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Love All

박그림 작가의 개인전

박그림 작가의 개인전

그림을 통해 전하는 고민과 탐구, 막연한 두려움과 자기혐오를 이겨내고 모두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건네기까지. 박그림 작가는 지금, 자신과 불교미술을 향한 먹먹한 애정 그리고 소수에 속하는 모든 이를 위한  평등을 외친다.

 

박그림 작가의 개인전이 현재 한남동에 위치한 스튜디오 콘크리트에서 열리고 있다. 가장 큼직한 작품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尋虎圖_不二 심호도_불이 Shimhodo_Amrita. 2021, 비단에 담채, 189×225cm.

 

한남동에 위치한 스튜디오 콘크리트에서는 현재 박그림 작가의 개인전 <虎路(호로), Becoming a Tiger <서울>>이 열리고 있다. 기분 좋게 쏟아지는 볕이 박그림의 작품을 환히 밝혀주는 어느 오후, 이곳에서 박그림 작가를 마주했다. 전통 도제 방식으로 불교미술에 입문한 그는 탱화에 천연 색채를 접목하는 방법을 스승에게 수학했다. 또한 풀을 끓이거나 아교를 만들고 선을 긋는 법 등 불교미술의 기초부터 꼼꼼하게 습득할 수 있었다. 이어 동국대학교에서 불교미술을 전공하며 도제 방식으로 배우던 것과는 배움의 차이가 있었지만 해당 장르의 또 다른 면모를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재, 고려 시대의 불화나 조선의 탱화처럼 그 시대의 시대상을 반영한 불교미술이 존재하듯 계속해서 회화적 기량을 쌓아온 박그림 작가는 전통 불교미술과 현대의 교차점에 서서 전통 불화의 현대화를 꾀하는 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박그림 작가가 그간 선보여온 불교적 색채를 기반으로, 호랑이가 주 소재로 작품 전반에 등장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마침 올해가 임인년, 즉 검은 호랑이의 해인 만큼 호랑이의 존재가 더욱 뜻깊게 다가온다. 사실 불교미술에서 호랑이는 주인공이 아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관점에서 호랑이라는 존재는 영물로 추앙받는데, 박그림 작가는 불교미술에서 주인공이 아닌 주변에 머무르는 데 그치는 양가적인 부분에 자신을 이입했다. “호랑이는 제 페르소나 같은 존재예요. 제 작품은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고 미워하는 마음에서 기인한 자전적인 서사를 다루고 있었는데, 호랑이가 등장하기 시작한 심호도 시리즈부터 조금씩 제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려 하고 있죠. 우리의 삶에서는 늘 스스로가 주인공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 심심찮게 주변인이 되기도 하잖아요. 이런 양가적인 감정을 호랑이를 볼 때마다 느꼈어요.”

 

般若虎 반야호 The Tiger of Perfect Wisdom_1(Interracial). 2022, 비단에 담채, 57x45cm.

 

 

 

尾露 미로 Tiger’s Dew(Precum). 2022, 비단에 담채, 22×16cm.

 

이번 전시명 ‘호로 虎路’는 직역하면 호랑이의 길이다. 이를 달리 해석하면, 호랑이를 자신의 페르소나로 삼았던 박그림 작가가 자기를 혐오하는 마음에서 벗어나 점차 자신을 작품 속에 녹여내고 스스로를 보듬어가는 과정으로도 읽힌다. 작품을 하기 전까지 자신한테 한번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그는 타인이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을 동경해 작품으로나마 소유하고자 했고, 첫 개인전이었던 화랑도 전시를 통해 이와 관련한 작품을 공개한 바 있다. 이후 계속된 작품활동을 통해 타인에 대한 동경을 넘어 조금씩 스스로를 보듬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온 셈. “전시나 작품명을 선정할 때면, 다층적인 의미가 담긴 표현을 선호하곤 해요. 정찬용 큐레이터와 함께 지은 이번 전시명은 호랑이의 길로도 읽히지만, 호로자식, 호로게이 등 욕설에 속하는 은어로 받아들여지기도 하죠.” 마치 숨겨진 코드를 발견하듯 곳곳에서 퀴어적인 요소를 찾을 수 있는 것 또한 그의 작품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다. 아름다운 육체미를 자랑하는 남성이 불화에 등장하기도 하며, 성별을 구분할 수 없는 인물이 보살로 그려지기도 한다. 나아가 전작 화랑도에서는 게이에 대한 편견과 이미지를 전복시키기 위해 SNS에서 등장하는 퀴어 인물을 터프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려냈다면, 지금은 나아가 성별의 생물학적 구분법이 결국 또 하나의 고정관념임을 인지하고 남성과 여성, 동서양의 요소를 조합해 관념의 경계를 허물고 평등의 메시지를 전하는 시도를 감행하는 것이다.

 

박그림 작가가 자신의 그림 옆에서 포즈를 취했다.

