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이 작가는 농부가 정성을 다해 밭을 일구듯 흙을 덮고 갈아내고 칠을 입히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녀의 작품에 변화하는 계절감이 담겨 있는 이유다.
3년 전, 지친 마음을 회복하기 위해 떠난 제주 한달살이에서 아름다운 자연 풍광에 마음을 빼앗겨 덜컥 집을 샀다. “현재 방배동과 제주를 오가며 작업하고 있어요. 천천히 제주로 거처를 옮길 준비를 하는 중이에요. 그런데 서울에서의 일이 너무 많아 아직까지는 겨우 한 달에 한번 가는 정도네요.” 아쉬움을 토로하며 박수이 작가가 입을 뗐다.
방배동에 뿌리 내린 지는 올해로 10년째. 그녀의 옻칠 작품을 비롯해 도예, 금속, 섬유 등의 공예품을 판매하는 쇼룸 겸 공방 수이57 아뜰리에와 바로 옆 건물 2층에 자리한 아늑한 작업실 문을 두드렸다.
박수이 작가가 옻칠 공예가로 이름을 알게 된 계기는 삼베 위에 옻칠을 겹겹이 입혀 만든 꽃 모양의 그릇이다. 봄에 활짝 핀 꽃처럼 서정적인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이 꽃볼이 그녀의 시그니처 작품. “단단해서 나무라고 착각하는 분도 있지만 천 소재로 만들었어요. 아래 굽만 나무 소재예요. 여러 겹의 천을 쌓아 칠하고 말리는 과정을 수십 번 반복해요. 그리고 원형의 천을 꽃 모양으로 조각한 뒤 그 위에 흙을 발라 결을 내고, 마지막으로 금이나 자개 장식을 입혀 마무리해요.” 박수이 작가가 설명했다.
실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식기의 특성상 가장 보편적으로 사랑받는 형태가 무얼까 고민했고, 꽃을 떠올렸다. 꽃에서 파생되어 잎사귀 모양의 접시를 비롯해 다양한 자연물에서 영감을 얻은 기물이 탄생할 수 있었다. “사실 우리나라 유물 중 꽃 모양으로 만든 화형 접시가 있어요. 그것을 모티프로 식기 시리즈를 구상해 나갔어요. 유물이 흑칠과 주칠이 주를 이루는 단순한 형태였다면 저는 좀 더 다양한 색감과 질감에 중점을 뒀어요.”
최근 3년간 제주를 오가며 새롭게 제작한 바스켓과 모빌 시리즈는 제주의 밭과 계절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것이다. 박수이 작가는 흙을 바르고 사포로 수없이 갈아내는 옻칠 공예의 과정이 꼭 밭을 가는 것과 닮았다고 생각했고, 계속해서 변화하는 밭의 계절감을 작품에 표현했다.
“밭은 흙으로 덮여 있을 때도 있고, 작은 새싹이 자라기도 하고 잡초를 뽑아야 할 때도 있잖아요. 그렇게 시기에 따라 변화하는 밭의 모습이 좋았어요. 그래서 작품의 제목도 ‘3월과 4월 사이의 밭’, ‘5월과 6월 사이의 밭’ 이런 식이에요.” 그렇게 작가는 작품을 작은 밭이라고 생각하고 씨앗을 심듯 자개나 금 장식을 입혔다. 선들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에 특히 잘 어울리는 모빌은 제주의 돌담을 모티프로 제작한 것이다. 밭을 일구는 과정에서 나온 돌로 담을 쌓는다는 이미지를 떠올리며 밑작업에서 버려진 재료를 오리고 이어 붙여 모빌을 만들었다. 플라스틱, 금속, 철망, 실, 순금 등 쓰고 남은 자투리 재료에 칠을 하고 장식을 입혔다. 그 덕에 작가가 주로 사용하는 재료와 그녀의 아이덴티티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인식하기에 옻칠이라는 게 낯선 재료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비슷해 보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제게 있어 옻칠은 작가만의 색채를 내기에 너무 좋은 재료 같아요. 어떻게 응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는 경험을 매일 하거든요. 무형의 칠이 천이라는 소재를 만나 단단해진다는 특성도 재미있고 또 충분히 회화적으로도 활용 가능하거든요. 작가 내면에 있는 것을 표현하는 재료로 굉장히 적합하다고 생각해요.” 20년간 꾸준히 한길을 걸어온 박수이 작가는 시간이 흐를수록 깊이를 더하는 옻칠의 특성과도 닮아 있다.
SPECIAL GIFT
박수이 작가에게 증정한 끌레드뽀 보떼의 더 세럼은 피부 본연의 힘을 일깨워 생기 있고 매끄러운 피부를 완성시켜준다. 또한 피부에 고르게 퍼지고 빠르게 흡수되어 24시간 보습 효과를 유지시키고 피부의 길을 열어 다음 단계 제품의 흡수를 높여준다. 50ml, 3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