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자화상

정지숙 도예가의 작품 세계

정지숙 도예가의 작품 세계

내면을 관찰하고 탐구하며 자아 성찰적 요소를 주제로 작업하는 정지숙 도예가의 작품은 순간의 감정을 기록한 일기장과도 같다.

 

턱을 괴고 누워 있거나 의자에 걸터앉아 있는 등 다양한 자세를 생생하게 담아낸 오브제.

 

얼굴의 생김새도, 표정도, 색감도 모두 제각기 다른 유쾌한 모습에 눈길이 절로 갔다. 얼굴의 구체적인 형상을 없애고 단순화된 모습에 사람의 머리나 몸 주변에 붙은 장식 요소로 은유적인 표현을 담아내는 정지숙 도예가의 작업실을 찾았다. “인물에 집중해서 작업하게 된 계기는 자아 성찰적인 요소를 넣으면서부터예요. 나를 탐구하고 인물에 집중하다 보니 그것이 고스란히 작업에 투영된 것 같아요”라며 정지숙 작가가 입을 열었다. 자아 성찰에서 시작해 인물을 형상화하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집중하게 되었고 작가의 관심사와 생각의 흐름에 따라 점차 변화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그녀가 세상을 관찰했을 때 그려지는 이미지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얼굴의 생김새도, 표정도 모두 다른 그녀의 작품을 보고 있자니 작품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자 하는지 궁금했다. “제 작품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보다 단순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자 그룹화해 말하려고 해요”라며 자신의 작업 과정이 크게 세 덩어리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가장 첫 번째는 ‘생각의 덩어리’다. 작품의 첫 시작이 자아 성찰에서 시작한 것을 이유로 들며, 작가 자신의 생각이나 관점을 관찰했을 때 그려지는 이미지를 집중적으로 표현했던 당시의 작업을 생각의 덩어리로 표현했다. 그 다음은 ‘유동적인 덩어리’다. 그녀는 자아 성찰 이후 시선의 초점이 세상이 굴러가는 모습으로 넘어갔는데, 이를 유동적인 덩어리라 표현했다.

 

공간에 유쾌함을 불어넣는 작은 소품으로 활용하기 좋은 작품.

 

집이자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는 정지숙 작가의 공간.

 

익살스럽고 유쾌한 작품처럼 긍정적인 에너지를 지닌 정지숙 작가.

 

“나를 포함해 사람과 세상이 모두 연결되어 있고 그것에 영향을 받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그리고 그것이 내 머릿속에서 성장하고 영향 받는 것이 세계가 굴러가는 모습과 비슷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가장 최근에는 ‘살아 있는 덩어리’로 표현된다. “최근 제 관심사가 살아 있는 것의 공통적인 특징에 쏠려 있거든요. 생물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징인 숨을 쉬고, 움직이고, 성장하고 번식하고 배출하고…. 이러한 공통점에서 느껴지는 생명력과 에너지를 담아내고자 해요.” 세 번의 큰 단계 안에서 그녀가 얼마만큼 노력하고 성장했는지 엿볼 수 있었다. 표정도 표정이지만, 머리카락이라고 해야 할지, 장신구라고 해야 할지 머리 위에 달린 화려한 장식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궁금했다. “머리나 몸 주변에 어떠한 요소를 넣는 것은 저만의 시각적인 표현이에요. 1차적으로 내가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 느낌, 깨달은 것에서 오는 이미지죠. 만화에서 머릿속을 표현할 때 쓰이는 말풍선처럼요. 저는 감정이나 생각에 빠져 있을 때 이미지가 연상되거든요. 그래서 주로 머리 주변으로 독특한 요소를 붙여요.” 정지숙 작가는 좋든, 싫든 특정 감정이 강렬하고 인상에 남으면 이것을 만들거나 그림으로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때그때 메모나 드로잉을 해두고, 그간 해왔던 스케치를 모아보며 끌리는 형태를 골라 작업을 시작한다. 색감 역시 감정의 표현이기에 채도와 계열 등 자연스레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생동감과 긍정적인 색감으로 표출된다. “웬만하면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싶은 바람도 있고, 사실 1차원적으로 작업하면서 제가 재미있고 싶어요. 그리고 보는 사람들도 인상적이면서도 즐거움을 느꼈으면 해요. 다 같이 즐겼으면 좋겠어요.”

 

다양한 모습으로 바닥에 여유롭게 누워 있는 오브제는 최근 몰두하고 있는 시리즈다.

 

머리에 화려한 금장 장신구를 달고 있는 ‘그로우 업’ 작품.

 

자신을 포근히 껴안고 있는 듯한 모습의 ‘충만’은 그녀가 가장 애정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액체가 흘러내리는 듯한 모습을 담아낸 ‘리빙 마스’ 작품.