 

“퀴어적 정체성 뿐만 아니라 한국화 중에서도 비주류라 평가받는 불교미술, 전통 불화, 도제식 교육 등 우연이든 필연이든 현재 저라는 사람이 지닌 캐릭터는 모두 소수성을 띠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성정체성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탐구해보려 합니다. 그리고 저의 눈과 작품을 통해 다양한 소수자들이 평등한 구성원으로 존중받길 원하는 마음을 담고자 합니다. 더욱이 깨달음을 얻고 경지에 이른 부처님과 같이 고요한 상태, 삼매의 경지에 이르길 바라요.” 그의 말을 통해 다양한 방향으로 자신의 지향점을 정하는 작가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3월 27일, 전시를 끝마치면 박그림 작가는 곧이어 다음으로 예정된 전시를 준비한다. 8월, 갤러리 THEO에서 이윤희, 하승완 작가와 함께 단체전을 준비하고 있으며, 10월 일민미술관에서 <뉴트레디션>전, 12월 송은에서 <제22회 송은미술대상>전에 참가할 예정. 자신을 아끼는 마음이 자신이 몸담고 있는 예술의 융성 그리고 모두를 동등하고 보듬을 수 있는 사랑으로 무한히 확장되기까지 계속해서 정진할 박그림 작가의 행보를 기대해본다.

 

虎蝶 호접 Phaelenopsis. 2022, 비단에 담채, 24×43cm.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이현실

TAGS
금속의 미학

금속의 명가 이탈리아 브랜드 데 카스텔리

금속의 명가 이탈리아 브랜드 데 카스텔리

차갑고도 유려하게, 무심하듯 은은하게. 금속의 물성과 잠재력 그리고 아름다움을 공간에 전하는 이탈리아 브랜드 데 카스텔리 이야기.

 

원기둥 형태의 서랍 판도라와 벽걸이형 수납함 마이다가 비치된 공간. 데 카스텔리는 금속을 소재로 가구와 건축 표면, 타일 등을 제작한다.

 

하나의 소재를 끊임없이 탐구하는 것. 나아가 소재가 지닌 가치를 여러 영역으로 변용하고 전파하기까지 단시간에 이뤄지지 않았을 과정은 이탈리아의 금속 명가로 불리는 데 카스텔리 De Castelli가 걸어온 외길이다. 설립자 알비노 셀라토 Albino Celato의 가문은 1970년대부터 대부분의 일원이 철공업과 대장장이업에 종사해온 터라, 데 카스텔리라는 브랜드가 설립된 2003년에 이르러서까지도 황동, 철, 구리 등의 금속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재였다. 더군다나 금속은 고대에서부터 사용되어온 재료이자 여러 영역에서 두루 활용되어 왔기에 데 카스텔리의 행보는 어디에도 구애받지 않았다. 금속 본연의 표면과 질감을 고스란히 살린 표면 타일과 가구, 나아가 건축적 적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소화하는 데 카스텔리의 기반은 오랜 시간 탄탄하게 쌓아온 장인 정신과 실험 정신에 있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소재인 만큼, 금속의 질은 훌륭한 기술과 소재의 물리적 특성을 명확히 이해하는 데에서 차이가 결정된다. 데 카스텔리는 4대째 금속을 다뤄온 가업을 기반으로, 소재에 대한 뛰어난 이해도와 접근 방식으로 금속이 지닌 고유의 물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자유롭게 형태를 변화시킬 수 있었다. 자유로운 변형이 가능하다는 것은 곧 디자인적으로 다양하고 실험적인 시도를 거듭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셈. “데 카스텔리의 부가가치는 건축가와 디자이너 또는 예술가의 디자인에 따라 소재의 형태를 새롭게 형성할 수 있다는 데 있다”는 알비노 셀라토의 말에 확신이 느껴지는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데 카스텔리의 근간은 4대째 철공업에 종사해 온 시간과 장인정신이 담긴 기술력에 있다.

 

 

 

데 카스텔리의 근간은 4대째 철공업에 종사해 온 시간과 장인정신이 담긴 기술력에 있다.

 

데 카스텔리의 진가는 결과물을 마주했을 때 더욱 빛을 발한다. 작은 소품이나 오브제부터 의자, 소파, 가구 등 폭넓은 영역을 두루 다루기 때문. 일례로, 아드리아노가 디자인한 이동식 바 겸 트롤리인 바리스타 Barista는 작년 아키프로덕츠 디자인 어워드에서 상을 거머쥐었을 만큼 디자인적 감각을 인정받은 가구다. 외관은 빛이 여러 모습으로 반사되도록 막대처럼 구현된 다양한 직경의 천연 구리를 이어붙인 형태로 옆면을 구성했고, 윗면 역시 같은 소재를 활용했지만 기대거나 음료를 놓을 수 있도록 평평하게 만들었으며, 내부는 거울처럼 마감 처리한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됐다. 책처럼 열리는 캐비닛 바는 뛰어난 수납력까지 겸비해 실용성과 디자인 모두 갖췄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바리스타와 함께 이번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 소개된 마레아 Marea 캐비닛은 금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극적인 아름다움을 물씬 느낄 수 있다. 서랍장과 찬장 그리고 캐비닛으로 구성된 이 가구는 조수를 의미하는 마레아에서 유추할 수 있듯 금속의 산화작용에서 착안해 파도가 해안에 흔적을 남기며 일렁이는 듯한 회화적 효과를 구현해냈다. 이외에도 곡선미를 극대화한 콘비비움 콘솔, 얇고 긴 금속 기둥과 동그란 상판으로 제작된 바벨 선반, 행잉 플랜트에서 영감을 받아 황동과 구리를 얼핏 가죽처럼 보이도록 연출하고 건축적인 느낌을 강조한 모듈식 선반 탈레아 등을 보면 오래전부터 이어온 장인 정신과 감각적인 디자인을 위한 시도가 절묘하게 결합되었음을 체감할 수 있다.

