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험의 공간

자연을 탐험하는 길더 센터

자연을 탐험하는 길더 센터

 

미국 자연사 박물관에서 나이를 막론하고 탐험과 발견의 감각을 일깨워주는 새로운 전시관 길더 센터를 오픈했다.

 

실제 자연이 만들어낸 동굴 같은 기하학적 구조가 돋보이는 길더 센터.

 

맨해튼에 위치한 미국 자연사 박물관에서 6층 규모의 새로운 전시관 리처드 길더 과학, 교육, 혁신 센터 Richard Gilder Center for Science, Education and Innovation를 오픈했다. 23만㎡ 규모의 이곳은 박물관 주변 네 개의 도로를 연결해 센트럴 파크와 박물관 정면 등 어느 방향에서도 입장이 가능해 시민들이 언제든지 자연사 박물관을 편하게 방문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였다. 거대한 핑크빛 화강암으로 뒤덮인 동굴 같은 모습을 한 과학센터는 시카고에 본사가 있는 건축회사 스튜디오 강 Studio Gang에서 설계를 맡았다. 스튜디오 대표이자 이 프로젝트를 이끈 장본인인 진 장 Gene Gang의 말에 의하면, 처음 이 길더 센터의 시작은 자연사 박물관에 있는 두 곳의 로마네스크 형식의 건물을 연결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진 장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단순히 구조적 연결을 넘어 자연사 박물관의 본질인 ‘자연’과 이 건물 간의 연결성에 대해 고민했고, 자연에 대한 탐험과 발견의 감각을 자극할 수 있는 공간으로 길더 센터를 재정의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동굴과 협곡 그리고 빙하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내부 구조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과정은 꽤나 까다로웠다. 기존의 폼 작업 대신 쇼트 콘크리트 공법을 사용해 반복적인 모양이 아닌 비대칭적, 유기적인 형태를 구현해냈으며, 이로써 내부에 들어서면 마치 거대한 협곡과 동굴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건물을 한눈에 담아낼 수 는 없지만 ‘탐험’이라는 길더 센터의 본래 목적에 맞는 구조를 구현해낸 셈. 50만 마리 이상의 작은 생물체와 4만 점 이상의 표본, 인터렉티브 디스플레이관인 보이지 않는 세상(Invisible World)은 이 동굴을 탐험하면서 발견할 수 있는 공간들이다. 또한 4층에는 과학도서관, 교실 등 연구를 위한 공간까지 마련되어 있다. 박물관의 전 관장이자 길더 센터 건립을 총괄 감독한 엘렌 퓨터 Ellen Futter는 더욱 많은 사람을 초대하고 우리가 사는 자연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장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인터렉티브 디스플레이관인 보이지 않는 세상(Invisible World).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인터렉티브 디스플레이관인 보이지 않는 세상(Invisible World).

ADD 200 Central Park West, New York, NY 10024
WEB www.amnh.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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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그림(뉴욕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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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Invisible Collection in Paris

디 인비저블 컬렉션의 파리 쇼룸

디 인비저블 컬렉션의 파리 쇼룸

 

숨은 보석 같은 가구와 아이템을 발견할 수 있는 ‘디 인비저블 컬렉션’이 파리에 쇼룸을 열었다.

 

스튜디오 파리지앵이 디자인한 팬서 Panther 암체어.

 

휴대전화 하나만 있다면 거의 모든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세상이지만 가구는 여전히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구매하는, 아직은 보수적인 소비가 익숙한 영역이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비행기 티켓도 구매하는 세상인 만큼 가구의 유통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을 피할 수 없다.

2016년 시작된 온라인 플랫폼 ‘디 인비저블 컬렉션’이 가장 대표적인 선두주자가 아닐까. 창업자 이사벨 뒤베르는 자신이 좋아하는 디자이너 피에르 요바노비치 Pierre Yovanovitch의 암체어를 갖고 싶었지만, 의자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 피에르 요바노비치에게 의뢰하는 것뿐이라는 사실에 아쉬움을 느꼈다. 그리고 개인 프로젝트를 위해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건축가들이 만든 아름다운 작품의 대다수가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와 친구들은 전 세계 수집가들이 자신들의 비밀스러운 작품을 선보이기 위한 온라인 플랫폼을 개발했고, 개인이 구매하기 어려웠던 디자이너 컬렉션을 온라인과 세계 주요 도시의 쇼룸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디 인비저블 컬렉션은 지금까지도 마니아들의 잇 아이템을 구매하는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뉴욕, 마이애미, 밀라노, 런던에 이어 올 4월 파리에도 디 인비저블 컬렉션의 쇼룸이 오픈했다. 파리 7구 중심부에 위치한 공예 전문 갤러리 ‘마야로 Mayaro’와의 협업을 통해 공간을 마련했으며, 파리지앵적인 큐레이션을 선보이고 있다. 갤러리의 세 개 층에 걸쳐 디 인비저블 컬렉션의 유명 가구와 오브제 그리고 빈티지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현재 이곳에서는 리스본에 기반을 둔 디자인 스튜디오 올리비에 가체와 클리오 디모프스키가 독일 철학자 발터 벤야민의 파리 연구에 대한 헌사를 담아 구성한 <파사주 Passage> 전시가 한창. 다양한 작가들의 현대 또는 빈티지 작품으로 구성돼 있다. 이외에도 건축 디자이너 샬롯 테일러의 작품과 가랑스 발레의 오브제, 한국의 전통 재료와 기법을 재해석해 나무와 레진 소재로 조각 같은 가구를 제작하며 미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한국 디자이너 김민재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파리에 새로 오픈한 쇼룸의 파사드.