 

SPECIAL GIFT

정지숙 공예가에게 증정한 끌레드뽀 보떼의 ‘더 세럼’은 상처 받은 피부를 빠르게 회복시켜 정상적인 피부 컨디션으로 되돌려준다. 피부에 고르게 퍼지고 빠르게 흡수되어 24시간 보습 효과를 유지하고 피부의 길을 열어 다음 단계 제품의 흡수를 높여준다. 50ml, 30만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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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이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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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Out! Gervasoni

제르바소니의 2022 아웃도어 컬렉션

제르바소니의 2022 아웃도어 컬렉션

제르바소니가 2022 아웃도어 컬렉션을 공개했다.

에코러그

 

제르바소니가 2022 아웃도어 컬렉션을 공개했다. 제르바소니의 큰축을 담당하는 카테고리 중 하나인 아웃도어 파트인 만큼 파올라 나보네, 키아라 안드레티 등 유수의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제작되었다. 물론, 매해 가장 강조해왔듯 날씨나 외적 요인을 탄탄히 버티는 내구성과 기능성에 초점을 맞췄지만, 인도어 가구만큼이나 멋스러운 면모를 지녀 눈길이 간다. 일례로, 제르바소니의 아트 디렉터인 파올라 나보네의 제코 컬렉션은 인도네시아 전통 가옥에 사용되는 나무를 재사용한 에코텍을 골조로 제작된 것이 특징이다. 자연스러운 질감을 입은 탄탄한 목제 프레임에 파올라 나보네의 시그니처인 푸른색 패브릭 커버로 완성되어 미학적인 면모를 십분 발휘한다. 이외에도 페데리카 바이어시가 디자인한 3가지 컬러와 광택의 아르누보식 원통형 사이드 테이블은 상판을 분리할 수 있어 휴대성을 높였고, 엘레나 산구안코와 키아라 안드레티가 선보인 러그 제품은 장인 정신이 돋보이는 니트 기법으로 완성한 멋스러운 패턴과 색감으로 소장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WEB www.gervasoni1882.com

구나 카펫

 

 

제코 암체어

 

브라이즈 커피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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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INARY PARADISE

어른의 동심을 자극하는 브랜드 도나 윌슨

어른의 동심을 자극하는 브랜드 도나 윌슨

도나 윌슨의 손에서 구현되는 모든 기물은 천진한 아이의 상상과 잊은 줄 알았던 어른의 동심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자신만의 개성과 상상력에 기반한 일러스트와 패턴으로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의 한순간을 은근한 행복으로 채우는 브랜드 도나 윌슨의 이야기를 들여다봤다.

 

2019년 도나 윌슨에서 선보인 텍스타일 컬렉션과 함께 누워 있는 도나 윌슨의 모습. 그녀는 크리에이처로 대표되는 인형 시리즈를 비롯해 쿠션, 러그 등 텍스타일과 관련된 제품을 매년 꾸준히 선보인다.

 

때로는 어떠한 영향 없이 무해하고 충만한 따뜻함이 필요한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물론 이를 해소하는 데는 무수한 방도가 있겠지만, 그저 바라만 봐도 기분 좋은 곡선을 그리며 지어지는 미소를 자아내는 기물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타개책이다. 영국 출신의 텍스타일 디자이너이자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 도나 윌슨의 제품이야말로 이를 충족시키는 예시 중 하나이지않을까. 여러 동물과 자연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읽어내 엉뚱하고 익살맞은 모습으로 재해석한 인형과 직접 손으로 뜬 쿠션 등 그녀의 손에서 탄생한 텍스타일 제품을 볼 때면 사념 대신 원초적인 행복의 감정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도나 윌슨을 사랑하는 수많은 팬을 헤아려보면 이러한 생각에 대해 다시금 묘한 확신이 인다. 론칭 후 20여년이 지난 도나 윌슨의 첫걸음은 런던 왕립예술대학 졸업 전시에서부터 시작됐다. 스코틀랜드에서 조부모의 손에 자란 그녀는 지천에 펼쳐진 자연에서 다양한 식물과 동물을 자연스레 접하며 상상의 지평을 넓히는가 하면, 할머니에게서 배운 뜨개질을 삶의 일부처럼 대해왔다. 이러한 성장 배경을 양분삼아 도나 윌슨은 각기 다른 표정을한 뜨개 인형 시리즈를 출품 했다. 긴 다리와 동그란 눈 등 제각기 다른 외형적 특징을 지닌 당시 작품에 수식어처럼 따라온 무수한 호평은 도나 윌슨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론칭하기에 충분한 발판이 되어주었다.