 

금속이라는 소재의 물성과 미학을 부각시키는 데 카스텔리의 가구들은 금속 특유의 세련미와 묵직함이 공간에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금속이라는 소재의 물성과 미학을 부각시키는 데 카스텔리의 가구들은 금속 특유의 세련미와 묵직함이 공간에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브랜드와의 협업도 활발하게 진행해왔다. 만약 데 카스텔리라는 이름이 왠지 익숙하다고 느꼈다면, 2년 전 삼성전자가 다양한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기 위해 선보인 프로젝트 프리즘의 세번째 라인업 가전 ‘뉴 셰프 컬렉션’을 접했기 때문일 터. 이때 수작업으로 제작된 마레 블루 컬러의 패널은 금속 특유의 아름다움으로 품격 있는 가전이 완성됐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외에도 가구 브랜드 보피, 데파도바와의 협업으로 제작한 금속 장식이나 제89회 제네바 모터쇼를 화려하게 장식한 마세라티와의 콜라보레이션 등을 통해 다시 한번 금속 명가의 위용을 자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올해 4월, 다양한 하이엔드 제품을 선보이는 복합 브랜드 포모나 앤코를 통해 데 카스텔리의 쇼룸을 본격적으로 만날 수 있게 됐다. 금속의 변주가 만들어내는 오묘한 아름다움이 공간에 구현된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듯하다.

 

마레아 캐비닛은 금속이 발현하는 극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서랍장과 찬장 그리고 캐비닛으로 구성된 이 가구는 조수를 의미하는 마레아에서 유추할 수 있듯, 금속의 산화작용에 착안해 파도가 해안에 흔적을 남기며 일렁이는 듯한 효과를 냈다.

 

 

 

금속 표면을 산화시켜 회화적인 효과를 낸 룸 디바이더 페인팅 Painting.

 

 

 

베네치아의 아름다운 석호 바다 풍경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바이아 Baia. 두 개의 원통형 다리와 산호초를 연상케 하는 오묘한 컬러의 상판이 매력적이다.

 

CREDIT

에디터

TAGS
Back to the 70’s

클래식한 1970년대 풍 아이템

클래식한 1970년대 풍 아이템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유행을 타지 않는 1970년대풍 아이템.

 

 

클래식한 디자인의 VL 링 크라운 조명은 아래쪽으로 향하는 전등갓이 편안하고 균일한 빛을 만들어주는 것이 특징이다. 루이스폴센 제품으로 짐블랑에서 판매. 1백66만1천원.

 

덴마크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제작한 CH07 쉘 라운지 체어는 인체공학적으로 디자인했으며, 송치 가죽으로 시트를 장식해 독특하면서도 편안하다. 더콘란샵에서 판매. 5백59만원.

 

 

갈색을 배경으로 굵게 올라간 흰색 선이 꽃을 연상시키는 매력적인 디자인의 카레이도 러그는 간 제품으로 유앤어스에서 판매. 2백60만원.

황동 프레임과 아크릴 글라스로 만든 나이트 시계는 전통적인 테이블 시계의 형태에 현대적인 디자인을 가미해 어느 공간에나 근사하게 어울린다. 비트라 제품으로 더콘란샵에서 판매. 63만9천원.

 

네덜란드 디자이너 헬라 용에리위스가 디자인한 블린더 소파는 다양한 패턴과 색상이 어우러져 빈티지 느낌을 더한다. 비트라 제품으로 더콘란샵에서 판매. 1천6백11만원.

 

고급스러운 월넛의 결과 곡선의 형태가 아름다운 커브드 사이드 보드는 수납이 가능한 선반이 있어 실용적이다. 빌라레코드에서 판매. 2백45만원.

 

 

 

 

감각적인 패턴과 고급스러운 색상이 인상적인 지그재그 쿠션은 탈착 가능한 자카드 커버가 특징이다. 에르메스에서 판매. 96만원.

작은 공간에서도 활용도가 높은 문 테이블은 상판을 오염에 강한 신소재로 만들었으며,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공간을 멋스럽게 장식한다. 빌라레코드에서 판매. 1백65만원.

CREDIT

어시스턴트 에디터

강성엽

TA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