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집에서 6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두 번째 보금자리를 꾸민 부부는 유행과는 거리가 먼 그들만의 스타일과 쓰임새를 담은 100㎡의 집을 완성했다.

부부가 공을 많이 들인 주방과 다이닝 공간. 타일로 마감한 아일랜드가 파티션 역할을 한다. 확장한 부분의 깊이를 살려 인덕션을 설치한 점이 독특하다.
결혼한 지 6년 차인 오주현, 임우성 씨 부부는 집을 공들여 고쳤다. 집을 리모델링했으면 당연하지 않겠냐는 반문을 할 수 있지만 이들 부부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에게 집을 의뢰하면서 셀프 인테리어 못지않은 고민과 생각을 담았다. “신혼집은 서울에 있는 12평의 작은 집이었어요. 오래됐지만 낮은 층수와 신경을 많이 쓴 조경, 외국의 빌라 같은 외관을 지닌 아파트 단지가 마음에 들었고, 양가 부모님 집과도 가까워서 이곳으로 오게 됐죠.” 부부는 우연히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 오리홈 Orihome의 SNS 계정에 있는 욕실 사진을 보고 리모델링을 의뢰하고 싶다는 결심을 했다. 검은색 유광 타일과 원형의 거울, 은색 계열의 수전을 설치한 욕실은 부부가 원하는 스타일에 가까웠다. 디자인이나 인테리어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생각하는 공간이나 스타일을 명확하게 전달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부부와 오리홈은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며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었다. 이 집의 중심 역할을 하는 주방은 요리를 좋아하는 남편의 의견을 많이 반영했다. 빌트인 가전으로 최대한 깔끔하게 수납했고, 아일랜드를 만들어 요리하는 공간과 식탁을 자연스럽게 분리했다. 다용도실을 터서 넓어진 만큼 한쪽 벽면으로는 인덕션과 냉장고를 일렬로 설치했고, 원형 식탁을 두어 평범한 주방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결혼 후 두 번째 집을 리노베이션한 오주현, 임우성 씨 부부.

주방에 비해 시원한 느낌을 주는 거실. 파란색 소파는 비아인키노에서 구입한 것. 별다른 가구를 두지 않고 벽면 전체를 스크린처럼 활용하고 있다.
“확장하면서 넓어진 공간을 최대한 활용했어요. 인덕션도 수납공간의 일부처럼 삽입할 수 있었고, 벽처럼 보이는 부분도 일부는 수납장이죠. 천장을 보시면 에어컨을 설치하면서 단이 낮아졌는데요, 그 지점을 아일랜드의 끝선과 맞춰 공간이 확실히 구분돼 보여요. 그런 디테일한 부분에 만족감을 느낍니다”라며 남편이 주방을 소개했다. 관리가 어렵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처음 원했던 대로 아일랜드 상판은 스테인리스 소재를 선택했고, 따뜻한 색감의 타일을 붙였다. 색감이 더해지니 주방에 아주 모던하거나 차가운 느낌의 아닌 적당한 온기가 생겼다.

창가 쪽 베란다를 확장해 반려묘 올리의 공간으로 꾸몄다. 오른쪽 벽면은 둥글게 마감해 침실 분위기가 한층 아늑해졌다.

별도의 문을 달지 않아 올리가 거실과 침실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오리홈의 SNS 계정에서 본 욕실 사진과 유사하게 만든 욕실.
복닥복닥한 주방과 마주보는 거실은 소파만 두었는데, 독특한 점은 베란다 부분을 확장할 때 침실로 통하는 문을 없애 반려묘인 올리가 거실과 침실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통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옛날식 아파트라 유난히 넓은 침실은 확장한 베란다 부분에 파티션 역할을 하는 수납장을 만들고 벽에도 타일을 붙여서 함께 자는 것을 좋아하는 올리를 위한 코너로 꾸몄다. 현관처럼 침실에서도 벽을 곡면으로 만든 부분이 눈에 들어 왔다. “제가 동그란 요소를 좋아하더라고요. 그림을 그릴 때도 원형을 많이 사용하고, 직각의 모서리보다는 둥근 곡면의 벽이 더 예뻤어요. 그만큼 비용은 더 들었지만 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에요”라며 아내 오주현 씨가 말했다. 그녀는 마케팅 관련 일을 하고 있지만 전공을 살려서 회화 작가로의 전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래서 현관과 가까운 방을 서재 겸 작은 화실로 만들었다. “보시면 이 방의 창문이 독특하고 예뻐요. 각이 진 출창 형태인데 유럽의 건물 같은 느낌도 나고 해가 들어오면 더 멋스러운 방이 되죠. 요즘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데요, 마치 출근하듯이 이 방에 들어와서 일도 하고 그림도 그리면서 많은 시간을 보내요.” 부부는 집을 고치기로 결심한 이후 참고가 될 만한 사진을 SNS에서 찾지 말자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이나 제품이 있는 집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들 부부의 집을 보고 있으면 트렌드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이 곧 멋지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부부는 좋아하는 취향대로 집을 리모델링했고 유행하는 브랜드나 스타일과 상관없이 가장 그들다운 모습을 지닌 집을 완성했다.

서재 겸 작업실. 아내인 오주현 씨가 재택근무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화실처럼 사용하는 방이다. 그녀는 주로 인물화를 즐겨 그린다.

서재 겸 작업실. 아내인 오주현 씨가 재택근무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화실처럼 사용하는 방이다. 그녀는 주로 인물화를 즐겨 그린다.
ITEM
부부가 함께 고른 만족도가 높은 제품과 인테리어 요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