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온 이집트

피에르 프레이의 새로운 컬렉션

피에르 프레이의 새로운 컬렉션

에디터라는 직업은 수많은 제품과 브랜드를 만나게 된다. 그중 유독 애정이 가는 브랜드로 피에르 프레이가 있다.

 

16세기 왕조시대의 웅장한 나일강을 복제한 뮤럴.

 

에디터라는 직업은 수많은 제품과 브랜드를 만나게 된다. 그중 유독 애정이 가는 브랜드로 피에르 프레이가 있다. 87년이라는 긴 역사를 가진 피에르 프레이는 독창적인 그들만의 예술과 문화를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해왔다. 벽지와 패브릭, 카펫뿐만 아니라 가구까지 늘 새로운 컬렉션 소식을 알리는데, 이 주기가 꽤 짧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완벽하고 신선한 컬렉션을 볼 때면 이곳에서는 도대체 어떤 이들이 이리 열심히 일하는 거지하는 짠한 마음이 드는 한편, 끊임없이 표출되는 피에르 프레이의 예술적 감각과 창의성이 경이롭다. 이번에는 루브르 뮤지엄과 협업한 ‘Merveilles d’Egypte’을 공개했다. 이집트 상형문자의 해독 200주년을 맞아 이집트 고박물관에 보존되어 있는 작품을 재해석한 제품을 출시한 것. 이집트 고박물관에서 보존하고 있는 작품들은 선사시대 말기부터 나일강 문명의 진화를 보여준다. 보존된 작품에 대한 존경과 견해 그리고 자유로운 영감 사이에서 모티프를 얻어 풍부한 색채와 패턴을 표현했다. 리넨에 수놓인 동식물부터 고대 상형문자와 프레스코화를 연상시키는 자카드 원단, 고대 이집트의 최고 통치자 파라오의 보석과 장식품을 금속으로 장식한 부조까지 이집트 문명의 화려함을 음미하고 있다. 나에게는 미지의 세계처럼 느껴지는 이집트 문화를 집 안 벽면과 바닥에 들인다고 잠깐 상상해보았다. 이 얼마나 호사스러운 일인가! 클레오파트라가 된 기분이다.

 

앙카우묘비의 석회석 장식을 3D로 전사해 완성한 패브릭.

 

 

이집트 왕 투트모세 3세가 제후티 장군에게 수여한 금잔에서 영감을 얻은 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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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지엔의 화분

파리지엔을 위한 프랑스 브랜드 박삭

파리지엔을 위한 프랑스 브랜드 박삭

 

조경가와 디자이너가 합심해 만든 프랑스 브랜드 박삭 Bacsac은 론칭했을 때부터 애정을 갖고 지켜봤다. 통기성이 좋은 패브릭으로 만든 박삭의 포트는 플랜테리어나 테라스 텃밭 등 어번 가든의 트렌드에 제격인 아이템이다. 개인을 위한 작은 포트에서 이제는 다용도의 포트와 도시의 조경을 위한 포트까지 그 폭을 넓혀가고 있다. 초반에는 짙은 올리브색의 포트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산뜻한 줄무늬부터 동양적인 분위기의 뉴트럴 컬러, 눈길을 사로잡는 통통 튀는 컬러의 포트와 시장바구니, 식물 이동을 위한 가방 등 파리지엔의 멋스러움을 물씬 풍기는 제품이 훨씬 많아졌다. 박삭의 제품을 국내에서도 더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기를.

WEB bacsac.com/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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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비엔날레의 자이어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작가 김윤철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작가 김윤철

 

4월 23일부터 열리는 베니스 비엔날레에 한국관 전시 작가로 선정된 김윤철을 만났다. 김윤철 작가는 미술계를 넘어 세계의 과학자에게 영감을 주는 미술가로 알려질만큼 놀라운 작품을 선보이고 있어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윤철 작가의 작업실은 베니스 비엔날레로 떠날 준비로 분주하다. 한국관에서 선보이는 작품 중 가장 큰 ‘크로마 Chroma’는 8m의 거대한 미디어 작품으로, 매듭을 펼치면 50m나 된다.

 

 

김윤철 작가는 물질에 관심이 높기 때문에 그의 작업실은 마치 과학자의 실험실 같다.

 

베니스 비엔날레 la Biennale di Venezia에 가본 적이 있는지?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2년에 한 번 열리는 베니스 비엔날레는 죽기 전에 꼭 한번 가 봐야 하는 문화 축제다. 1895년 시작 된 가장 유서 깊은 비엔날레이며, 본 전시 외에 국가관 전시와 시상 제도를 운영하기 때문에 ‘미술 올림픽’이라 불리기도 한다. 작품의 품격이 곧 국가의 자존심을 상징하기 때문에 과연 한국관에서 어떤 작가의 전시가 열릴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치열한 심사를 거쳐 김윤철 작가가 선정되었고 출국을 앞둔 그를 작업실에서 만났다. 북한산 자락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은 출국 준비로 분주한 상태였지만, 한국관에 전시할 8m 대형 작품 ‘크로마’의 형태를 조금이나마 미리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20세기 최고의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이 만든 한국관을 21세기의 새로운 미디어 아티스트 김윤철이 빛낸다는 것도 의미가 깊다.

