤한 맛이 특징인 초리조는 묵직한 질감 속에서도 기분 좋은 감칠맛이 느껴졌다. 짭짤하면서도 기름진 맛이 감도는 구성에 곁들여진 피클은 맛의 균형을 잘 잡아주었다. 함께한 삼겹살과 건자두 요리는 예상한 것보다 다소 강한 단맛이 있었지만, 말린 과일 특유의 쫀득함이 고기의 기름진 식감과 어우러져 익숙하면서도 이국적인 뉘앙스를 남겼다. 와인을 곁들이기에도 손색없는 구성. 대중적인 재료로 프랑스의 정통적인 기술을 풀어낸 랑빠스 81은 맛 자체에 충실한, 샤퀴테리에 대한 진심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부담 없고 깊이 있는 프렌치를 맛보고 싶다면 주저하지 않고 추천한다. 샤퀴테리 플래터와 어니언 수프 INSTAGRAM @limpasse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