 

미니 자이언트 크리처를 안고 있는 도나 윌슨. 그녀는 자신이 만든 모든 인형에 나름의 스토리를 부여하는 데 주력한다. 이러한 이야기가 인형을 구매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추억을 선사할 것이라 믿고 있다. © Gareth Hacker

그렇지만 도나 윌슨을 지금의 위치에 있게 한 일등공신은 뭐니뭐니해도 바로 ‘크리에이처’의 탄생에 있다. 앞서 선보인 뜨개 인형 시리즈의 연작 개념으로 제작된 것인데, 어린 시절부터 봐온 친숙한 동식물에 도나 윌슨만의 생각과 시선으로 재해석해 만들어진 것. 곰돌이의 털, 여우의 눈 등 각각의 생명체를 대표하는 특징을 부각시키거나 생각지도 못한 독특한 외형적 요소를 추가해 만든 이 인형 시리즈는 모노캣, 루디라쿤 등 저마다의닉네임이 붙어 있는가 하면, 각각의 성격이나 특징까지도 부여해 마치 작은 세계관을 감상하는 듯한 재미를 준다. 가령, 여우의 모습을 한 시릴 다람쥐 여우 인형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장난기 많은 성격을 지닌 존재로 묘사되고, 시릴의 자식이라는 설명이 붙은 랄프 앤 릴리 인형을 보면 도나 윌슨만의 상상에 기반한 동화 같은 이야기가 자리한다. 이어 제품의 A/S 서비스 센터를 애니멀 클리닉, 즉 동물 병원이라 지칭하는 점 등 독특한 디자인에 이야기를 덧붙여 각각의 제품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모습을 보면 실존하는 생명체를 마주하는 듯한 착각도 더러든다.

 

누워 있는 곰 캐릭터가 앙증맞은 블랭킷.

독특한 개성을 입은 디자인에서 오는 위트와 익살스러움을 고스란히 유지한 쿠션 시리즈, 레이니 데이, 블라 블라 등 도나 윌슨의 시그니처 격인 패턴 직물 시리즈 등도 제작하며 그는 디자이너이자 브랜드 수장으로서의 행보를 본격화했다. 도나 윌슨이 지닌 또 하나의 강점은 바로 핸드메이드에 있다. 브랜드 론칭 초기만 하더라도 직조와 뜨개질 등 하나의 제품을 제작하는 모든 과정이 그녀의 손에서 이뤄졌기에 같은 시리즈임에도 형태에서 조금씩 차이가 존재했다. 세계인이 찾는 브랜드로 거듭난 지금에 이르러서야 모든 과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할 수는 없지만, 편직 과정을 거친 각 패널을 재단하고 바느질하는 데 있어서만큼은 여전히 양보가 없다. 도나 윌슨의 같은 제품임에도 각 제품마다 보이는 미묘하고도 재밌는 차이와 은은히 전해지는 따뜻함은 수작업만이 전할 수 있는 정성과  시간이 근간에 있기 때문이라 전할 만큼, 사람의 손을 거치는 과정은 도나 윌슨의 정체성을 보다 공고히 해준다. 이렇듯 제품 하나하나에 깃든 정성과 애정은 자연스레 많은 브랜드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히얼 컴즈 더 선 쿠션.

빅토리아&앨버트 뮤지엄과 협업해 탄생한 물개 인형이나 존 루이스 백화점과 협업해 선보인 유아용 의류, 에르메스 파리 쇼룸의 디스플레이를 도맡은 점만 보더라도 도나 윌슨은 지금, 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브랜드임을 쉬이 짐작할 수 있다. 여기서 안주하지 않는다. 최근 선보인 스톤웨어 식기시리즈 등 매해 두 번 새로운 컬렉션을 발표하면서 테이블 웨어와 가구 등 보다 확장된 분야로 시야를 넓히는 시도 또한 두려워 하지 않기 때문. 덕분에 도나 윌슨의 상상력과 개성을 입은 제품을 더욱 폭 넓게 만나 볼 수 있게 됐다. “저는 사람들과 일련의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을 만들어내고 싶어요. 인형을 가지고 놀았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나 소소한 행복같은 감정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것들이요. 손으로 제작하는 이 작은 기물이 그 역할을 부디 다 해냈으면 해요.” 자유로운 생각과 시선으로 제품의 모양을 빚고, 시간과 수고로움을 통해 기워낸 고유성으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한 도나 윌슨. 그의 말처럼 저마다의 개성과 상상력으로 세상에 등장한 이 작은 사물을 통해 비록 대단치는 않더라도 모른 채 지나쳤던 찰나의 감정을 다시금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2021 가을 컬렉션으로 출시된 도나 윌슨의 쿠션, 크리에이처 컬렉션. 다양한 크기의 쿠션과 인형이 즐비하다. 자연과 동식물에 영감을 받는 그녀의 상상력이 온전히 담겨 있다.

 

2021 가을 컬렉션으로 출시된 도나 윌슨의 쿠션, 크리에이처 컬렉션. 다양한 크기의 쿠션과 인형이 즐비하다. 자연과 동식물에 영감을 받는 그녀의 상상력이 온전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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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

도나 윌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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