 

ADD 20 Rue Amélie, 75007 Paris
WEB theinvisiblecollect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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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병관(파리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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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비엔날레 제대로 즐기기

광주 비엔날레 베스트 코스

광주 비엔날레 베스트 코스

 

모처럼 눈이 시원해지는 대규모 국제 미술전, 광주 비엔날레의 막이 성황리에 올랐다.

 

앙헬리카 세레 ‘내 두 번째 피부에 말의 씨앗을 뿌리다(2023)’ 페달 직기, 수직 직기, 나무 바늘 자수. 250×700cm.

 

엔데믹과 함께 다시 찾아온 광주 비엔날레가 지난 4월 5일 막이 올랐다.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Soft and Weak like Water)’라는 전시 제목이 비를 불러왔다는 농담과 함께 개막식에는 오랫동안 가물었던 광주에 시원한 비가 내렸다. 전시 제목은 ‘세상에서 물이 가장 유약하지만 공력이 아무리 굳세고 강한 것이라도 그것을 이겨내지 못한다’는 <도덕경>의 문구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전시를 통해 시대를 돌아보고 새로운 담론을 제기하는 것이 비엔날레의 가장 큰 역할이라는 관점에서 강자들의 대결로 탈세계화와 양극화를 맞이하는 작금에 적합한 주제가 아닐 수 없다.

테이트모던 미술관 큐레이터이자 현대 테이트 리서치 센터 수장인 이숙경 예술감독을 포함해 해외 곳곳에서 작가, 큐레이터 등이 한국을 찾았다.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국제적 분위기가 연출된 가운데 관람객들은 비마저도 함께 즐기며 흥미로운 축제의 시작을 열었다. 개막 전날 무각사에 열린 사찰 음식 만찬과 개막일 저녁에 개최된 김기라 작가의 프로젝트 ‘전남의 마음-또다시 함께’ 만찬과 퍼포먼스는 광주의 ‘맛’을 기억하게 하는 흥미로운 이벤트였다. 광주 비엔날레 본 전시장의 드넓은 공간에 전시된 거대한 규모의 작품들을 보니 오랜만에 눈이 시원해지며 ‘이것이 비엔날레지!’ 하는 기억이 되살아났다. 7월 9일까지 개최되는 광주 비엔날레를 방문할 분들을 위해 베스트 코스를 소개해본다.

 

 

먼저 KTX를 통해 광주 송정역을 방문한다면 시내로 들어가는 길에 5·18 기념공원에 자리한 무각사에 들러 특별전시 감상과 산책을 추천한다. 홍이현숙, 류젠화, 흐엉 도딘 등의 작품이 입구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다. 이곳은 광주시청 근처로 음식점과 호텔도 많아 점심식사 및 1박 이상을 하는 분이라면 숙박지도 이 근처에서 골라보길 추천한다. 이어 양림동의 여러 전시장에서 진행되는 특별전을 놓칠 수 없다. 근대화 시기 해외 선교사들이 자리 잡았던 오래된 가옥이 특징인 지역이기도 하다.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는 정채절, 비비안 수터 외 다섯 명 작가의 작품이 전시 중이며, 바로 근처에는 이번 비엔날레의 특별한 시도인 국가관 전시가 이어진다. 이이남 작가의 스튜디오에는 60여 권의 스위스 포토북을 포함해 특별전을 꾸민 스위스 파빌리온이, 이강하 미술관에서는 캐나다 이누이트 공동체의 작품으로 구성한 캐나다 파빌리온이, 양림미술관에서는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심사위원 특별 언급상을 수상한 지네브 세디라 작가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올해는 이 세 곳 외에도 이탈리아(동곡미술관), 네덜란드(광주시립미술관), 중국(은암미술관), 이스라엘(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 폴란드(10년후그라운드, 양림쌀롱, 갤러리포도나무), 우크라이나(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 총 9개국의 파빌리온을 구성하여 자국의 작가를 다수 소개하고 있어 볼거리가 풍성하다. 금남로에서는 예술공간집에서 비엔날레 특별전이, 롯데백화점 광주점 갤러리에서는 신진 큐레이터 어워드 수상 기획전시가 열리고 있어 함께 들러볼 만하다. 마지막으로 광주 비엔날레 본 전시장과 광주시립미술관, 광주박물관이 모두 가까운 곳에 있으니 한번에 묶어보자. 긴 코스를 마무리하기에는 당일치기 여행은 힘들다. 최소 1박2일 이상 머물며 ‘예향’ 광주를 즐겨보길 권하고 싶다.

 

김민정 ‘마운틴(2022)’ 한지에 먹. 132×190.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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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애(롯데백화점 아트콘텐츠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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