“한국관 설립은 백남준 작가가 후배 미술가를 위해 이룬 소중한 업적입니다. 베니스의 영구 국가관은 29개뿐이며, 중국 등 많은 나라가 국가관이 없어 여러 건물을 옮겨 다니며 전시를 합니다. 때문에 미술가 개인으로서의 욕망을 분출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관을 기존과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변모시켜야 한다는 소명을 가지고 있어요.”

한국관은 규모도 작을 뿐 아니라 일반적 전시장과 같은 사각의 화이트 큐브가 아니기 때문에 전시하기에 어려운 공간으로 알려져 있다. 김 작가는 한국관을 공원 속의 작은 오두막으로 만들어, 용도를 알 수 없는 기계장치가 관람객과 소통하고 출렁이는 재미있는 풍경을 상상했다. 그래서 천장의  마감재를 뜯고 노출 콘크리트를 드러내 익명의 폐허 같은 공간을 창조했다. 햇빛과 인공광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블랙 박스의 한국관 전시는 비엔날레를 맞아 수백 개의 전시가 열리는 베니스에서 단연 주목받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 많은 전시를 모두 볼 수 없기에 인기 전시에만 관람객이  몰리는 것이 베니스 비엔날레 시즌의 특징이다. 또한 ‘COREA’라는 간판이 붙었다고 해서 정형화된 국가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거부하려고 한다.

 

신작 ‘태양들의 먼지’는 수만년 동안 땅 속에 묻혀 있었던 돌을 갈아서 나노 입자의 형태로 만든 가루로 이루어졌다. 그렇게 만들어낸 나노 입자가 프리즘처럼 아름다운 컬러를 보여주며 발색하는 것.

 

김윤철 작가는 물질에 관심이 높기 때문에 그의 작업실은 마치 과학자의 실험실같다.

 

“한국의 지역성이 아닌 가장 현대적인 한국 예술을 보여주는 것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총 5점의 작품을 선보이는데, 그중 입자검출기 ‘아르고스’가 우주 입자를 받아들이는 것은 국가가 아니라 우주 차원의 경계이지요. 한국관에서는 국가와 인간을 넘은 인간과 비인간인 기계, 물질, 입자가 하나의 사건이 되는 예술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그가 떠올린 한국관 전시 주제는 ‘자이어 Gyre’다. 자이어는 아일랜드 시인 예이츠가 시 ‘더 세컨드 커 밍 The Second Coming’을 통해 노래한 나선형의 순환 개념이다. 예이츠는 인간의 문명이 자이어를 통해 발전하고 쇠퇴해 새로운 문명이 크로스 된다고 했다. 문명은 직선이 아니라 나선형으로 순환되며, 어느 순간 거대한 원이 희미해지고 새롭게 응축된 힘이 모인다는 것. 김 작가는 자이어가 세상 모든 것을 포함한다는 것에 매료되었다고 설명한다.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을 위한 다수의 스케치. 왼쪽 위에서 세번째 이미지는 한국관 외관 예상 사진이다.

 

 

그의 작품은 미술계뿐 아니라 세계 과학자들의 관심도 받고 있다. 독일 한림원에서 천체 과학자들과 심포지엄을 가졌고, 우리나라 고등과학원과도 일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미술계뿐 아니라 세계 과학자들의 관심도 받고 있다. 독일 한림원에서 천체 과학자들과 심포지엄을 가졌고, 우리나라 고등과학원과도 일하고 있다.

 

“자이어는 태평양 바다가 순환하는 형태, 은하수가 흩어지는 모습, 회오리 바람뿐 아니라 내 작품의 소용돌이와 유체 운동까지 모든 것을 포함합니다. 팬데믹 시대를 맞아 많은 작가들이 코로나19 이후의 예술이란 무엇인지,  미술 전시의 의미란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최근 온라인 전시가 대세가 되고 있지만, 아주 작은 그림을 감상하는 것에도 직접적 조우가 필요하지요. 세계가 팬데믹으로 자유를 잃은 상황이 혹시 자이어가 전환점의 소용돌이를 일으킨 것은 아닐까요?”

사회나 역사뿐 아니라 모든 것은 소용돌이가 있어야 현상이 일어나기에, 자이어를 아름다움의 대상으로 삼은 것. 5점의 작품 중 가장 큰 ‘크로마’는 펼치면 50m나 되는 대작이다. 매듭 꼬임의 형태는 8m이고, 셀 382개로 이루어져 있다. 각기 다른 382개 셀의 색채 패턴이 만들어낼 아름다운 물결이 상상이 되지 않는가!

“신작 ‘태양들의 먼지’는 프랑스 작가 레이몽 루셀의 소설 <태양의 먼지 Poussiere de Soleil>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입니다. 초현실주의에 큰 영향을 준 레이몽 루셀로 인해 이미 네덜란드에서 <천체의 먼지들>이라는 전시를 한 적도 있을 만큼 그의 세계관에 매혹되었습니다. ‘태양들의 먼지’라는 제목은 유체가 움직일 때마다 색이 변하는 것을 상상하며 명명했고, 과학 실험실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작품이 만들어져 보람이 있습니다.”

 

우주에서 날아오는 입자를 채집하는 ‘아르고스 Argos’ 작품의 일부분.

 

 

2년 전 꾸었던 꿈을 그렸던 드로잉. 신기하게도 꿈속에 나왔던 작품 5점이 모두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에 전시된다.

 

우리 은하계의 절대적 중심인 태양도 언젠가는 흩어질 것이다. 우리는 인간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지만 태양도 별일 뿐이니 수명을 다하면 흩어지게 될 것이며, 이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한편으로는 ‘태양’을 ‘백인 금발남성’의 상징으로 은유할 수 있기도 하다. 김 작가는 백인 금발 남성의  생각에 기반해 현대미술사가 쓰여졌다고 본다. 그래서 모든 자이어가 흩어지는 팬데믹 시대에 비엔날레를 통해 우리가 배웠던 미학과 사유가 흩어지고, 새로운 구심점을 찾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우리는 태양의 존재처럼 절대적인 것에 갇혀 있어요. 지금이 새로운 별들이 태어날 전환기라고 생각하기에 제목이 복수형인 ‘태양들의 먼지’인 것이지요. 실제로 이 작품은 수만년 동안 땅 속에 묻혀 있었던 돌을 갈아서 나노 입자의 형태로 만든 가루로 이루어졌습니다. 태양들의 먼지로 이루어 진 가루이지요. 오랫동안 빛을 못 본 돌이 내 작업실에서 빛을 발하는 물질로 전환되었다는 것이 재미있어요.”

그가 만들어낸 나노 입자가 프리즘처럼 아름다운 컬러를 보여주며 발색하는데, 이렇게 분자 구조로 만드는 색은 과학에서는 구조색이라고 한다. 구조색은 과학계의 중요한 주제이며, 지정된 색이 아니라 주체가 되는 색이라는 점에서 의미 깊은 작품이다.

 

김윤철 작가는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을 공원 속 의 작은 오두막으로 만들어 기이한 기계장치가 관람객과 소통하고 출렁이는 풍경을 펼쳐 보일 예정이다. 사진은 바라캇 컨템포러리에서 열렸던 개인전 <글레어 Glare> 전경.

 

 

한국관에 전시되는 5점의 작품 중 ‘플레어 Flare’와 ‘임펄스 Impulse’는 서울 바라캇 컨템포러리 개인전에서 선보인바 있다.

 

 

‘크로마’는 382개 셀의 각기 다른 색채 패턴이 아름다운 물결을 만들어낸다.

 

김윤철 작가는 이렇듯 뛰어난 상상력으로 인해 과학계에서도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다. 독일 한림원에서 천체 과학자들과 심포지엄을 가졌고, 우리나라 고등과학원과도 일한다. 한국관에서 선보이는 작품 ‘임펄스’와 ‘아르고스’는 유럽 입자 물리 연구소 CERN의 커미션 작품으로 처음 만들어졌다. 그렇다고 그가 과학에서만 영감을 받은 것은 아니다. 그는 한국에서 전자음악, 독일에서 미디어아트를 공부했다. 그래서 오는 9월 한국관에서 직접 연주하고, 뮤지션과 퍼포먼스도 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시국이라 일부러 4월 전시 오프닝이 아니라 가을로 날짜를 잡았다. 9월 추석연휴를 맞아 해외여행을 꿈꾸는 이들이 베니스를 선택할 좋은 이유가 될 것 같다. 재미있게도 그는 꿈에서도 아이디어를 얻으며, 작품마다 태몽도 있다. 2년 전 자연사 박물관에서 전시를 여는 꿈을 꾸고, 너무 생생해서 드로잉으로 그려두었다고 한다. 박물관 유리 캐비닛에 흙이 가득 차 있고, 흙 속의 큰 뱀 위로 노란 꽃들이 가득한 풍경 스케치이다. 그런데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그 드로잉을 다시 보니 5점의 한국관 작품이 모두 있어 다시 한번 놀랐다. 예술과 과학, 먼지와 우주를 넘나드는 김윤철 작가의 전시를 지면으로 나마 미리 만나 볼 수 있어 반갑다. 오는 11월27일까지 열리는 베니스 비엔날레를 기대해보자.

 

한국관에 전시되는 5점의 작품 중 ‘플레어 Flare’와 ‘임펄스 Impulse’는 서울 바라캇 컨템포러리 개인전에서 선보인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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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박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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